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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허접만담 w/ 정상원] 게임 판이 바뀌러면 인디스러운 회사가 성공해야 한다

넥슨 개발 총괄 정상원 부사장 인터뷰 (2)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임상훈(시몬) 2018-07-10 15:43:00

3년 만의 인터뷰, 물어볼 게 많았습니다. 10년 전, 아니 3년 전에는 묻지 않았던 것들을 주로 물어봤습니다. 스팀과 콘솔, 인디 등에 관한 이야기였죠. 정상원 부사장은 ‘게임성이라는 알맹이는 플랫폼이 바뀌어도 다르지 않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굴과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1) [허접만담 w/ 정상원] 넥슨은 왜 파격적인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선택했나? (보러가기)

(2) [허접만담 w/ 정상원] 게임 판이 바뀌러면 인디스러운 회사가 성공해야 한다 (현재 글)

 

1. <배틀그라운드>와 스팀, 콘솔, PC 온라인게임의 미래는?

디스이즈게임 임상훈 기자(이하 시몬): 3년 전 인터뷰에서도 ‘설탕 공장’이 돼가는 한국 게임 생태계를 걱정했는데, 그 사이 참 많은 게 바뀐 것 같다.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이 나오기도 했지만, 국산 게임에 대한 반발이 많아지면서 스팀을 즐기는 게이머가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또 PC 온라인게임이 잘 되던 시기 ‘콘솔은 곧 망할 것 같다’는 정서도 있었는데, 지금은 콘솔이 굉장히 잘 되고 있는 상황이고. 한국 게임 개발사들은 예전과 다른 전략이 필요할 법한데, 넥슨 개발 단위에선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넥슨 정상원 부사장(이하 띵): <배틀그라운드>는 다들 성공할 줄 몰랐다. 당시 블루홀 상황이 넉넉치 않아, 언리얼엔진도 못 사고 내부적으로 긴가민가했던 프로젝트로 알려졌는데 대박이 났다. 이 맥락에서 희망을 보자면, 성공은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예로 들면, <카운터스트라이크>, <서든어택>과 같은 게임 기조에서 캐주얼한 게임성이 아닌 기승전결이 있는 게임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다른 게임이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반응하고 시장은 움직인다. 시장이 매번 같다면, 더 이상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필요가 없을 텐데, ‘환경이 변하면 우리가 맞출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넥슨 내부적으로는 ‘낚싯대’를 여러군데 설치하고 싶다. 각 스튜디오가 제일 잘하는 낚시터에서,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길 바라기 때문에, 너무 한 파트로 몰리는것도 원하지 않는다. 비판적인 시각으로는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 아무거나 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 있는데, 회사가 존망이 걸린 일이나 상황이 아니니까. 

 

시몬: 콘솔 게임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띵: 콘솔 이슈도 나는 돌고 돈다고 본다.  결국 게임인데, 어떤 형태로 보여지냐는 것이다. PC와 콘솔을 비교해보면 옛날부터 PC시장이 굉장히 컸다. 그러나 해적판 문제가 불거지고 일부 게임사는 대안으로 콘솔 게임으로 내려가자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다른 편에서는 유저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하게 만들 계획을 세웠고. 이 편의 사람들이 콘솔이 망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콘솔의 장점은 해적판이 없다는 것 뿐이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콘솔 게임은 게임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반면, 온라인게임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커뮤니티, 부분유료화 같은 부가적인 기술을 성공 포인트로 잡았다. 그래서 온라인게임은 알맹이의 혁신보다 껍데기만 커지고 있었고, 결국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 기조에서 모바일 플랫폼이 나오고, 넥슨은 ‘모바일은 (아직 덜 익은) 신포도’라고 생각했다. NC도 마찬가지였고. 넷마블은 (온라인게임의 실패로) 잃을 게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모바일시장으로 갔는데, 온라인게임보다 개발 비용은 훨씬 적었음에도 결제가 쉽고 편해 매출이 올라간 거다.  

 

게임을 비교해보면 콘솔게임의 게임성이 제일 좋다. 다음은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순서다. 그런데 콘솔게임이 모바일게임의 커뮤니티 요소와 편의성을 가져오면 다른 플랫폼은 큰일날 거다. 부가적인 ‘비본질적 기술’에 집중하다 보면 기본이 부족할 거다. 그래서 우리도 ‘게임의 코어를 살려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콘솔이 언젠가 역습을 할 거다. 세 플랫폼의 성능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비슷해지고 있으니까. <몬스터 헌터> 같은 게임이 모바일로 나온다면, 큰일 나는 거다. 그 시기를 대비하기 위해, 콘솔을 얕잡아보기보단 연구해야 한다. 우리도 경쟁해보려고 인력도 충원하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시몬: 새로운 스튜디오 체제에서는 콘솔게임 쪽 개발도 스튜디오 별로 알아서 진행할 수 있나?

 

띵: 그렇다. 덧붙여 각 스튜디오마다 하고싶은 플랫폼을 강제하지 않는다.

 

시몬: 그런데, 콘솔 쪽은 <던전앤파이터>처럼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잖은가. <던전앤파이터>는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구조인데, 콘솔은 영화와 같이 엔딩이 있는 구조니까.

 

띵: 10년 이상 롱런하는 게임을 보면 그 후속작은 오래 못 가더라. 콘솔도 초반에 나왔던 IP는 엄청 오래 가거든. 그쪽에서도 모바일이나 온라인게임과 같은 BM을 언젠간 붙이고 나오지 않을까. 명작 게임을 보면, 콘솔 플랫폼은 한번 돈을 내는 한 계속 칭송받는 거고, 우리는 부분유료화를 하는 한 욕을 먹어서 불리한 입장인데, 그건 어쩔 수 없다치고 콘텐츠 완성도는 끌어올려야 한다 생각한다.

 

시몬: 스팀도 그렇고, 넷플릭스도 그렇고 해외 플랫폼이 계속 확장되고 있고, 덕분에 충분히 규모 있는 수익을 거두는 모델이 나오고 있다. 예전과 같은 방식의 부분유료화를 꼭 고수할 필요는 없어 보이기도 한다.

 

띵: 그렇다. 우리도 패키지로 출시하는 방법을 계속 테스트하고 있다. <로브레이커즈>는 잘 안 됐지만. (웃음) 안 되는것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시몬: 그나저나 향후 스팀 플랫폼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넥슨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고?

 

띵: 스팀은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유료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처럼 해적판 게임을 하기보다는 내가 즐기는 것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낸다는 분위기가 퍼져나가고 있어서 PC쪽 게임도 크게 성장은 못하지만 영역을 야금야금 확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덕에도 사용자층이 많이 늘어서 앞으로는 스팀이 한국 게임들이 글로벌로 나가는 창구가 되리라 본다. 넥슨도 PC게임에 힘을 주고 있기 때문에 콘솔/PC 쪽의 게임을 제작하면서 스팀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예전에 콘솔이 망하고 온라인이 득세한다. 온라인이 망하고 모바일 세상이 온다고 했지만 각각 자기 영역에서 자리를 잘 잡고 발전하지 않을까.

 

시몬: 그런데 넥슨의 경우 <서든어택2>가 접히는 등 대형 PC 온라인이 실패했고, 3N 모두 온라인보다 모바일에 훨씬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인데. 

 

띵: PC 온라인게임은 앞으로도 계속 잘 살아 있을 것 같다. 현재 PC 온라인게임이 제작이 줄어든 이유는 모바일게임에 비해 매출에 대한 기대도가 낮기 때문이다. 모바일 RPG로 대변되는 장르에서 결제한도 제한도 없으며 자기 시간의 투자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경쟁을 콘텐츠로 삼는 게임들이 너무 잘되고 있어서 사업성만 생각한다면 PC 온라인게임은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중국도 이미 모두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갔고 PC 온라인게임을 하는 회사는 정말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성 및 유저 간의 스킬베이스 경쟁을 하는 시장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또한 모바일게임이 매출이 클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에 대한 충성도는 PC 온라인게임 장르보다 낮다고 본다. 따라서 넥슨은 PC온라인과 모바일 콘솔에 골고루 개발을 하려고 한다.

 

아쉽다면 PC 온라인게임에서 뭔가 획기적인 것을 시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쉬운 결과도 있었고 지금 만드는 것들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있으니 앞으로 PC 온라인게임이 나오면 자손이 귀한 집에서 나온 자식이라 생각하고 애정 어린 질책을 부탁드리고 싶다.

 

 

“게임에 대한 충성도는 PC 온라인게임 장르보다 모바일게임이 낮다고 본다.”

 

2. 인디스러운 회사가 성공해야 한다

시몬: 어떤 면에서 보면 넥슨은 EA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회사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를 봐도 그렇고,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었고, 기존에 있던 IP를 계속 잘 사용해서 수익을 거둔다는 점 등에서. 그런데, 지난 번 만났을 때 이야기했던 것처럼 EA는 <어 웨이 아웃>(A Way Out>의 사례처럼 ‘EA 오리지널’(EA originals)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 인디 개발자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 덕분에 브랜드도 좋아진 면도 있고. 넥슨도 넥슨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EA 오리지널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면 좋지 않을까? 오지랖 넓은 이야기지만, 넥슨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국내 게임 개발 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을 테니까. 개발자 양성이나 발굴, 넥슨 브랜드에도 도움도 될 것이고.

 

띵: 동감이다. 전에 이야기 듣고, 가능한 이야기인지 알아보고, 그럴 만한 회사가 있는지도 찾아봤다. 사회환원도 많이 하는데 이것도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제대로 하려면 회사 내에서 컨센서스(합의)가 많이 있어야 한다. 그것 말고도 게임도 오디션처럼 한 게임사를 뽑아 지원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디션 하면 어차피 하나는 결정하게 돼있는데, RPG를 뽑지는 않을 테고, 여러 아이디어 중에 하나 진행해보는 것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회사를 떠나 생각을 하면, 우리나라에선 인디스러운 회사가 꼭 성공해야 한다. 성공하면 또 생각이 확 바뀔 거다. 지금은 10명, 20명 가지고 아이디어 내봐야 다운로드가 안 나온다. 사람들이 게임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유저가 게임을 찾지 않으니까 웹진도 당연히 안 되는 거고. 기사 내용도 대부분 회사에서 나오는 자료 가지고 쓰고, 기획기사 쓸 이유가 없고. 그러니까 유저들 게임은 다 그래, 하고 기대도 안 하게 되고. 그냥 손바닥 안에 올라온 게임(랭킹 상위 게임)은 하게 되는 거고. 그러려면 게임회사는 또 마케팅에 돈을 많이 써야 하고.

 

 

EA가 인디게임 지원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 ‘EA 오리지널’을 통해 발매된 ‘어 웨이 아웃’. 큰 성공을 거둬 화제가 됐다.

 

시몬: 그러니까 그런 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넥슨이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띵: 마이너한 게임 만들어서 성공하거나, 마이너한 게임이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이너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둬서 판이 바뀌면 좋겠다. 사실 한국 게임 시장에서 한 회사가 매출 1조 원를 뽑아가면 다른 회사는 남는 게 없다.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중국이나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인 것이라면 박수 칠 일이겠지만.

 

냉정하게 넥슨은 네오플 빼면 그렇게 흑자가 많이 나는 구조는 아니다. 그렇지만 스튜디오가 흑자가 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자체적인 폼을 만들자, 거기까지다. 의미있는 제품을 만들건 아니면 각자 먹고 살만큼 만들건 허들이 낮다. 다른 회사처럼 매출 10등 안에 들어야 한다, 그런 것 없고. 먹고 살만큼만 벌면 뭐라고 안 그럴 거다. 먹고 살진 못해도 박수 받을 수 있으면 뭐라고 안 한다. 기준이 그렇게 높지 않다. 제품을 만들고, 돈을 벌던 호응을 받던 의미있는 결과를 내든 거기까지만 바라는 거고. 물론 <던전앤파이터> 매출이 줄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웃음) 

 

지금 현재의 구조는 딱 거기까지만 해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 상태에서 어느 순간에 사람들이 느낄 것 아닌가. 아무리 RPG를 삥삥 돌아봐야 먼저 한 사람이 장땡이고 뒤에 한 사람은 할 것 없고. 게임 구조가 쳇바퀴를 도는 느낌이다. 언젠가는 무너질 거다. 언젠가는 스토리 베이스, 게임성 베이스가 주류가 되는 시대가 오면, 그때까지 준비한 것을 가지고 승부를 보자, 그런 생각이다. 세상이 망하든 어쨌든 게임이라는 것의 알맹이는 같은데, 그 알맹이가 콘솔로 올 수도 있고,  모바일로 갈 수도 있고, 장르가 다를 수도 있다. 그 알맹이를 열심히 하려는 거다. 코어(핵심)에 매진하는 것이 공통 전략이고, 사람들마다 보는 입장이 다르니까, 각 스튜디오마다 보는 관점에서 각자 코어를 키워가면 된다.

 

시몬: 그런 관점에서 국내 개발사 중에 눈여겨 본 곳은 있는지?

 

띵: 본 데는 많다. 로드컴플릿이나 방치형 게임을 만드는 작은 개발사 등 괜찮은 개발사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 게임시장은 대기업과 소규모 개발사가 양분화된 게 문제다. 중간이 없는 상황이니까. 사실 우리도 네오플이 없었으면 상황이 더 힘들었겠지. (웃음)

 

 

‘크루세이더 퀘스트’로 이름을 알린 로드컴플릿은 꾸준히 차기작을 출시하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3. 가장 중요한 역량은 아이디어를 만들고, 현실화하는 능력

시몬: 정말 심각한 양극화다.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 업체들도 안심할 수 없다고 본다. 지난해 넥슨은 물론 NC와 넷마블이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는데, 잘못하면 역대 최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NC에게는 ‘리니지’가 최고 IP고, <아이온> 등을 제외하면 남은 IP도 별로 없고, 그 뒤를 이을 새로운 IP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넷마블도 최근 성공작은 대부분 외부의 유명 IP를 가져다 만든 것이고. 새로운 IP, 즉 새로운 성공작의 개발은 한국 대형 게임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숙제인 것 같다. 넥슨은 지난 몇년 간 인큐베이션을 통해 키워내려 했지만 성과를 이루지 못했고.

 

띵: 동의한다. 이번 개편으로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아무 효과도 없을 수도 있다. 판은 깔아놨고 개인의 역량에 맞춰놨으니, 지켜볼 수밖에.

 

시몬: IP에 의존하는 경향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띵: 현재 모바일게임이 케이블TV를 뒤덮고 있는 상황(편집자 주: 게임광고를 이야기함)에서는 계속 이럴 것 같다. 모바일게임 유저들이 아주 일부는 새로운 게임을 찾아  한다고 하지만 대다수는 구글이나 애플의 랭킹을 보고 게임을 하게 된다. 따라서 TV광고를 하거나, 원래 IP의 이름이 있거나 하면 초기에 유저들이 시도를 하는데 매우 유리하다. 그렇게 해서 인기 랭킹에 오르면 다른 사람들도 또 해보기 때문에 IP가 없이 바닥부터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훨씬 어려운 일이긴 하다. 

 

문제는 IP는 쓸수록 단물이 빠지기 때문에 온갖 부제를 붙인다고 해도 첫 타이틀 이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그나마도 메인으로 써먹을 IP들은 거의 다 쓴 것 같고 영화나 애니메이션 IP들은 가격이 매우 세다. 가뜩이나 개발비보다 마케팅에 힘을 주는 상황에서 IP를 탐닉하다 보면 개발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엇비슷한 게임에 ‘리스키닝’(표면만 바꿈)이라는 악수를 둘 수 밖에 없다. 적당히 잘 사용을 하면 소금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막 쓰다 보면 너무 짜서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높다.

 

 

“메인으로 써먹을 IP들은 거의 다 쓴 것 같고 영화나 애니메이션 IP들은 가격이 매우 세다.”

 

시몬: 예전에는 개발자 뽑는 게 어렵다고 했는데.

 

띵: 지금도 어렵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회사도 많아서 딱히 말은 안 하는데, 게임 쪽에서는 스타가 나오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의식을 갖고, 꿈을 품고 들어오는 사람이 더 줄어든 것 같다. 오히려 미국에서 사람을 구하는 게 어느 면에서는 더 쉬운 것도 같고. 게임도 영화를 만드는 것 같이 프라이드가 있거든. 누구든지 이름을 날려서 ‘저런 사람처럼 될래’ 이런 게 옛날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아니고. 반대로 중국은 엄청 성장했다. 업무환경도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3교대로 돌리고 카피도 하고, 그러잖은가. 공장형으로 돌리는 게 효율 차원에서는 몇 배쯤 나을 수 있다. 돈이 많다 보니 우리나라보다 더 신기한 게임이 많이 나오더라. 투자나 인센티브도 잘 이루어지고 있고.

 

시몬: 중국도 투자는 예전보다 안 좋아졌다. 중국도 양극화가 심해졌다. 게임 시장을 텐센트나 넷이즈가 잡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게임 투자는 2~3년 전부터 많이 말라갔다. 그럼에도 시장이 크고, 메이저 회사들이 흥행하는 모바일게임 개발사나 개발팀 인재들에 대해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문화가 있더라. 그렇게 스타도 탄생하고. <왕자영요> 만든 개발자는 별도로 1억 위안(180억 원)을 인센티브로 받았다. 그 개발팀 역시 1억 위안의 보너스가 지급됐고. 그런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소위 ‘돈 버는’ 프로젝트를 했던 인력이 참신한 게임을 못 만든다고 하더라. 돈 버는 것에 머리가 묶어버려서. 당연히 중국에서도 PC 온라인게임은 거의 안 만들어지고 있다. 그나저나, 기존 PC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은 현재 시장 환경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띵: 스팀의 인디가 딱 모델이라고 본다. PC 온라인게임은 퍼블리셔를 피할수 없고 그러다 보니 퍼블리셔의 입맛에 좌우되기 쉬운데 스팀은 PC 또는 PC 온라인에서 뭔가 독특한 것을 유저들과 직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넥슨의 경우는 PC 온라인게임이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이런 저런 기회를 많이 찾아보고 있으니 PC 온라인게임에 로망이 있고 창업을 하실 분들은 넥슨 퍼블리싱을, 창업까지는 아니지만 의지나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들은 넥슨의 각 스튜디오에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

 

시몬: 향후 게임 생태계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역량을 키워나가는 게 좋을까?

 

띵: 가장 중요한 역량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 천지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는 하지만 여기저기 신선한 요소들을 찾아내고 새로운 시도를 해서 미친 생각 같긴 하지만 게임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굽히지 않고 가지고 있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도 그렇고 온라인도 그렇고 더 이상 장르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배틀그라운드>가 세상에 나와서 큰 충격을 줬던 것처럼 뭔가 새로운 것은 나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콘솔에서 인디에서 모바일에서 잘된 게임들을 플레이하면서 뭔가 아쉬운 점들, 그리고 잘된 것들을 찾아 새로운 해석을 붙인다든지 하면 길이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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