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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이야기] '원 플러스 원'은 '1+1'만 있는 게 아닙니다

40대 남자의 좌충우돌 인도 게임회사 적응기

국서방 2016-03-11 13:53:59

디스이즈게임의 초기 멤버였던 국서방이 인도(India)로 떠났습니다.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인도 게임 시장은 중국에 이어 잠재력이 아주 큰 곳이거든요. 국서방은 앞으로 이 곳 소식을 TIG에 생생하게 전해주기로 했습니다. 인도 게임 시장보다 그의 적응기가 더 기대되네요. 낯선 땅에서 씩씩하게 서바이벌해 나갈 국서방에게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주​​




◆ 우리가 갖고 있는 인도 시장의 선입견

 

지난 토요일 오후,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크라이스트 대학생 10명이 퍼니즌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1~3학년의 대학생으로 굳이 우리나라 나이로 따지자면 19살에서 21살 정도?

 

이들을 퍼니즌 사무실에 초청한 이유는 퍼니즌이 퍼블리싱을 준비하는 모바일게임에 대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다. 

 

인도 모바일게임 시장을 이야기할 때는 구체적이지 않은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인도 모바일게임 시장은 열리지도 않았어. 그리고 결제할 방법도 별로 없잖아."

"인도 애들은 모바일 데이터 요금이 아까워서 모바일게임 같은 건 안 해. 물론 PC게임도 안 해."

"인도 땅이 크잖아. 인프라가 열악해. 인도 가정집에 와이파이가 얼마나 설치돼 있겠어?"

"인도 애들의 스마트폰은 후져서 게임 같은 거 잘 돌아가지 않을 거야. 용량이 30MB 넘으면 안 돼."

 

5천 원 스마트폰에 70만 명이 신청했다는 뉴스는 인도에 대한 편견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인도 안팎으로 듣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이야기는 대략 이러했다. 위의 내용을 보면 짐작하겠지만 그야말로 '인도'에 대한 편견이 가득 찬 이야기가 많다. 각종 시장정보가 수치로 나와 있는 것도 아니니, 대부분 본인의 경험에 의지하게 된다. 인도 특유의 계급에 따라, 도시와 시골의 거주지에 따라, 경제적 수준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시장 이야기만 나오면 회사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 눈을 감더라도 코끼리라도 한 번 만져보자!

 

인도의 땅 크기는 328만 제곱킬로미터로 세계 7위, 인구는 12억 5,000만 명으로 세계 2위다. 영어와 힌디어를 포함한 16개의 공용어(상용어 포함)가 있다. 다민족들이 뒤엉켜 사는 이곳 인도는 도시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마치 다른 나라 느낌이다.) 아마 인도인들도 인도라는 곳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내가 회사에 제안한 것은 한 달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은 유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거다. 이런 노력이 있어야 조금이라도 시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물론 이에 대해 눈감고 코끼리를 만지는 격이라고 지적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

 

테스트에도 날짜 제약이 있다. 대중 교통이 열악하고 교통 체증도 심해 평일 방문이 쉽지 않다. 상황이 이러니, 테스트는 당연히 주말로 미뤄졌다. 테스트도 좋지만, 직원들에게 매번 주말 근무를 강요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걱정이다. 이 부분은 차후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조율해봐야 할 문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유저 테스트를 서둘러 준비했다. 먼저, 퍼블리싱을 검토하고 있는 가벼운 캐주얼게임 두 개를 선정했다. 학생들이 게임을 플레이한 다음,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초 테스트다 보니, 회사에서 가까운 크라이스트 대학교의 학생들을 초청하기로 했다. 

 

테스트 당일 날,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학생들이 정시에 모두 다 모였다. 정말 드문 일이다. 채용 면접에서도 30분 늦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건 감동이었다.

 

3월부터 여름인 인도 벵갈루루의 낮 최고 기온은 35도가 훌쩍 넘기도 한다.

  

 

◆ 다양한 언어, 인종 그리고 스마트폰

 

학생들과 인사한 다음, 학생들의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를 통해 게임을 내려받도록 안내했다. 혹시, 스마트폰 사양이 낮아 게임이 구동되지 않거나, 설치가 안 되면 조용히 말하라고 했다. 스마트폰이라는 게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이게 학생들의 자존심도 건들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런데 내 의도와 달리, 한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제 스마트폰은 '원플러스원'(One Plus One)인데요."

 

한국에선 낯선 이름인 '원플러스원'은 지난해 중국 제조업체가 제작한 고성능의 스마트폰이다. 이번에 준비했던 게임 두 개는 문제없이 구동될 수 있을 정도로 사양이 좋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이 좋다는 걸 자랑하기 위해서 손든 거다. 어떻게 보면 참 유치하기도 하고 순진해 보이기도 했다.

 

참가자 학생들의 스마트폰 목록을 정리했다. 대부분 1만 루피 내외의 제품들이다. 한화로 환산하면 20만 원 수준이다. '원플러스원'은 2만 루피 내외다. 한화로 40만 원이 조금 안 된다고 보면 된다. 인도는 단말기 보조금 같은 게 없다. 대부분 출시가격보다 약간 할인된 가격에 산다고 보면 된다.

 

원플러스원(Oneplus, One Plus One)

모토 G 3세대 제너레이션(Motorola, Moto G 3rd Gen)

마이크로맥스 캔버스 어메이즈(Micromax, Canvas amaze)
레노보 K3 노트(Levono, K3 Note)
삼성 스타 프로(Samsung, Star pro)
LG G3 비트(LG, G3 Beat)
라바 안드로이드원(Lava, Androidone)
유레카 플러스(Yu, Yureka Plus)

 

인도에서는 20만 원 내외의 보급형 스마트폰이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한다는 자료를 본 적 있다. 이곳에서는 정말 다양한 저가 스마트폰을 볼 수 있다.

 

 

◆ 직접 만져본 코끼리 다리는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간단하게 조사한 설문 내용도 함께 정리했다. 참가자들의 게임 패턴과 모바일 환경 등을 정리해봤다. 테스트 샘플이 편의적 수집이니깐 이 데이터는 굉장히 왜곡될 수 있다는 걸 미리 말씀드린다.

 

테스트 참가자 가정의 50%가 인터넷과 함께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다.

테스트 참가자들은 최소 5개 이상의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이 있다.

테스트 참가자 중, 50% 이상은 하루에 1시간 이상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다.

테스트 참가자의 대부분은 모바일게임에서 유료 결제한 적이 없다.

테스트 참가자 중, 50%는 최근 한 달 동안 2개 이상의 게임을 내려받은 적 있다. 


게임 테스트는 무사히 잘 끝났다. 학생들은 기대 이상으로 잘 참여해줬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말해줬다. 게임에서 스트레스받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잘 참아줘서 고마웠다.

 

일부 게임에서 조작이 서툴러 보이는 부분이 눈에 띄었지만, 게임 시스템의 이해가 높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유저처럼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는 건 아니다. 참가자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게임에 적응해 나간 부분이 신기했다. 테스트는 다행히 정시에 끝냈고 참가자들은 '소정'의 보상비를 받아갔다.

 

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테스트를 열심히 참가해준 학생들이 고마웠다.

  

이번 테스트를 참관한 직원들의 반응도 생각보다 좋았다. 테스트 이후, 리뷰 타임에 다들 신나게 이야기하더라. 그래서 오는 3월 19일에 모바일게임 테스트를 하나 더 진행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미리 논의를 거쳐 테스트 목적도 정하고 리쿠르팅 과정을 거쳐 참가자를 뽑을 계획이다.

 

주말에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는 역기러기 아빠이다 보니, 쉬는 날에 일거리를 만들어 괜히 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반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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