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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노 꾸교?” - 하루, 꾸엠을 만나다(1)

Let's go back to the time now! 일러스트레이터 꾸엠(KKUEM)

haru 2014-12-24 19:02:16

 Do you know 꾸교?

꾸교를 아시나요?

 

만약 꾸교를 아신다면 당신은 적어도 코스프레를

12년 정도 해 왔거나

그 동안의 한국 코스프레를 관심있게 지켜봐 온 사람.

 

항상 그녀가 나타나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중앙에서 그녀는 교주님과 같이 화사하게 수줍게 웃고 있는 모습이

마치 교주님 같다 하여 장난 삼아 누군가가 꾸엠교 라고 불렀던 것이 시작이 되었다.

 

꾸엠교, 줄여서 꾸교

 

뭔가 특별한 활동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팬페이지를 바탕으로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고,

행사장에서도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더랬다.

 

그래서 꾸교. 

 



 

드…들어봐, 일단.  

 

지금 생각해보면 ​코스플레이어라는 사람들에게 만들어진 

가장 본격적인 팬클럽의 초기 형태가 아니었을까 싶다. 

 

꾸교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어느샌가 무리지어 생겼고 나름 상당히 활발한 활동을 했다.

아무래도 코스플레이어들이 일반인들이라고 하지만,  

사진을 찍고 올리는 것 그리고 그 사진을 보는 모든 것이 코스프레다 보니까,

그 사진의 코스플레이어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꾸교는 코스플레이어들의 팬페이지 중에서는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었고,

항상 무리지어 다녔기에, 행사장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었다.

 

지금은 연예인들의 팬클럽의 이름이 붙여지는 일이 상당히 흔한 일이지만.

뭐.. 예를 들면 샤이니 팬클럽은 샤이니 월드 줄여서 샤월이라고 하듯.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팬클럽 이름이 붙은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런데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의 팬클럽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크게 모임이 형성되는 건 그 당시엔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꾸교의 전설 한 가운데 중심에 서 있던 그녀. 

일명 꾸교의 교주. 

 

인기 코스플레이어로 정점을 달리다, 

지금은 코스프레라는 말보다는

일러스트레이터 꾸엠 이라는 명칭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유명해진 그녀.

 

이번 코스프레 이야기에서는 

꾸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여러분 안녕. 꾸엠이에요.”
 (하악 이게 누구. 완전 어리고 이뻐!!! 청초한 아이돌 같구나.)

 

 

몇년 전이었나.  

그녀를 처음 행사장에서 마주쳤던 게. 

이젠 진짜 추억이 아련아련히 안개처럼 피어올라서  

언제인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언제라고는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꽤 오랜 시간동안 

팀 코스프레를 할 때 좋아하는 코스플레이어 메이트에서 

사랑하고 아끼는 친한 동생으로, 

그리고 지금은 같은 지역 주민으로 (웃음) 꽤 긴 시간을 함께 해 왔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게 스케쥴이라고 하던가. 

그녀도 나도 각자의 스케쥴로 너무 바빠 

거리는 가까운 데도, 만나려면 서로 휴가를 내야 하거나 야밤에 만나야 했던 것.

 

마음처럼 쉽지 않게 근근히 만나던 차, 인터뷰를 빙자하여, 

퇴근 후에 먹을 거리를 잔뜩 사들고 친구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습격을 단행했다. 

사실 인터뷰를 빌미 삼아 간만에 좋아하는 동생과 시간을 잔뜩 내야지,  

라는 마음에 들떠 있었던 것 같다. 

 

 


 먹을 것과 수다가 정신없이 섞인 채

인터뷰에 열중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

 


 

: 내가 왔어, 야밤에 습격 단행! 헉!!! 강아지! 엄청 활발하네.

: 여자 사람을 매우 좋아합니다(...) 집은 나...나름 치웠는데 괜찮은 지 모르겠소! 

: 괜찮아... 엄청 깨끗한데 뭐. 항상 우리집 보다는 훨씬 깨끗했어 (오열) 

: 아 아냐 나는 그렇지 않소 (뜬금없이 이 아이도 갑자기 오열) 

: 시작부터 험난하다(..) 오늘은 우리의 코스프레 이야기부터, 너의 이야기를 하러 온 거니까.  

: 내 이야기가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잘 부탁해요!

 

 


요란하게 우리를 맞이하며 인터뷰의 시작을 알리던 
여자 사람을 무척 좋아하는 강아지, 마로입니다.

 

 

 

: 나도 잘 부탁해. 대체 언제더라. 추억들이 아련하게 아지랑이처럼 가물가물 떠오를 지경이야.(웃음)

          우선 쉽게 시작해볼까. 이전에 물어봤던 것 같은데. 닉네임의 유래가 재밌었어. 

: 아, 내 닉네임? (웃음)  뭔가 꾸에에에에에~ 라는 소리에서 만든 건데. 의..의성어랄까.  

: 처음에 그게 쇼크였거든. 왜, 그렇잖아. 아무래도 닉네임은 좋아하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만드니까. 

          그래서 닉네임이 겹치는 경우도 잦고, 작품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외국 이름이 많고.  

          근데 그 와중에 굉장히 정겹달까. 꾸엠이라니. (웃음)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 나도 뭔가 멋진 이유를 생각해보고 만드는 거였는데! 당시에 엽기가 유행해서!! (웃음) 

: 독특하고 잘 안 잊혀지긴 해. 근데 꾸에에에라는 의성어라기에는 얼굴이 너무 청초한거 (웃음) 

: 아아 미뤼이이이. 고맙소. (눈물) 

: ....동시에 성격을 생각해보면 왜 꾸에에에 라는 의성어에서 만든 건지 알 수 있겠다는 것도. 

: 꾸에에에에… 

 

 

 
 

그렇다. 그녀의 닉네임은 다름아닌 의성어에서 만든 것. 

정말 독특했다.  

아니 대체 누가 의성어에서 닉네임을 만드냐고. 

 

얼굴은 굉장히 청초하고 순수하고 어딘가 차가울 것 같이 생겼으면서 

닉네임은 꾸엠이라 이게 뭘까. 

이 꾸엠이라는 단어는 어떤 뜻일까. 

내가 모르는 만화나 게임에서 나온 말인가. 

대체 어떻게 지은 것일까 알고 싶었었는데. 

 

 

까마득한 예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와 대화를 해 보고 단박에 알아챘다. 

 

이 아이야말로 

 

진심으로 닉네임을 잘 지었다는 것을. 

 

진심으로 그 꾸에에에에라는 소리가 자동 연상되어 귓가에 울려퍼졌어. 

 

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정말 처음이었다.  

이 아이 같이 백지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친구는. 

이 험난한 세상,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그만큼이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고 (우리 세계에서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연예인 놀이를 하고 싶을 법한데

전혀 그런 조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가치를 재 본다거나, 억지로 마음을 얻으려 눈치 보는 기색이 전혀 없었어. 

진짜 그야말로 백지 상태. 정말 마음이 눈에 보이듯 하얬다. 

 

예쁜 얼굴도 얼굴이지만,  

아마 그녀의 그런 백지 같은 순수한 마음과 소탈한 성격에서  

나는 그녀를 정말 좋아하게 된 것 같다. 

 

 

 

: 꾸도 나랑 비슷할 때 시작했지? 

: 응, 언제더라. 99년도였던 것 같아. 와, 진짜 오래됬다. 

: 나말야… 뭔가 슬프다. 예전에는 코스프레 얼마나 했어요? 라고 누가 물어보면 오래 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자세히 년도를 쓰거나 몇년인지 꼬박 따졌는데, 

          이젠 년도에 모자이크를 씌우고 싶어… (오열) 

: 미..미뤼이… (괜시리 같이 오열) 

: (눈물을 훔치며) 코스프레,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 

: 그게, 그러니까… 고등학교 올라와서 축제에서 친구들과 선배의 권유로 하게 됐었어. 

: 진짜 나랑 비슷하다. 나도 고등학교 축제에서 시작했었지. 

: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코스프레에 대해서는 멋지다! 라고 생각했지만. 상 내가 코스프레를 하기에는 코스프레 자체에 대해 이해도가 부족했었기 때문에 거부감까지 들기도 했거든. 그래서 처음엔 거절을 했다가 친구와 선배들이 계속해서 권유해서… 안 할 수가 없었어. 

 

: 직접 만들었어? 

: 응. 그 때 했던 캐릭터가 카드 캡터 체리의 지수. 직접 만들었어! 

: 의상이나 이런거 만들어 본 적이 없었고? 

: 그래서 정말 엉망이었달까. (웃음) 몸에 원단을 대고 직접 그리고, 본드로 붙이기도 하고 (웃음)  

: 나도 처음 옷 만들어 볼 때 그랬어. 아무래도 의상 만드는 건 모르겠는데, 칼자루 빼어 든 이상, 어떻게든 하긴 해야겠고. (웃음) 

 

   ILUST : KKUEM

 

 

: 사실 내가 스스로 했다기보다는 타의에 의해서 하게 되니까. 사실 그때 바로 불 붙진 않았었어. 본격적으로 내가 코스프레를 시작한 건 그 이후의 코스프레 행사에 참가하고 나서야. 남자 캐릭터였는데, <카드 캡터 체리>의 샤오란이었지. 친구의 옷을 빌려 입었는데, 얘는 정말 잘 만들었더라구. 몸도 맘도 편하니 너무 재밌는거야! 코스프레가!!!! 

 

: 꾸. 뭔가 성격은 털털한것 같은데 하는 것에는 정말 꼼꼼하고 완벽주의랄까? 그런 성격 있으니까. 아무래도 제대로 갖춰진 옷을 입고 나니 더 안심하고 코스프레를 즐겼을 것 같아. 뭐, 그런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 이렇게 멋진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도록 이끌었겠지만 (웃음) 

: 과..과찬이오! 아무튼 그래서 코스프레의 매력에 조금씩 빠질 때 쯤!

: 그럴 때 쯤!!! 

: 친구랑 <아키하바라 전뇌조> 코스프레를 준비했는데 친구랑 같이 만드는 과정부터 너무 재미있는거야. 알콩달콩 둘이서 같이 옷 만들고…그리고 코믹 월드에 참전하게 되었는데, 코스프레가 이렇게 재밌구나!! 를 느꼈던 것 같아. 

 

: 그렇게 코스프레의 늪으로.. 한번 맛보게 되면 빠져 나갈 수가 없지….

: 응, 그때부터였던 것 같소. 열심히 달렸거든.  

 

 

 

 


꾸냥을 코스프레의 세계로 이끌어 준 고마우신 작품. <아키하바라 전뇌조>

사진은 Y군이 찍었네요. (웃음)
  

 

그러고보니 꾸엠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유난히 하얗고 가녀린, 청초한 느낌의 아가씨가 행사장에서 

작은 날개를 달고 흰 드레스를 입고 있던 모습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마 그 코스프레가 클램프(CLAMP)의 작품 <X>에서 나오는 고토리라는 캐릭터. 

그때부터 그녀를 눈여겨 봤던 것 같은데…

 

나만의 천사 라는 작품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온 모습에... 진심으로 심장 저격을 당했다!!!  

이른바 덕통사고!!!! 라는 느낌을 받았었지. 

 

그렇게 하얀 백합이 잘 어울리는 느낌의 아가씨란. 

캐릭터 수집욕이 있는 나에게는 그녀의 등 뒤로  

그녀에게 어울리는 작품과 캐릭터들이 잔뜩 주마등처럼 지나갔기 때문에. 

꼭 같은 작품을 해 봐야겠다! 라는 결심이 섰더랬다.   

 

 
 와우. 추억의 여의도 굼벵이 전시관에서.

저 철조망과 주차장 배경. 너무 오랫만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그립다.

잔디밭이라 명명되었으나 하도 밟은 탓에 잔디는 대부분 없어진,

그 흙먼지 속에서도 청초한 백합같은 그녀.

나만의 천사에서.

 

 

: 내가 기억하는 가장 생생한 모습의 꾸엠 코스프레는 나만의 천사야. 

: 나만의 천사!!

: 다들 너무 예뻤어. 그 때 꾸엠 이미지가 머리속에 턱 박혀버린 것 같아. 

: 지금으로 따지자면, 코스프레 의류 제작사의 프로젝트였어. 

: 맞다 그랬다. 그 때 그런 시도도 처음이었지? 

: 예쁘고 퀄리티 높은 의상도 입고, 그리고 반응도 좋았었던 터라. 막 코스프레에 불타오를 때 한 것이어서 열정적이었고 재밌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함께 하니까 즐거운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코스프레 중 가장 즐거웠던 코스프레였던 것 같아. 

: 아까 살짝 이야기했는데, 너한테 정말 백합이 잘 어울리겠구나, 하고 생각했었어. 흰 드레스라면 꾸엠 무조건 입혀야겠다고. (웃음) 너도 잘 알다시피 내가 사실 팀코스프레 굉장히 좋아하잖아? 

: 그치, 언니 여러 캐릭터 구해서 같이 하는 거 좋아하지. 

: 엄밀히 말해서 난 성격이나 얼굴이 당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들의 주연급 캐러와 매칭이 잘 안됐어. 그런 캐릭터들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당시 주연들 캐릭터들은 뭐랄까. 좀 순수하고, 하얗고 얌전해보였더랬지. 

: 그..그런가? 

: 난 발랄한 조연급 캐릭터에 잘 어울린달까? 그런 캐릭터들 위주로 좋아하기도 했고. 제대로 작품을 재현하고 싶은데!! 주연 캐릭터 할 파트너가 필요한거야! 그러다보니 팀을 한명두명 더 모으게 되고, 나중에는 거대팀이… (오열) 

: 대왕 팀이 두둥. 

: 그 와중에 네가 딱 제격이었던 터라. 주연급 캐릭터들에 매칭이 딱 됐거든. 게다가 너나 나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좋아하기도 했고.  

: 우리 대부분 게임 코스프레로 했던 것 같긴 하네. (웃음) 

: 응. 아무튼 그래서. 너랑 같은 작품을 하면 정말 좋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게 우리 코스프레의 시작이었던 것 같소.  

 

 

 
 진심으로 용감하게 노메이크업으로 나섰던 지난 날의 우리들.

<마그나카르타 2: 진홍의 성흔>


 

그랬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팀 코스프레를 하나둘 같이 시작했다. 

그리고보니 그 대상이 주로 게임이었고. 

 

특히 <파이널판타지>는 우리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정말이지 가득 있었던 시리즈였다. 

꾸엠도 나도 상당히 좋아하기도 했고. 

스토리도 정말 좋아했고 판타지물이어서 의상도 화려하고 멋졌다. 

게다가 둘의 타입에 맞는 여자 캐릭터들이 꼭 둘 이상은 나와서 

코스프레 팀을 준비하기에도 편했던 것 같아.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부터 <소울칼리버> <라퓌셀> <마그나카르타> <마비노기> 등등 

다양한 팀 코스프레를 같이 준비했었고 

나중에는 게임 방송에 아주 작은 코스프레 코너를 같이 맡아서 

길진 않았지만 둘이 함께 준비했던 코스프레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 땐 너무 미숙하고 어색해서 지금은 차마 꺼내기조차 부끄럽지만(...) 

둘이서,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 정말 좋더라. 

 

 


 


 

: 같이 했던 팀 코스프레를 주르륵 떠올려봤는데.. 역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마그나카르타>를 뺄 순 없지. (웃음)

: 아앗 미뤼이 부끄럽소. 

: 우선 <파이널 판타지> 얘기부터 해보자. 그 당시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어휴. (잠시 추억에 잠긴다) 정말 최고였지. 누구든 코스프레를 하고 싶어했고. 

 

나도 캐릭터만 발표되면 바로 제작에 들어가기 바빴어. 그만큼 너와 내가 정말 좋아했던 작품이었으니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파이널 판타지 7>이었고, 네가 좋아했던 건 아마 <파이널 판타지 8>이었던 것 같은데, 맞지? 그러다 나중에 10과 10-2로 대동단결했었지만. (웃음)

: 맞아. 지금도 난 <파이널 판타지 8>은 다시 플레이해보고 싶고. 정말 좋아해. 리노아랑 셀피 무도회 버젼이랑 전투 버전 둘다 했었지?  

: 맞아. 10도 있는 버젼 없는 버젼 다 했었지. 우리 또 하나 빠지면 그 캐릭터가 입는 의상 많이 해보고 싶어하니까… 그러다 10이랑 10-2에 들어서서는 어휴. 정신없이 나오는 그 의상들의 향연.

 

: 정말 다시 생각해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화려한 색감이라든지 캐릭터나 현대적이면서도 동시에 판타지를 잘 살린 독특한 의상 디자인 이런 것들이 독보적이었고 훌륭했어. 게다가 게임 플레이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일러스트의 캐릭터들에 환상적인 세계관, 감동적인 스토리, 훌륭한 게임성까지 더해지니까. 도저히 코스프레를 안 할 수가 없더라구.

 

: 맞아. 와, 정말 얘기하다 보니 다시 플레이하고 싶어지네.. 나도 생각해보면, 그 때 캐릭터들의 의상에도 관심이 많았고, 디자인들에 감탄 많이 했던 것 같아. 매번 새 시리즈가 나올 때 마다 붐이었던 터라, 다들 열 올려서 코스프레를 준비했던 것 같아. 재밌었는데. (웃음) <파이널 판타지> 코스프레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뭐야? 난 릿쿠.

 

: 난 역시 8의 리노아. 생각해보면 그 때 같이 참가했던 코스프레 행사들도 다 재밌었어.  

: 막 시작할 무렵의 초기 코스프레 온리 행사들도 많았지. 쇼핑몰이라거나, 그런 데서도 하고 말이야. (웃음) 다들 동호회 느낌이 강했었던 터라, 항상 모이면 왁자지껄 수다도 많이 떨었는데. 그립네. 진짜. 

 

 

 
 

풋풋하기 그지없던 시절.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명동의 쇼핑몰에서 행사를 했을 때 찍은 것 같다.

JS 님이 찍어주셨던 파이널 판타지 8의 여주인공 리노아.

 

나는 셀피를 하고 꾸엠은 리노아.

 

정말 이 때의 꾸엠의 리노아 사진은 꾸밈없이 청순하고 참 예뻤다.

반응도 정말 좋았고.

심지어 나는 최근까지도 이 사진이 웹에서

여전히 떠돌고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 자, 그러면 이번엔 국산 게임인 <마그나카르타>를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지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 작품의 코스프레가 대부분이던 당시의 코스프레 세계(?)에 충격을 던지고 코스프레 붐을 일으켰던 게임이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창세기전>이 그렇게 포문을 열었고, <마그나카르타>가 화려하게 많은 기대 속에 런칭했었지.  

: 한국 게임의 캐릭터들도 코스프레하기 이렇게 매력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것 같아. 

 

: 캐릭터에 특히 제일 민감한 건 코스프레니까, 오죽하면 일본에서도 <마그나카르타> 코스프레 한 코스플레이어들을 꽤 봤으니까. 그럼 <창세기전>이나 <마그나카르타나> 그런 한국 게임 캐릭터의 코스프레 붐을 일으킨 일러스트레이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지.

 

그분의 신작이 나왔다! 라고 하면 코스플레이어들이 앞다퉈 도전하기도 했고 한국 코스플레이어의 공공의 적이자 가장 선망하는 분이 그 분 아니신가.

 

: 그..그렇지. 우리가 활동할 때는 더욱 그랬고. 

: 다른 것도 다 좋았지만, 코스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 의상이나 소품이 기발하고 화려하고 독특한 디자인들이 많아서 더더욱 강하게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 색감도 정말 강렬하고. 그래서 그 매력에 빨려 들어가서 막상 하기는 하게 되는데, 그 다음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면… 이름하야 멘붕의 늪으로 빠지게 되는거지. 대체 이걸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하고. (웃음) 정말 막막했어. 

 

: 아이고오. 맞아. 다들 힘들었을 것 같은데… (오열)

: 패턴부터 막힌다니까. 대체 이 옷을 입고 벗게 만들려면,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게 하려면, 대체 나는 어디에 입을 수 있는 구멍을 트여야 하고 패턴을 만들어야 하나… 하고.  게다가 형태님 캐릭터들이 너무 독특하고 새롭다보니까 소품 같은 것들도 웬만한 재료가지고는 못 만들게 됐고. 지나다니다가 다양한 소품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어야 했었어. 

 

: 다들 재활용함 하나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이걸로 뭘 만들 수 있을까?’라며,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

: 내 눈에 흐르는 이 것은 뭐죠… (눈물)

: 코스프레에 푹 빠져있던 때였으니까 (웃음) 하나에 내가 빠지면 정신없이 빠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 땐 온 세상이 코스프레 위주로 생각했었어. <마그나카르타>는 1탄이랑 진홍의 성흔 버전 둘다 팀 코스프레로 같이 준비한 것 같아.

 


​<마그나카르타 2​>의 꾸엠

 

 

: 그러고보니 왜 그 때. <마그나카르타 1> 준비 중에, 네가 하고 싶어 했던 캐릭터는 아도라였잖아.  

: 응응. 맞아 그랬었지. 딱 캐릭터 공개됐을 때부터 아도라 하고 싶어했었지.

: 근데 내가 너한테 흰 드레스를 꼭 입혀야 한다며 (웃음) 레오나를…아우 그 놈의 이미지가 뭔지…. 비중이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흰 드레스에 자꾸 집착이 되는거야. 꾸에게 꼭 입혀보고 싶었어. (오열)   

 

: 응. (웃음) 난 그 때 캐릭터 비중보다는, 사실 게임 공개될 때부터 아도라에 관심이 가 있어서 (웃음) 그래서 처음엔 망설이다 다들 권유한 대로 레오나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이미지에도 잘 맞아서 좋았어. 그래도 결국 나중에 아도라도 해 보긴 했으니까.  

 

: 옷 퀄리티도 좋았고 진짜 너무 잘 어울려서 예뻤어. 눈에 확 들어왔으니까. 언젠가 너의 레오나 코스프레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고, 그렇게 되서 형태씨도 그 사진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기뻤었어. 우리가 코스프레한 캐릭터를 탄생시킨 사람이, 우리가 준비한 것을 봐주고 맘에 들어하고 고마워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뿌듯하고 행복했거든. 아마 지금은 반대의 입장이 된 꾸엠양으로서는 남다른 기분일 것 같은데. (웃음) 

 

: 그렇네 (웃음) 으으 모두에게 고마울 뿐이오오. 확실히 그렇게 원작자가 알아봐줬을 때 코스플레이어도 너무기쁘지만. 일러스트레이터 역시 정말 고맙고 행복해. 내 캐릭터를 누군가 좋아해주고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거잖아? 멋진 사진들 자체에도 너무 좋지만, 그 마음 자체에 정말 고맙고 기쁘더라.  

: 확실히 그럴 것 같아. 이 얘기는 조금 후에 좀더 자세히 얘기해보도록 하자.  

 

아무튼 그렇게 한국 게임에 대해서 공개 시점부터도 코스플레이어 사이에서 크게 붐이 되었던 건 그 분의 작품들, 특히 <마그나카르타>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 뭐 그 전에도 한국 만화와 게임 코스프레가 없진 않았지만, 론칭 시점과 일러스트 공개 시점부터 경쟁적으로 팀 코스프레가 여기저기 나오고 했던 것으로 생각하면 말이지. 아 이건 철저하게 주관입니다만 (웃음) 그래서 나중에 <마그나카르타 2>로도 코스프레가 이어졌더랬지. 

 

: 그런가? 정말 그 때 다들 확실히 붐이긴 했었어.  

: <마그나카르타 2>는 나중에 일본에서도 코스프레가 나오더라. 나도 당시에 일본 행사장에 놀러 가서 많이 봤었고. 저스티나 옷도 날바에서 빌려서 가져갔었는데, 다들 알아봐줬었어! 지금의 코스프레 행사나 형태를 만들었고 오랫동안 해왔던 곳에서 우리 나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니, 내가 다 뿌듯하더라니까. 

 

형태님 팬도 많이 만났고. 정말 그림 좋아한다고,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내가 그린 것도 아닌데 정말정말 기쁘더라구. 막 한국도 세계로 뻗어 나갔고, 해외에서 인정 받는 실력자들이 나타나던 시점이었어. 아, 물론 일본에서도 다들 대체 이걸 어떻게 만드냐고 화내면서, 울면서도 만들고 (웃음) 

 

: ... 그 것은 만국 공통이군요. (오열)  

  

 

 

 
주연도, 주조연도 아닌 보조 캐릭터를 당시 인기 캐릭터로 승화한

꾸엠양의 <마그나카르타> 레오나.

이 사진도 당시의 인기 사진사(였던) Y군이 찍었네요. (웃음)
 

 

 

: 정점기를 지나 그렇게 열심히 달려오던 코스프레를 꾸냥이 점점 못하게 되기 시작했었지. (쓸쓸)
: 미..미안하다 미리여… (오열) 

: 그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꾸엠이 게임과 그림 그리기에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했을 때부터인것 같아.

: 라...<라그나로크>가 저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털썩) 

: 이러다 죽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구. (눈물) 

: 그 때쯤. 이런 저런 생각이 진짜 많았던 것 같아.

: 이런저런 생각? 

: 즐거워야 할 코스프레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숙제처럼 느껴지고. 내가 취미 활동 자체에 끌려다니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이게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건가? 이렇게 계속 해도 되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 

: 아... 

: 딱 그 때 쯤인 것 같아. 마음 속이 많이 복잡했어.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을 계속 이어서 하고 있는데, 어느샌가 재미가 없어지고. 과연 어떤 것을 해야 난 행복한지 고민하고. 내 자신에 확신도 없었고, 자신도 없었고 그랬어.

 

: 순간적으로 공허해진달까. 나도 그런 기분 뭔지 알 것 같아. 계속 주욱 즐겁게 잘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이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지, 걱정이 되고 불안해져서는... 그 외 여러가지 감정들이 솟구치고 내내 고민하게 되더라는.  

 

그 때는 네가 갑자기 왜 그렇게 서서히 멀어지는 지 아쉽기만 했었는데. 지금 그 얘길 듣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랬을 때였던 것 같아. 

 

: 정말 그랬어. 그렇게 좋아하던 코스프레였는데..


 

: 근데 텅 빈 마음에 그 때 딱 하필이면 <라그나로크>가!! (웃음) 

: 하아… 아니 그게. (웃음) 정말 심각하게 빠졌었지. 워낙에 원작자도 존경했던 데다가, 당시 팬아트 쪽 쪽 문화가 상당히 많이 반영이 되어 있어서..  

: 코스프레 일정도 있는데 그 전날 밤에 <라그나로크>로 밤새워서는. (웃음) 아직도 생각나. 행사장에서 만나서 피곤한 너의 얼굴을 보며 내가 막 경악을 하며 잠 안 잤냐고 난리치던 때 (웃음)  

 

: 나도 기억나. (웃음)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고. 내가 진짜 좋아하고 가야하는 길은 어떤 것일까라는 고민은 정말 많이 했어. 그 때 그런 불안함이라든지 힘든 감정을 게임하면서 많이 극복했던 것 같아. 그러면서 또래의 친구들과도 많이 관계를 넓혀갔었고.  

 

아까도 살짝 말했지만 <라그나로크>가 인기를 얻었던 까닭은 그림도, 스토리도, 방식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도 당시 팬아트 쪽 쪽 문화가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 있었어. 팬아트 활동도 활발했고, 그런 틈바구니 속에 들어가서 만끽한 문화는… 정말 큰 매력을 느꼈고. 그림이라는 것에 대해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 

 

: 그렇게 어느 순간 꾸엠이 코스프레 행사장에 조용히 나타나지 않게 되었었지.

 

: 맞아 그랬어. 게임도 게임이지만 그림을 적극적으로 그리기 시작했거든. 일러스트레이터를 구체적으로 꿈꾸게 되었던 건 그 때 쯤이었던 것 같아. 미술이 전공이었지만 그 전에는 내가 어떤 걸 하게 될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어. 

 

하지만 직접 겪어본 그림의 팬아트 문화는 정말… 즐겁고 좋았거든.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 스스로 느끼기도 했었고. 다른 실력 있는 사람들의 그림을 보며 나도 저렇게 멋지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 어떻게 보면 딱 그 때의 시간이 꾸엠의 인생의 전환점이었을 지도. 그랬구나 그러고보니 그 때 부터였던 거 같아. 어느새부턴가 작은 드로잉북을 들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그림 그리던 널 봤던 것 같고. 드로잉북 가득 채우며 그림을 매번 열심히 그리던 네 모습도.  

 

그러고보니 나는 진짜 복 받은 사람이다. 일러스트레이터 꾸엠의 초기 그림부터 지금까지 쭈욱 옆에서 보며 살았잖아. 그림 뿐만이 아니라 진짜 그림 그리는 것에 매진하는 네 모습도 보고.  

 

  

정말 그랬다. 

한 사람의 엄청난 성장을 옆에서 지켜봤고  

그 노력과 고민의 흔적을 내 기억 속에 공유하고 있다는 건 분명히 행운이다. 

코스프레로 알게 되고 그렇게 친해진 동생이었지만 

그래서 그녀가 막상 코스프레를 서서히 떠나고 

그녀만의 꿈을 위해, 삶을 위해 다른 길로 접어들 때 

같은 취미를 함께 하던 파트너가 사라져 조금은 슬프긴 했지만  

언제나 솔직했고 순수했고 노력했고 신중했던 그녀였던지라. 

그리고 나 역시도 내 삶에 대해 내가 할 일에 대해 생각이 많았던 때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켜보고 서로 격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의 앞에 운명처럼 나타난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녀의 꿈을 지지해주고 함께 노력해주고. 

그리고 함께 의지하며 기대며 인생이란 길을 그녀와 함께 걷게 되는 그 분.  

 

 

: 자. 이 시점이었던 것 같은데. (웃음) 운명의 만남을 가졌던 것이. 

 

 

 


 <To be Continue>


다음주, 일러스트레이터 꾸엠과 김형태의 러브스토리가 공개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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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ve's way” - 하루, 꾸엠을 만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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