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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왜 지루한가?: 레데리를 여행하는 게이머를 위한 안내서

할 일 많은 진짜 오픈 월드 게임… 스토리 몰입도 높고 시대상 연출 훌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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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18-11-05 15:15:49

 

#1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지루한 게임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지루한 게임이다. 쏘고 난 총기를 일일이 손질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면도도 해줘야 하고 머리카락도 잘라줘야 한다. 진흙탕에서 구른 날에는 목욕을 해야 한다. 목욕할 때 실제 몸을 씻듯이 버튼을 박박 눌러야 한다. 목욕을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캠프 살림을 관리하는 수잔에게 덜미를 잡혀 세면장으로 끌려간다. 게임 중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추우면 옷을 입어야 한다.

 

말은 또 어떤가? 플레이어는 게임 시간의 절반 가까이 말과 함께한다. 빗질도 해줘야 하고 당근이나 건초 같은 먹거리도 챙겨줘야 한다. 말은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고기는 먹지 않는다. 말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말을 쓰다듬어야 한다. 타던 말이 죽기라도 하면 새로 사든지 훔치든지 새 말을 뽑아야 한다. 말 안장에서 무기를 들고 내리는 걸 까먹으면 다시 말을 불러 원하는 무기를 뒤적여 꺼내야 한다.

 

말에서 내릴 때 무기를 가지고 내리지 않으면 다시 가서 꺼내와야 한다.

 

사실 <레드 데드 리뎀션 2>에 쏟아지는 외신의 호평을 한국 상황에 오롯이 적용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한국 게이머에게 '서부의 낭만'이라는 게 있던가? 많은 한국인에게 서부의 '바이브'는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다. 그렇지 않은 게이머도 있겠지만, 다수의 한국 게이머에게 서부란 그저 <오버워치>의 맥크리나 보드게임 <뱅> 정도에서 감지되는 '카우보이 복장의 총잡이가 황량한 사막에서 총싸움하는 장르'다.

 

하지만 서구 문화권에서 서부란 분위기 이상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장르 연구의 권위자인 토머스 샤츠는 서부극을 "할리우드의 레퍼토리 중 가장 풍부하고 생명력이 긴 장르"라고 정의했다. 세계 최초의 극영화인 <대열차강도>(1903)부터 조지 밀러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까지 무수한 작품을 서부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 있다.

 

서부극 '대열차강도'는 사상 최초로 '내러티브'가 도입된 영화다.
서부극이 없었다면 '매드맥스'의 사막 추격전도 없었을 것이다.

 

현대 대중문화는 서부라는 틀로 인간성의 모습, 자연과 문명의 대결, 자본주의의 의의를 탐구했고, 롱 테이크, 줌 인 등 다양한 영화 기법을 실험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엔니오 모리코네 같은 불세출의 거장도 서부에서 출발했다. 전작 <레드 데드 리뎀션>이 2010년 고티(Game Of The Year, GOTY)를 싹쓸이한 배경에는 현대 서구 문화에서 막대한 위상을 차지하는 '서부'를 훌륭하게 재현해냈다는 공도 어느 정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파급력의 차이를 뒤로하고, 현재 <레드 데드 리뎀션 2> 해외 반응을 본 한국 게이머 입장을 굳이 예로 들자면 이렇지 않을까?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게임 <미스터 션샤인>을 제작한 유수의 게임 스튜디오가 프리퀄 <미스터 션샤인 2>를 출시했다. <미스터 션샤인 2>에는 친일파들이 횡행하는 경성, 날로 커지는 식민지 위협, 동학농민운동과 러일전쟁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아시아 정세, 풍전등화의 조선이 생생하게 나타난다. 주인공은 이곳에서 뜨거운 의병이 될지 가족을 지키는 친일파가 될지 고민한다.


이뿐 아니라 주인공은 이따금 숲에 가서 꿩도 잡고 주막에 가서 탁주도 한 사발 할 수 있다. 동료 돌쇠랑 엽전 걸고 윷놀이도 할 수 있다. 주인공은 당대를 빛낸 위인들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 한국 게이머들은 개화기 시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한 <미스터 션샤인 2>를 갓겜이라며 찬양한다. 이를 보고 <미스터 션샤인 2>를 플레이하는 미국인 게이머는 게임에 재미를 느낄지는 몰라도 왜 이게 메타 스코어 97점이나 되는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 예시는 일부 한국 게이머의 "지루해서 별로"라는 반응과 외신 호평의 온도 차를 설명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외신이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갓겜이라고 한다고 해서 한국 게이머도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갓겜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일부 외신도 "<레드 데드 리뎀션 2>가 지루하다"며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오픈 월드 장르로 게임 역사에 획을 그은 락스타게임즈의 신작이다. 지루하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은 왜 이렇게 긴 초반부 구간을 뒀을까? 끝없는 반복 노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락스타게임즈의 다른 작품과는 어떻게 다를까? '갓겜' 제작사 중 하나로 꼽히는 락스타게임즈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2 진짜 오픈 월드는 할 일이 많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챕터 1'은 지루함의 끝을 달린다. 챕터 1은 모종의 사건으로 방랑하는 갱단이 이상기후로 일어난 5월의 눈보라 속에서 생존하는 내용이다. 설원 위에서 주인공 아서 모건은 전작 <레드 데드 리뎀션> 주인공 존 마스턴을 구하고, 임시 거처에 식량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사냥을 나선다. 이후 '오드리스콜'의 캠프를 습격해 열차 강도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행한 끝에 '말굽 언덕'에 자리 잡기까지가 챕터 1이다.

 

챕터 1 미션의 지루함은 앞으로 주인공 아서 모건이 앞으로 벌일 수많은 반복 노동을 예고하는 역할을 한다.​ 이동을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일일이 버튼을 눌러야 한다. 사냥을 성공적으로 마쳐도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해선 칼로 가죽을 벗겨 처리해야 하고, 적의 시체를 루팅할 때는 일일이 시체의 옷 소매를 뒤져야 하며, 도둑질하러 들어간 남의 공간에서도 일일이 네모를 눌러​ 아이템을 주워야 한다.

 

많은 오픈 월드 게임이 그렇듯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커맨드는 다양하다.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말 위에서, 사격할 때, 지도나 서류를 볼 때의 커맨드를 모두 숙지해야 한다. 아서 모건은 핵심 인물을 비롯한 모든 인물과 상호작용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길가의 풀, 마굿간 앞의 강아지와도 상호작용할 수 있다. 상호작용이 크게 강조된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커맨드를 숙지하기 위해서는 초반부의 긴 적응 구간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상호작용이 강조된 이 게임에 적응하기 위해 초반부의 긴 적응 구간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루함은 '챕터 1' 만의 문제가 아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오픈 월드는 할 일이 정말 많다. 초반부에 신선했던 각종 기능은 가면 갈수록 버겁다. 게임에서 아서 모건의 자기 관리는 선택이면서 동시에 필수다. 한여름에 두꺼운 겨울옷을 입으면 금방 체력이 닳는다. 씻지 않은 상태에서 돌아다니면 NPC가 상대해주지 않는다. 락스타게임즈 전작 <GTA 5>는 따로 자동차에 기름을 넣지 않아도 무한정으로 달리는데,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말은 그렇지 않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접근 방식은 게임을 실행하지 않아도 성장이 되는 '방치형 게임'의 대척점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지루하다는 평을 받는 마상 원거리 이동의 경우 '챕터 2'부터 스토리 모드 중 자동 이동을 조금씩 선택할 수 있고, 캠프를 업그레이드하면 편도 한정 순간 이동을 할 수 있으며, 기차 같은 운송수단을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GTA> 시리즈의 빠르고 편한 이동(제트팩, 택시)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고양이 안녕

 

상호작용의 끝, 자신과의 대화.

 

말이랑 할 수 있는 행동이 이렇게 많다.

 

이 게임은 '어디서 어떻게 되겠지?'라는 플레이어의 생각을 계속 뒤집는다. 아서 모건이 평화롭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다가 적 갱단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고, 낯선 사람의 의뢰를 받을 수도 있으며, 초 레어급 야생마를 만날 수도 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락스타게임즈 게임 중 가장 큰 맵을 말이라는 (자동차보다) 느린 교통수단으로 이동한다. 그만큼 이벤트 발생 확률도 높다.

 

각각의 이벤트에 대한 대응 과정도 다양하다. 총을 두고 내리면 그대로 적 갱단의 습격에 죽기 쉽고, 말 소생제를 가지고 타지 않았다면 죽은 말을 살릴 방법도 없다. 이런 지루함과 불편함 사이에 존재하는 현실적 장치는 플레이어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탐험하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한다.

 

게임에 '갑툭튀'​하는 변수 없이 모든 플레이의 변수가 쉽게 도출된다면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개성을 잃었을 것이다. 게임에는 서부극의 클리셰인 '권총을 쏘려는데 발사가 안 되는' 상황도 구현됐다. (플레이어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총기 손질을 주기적으로 해줘야 한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지겹고 불편한 디테일 위에 플레이어를 스토리에 스며들게 하는 전략을 취했다.



 

#3 지겨운 상호작용이 스토리에 녹아드는 과정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배경은 전편보다 12년 앞선 1899년 미국 서부 지역이다. 남북전쟁이 끝난 지 34년이 된 시점이며, '골드러시'로 대표되는 서부 개척 시대의 끝물이다. 곳곳에 이민자가 몰려들고 증기기관을 비롯한 2차 산업혁명이 발흥하던 전환기다. 제작진은 작품의 주요 의도를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도시와 자연의 대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에는 구걸을 하는 남북전쟁 참전 상이군인과 석유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챙긴 재벌, 반 더 린드 갱단에게 빚을 지고 아서에게 결혼 금반지를 빼앗기는 이민자와 야심한 밤에 숲에서 모여 십자가를 매달고 집회를 여는 KKK단, 대자연을 사랑하지만, 게토에 갇혀 탄압받는 인디언과 무차별적으로 물소를 잡는 사냥꾼, 초야에 묻혀 낚시나 하며 사는 카우보이와 미래 문명의 핵심 동력인 전기를 실험하는 과학자가 공존한다.

 

 

실재와 관념, 자연과 문명, 신학과 철학 등 양자택일의 딜레마는 근대를 지배했던 키워드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시대가 바뀌며 두 대립항이 공존하는 시대를 촘촘하게 묘사한다. 플레이어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과 '갈등과 선택'을 한다.

 

갱단이 당장 먹을 스튜가 없는데 채무자의 하나뿐인 결혼 금반지를 뺏어갈 것인가. 자연보호를 지상과제로 생각하는 인디언 친구를 뒤에 두고 "먹고 살기 위해 물소를 잡는다, 가족이 있다"라며 본인을 살려달라는 사냥꾼의 읍소를 들어줄 것인가. 공권력의 포위망이 좁혀지고 갱단 내부의 분열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갱을 배신하고 개인의 영달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고아인 자신을 거두어준 갱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

 

게임은 선택의 연속이다.

 

주인공 아서 모건은 스스로 급변하는 시대의 물살을 바꿀 수는 없지만, 본인과 본인의 갱이 어떤 노선을 선택할지 끊임없이 갈등하고 선택한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지루하고 귀찮은 선택 옵션은 실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정밀하게 구현된 미국의 대자연처럼 게임 속 세계를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구현된 장치인 것이다.

 

락스타게임즈 게임 중에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상을 조명하는 게임은 없었다. <GTA> 시리즈에서 이민자의 아픔이나 슬럼가의 어두운 모습은 주인공이 처한 '배경'이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무대'다.​ <GTA> 시리즈는 블랙 유머와 풍자로 당대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현대인이 경험한 적 없는 120년 전의 거친 현실 그 자체를 정밀하게 연출한다.

 

락스타게임즈 특유의 유머는 게임 속에 잘 녹아있다.

 

<GTA>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풍자의 화살은 현재를 향한다.

 

#4 <GTA 산 안드레아스>의 갱,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갱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주인공 아서 모건은 역대 락스타게임즈 게임 주인공 중 가장 소속 집단에 충실한 인물이다.

 

<맥스 페인> 시리즈의 맥스 페인은 조직으로부터 버림받고 완전 홀로 떨어진 전직 경찰이다. <불리>의 지미 홉킨스는 7개 학교에서 퇴학을 먹고 불워스 아카데미로 강제 전학 당한 불량 학생이며 사이코드라마인 <맨 헌트> 시리즈의 주인공에게는 소속된 집단 자체가 없다. <레드 데드 리뎀션>의 주인공 존 마스턴은 반 더 린드 갱단에 있다가 홀로 떠도는 방랑자다.

 

<GTA 3>의 주인공 클로드는 콜롬비안 카르텔, 레온 패밀리, 리버티 시티 야쿠자를 전전하며 임무를 맡는다. 클로드에게 갱단은 그에게 돈을 벌어다 주고, 그를 배신한 카탈리나에게 접근하게 만드는 도구에 불과하다.​ 게임 전체를 통틀어 클로드는 자신의 감정을 단 한 번도 표출하지 않는다. <GTA 4>의 니코 벨릭은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참전했던 군인 출신으로 가족 이외에 어디에도 소속되기를 원치 않는 인물이다. 

 

<GTA 5>의 세 주인공은 따로 활동하다가 강도단을 꾸리지만 같이 일하는 존재에 불과하고 오히려 원한 관계로 얽혀있다. 셋 중 프랭클린 클린턴만 동네 흑인 패밀리에 소속돼있지만, 패밀리 생활을 그만두고 더 좋은 곳에서 활동하고 싶어 하며, 친구의 의뢰는 귀찮아한다.

 

'GTA 3'의 주인공 클로드
'GTA 4'의 주인공 니코 벨릭

락스타게임즈 게임에서 범죄 조직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주인공은 <GTA 바이스 시티>(이하 GTA VC) 토미 버세티와 <GTA 산 안드레아스>(이하 GTA SA)의 칼 존슨 정도다. 토미 버세티는 자신의 갱을 키우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냉혈한 악인으로 타인의 감정이나 생사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토미에게 삶의 목표는 부와 성공이며 자신이 배신당한 것에 분노할 뿐 한때 정을 나눴던 인물을 죽일지 말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철저히 복수하며 바이스시티의 지배자가 된다.

 

칼 존슨은 원래 갱에 환멸을 느끼고 바이스 시티로 떠났다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갱 스트리트에 돌아온 인물이다. 그도 <GTA 5>의 프랭클린과 마찬가지로 '갱스터' 생활을 청산하고 싶지만, 친형과 친구들 때문에 그루브 갱과 계속 얽힌다. 스토리 중간의 '자동차 절도 사건' 이후 삼합회를 통해 자신의 몸집을 불린 다음, 그 힘으로 스트리트로 돌아가 자신의 형과 친구들을 구원하고 갱의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다.

 

'GTA VC'의 버세티 패밀리. 토미는 후반부에야 자기 갱을 꾸린다.
'GTA SA'의 그루브 스트리트 갱.

 

칼 존슨은 스토리 중간 갱을 벗어난다. 그는 갱과 얽히던 와중에도 연애도 하고 체육관도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아서 모건은 갱단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아서 모건은 평생을 갱과 함께 했다.​ 게임에서 사냥과 낚시 같은 소소한 활동부터 열차 강도 같은 범죄 행위까지 모든 행동은 갱단과 연결된다.

 

먹을 것은 부족하지 않은지, 약품은 충분한지, 캠프에 닭장이나 마구간을 놔줄지, 총알은 모자라지 않은지, 캠프의 경계 태세는 어떤지, 갱단원의 생활은 괜찮은지 하나하나 챙겨줘야 한다. 물론 아서 모건이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든지 담배 카드를 수집하는 등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아서 모건이 부수 활동으로 번 재화 역시 캠프의 성장을 위해 일정 부분 갱단이 가져가게 된다.


칼 존슨이 혈연과 우정에 묶여 미션을 수행하는 갱단의 요원이었다면, 아서 모건은 갱단의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신경 써야 하는 갱단의 살림꾼이자 행동대장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아껴 키워온 갱단이 분열하는 모습은 <GTA VC>나 <GTA SA>의 분열보다 더 큰 상실감을 준다.

 

갱단이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돈을 바쳐야 한다.
돈을 많이 벌면 갱단 캠프에 닭장도 놔줄 수 있다.

 

갱단의 '꿈'은 어디로 갈 것인가?

 

반 더 린드 갱단

여타 락스타게임즈 게임에서 조직은 주인공에게 돈과 명예를 주는 도구이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아서에게 갱은 끊임없이 돈을 바치고 돌봐야 하는 대상이다. 그가 틈틈이 기록하는 일지를 보면 그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보다 갱단의 상태가 어떤가 기록한 것이 대부분이다.

 

아서 모건은 전형적인 '츤데레' 캐릭터로 "내가 왜 이것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라며 갱단원의 소소한 부탁을 들어준다. 갱의 살림을 맡는 아서 모건은 락스타게임즈 게임 주인공 중 가장 이타적인 캐릭터이기도 한데, 구 애인부터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까지 선뜻 도와준다. 아서 모건이 '츤츤거리며' 곤경에 처한 NPC를 돕는 모습은 아서 모건이 갱단 잡기에만 혈안이 된 보안관보다 더 보안관 같다는 느낌을 준다.

 

평생을 갱단에 몸담은 중역 아서 모건은 자신이 몸담은 갱단을 위해 장작도 팬다.

 

아서 모건은 기본적으로 낯선 사람의 의뢰를 잘 들어준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의뢰를 수락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5. 소외되고 쫓겨난 사람들에게 느긋한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아서가 기를 쓰고 먹여 살리는 반 더 린드 갱단은 출신, 지역, 인종, 성별이 모두 다르다. 다양한 성분의 조직원의 공통점은 모두 소외되고 쫓겨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서의 갱단은 천애 고아거나, 가진 것 없는 노예의 후손이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연인으로부터 숨어들어온 여성이거나, 대대로 살던 땅을 빼앗긴 인디언이다.

 

게임 플레이 중 이들의 성장 배경이나 갱단에 입단한 계기를 알 수 있는 편지나 사진, 대화 같은 '떡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쫓겨난 신세인 이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에 살기 힘들다. 갱단이 생계를 유지하려면 남의 물건을 훔치게 된다. 그에 공권력의 현상 수배가 붙으면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다른 곳에서 범죄를 저지른다. 게임 속에서 갱단은 그렇게 조금씩 법질서에서 점점 더 밀려난다.

 

갱단 캠프 곳곳에서 갱단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다.

 

법질서 바깥의 갱단은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서는 안 되는 족속이다. 이 시대의 시민은 말 위에서 도둑질할 것이 아니라 석유와 전기가 지배하는 산업 시대의 역군이 될 역량을 갖춰야 한다. 갱단 사람들은 그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살기에는 너무 단순하고 순진하다. 감상적인 인간애와 서부의 소박한 공동체를 자본주의의 냉혹함과 법질서의 엄정함은 허락하지 않는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공식 사이트에 공개된 시놉시스에서 예고된 바와 같이 반 더 린드 갱단은 시간이 갈수록 분열한다.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갱단 단원끼리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보낸 즐거운 시간이, R2와 L2와 네모와 동그라미를 일일이 눌러야 했던 느릿느릿하고 번거로운 시간이 씁쓸하게 돌아온다.

  

게임이 후반부로 갈수록 갱단은 점점 힘을 잃는다.

 

느릿느릿하고 번거로운 게임의 리듬은 동시대 게임 중 <레드 데드 리뎀션 2>만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리듬이지만, 동시에 모든 대상을 조금씩 관조하다가 순식간에 결투를 벌이는 서부극의 리듬이기도 하다. 사실 아나키 상태의 갱단이 보안관을 위시한 공권력과 얽히며 일어나는 이야기는 서부극의 단골 소재였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완벽하게 서부의 이미지와 의도를 재현해냈으면서도 선형적으로 흘러가는 극영화와는 달리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비선형적 내러티브로 플레이어가 직접 갈등과 선택 요소를 선택한다는 재미를 준다. 

 

#6.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사게 하는 것을 구현한 게임

 

8년의 개발 기간, 30만 개의 애니메이션, 50만 줄의 대화, 60시간의 스토리, 역대 락스타게임즈 게임 중 가장 큰 맵…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초대형 볼륨의 작품이다. 10월 초 댄 하우저 락스타게임즈 부사장이 한 연예지와의 인터뷰에서 "<레드 데드 리뎀션 2>을 제작하며 주 100시간 일했다"라고 말해 크런치 논란을 빚었지만, 댄 부사장의 말은 회사가 <레드 데드 리뎀션 2>에 그만큼 많은 역량을 투여했다고 자신감 있게 말한 것이기도 하다. (바로가기)

 

서두에 언급했듯이 <레드 데드 리뎀션 2>은 지루한 게임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서 모건의 손을 닿지 않는 게 없다. 게임즈비트(GamesBeat) 리포터 제프 그룹(Jeff Grubb)은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게임이 지나치게 디테일한 요소까지 구현하려고 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라며 "너무 많은 선택지 탓에 숨이 막힌다, 이는 곧 선택의 역설이다"라고 비판했다. (바로가기

 

서랍장을 일일이 열어야 하고 시체를 전부 뒤져야 하는 번거로움은 게임의 다음 빌드에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락스타게임즈가 11월 <레드 데드 온라인>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데, 온라인 게임에서도 그런 느릿한 템포를 유지한다면 피로도가 배가될 수 있다. 옵션을 통해 시체나 서랍을 일일이 루팅할지 한 번의 버튼 조작으로 전부 루팅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면 어떨까?

 

하지만 '선택의 역설'에는 동의할 수 없다. 락스타게임즈 게임의 핵심 주제는 갈등과 선택이다. 게임 스토리에는 숱한 배신과 복수 스토리라인이 깔려있으며,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로만 벨릭을 죽일지 살릴지(<GTA 4>)처럼 큰 요소부터 '무슨 옷을 입을까?'처럼 작은 요소까지 '선택'해야 한다.

 

얘를 죽여, 살려?

 

락스타게임즈가 구현한 오픈 월드가 칭송받는 이유는 갈등과 선택 요소를 게임 속에 잘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제프 그룹은 "투옥된 갱단 멤버 마이카를 구하는 미션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마이카를 구할 수 없어 '선택의 역설'이 발생한다"라고 비판했지만, 핵심 미션에서는 어느 정도 '이렇게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며 게임 스토리를 계속 진행하게 만드는 것이 오픈 월드 게임의 매력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락스타게임즈 게임이 자랑하는 갈등과 선택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지루할 정도로 꼼꼼한 세부 요소에는 미국 서부 전환기 속으로 플레이어를 집어넣으려는 락스타게임즈의 의지가 담겨있다. 말을 타고 자연경관을 둘러보는 것부터 머리를 어떻게 자를까 고민하는 것까지, 게임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모든 것은 주인공의 선택이다.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락스타게임즈 게임의 열린 선택과 디테일을 칭찬한 베데스다의 토드 하워드는 게임이라는 콘텐츠의 목표를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사는 것'(live another life, in another world)이라고 정의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는 정확하게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사는 것'과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오픈 월드'를 느끼고 싶은 게이머에게 <레드 데드 리뎀션 2> 여행이 여러모로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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