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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잃어버린 사행성을 찾아서] 3화: 게임이 재미있을수록 사행성이 강해진다고요?

규제 관점에서 사행성 바라보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19-03-19 12:06:48

[잃어버린 사행성을 찾아서] ​‘사행성’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사행성은 ‘우연한 이익을 얻고자 요행을 바라거나 노리는 성질. 또는 그러한 특성’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혹할 법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자극한다는 특징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와는 다른 엄밀한 법적 개념과 관리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이 이러한 ‘사행성’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연재물을 선보입니다. 필자 노시흥씨는 2000년대 초반, 일본의 빠찡코, 빠찌슬롯 로컬라이즈 작업에 참여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지금도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행성. 뭔가 위험해 보이지만 그간 우리가 제대로 알지는 못했던 미지의 세계.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 외부 연재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지난 편을 통해 '사행'은 비교적 명확한 on/off의 개념이지만 '사행성'은 애매한 무언가라는 것을 충분히 알게 되었습니다. ‘환금'을 ‘직접’ 해주지 않으면 사행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럼 모두가 없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사행성이 게임물관리위원회같은 심의 기관에 의해 '경미', '심각' 같은 판정을 받는 세계로 가보겠습니다.

 

심의 기관에서 어떤 새로운 기능, 게임 요소에 대해 '사행성이 매우 심각하여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내려주면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일단 사행성으로 심의 거부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하는데 적어도 법적으로는 아무 지장이 없다는 뜻이 됩니다.  

 

 

환금을 해주지 않으므로 사행이 아닌 개발/서비스 업체는 억울하긴 합니다만, 서비스 자체는 가능하니 일단 넘어갑니다. 심의 거부를 당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냥 '재미있게' 만들었는데 사행성이라고 자꾸 연락 옵니다. 도대체 뭘 고치면 되는 걸까요?

 

아래 이야기는 실제 인물, 단체와는 무관하며 허구임을 우선 밝힙니다. 

 

심의 기관: 귀사 게임이 경마를 '모사'하고 있네요... 이건 좀...

게임 개발사: 그러면 '몬스터'가 경주를 하면 될까요?, '경주'가 마음에 안 들면 '배틀'을 해서 승자를 가리게 고치면 될까요?

심의 기관: 어... 그건...

게임 개발사: '몬스터'를 특정한 방식으로 강화/합성하면 더 강해지므로 우연이 아닌 '실력에 의한' 승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심의 기관: 어... 그... 그것도...


아무튼 뭔가 기준이 있겠네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규정 12조를 봅시다. 명시적인 기준 중에는 '유료 재화를 이용하여 이용자 간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게임 시스템 등이 존재하는 경우'에 청소년 이용불가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항목에 의하면 환금은 아니지만 환금성으로 인해 청소년 이용불가가 되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개발/서비스사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규제 측에서는 환금이 가능한 구조가 존재하는 이상 환금성을 판정해버립니다. 

 

게임 개발사: 그러면 이용자 간 아이템 거래는 없습니다만, 몬스터가 패배하면 진 사용자는 게임 머니를 좀 잃고 이긴 사용자는 게임 머니를 좀 받으면 거래는 아니니까 우리 게임은 '청소년 이용불가'는 아닌 것 같은데요... 심지어 사용자 간 주고 받는 것도 아닙니다.

심의 기관: 그... 그만...

  

 

사용자간 아이템, 게임 머니 거래 없이 MMO를 무슨 재미로 합니까. 귀속으로 하면 되지 않냐고요? 귀속 따위는 MMO의 취지를 모르는 시스템입니다. 게임 재미 없어지잖아요. 억울하지만 '청불'까지는 받아들입시다. 서비스하는 데 문제 없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심의해 준 엄연한 '게임'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너무 모호하긴 하네요.

 

동 규정의 3장 '사행성확인 기준' 항목도 있습니다. 지금 보니 아케이드의 경우, 시간당 1만 원으로 줄어있는 것 외에는 바다 이야기 시절보다 더 항목이 모호하네요. 손혜원 의원이 이야기했던 '베팅 속도'도 규정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전에는 '4초 룰'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시간당 1만 원인 이상 나머지는 뭔가 조정할 여지가 없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요?  

 

시간당 1만 원이니 하루 24만 원, 일주일에 한 번 와서 24x7=168만 원 한 판하고 가면 안 될까요?

화끈하네! 그 정도로 어림없지!

한 달에 한 번 168x4=672만 원으로 단판 승부 어때? 

두근두근 손에 땀이 쥐어지는 걸! 벌써부터 그 날이 기다려져!

물론 안 됩니다.  

그러면 기계를 스마트폰만 크기로 만들면 한 번에 10개 돌릴 수 있으니까 그렇게라도 하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물론 안 됩니다. ‘기계를 작게 만들면 안 된다니!’ 

그러면 귀찮으니까 자동으로 돌아가게 하고 퇴근길에 들러서 결과 확인하면 안 될까요? 10시간에 한 번 확인하는 건데... 아니 들리기도 귀찮으니 때 되면 스마트폰으로 관리하고 푸시 주시면 안 되나요? 요즘 푸시 안 해주는 게임이 어디 있다고... 

물론 다 안 됩니다.  

 

뭐 말만 하면 다 안 되네요. 내가 내 돈 쓰겠다는데 뭐 이리 규제가 많은지.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모바일은 결제 제한도 없는데 왜 아케이드는 결제를 제한하는 건지. 아케이드 쪽이 더 억울하실 것 같긴 합니다만 넘어갑시다. 

 

 

규제가 너무 모호하니 게임 만들기 어렵습니다. 심의 기관의 의중을 확인할 방법이 없을까요? 국내와 달리 다행히도(?) 일본 빠찡꼬 규제에는 게임을 재미없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규제가 아니고 무슨 기획서 같습니다. 이걸 살펴보면 어떤 요소들이 게임을 재미있게 해 심의 기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유기기 인정 및 형식의 검정 등에 관한 규제’ 라는 어려운 이름의 법률 원본 출처를 찾아봅시다. '유기기(遊技機)'는 게임기의 법적인 표현입니다. 

 

第六条 法第二十条第三項の遊技機の型式に関する技術上の規格(以下「技術上の規格」という。)は、別表第二及び別表第三に定めるほか、次の各号に掲げる遊技機の種類に応じ、それぞれ当該各号に掲げる表に定めるとおりとする。

 

一 ぱちんこ遊技機 別表第四(빠찡꼬 게임기는 별표 4를 보시오)

二 回胴式遊技機 別表第五(빠찌슬롯 게임기는 별표 5를 보시오)

 

요는 별표에 따로 정리되어 있으니 보라는 이야기 같군요. 별표로 가 볼까요?

별표에는 규제 항목이 몇십 페이지씩 이어집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용사는 위 링크의 원본 법률을 보시면 됩니다. 아래는 별표의 규제 중 일부 발췌입니다. 

 

 (ヘ) 役物連続作動装置の1回の作動により特別電動役物が連続して作動する回数が変動するぱちんこ遊技機にあつては、次の式により得られる連続して作動する回数の期待値について、ヘ(リ)に規定する関係が成立するものであること。 

ただし 

 

Nは、役物連続作動装置の1回の作動により特別電動役物が連続して作動する回数の期待値

Qiは、特別電動役物がi回連続して作動する確率の値

(ト) 作動確率の値が複数定められているぱちんこ遊技機にあつては、その個数は2を超えるものでないこと。この場合において、次の式により得られる作動確率の期待値について、ヘ(リ)に規定する関係が成立するものであること。 

 

Mは、作動確率の期待値

MHは、作動確率の値のうち高いもの

MLは、作動確率の値のうち低いもの

Pは、作動確率の値が高い場合における役物連続作動装置の作動の開始が連続して生じる回数の期待値

 

수학책에서 잘못 복붙한 것 아닙니다. 규제입니다. 빠찡꼬 만들려면 수학 잘해야 할 것 같네요. 수포자는 웁니다. 게임 내용 뿐 아니라 외형도 규제합니다. 

 

ハ 遊技盤の構造に関する規格は、次のとおりとする。

(イ) 遊技盤は、板に入賞口及び遊技くぎ、風車、保留装置その他の遊技球の落下の方向に変化を与えるための装置(以下この表において「遊技くぎ等」という。)が備えられている構造とすること。

(ロ) 遊技盤の大きさは、一辺が500mmである正方形の枠を超えず、かつ、直径が300mmである円を含むことができるものであること。

ニ 入賞口及びゲートの構造に関する規格は、次のとおりとする。

(ヘ) 第1種非電動役物の作動により拡大した場合における入賞口の入口の大きさは、55mmを超えるものでないこと。

(ト) 第2種非電動役物の作動により開き、又は拡大した場合における入賞口の入口の大きさは、55mmを超えるものでないこと。

(チ) 普通電動役物の作動により開き、又は拡大した場合における入賞口の入口の大きさは、55mmを超えるものでないこと。

(リ) 特別電動役物の作動により開き、又は拡大した場合における大入賞口の入口の大きさは、55mmを超え、135mmを超えないものであること。

 

일본어를 모르시더라도 숫자와 mm가 규격이라는 것은 대충 아실 수 있습니다.

그 뿐인가요, 심지어 메모리 제한도 있습니다(일부 발췌). 

 

イ 主基板に装着されるロムに関する規格は、次のとおりとする。

(イ) 記憶された情報の内容を出力することができるものであること。

(ロ) 記憶容量が16KBを超えないものであること。

(ハ) 制御領域(使用領域(不正な改造その他の変更を防止するために必要な情報以外の情報が記憶され、又は記憶されることとなるロム又はリードライトメモリーの記憶領域をいう。以下この表において同じ。)のうち、データ領域(使用領域のうち、プログラム以外の情報のみが記憶され、又は記憶されることとなる記憶領域をいう。以下この表において同じ。)以外の記憶領域をいう。以下この表において同じ。)とデータ領域とが区分されているものであること。

(ニ) ぱちんこ遊技機に係るロム((3)ニに規定するものを除く。)にあつては、制御領域の容量が3KBを超えず、かつ、データ領域の容量が3KBを超えないものであること。

(ホ) 回胴式遊技機に係るロム((3)ニに規定するものを除く。)にあつては、制御領域の容量が4.5KBを超えず、かつ、データ領域の容量が3KBを超えないものであること。

 

기가를 넘어 테라가 기본인 세상에 킬로바이트라뇨. 이 모든 걸 다 지키라는 쪽이나, 다 지키고 만드는 쪽이나 둘 다 놀라울 지경입니다. 창작의 자유 같은 건 없어 보이는 세계입니다.  

 

 

당시(바다 이야기 터지기 전) 위와 같은 규제에 맞춘 게임을 한국용으로 수정하는 것은 한국 규제가 몇 개 없어서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기억이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시간당 7만 원 이하, 1게임 4초 이상 외 한두 개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극적인 차이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위와 같은 규제들에 대해 '그 빠찡꼬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고 문답을 통해 규정들이 무슨 의미인지, 규정의 숫자가 바뀌거나 규칙이 바뀌면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위의 규정들은 사행의 '성립'여부보다는 '강화' 또는 '약화'하는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행 성립은 '영업 구조'입니다만, '강화', '약화'는 게임 내용의 '기획'에 해당합니다. 물론 환금성처럼 양쪽에 다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있긴 합니다.

 

앞으로 나올 규제에 대한 해석은 사법 기관 혹은 규제 측의 공식 해석이 아니고 그 빠찡꼬 전문가와 저의 해석이므로 실제 규제 의도는 그게 아닐 수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기획들이 나오더라도 순전히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어디나 사람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고 단지 몇 십 년 앞선 업계에서 먼저 규제당한 것에 해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이야기를 다 따라오시면 '베팅 속도'가 왜 사행성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베팅 속도' 이야기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까먹으셨을 것 같아서 재등장

저는 이 요소들이나 규칙을 '이퀄라이저'라고 부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요소를 최대로 해도 사행이 아니면 문제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나노 초로 기계가 자동 베팅하고 결과를 확인해도 주식은 사행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생각해 보니 말 그대로 환전만 해대는 외환 거래도 사행이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 같네요. 부럽습니다. 반대로 이미 사행인 경우도 이퀄라이저를 조절하면 더 강한 사행이 됩니다. 로또, 경마 같은 것들도 이 이퀄라이저에 해당하는 규제들을 받고 있습니다. 왜 1주일에 한 번만 해야 하는가, 왜 10만 원 구매 한도 제한이 붙는가 등이 이 이퀄라이저입니다. 

 

우선 규제에 들어가기 전에, 사행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생각해 봅시다. 그래야 그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여길' 요소를 규제할 수 있습니다. 실제 그런지 보다 고객 페르소나 같은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떠오르시나요? 

 

제가 빠찡꼬 전문가와 해당 일을 하기 전까지는 빠찡꼬 같은 것 하는 사람들은 다 제정신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특히 이른 아침 문 열리기 전에 줄 서 있는 모습 같은 것을 생각하면-물론 이것도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만...-그야 말로 소위 '도박 중독자'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일단 빠찡꼬 같은 사행인지 아닌지 모호한 것 말고 명쾌한 '로또'로 먼저 가 봅시다. 로또 당첨 확률은 몇 백 만 분의 1이고 당첨돼도 운영 수수료와 세금이 엄청납니다. 그래도 하는 사람들은 합니다. 바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음 질문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매주 1만 원씩 '로또'에 '투자'하여 10년 내 20억을 벌 확률(단, 원금 '손실형' 상품)

vs

매주 1만 원씩 '은행'에 '저축'하여 10년 후 20억이 될 확률(단, 원금 '보장형' 상품)

 

1만 원x48주(=1년)으로 어림 계산하여 1년 50만 원, 10년이면 500만 원이라고 칩시다. 크다면 큰 금액입니다. 사행이니까 법적으로 투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내 돈 쓰는 관점이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10년 뒤에도 그냥 그렇게 살 것인가, 20억 벌 확률에 한 번 원금 손실형으로 매주 1만 원 투자 해볼 것인가 라는 질문이 로또 참여자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분식 회계나, 내부자 거래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주식 판보다는 훨씬 공정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주식처럼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한 '실력'으로 승률을 높이고 싶다면 경마나 스포츠 토토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측을 잘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니 '투입 시간 당 효율'을 비교해보고 적은 노력으로 많은 당첨금을 노려볼 수 있는 자신에게 맞는 게임을 선택하게 됩니다. 

 

 

정확한 확률은 모르겠으나 매주 누군가는 안정적으로 당첨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폭삭 망할 우려가 있으며 개미는 못 번다는 주식보다 어느 면에서는 안심됩니다. 주식 예측보다 야구 예측이 더 취향이고 자신 있다면 스포츠 토토에 '투자' 해볼 만 합니다.

 

이처럼 사행 참여자는 생각 이상으로 합리적 결정을 합니다. 이게 그 전에는 생전 복권 한 장 사본 적이 없던 제가 빠찡꼬를 겪으면서 처음 받은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보기에 따라서는 궤변일 수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사행 참여자가 무슨 생각인가를 알기 위함입니다. 

 

사행 참여자를 비이성적인 사람으로 보게 되면 베팅 속도가 빨라지면 문제가 되는 이유를 '참여자가 무슨 트렌스 상태 같은 것에 빠지기 때문에 그런 건가?' 라는 식으로 잘못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빠찡꼬 가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빠찡꼬 금단 증상에 시달리다가 나온 것처럼 잘못 생각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의 마음으로 보면 참여자 기준의 사행 기본 공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간단하게 다음 공식에서 시작합니다. 

투자가치=최대 수익 - 비용

 

투자가치든 사행성이든 상관없는 원금 손실형 펀드 참가자 마음이면 다음 공식도 성립합니다. 

 

사행성=최대 수익(최대 배당) - 비용(참가비+노동비)

 

좋은(?) 사행 게임은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많은 당첨금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의 요소를 갖춰야 합니다. 그래서 사행 게임들은 적은 노력, 적은 비용으로 많은 당첨금을 받을 수 있게 구조를 짭니다. 그러면 원금 손실을 각오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투자 상품이 됩니다. 

  

 

완전히 규제가 없다고 가정하면 사행은 매우 많은 금액을 모아서 총 금액의 100% 이상의 당첨금을 줄 수 있습니다. 꽝 없는 로또가 가능합니다. 운영 수수료는 어떻게 하냐구요? 이 정도로 판이 커지면 참가자들이 넣은 돈의 은행 이자 수익만 해도 운영 수수료 하고도 남을 수 있습니다. 

 

음, 그냥 해당 업체가 그 많은 돈으로 은행업을 해서 당첨자 돈을 맡아주고 그걸 자기 자본 비율 삼아 훨씬 많은 금액을 대출해 줘도 되겠네요. 그러면 더 높은 당첨금을 줄 수 있겠군요. (어, 이건 이미 누가 하고 있는 듯...) 아무튼 제가 앉은 자리에서 5분도 안 걸려서 생각한 일을 다른 훌륭한 분들이 안 했을까요? 물론 다 시도했죠. 그래서 다 안 됩니다. 다 규제됩니다. 

 

그럼 개발 또는 운영 업체는 어떤 규제가 생기면 그 규제 하에서 투자 가치를 올릴 방법, 참가비+노동비를 줄일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해봤더니 효과가 없었다. 그러면 안 막힙니다. 효과가 없는데 막을 이유가 없죠. 근데 효과가 좋았다. 그러면 막힙니다. 이것의 반복이 누적됩니다. 그러면 위와 같은 빠찡꼬 규제-사행이가 어떻게 생겼나-가 나오게 됩니다. 

 

우리 사행이는 너무 매력적이므로 적당히 못 생기게 꾸며줘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사행이가 매력이 없었다면 애초에 규제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제 규제는 역설적으로 효과 좋은 기획의 참고서가 됩니다. 

 

그러면 세상 모든 것을 '사행성' 관점에서 따져봐야 하는 규제 입장에서 '재미'는 사행성 공식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게 될까요? 

  

 

그간 사행이 강해지는 것과 재미있어지는 것을 약간 뒤섞여 쓴 것이 있는데 이제부터는 사행이 강해지는 것과 게임이 재미있어지는 것을 분리하여 표현하겠습니다. 이유는 규제 관점에서는 재미도 사행성에 영향을 주는 이퀄라이징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상황에 어울리는 친구의 반응을 골라봅시다. 

 

개미: 내가 1일 2시간씩 20일, 총 40시간 ‘즐겁게’ '일해서' 5만 원 벌었어.

친구: 

a) 즐겁게 일했으니 참으로 보람찼겠구나.

b) 미쳤구나, 그거 받고 일하냐. 노동부에 신고해라.

 

배짱이: 내가 1일 2시간씩 20일, 총 40시간 ‘열심히’ '게임 했는데' 5만 원 벌었어.

친구: 

a) 그런 식으로 돈 벌려고 하면 못 써.

b) 그럴싸한데! 그 게임 이름 뭐니? 나도 좀 알려줘라.

 

이제 '재미'가 규제 입장에서 어떻게 보일지 보이시는지요? 

 

사행성=최대 수익(최대 배당) - 비용(참가비+노동비-재미)

 

재미가 있으면 비용이 더 적게 든 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수록 사행성이 강해진다는 뭔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사행성이 없으면 상관없습니다. 5만 원 선결제 해야 하고 게임을 아무리 잘해도 환금할 여지가 없는 <드래곤퀘스트11>은 아무리 더 재미있게 만들어도 사행이 아니거나 감질나게 사행 모사만 하고 말아버리는 매우 매우 나쁜 사행 게임입니다.  

 

<드래곤퀘스트11> 내 카지노에서 필요한 게임 금화를 다른 사용자에게 받거나 줄 수 있게 하면 이야기는 대번에 달라지겠네요. 재미있을수록 많은 사람이 하고, 게임 금화의 수요는 높아지며, 개발사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중개자가 등장하고... 이후는 다들 아는 코스로 가게 됩니다. 

 

 

여전히 알쏭달쏭하면 모범 교관 '로또'를 다시 소환해보죠. 로또를 한 장 살 때마다 판매소 앞에 있는 재미있는 게임을 한 판 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요? 반대로 게임 한 판 할 때마다 로또가 한 장 나온다면? 게임에서 매우 좋은 결과를 내면 숫자가 6개가 아니라 5개만 맞춰도 되게 한다면? 역시 앉은 자리에서 재미있게 할 방법이 마구 떠오르네요. 

 

로또가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해 로또 사용자가 특정 게임을 즐긴 횟수에 따라 해당 개발사에 비용을 지급한다면? 이 큰 시장을 놓고 매우 재미있는 게임들이 많이 나타날 것 같네요. 물론 다 안 되겠죠. 규제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으면 안 됩니다. 

 

반대로 재미없는 게임을 반드시 깨야 한다 거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니 장학퀴즈에서 나올 법한 문제를 하나 맞혀야 한 장 살 수 있게 해주거나 하는 규제가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재미없으면 체감 참가 비용이 올라가서 사행성이 내려가니까요. 아마 그러면 대신 깨주거나 퀴즈 풀어주는 사람이 나타나겠죠. 그리고, 그것도 규제되고...

 

아무튼 

사행성=최대 수익(최대 배당) - 비용(참가비+노동비-재미?)

 

위와 같이 투자자의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규제 관점의 사행성 기본 공식이 나왔습니다. 이제 게이머의 편의성을 올리고 재미있게 만드는 기획은 규제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행인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면 거의 제약 없이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습니다. 

 

그럼 기념할만한 이퀄라이저의 첫 번째 요소를 소개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 회 마지막에 나온 퀴즈 '빠찡꼬 역사에서 첫 번째 규제가 된 기획은 무엇이었을까요?'

이쯤 되면 답을 아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답은 '오토'입니다. 1953년에 '자동발사' 빠찡꼬가 출현하여 큰 붐을 일으키고 이듬해인 1954년 오토(자동발사)가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오토'면 사행성이 높아진다고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런!

분량 조절 실패로 3-2에서 다루겠습니다.

다음 편에 만나요! 이만~~

 

노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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