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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크루세이더 퀘스트 중국진출기 - 특이함으로 중국에 도전하다

장이슬(토망) 2016-04-28 12:05:10

로드컴플릿 배정현 대표는 발표 직전 고민이 있었다. 특이함으로 승부한 <크루세이더 퀘스트>(이하 '크퀘')는 소위 '잘 된 게임'은 맞다. 2014년 11월 출시 이후 1년이 넘게 서비스하는 중이고, 중국 시장에서도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NDC 강연을 접수할 때만 앱스토어 기준 36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런데 발표를 준비하면서 166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앱스토어는 200위 이하의 앱은 보여주지 않는다. 성공기라고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중국 '진출기'가 되었다. 이 강연은 성공담이 아니라 체험담에 가깝다. <크퀘>에게 중국 시장은 어떻게 보였을까?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중국 : 뜻밖의 여정

 

한때는 정말 중국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범핑베어>, <디스코판다>를 만들었다. "판다를 넣었잖아요, 판다." <범핑베어>는 중국의 초대형 퍼블리셔와 계약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출시가 연기되고, 지친 개발자들이 이탈하면서 결국 계액을 해지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디스코판다>를 만들었다. 일전의 그 퍼블리셔와 이야기를 했다. "대표님, 저희는 이런 게임 100개 정도 있어요." 

 

배 대표는 그 때 깨달았다. 큰 메신저를 갖고 있고 동시에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업체라면 작은 캐주얼게임은 직접 개발하려 할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 시점부터 중국은 포기했다. 2014년, NHN엔터 퍼블리셔와 만나 일본 시장을 노리는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일본향으로 개발되어 북미 앱스토어에서 좋은 성과를 낸 <브레이브 프론티어>를 롤모델로 삼았다. 

 

"로드컴플릿은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하겠다고 하면 다 시켜요. '세계관이 엄청났으면 좋겠어요.' 하라고 해요. '애니메이션 컷신과 일러스트를 넣고 싶어요.' 만드세요. 다 넣으라고 했어요. '저는 뭐할까요, 웹툰 그릴까요.'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디렉팅을 했어요." 

 

개발자이자 게이머라 자부하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대로 하다보니 '이상한데 개성있는' 게임이 탄생했다. 그 흔한 자동 플레이는 지양하고 무과금 유저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다. 2014년 11월, 출시한 후 한국과 대만에서 불안한 성과를 얻었다. 이제 목표로 했던 일본으로 갈 차례다! 그런데 일본에서 iOS7와 유니티 용량 문제가 터져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NHN엔터 퍼블리셔가 제안했다. 

 

"이렇게 된 이상 중국으로 갑시다." 

 

출시 과정은 간단했다. 앱스토어 설정에서 '중국' 체크박스를 한 번 더 눌렀을 뿐이다. 글로벌 원빌드의 장점이었다. 뜻밖의 여정, 손쉬운 출국이었지만 결과는 예상 외였다. "개성도 있고 양심적인 과금 모델을 가진 게임이다!" 출시와 동시에 앱스토어 100위권 안에 진입했다. 

 

 



 

■ 빠른 추격자 전략은 반드시 실패한다

 

<크퀘>는 작년 말 중국 게임매거진으로부터 '올해의 2차원게임(일본 문화 기반의 오타쿠 게임)' 상을 받았다. 게임이 가진 '특이'가 일본 문화를 선호하는 아시아 게이머의 취향에 맞았다는 것이 배 대표의 분석이다. '특이'란 무엇인가? 게임에서의 '특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사전은 특이를 '다름(Different)' 혹은 '뛰어남(Singular)'으로 정의한다. 일례로 기술적 특이점이란, 기계가 '사람과 다르다' 정도로 인식되다가 갑자기 인류가 이해 못할 정도로 발전하여 큰 진보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기계는 인류 이상의 보편적인 존재가 된다. 영화 <Her>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며 떠나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그런 순간이 오는 지점을 특이점이라고 한다. 

 

문화에도 특이점이 있다. '개성'이라는 속성이 점점 커지다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보편적 특성으로 변할 때가 있다. 이 순환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패션이다. 패션은 한 시대의 '대세'를 반영한다. 패션이 바뀐다는 것은 대세가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 역시 문화 상품이니만큼 특이점에 도달하여 '대세 게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크퀘>는 무엇이 부족해서 보편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일까?

 

세스 고딘의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원제 : Purple Cow)에서는 '문제'라고 말한다. 대세를 이루는 상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 상품이 해결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자신과 소비자에게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이 게임이 해결하는 문제가 무엇인가? 이 게임은 소비자의 어떤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가? 눈에 보이는 트렌드를 쫓아가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은 이런 고민을 할 시간이 없다. 반드시 실패한다. 

 

대표적인 것이 <도탑전기>다. 중국 시장 공략을 고민하던 중 <도탑전기>가 성공했다. 우선 돈이 급하니 이 게임을 그대로 따라해서 출시한다. "결국 해결하는 문제가 자기 돈밖에 없는 거죠." 개발이 끝나 출시를 하려니 중국 시장은 <도탑전기>의 아류가 이미 많다고 거부한다. 한국은 오리지널 <도탑전기>가 들어왔고, 성과도 낮았다. 대세를 따르기만 한 무난한 게임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실패한다. 

 

개성적이면서 고객까지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즉 특이를 넘어 보편에 도달한 게임의 사례로 배 대표는 <기적난난>을 들었다. 텐센트에서 출시한 여성 유저 타겟의 드레스업 게임인데, 긍정적인 입소문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유저들이 느끼고 있던 문제를 해결해주니, 이에 만족한 유저가 잠재고객은 물론 다른 장르 유저까지 불러온다. 이상적인 바이럴 효과로 성공한 사례이다. 

 

<기적난난>의 기본 시스템은 스테이지를 돌며 NPC에게 이기는 것이다. 게임 속 의상은 10가지 속성이 있고, 한 의상에는 최대 5개 속성이 있다. NPC보다 점수가 높으면 승리하고 다음 스토리를 볼 수 있다. 여기에 텐센트가 개입해 조합, 아이템 파밍, PVP, 세트효과 등 여러 요소를 넣었다. 이를 통해 중국 앱스토어 매출 2위에 이르는 '대세 게임'으로 변신한다. 

 

대성공의 뒤에는 기존 시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여성 유저는 늘어나는데 기존 시장에는 이를 수용할 만한 대작 타이틀이 없었다. "타이쿤, SNG 류의 게임 말고 신선한 것은 없을까?" 텐센트는 기존의 드레스업 게임에 RPG 요소를 도입하는 '해결책'을 내어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 중국 시장은 변하고 있다

 

중국은 1979년에 자유경제체제를 일부 도입하고 점진적으로 사유재산을 허용했다. 빈부격차에 관대하면서도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을 중시하고 소유에 대한 욕구도 강하다. <크퀘>가 게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일부 유닛의 성능을 낮췄는데, 이것이 중국 유저들의 심기를 거슬렸다. "내 유닛을 건드렸다"며 항의하는 유저들로 한동안 곤욕을 치뤄야 했다.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는 여성 유저의 수가 급증한 것도 주목할 만한 트렌드다. 앞서 설명한 <기적난난>은 누적 유저 2천만 이상, 그 중 여성 게이머 비율이 90%에 달한다. 출시 후 5개월 누적 매출은 한화로 약 360억 원으로, 입소문을 타 게임을 하지 않는 유저까지 계속 끌어들이고 있다. 

 

또 고급 인력이 유입되는 점을 들 수 있다. 중국 정부에서는 게임 산업을 '공해와 관련 없는 녹색 성장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업계에서도 고급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한다. 정부에서 호의적으로 지원하고, 좋은 인재가 들어와 게임 산업이 부흥하면서 또 좋은 인재가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가 현재 중국 게임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고급 인력과 자금이 수급됨에 따라 과거 '저품질의 표절 게임'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명 IP를 들여오고 있다. 시장이 커지고 구매력을 갖춘 유저가 나타남에 따라 '진품'을 찾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IP와 게임을 많이 찾는다. 중국의 오타쿠 유저가 자주 들리는 사이트 중 하나가 'Bilibili'인데, 월 방문자가 8천만 명이다. <크퀘> 안드로이드 중국 버전은 Bilibili 앱스토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표절, 아류 게임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움직임도 아직은 미미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변화는 매우 급격하고 빠르게 이어진다. 시장에서 어떤 시도가 검증되고 그것의 결과를 모든 사람이 지켜본다. 매출 부분에서도 많은 혁신이 있었고, 여기에 IP를 입혀 정통성까지 부여한다. 세계 2위 마켓으로 성장했지만, 그래도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라는 것이 배 대표의 설명이다. 북미나 일본에 비교하면 진입도 쉽고, 한국에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 개성은 좋은 게임을 위한 첫걸음

 

<크퀘>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발진의 정체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배 대표는 "크퀘의 개발진은 마켓과 일체화되어 있다."고 답했다. 본인들이 넣고 싶은 요소를 넣어 만든 게임,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 결과 일체의 자동플레이가 없고, 조합 등으로 창발성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래서 게임의 타겟을 어린 열혈 게이머, 직장인, 여성 유저로 잡았다. 하지만 페이스북 통계는 그렇지 않았다. 18~24세의 열혈 게이머가 전체 유저의 60%이고, 그 중 여성 게이머는 5%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론 아직 특이점을 넘어 보편화되지 못했다. 이유를 고민해보니 불편함을 느낄 요소가 많았다. 

 

깊고 창발성 있는 플레이를 의도했으나 배울 것이 많고 지나치게 많은 플레이 시간을 요구한다. 개성적이고 모두가 쓸모 있는 용사를 만들다보니 버그나 OP가 되는 용사도 등장한다. 밸런스를 조정하면 여론이 악화된다. 이 시점에서 디렉터는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개성을 포기하거나 완화하거나, 아니면 잘 설명하거나. 빨리 결정하지 못하면 제작자와 유저가 인식하는 게임에 간극이 생긴다. 부정적인 바이럴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크퀘>의 유저 동향은 좋지 않다. 특이로 승부하는 게임은 바이럴에 의존해야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 좋지 않은 동향은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현재 <크퀘>는 약 1년 반을 서비스하고 있다. 2주년은 금방이다. 그 전에 지나친 시간 요구 완화, 과금 최소가치 보장, 좀 더 친절하고 쾌적한 게임을 목표로 업데이트 방향을 잡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통 개선을 통해 유저와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답이 없는 발표를 한 느낌이 듭니다. 중국은 이제 게임도 잘 만들고 성공 예시도 한국 것이 아니고, <크퀘>도 사면초가라는 얘기를 하고."

 

배 대표는 마지막으로 작년에 베이징의 '오타쿠게임즈'를 방문한 일화를 들었다. 중국 마케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방문한 회사에서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 시장이 한국 게임에 희망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퍼즐 앤 드래곤>, <클래시로얄>, <헬로히어로> 등 새로운 재미를 만든 작품이 마켓에서 좋은 성과를 내었다. 

 

개성은 좋은 게임을 위한 첫 걸음이다. "중국 사람들은 한국의 많은 게임 업체가 그런 첫걸음조차 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들었습니다." 모바일은 글로벌 출시도 PC에 비해 수월하다. 또 출시 이후에는 개성을 보편으로 만드는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고민을 통해 가능성을 성장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게임에 대한 애정이 절실하다. 

 

"게임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게임이 만족시키고자 하는 욕구, 필요가 무엇인지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저도 많이 물어보려고 합니다. 다음엔 성공기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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