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신의 폴라로이드 사진. 모자이크 아님. 귀신은 더더욱 아님.(ㅠ_ㅠ)
출발 지점 근처에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 도우미들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당히 포즈를 취하는 용자들이 있긴 있더라고요. 저도 하나밖에 없는 사진을 남기고자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TIG 여기자의 인권은 보장된다는 걸 도우미 오빠아저씨도 알고 계셨나 봅니다.(^^)
자, 오후 6시.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마라톤이 시작합니다.
출발하기에 앞서 <던전앤파이터>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네오플 노정환 실장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마라톤이지만 절~대 뛰지 않아도 된다”는 중요한 코멘트,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D
그렇습니다. 이번 행사는 비록 ‘마라톤’이지만 ‘나이트 워킹’, 즉 걸어다녀도 됩니다. 아니 사실 걸아가야만 하죠. 진행요원들이 뛰지 말라고 계속 소리를 쳤거든요.
그런데 우리의 젋고 팔팔한 친구들, 시작과 동시에 열심히 달립니다. 계속 달립니다. 코스가 3km인데…. 초반에 저들을 따라잡아 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 전 조금 덜 팔팔한 이십대 중반이어서요….
하지만 그래도 TIG 막내라는 점~! 힘을 내서 열심히 쫓아갔습니다.
코스 한쪽에는 <던전앤파이터> 8주년을 축하하는 유저들의 축전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꼼신의 비키니에 대한 집착이 궁금하시다면? ☞관련기사: 수영복 미소녀로 워터슬라이딩~!
한 500m 걸었나?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서 웅성대기 시작합니다. 인파를 뚫고 들어가 보니 깜찍한 리본을 단 운영자 언니가! 그제서야 왜 출발과 동시에 뛰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영자 언니’에게 암호를 대면 ‘무언가’를 나눠주더라구요. 선착순 888명! ‘무언가’는 무려 아이템!
그래요. 저도 받고 싶었습니다. 취재도 중요하지만, ‘떡밥’은 일단 물고 보는 거라고 일단 배웠으니까요. 암호는 뭐… 아시겠죠? (오글거려도) 외쳐! “던파 사랑해!!”
하지만 작고 작은 제가 그들에겐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사람들이 사라지길래 영자 언니에게 달려갔더니 이미 그 ‘무언가’는 사라지고 없더라고요. 아쉬운 마음에 스탬프라도 받아 보지만 씁쓸함은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흑.
행사 코스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끼고 한 바퀴를 쭉 돌았기 때문에 심심하지 않았어요. 어느 아프리카 민족의 공연도 인상 깊었지만, 생전 처음 본 사자의 날고기 뜯는 장면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완전
남자다잉~.”
그리고 바로 그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날 한 끼도 안 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사자가 우걱우걱 날고기를 뜯어먹는 데 침을 질질 흘리고 앉아서는….
저 말고도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걷는 유저들이 많았습니다.
(달걀귀신 된 폴라로이드는 버려버리고) 기념사진 한 장!
공연도 보고, 동물도 구경하고, 기념사진도 찍다 보니 이미 선두 그룹과는 만날 수조차 없을 만큼 멀어져버린 꼼신이었습니다.
이동하는 길은 넓었지만 코끼리 열차도 다녀야 했고, 또 동물원 안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진로에 방해를 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한쪽으로 길게 줄지어서 이동했습니다. 대열을 이탈하면 진행요원이 바로 투입되죠. 요리조리 날뛰어 다녔던 저는 진행요원에게 경고를 여러 번 받았습니다. “오빠들, 죄송했습니다.”(_ _)
단언하건대 휴대폰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입니다.
함께 취재를 간 선배에게 있어 수 백 명의 인파 속 (대외적으로) 160cm의 꼼신은 완전 ‘윌리’를 찾는 거나 다름이 없었죠. 전화를 하면서 손을 흔들며 저의 존재를 알렸음에도 선배는 “그게(?) 보이겠냐?!”며 제발 사라지지 말라는 애원을 했다는 그런 슬픈 이야기…. 제가 그렇게 작진 않은데 말이죠.
드디어 1km 지점! 새로운 팔찌와 함께 아이스박스에 담긴 무언가를 나누어 줍니다. 처음엔 물인가 싶었는데, 아이스팩을 나눠주더라고요. ‘우와, 진짜 센스 있는 행사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아이스팩을 받기 전까지는요.
얼려서 사용하라는 설명서가 뙇!
연약한(?) 꼼신 손에서도 한 번에 뭉개지는 아이스팩이 딱!!!
어쩐지. 도우미에게 사용법을 물었더니 얼버무리며 아이스팩 위에 있는 사용 설명서를 읽어보라더군요. 잔인한 남자. 안 될 걸 알면서…. 정확히 14분 만에 저 아이스팩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흥.
나는 불쌍하지 않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유저들이 왔습니다. 대부분이 친구 사이였지만, 가족 단위도 종종 보였고, 특히 (날도 더워 죽겠는데) 두 손을 꼬~옥 잡고 다니는 커플들도 엄청 많았습니다. 전 부럽지 않았어요. 결코. 흥.
하지만 궁금했습니다. 저들은 이 더위에 정말 즐거운 게 맞는 걸까? 행복할까? 선물은 어떻게 나눠서 가질까? 솔로는 아니지만 솔로인 것 같아서 서러웠던 꼼신, 그래서 커플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땀에 흠뻑 젖었지만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안종실, 김현화 커플.
Q. 오늘 행사 어때요? (전 더워요… ㅠ_ㅠ)
커플: 좋아요.(웃음) 야외에 나와서 이렇게 걷는 것도 좋고, 행사라서 더 좋고. 데이트 겸 나왔어요. 그런데 솔직히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다 괜찮았는데, 진행요원이 조금 더 많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팔찌 받을 때 줄은 긴데 도중에 새치기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Q. 남자친구 때문에 오신 거죠?
커플: 아니요~. 둘다 <던파> 좋아해요. 같이 게임하고 있어요.
Q. 선물은 어떻게 나눠 갖나요?
커플: 운동화는 남자친구가, 5만 세라는 여자친구가 갖습니다.(웃음)
저는 외로워 보이는 한 남성에게 다가갔습니다.
“혼자 오셨나봐요?”
“네.”
“그렇구나… 몇살이에요?”
“중 3이요.”
“!!!!!!!!”
‘쿨존’은 말 그대로 시원한 지역입니다. 기계에서 대량의 미스트(?)가 뿌려지는 곳이죠.
쫓아오는 카메라는 고려하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신입기자의 패기.
‘으허엉~.’ 왜 군인들이 초코파이를 사랑하게 되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하루종일 먹은 거라고는 물 500ml가 전부였던 제게 초코파이는 정말… 그냥…! 초코파이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너무 게걸스럽게 먹어치워서 사진은 없습니다.
2km를 넘어서자 꼼신은 본격적으로 ‘정신줄’을 놓기 시작합니다.
먹었으니 한숨 자고 싶기도 했고….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데 그 끝은 어디일까요?
‘설정샷’ 같죠? 그랬으면 좋겠지만 도촬입니다.
꼼신은 미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