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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칼럼

[송재경] 부분유료화, 글쎄?

송재경의 잡담 2회

JakeSong 2005-11-25 00:00:00

 

얼마 전 디스이즈게임에 '올해 정액제 국산 MMO 한개도 없어'라는 기사를 봤다. 부분유료화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겠지만 살짝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MMORPG의 부분유료화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괜찮을 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나는 공짜를 좋아하니까. -_-;;

 

부분유료화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직장 생활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 하루 한 시간밖에 게임을 못하는 직장인에게는 빨리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 이들은 '아이템'을 사는 게 아니다. '시간'을 사는 셈이다.

 

예전에 세이클럽에서 아바타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이템에 이런 기능성이 없었다. 아바타를 예쁘게 꾸민다고 채팅 스피드가 빨라지는 것도 아니었고, 더 멋진 채팅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500, 1,000원짜리 아이템을 참 열심히 샀었다. 그런데 요즘 와서는 이런 장식용 아이템은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한다. 세상이 각박해졌는지, 요즘은 한 레벨이라도 올리는 아이템만 잘 팔린다고 한다. MMORPG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우려스러운 건 대세가 된 MMORPG의 부분유료화를 유저층의 확장이나 이런 과금이 꼭 필요한 유저를 위한 순수한 목적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제작환경이 좋아졌음에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MMORPG가 손쉽게 수익을 실현하는 방편으로 부분유료화가 이용되는 것 같아 약간 씁쓸하다. (물론 잘 만든 게임도 부분유료화 하기도 한다. 또 부분유료화의 로직이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칼럼에서 말했듯, 게임은 게임이다. 쇼핑이 아니다. 하나씩하나씩 던전을 들어가서 몬스터를 무찌르고 퀘스트를 해결했을 때의 즐거움은 그냥 돈을 질렀을 때의 느낌과 다르다. <WOW>의 퀘스트가 그렇지만, 게임이 잘 만들어졌을 때는 던전까지 가는 과정이 아기자기하고 스토리에 즐거움이 있다. 그런 기획이라면 유저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다.

 

MMORPG에서 어느 정도 '노가다'는 피할 수 없다. 그 자체로도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시간이 아까울 것이다. 그러면 지루한 과정을 그냥 지나가고 결말을 빨리 보고 싶어지게 될 것이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돈으로도 얼른 지나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결국 그 게임은 재미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유저는 아이템 소비를 통해 그런 '지루한 시간'을 사버리는 셈이고. (궤변이겠지만, 모양새는 게임을 하기 위해 돈을 내는 게 아니라, 게임을 안 하기 위해 돈을 대는 것 같다.)

 

아이템을 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과정' '결과'라는 두 축으로 보면, 아이템 소비는 '과정'을 건너 뛰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과정이 재미있다면 이렇게 건너 뛰고 싶은 생각 대신 '과연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가 두근두근하고, 궁금하고, 설레고 부딪치고 싶었을 텐데. 정액제 대신 MMORPG의 부분유료화가 대세가 된 것은 이런 기획의 부재가 큰 몫을 했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오프라인의 재력 같은 게임 외부의 파워가 게임 내의 파워로 연결되는 현상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게임 내에서 소비한 '시간'이 거의 비례적으로 레벨과 연결되는 현재 MMORPG의 시스템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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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삭제됐다 복원된 글입니다. (복원일자:2010-07-28) /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