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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날아갈 정도는 아니지! 과학적 영화 '마션'의 사소한 실수 9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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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슬(토망) 2015-10-29 14:56:18
디스이즈게임은 신규 연재 코너 '커밍아웃'을 선보입니다. 커밍아웃에서는 게임은 물론, 기자들의 관심사나 은밀한 취미를 자유롭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것들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기자가 쓰고 싶은 걸 쓴다는 뜻이죠. 앞으로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 영화 <마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영화 <마션>이 과학자를 만들고 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으로 누적 관객 374만 7,901명을 기록했고, 27일 인터파크의 발표에 따르면 <마션> 개봉 직후 <코스모스>, <화성, MARS> 등을 포함한 자연과학 카테고리 도서 판매량이 전월 대비 7.6% 뛰어올랐다.  

 

<마션> 그 자체의 재미도 훌륭하지만, 정말로 영화가 과학적인지 직접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클 것이다. 확실히 <마션>에서 흥을 깰 정도로 큰 오류는 보이지 않지만, 스크린으로 옮겨지면서 자잘한 실수가 제법 보이게 되었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마션>의 실수 9가지를 꼽아본다.  

 


#1. 화성에서는 폭풍이 불어도 사람이 날아가지 않는다 

 


야 화성 작은 인간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폭풍지구인 와트니가 간다 


가장 유명한 과학적 오류는 초반 도입부에 나오는 폭풍이다. 와트니를 고립시킨 바로 그 원수 같은 폭풍.  

 

하지만 실제로 화성에 간다면 폭풍 때문에 고생할 일은 애초부터 없을 것이다. 화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1% 미만이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도 풍압은 그렇게 높지 않다. 아무리 빠른 바람이라도 풍압이 낮아서 사람이 날아갈 정도는 아니다. 폭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풍속은 15m/s 정도에 그치는 등, 주위가 어두워지는 것을 뺀다면 세찬 바람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 날아갈 정도로 세찬 화성 폭풍'은 마션의 오류 중 가장 유명한 것이다. 감독도 이를 알고 있어 "극적 구성을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라고 대답했고, 한 팬이 원작 소설 작가에게 메일을 보냈을 때도 같은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2. 화성의 석양은 붉지 않다

 


2005년 화성탐사로봇 스피릿이 찍은 화성의 노을
 

화성의 노을은 붉지 않다. 대기가 얇고, 입자가 큰 산화철 먼지가 떠다니기 때문에 파장이 긴 붉은빛은 먼지와 부딪혀 사라지고, 파장이 짧은 푸른빛만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성의 석양은 푸르거나, 대기 중 먼지 수준에 따라 검게 보일 때도 있다. 영화 초반에는 푸른 석양이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지구의 것과 같아지기 때문에, 팬덤의 의견은 편집 실수로 보는 편이다.  


 

#3. 다를 수밖에 없는 걸음걸이 

 

화성 명물 와트니 올레길

 

터벅터벅 무거운 걸음걸이가 화성에서는 불가능하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약 0.38배, 즉 1/3이다. 지구에서 60Kg인 사람은 화성에서 약 23Kg이 되는 셈. 중력 역시 1G가 아니라 0.38G가 되기 때문에 걸음걸이 역시 변할 수밖에 없다.  

 

인류 최초로 달에 간 닐 암스트롱은 불편한 우주복과 중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뒤뚱거리거나 깡충 뛰듯이 걸었다. 기술의 진보로 활동하기 편한 우주복이 만들어진다 해도,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이기에 지구와는 다른 동작을 보일 수밖에 없다. 


 

#4. 화성이라도 88Kg을 끌고 오기는 힘들다

 

귀요미 소저너와 커요미 패스파인더 


패스파인더는 1997년 화성에 보내진 무인착륙선으로, 297일 동안 지질 탐사 임무를 수행한 후 현재까지 화성에 남아 있다. 패스파인더에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컬러 카메라가 있고, 교신을 담당하고 있기에 <마션>에서는 이를 복원해 지구와 통신에 성공한다.  

 

영화에서는 별다른 장비 없이 손쉽게 들고 오지만, 패스파인더의 무게는 264Kg에 육박한다. 중력이 1/3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88Kg. 원작 소설에서는 흙을 더 올려 지지대를 만들거나 날개를 드릴로 잘라내는 등,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으나 영화에서는 고생 없이 원형 그대로 실어왔다. 아무리 로버라도 88Kg의 기계를, 크레인만으로 쉽게 가져올 수 없다.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패스파인더를 개조하는 장면을 넣으면 NASA와 연락 두절이 되는 장면까지 들어가야 하기에, 영화로 옮겨지면서 생략된 디테일이라고 볼 수 있다.  



#5. 로버 문 함부로 열지 마세요 

 

NASA의 기술력은 세계 제이이이이일!


로버에 탑승하면 헬멧을 벗을 수 있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정작 로버에는 공기 손실을 막기 위한 에어락이 보이지 않는다. 에어락을 작동시키거나 공기를 빼는 사전 작업 없이 바로 문을 열고 탑승하는데, 이렇게 되면 문을 열 때마다 공기가 사라지게 된다. 이 역시 원작에는 있으나 영화에서는 생략된 부분. 

 

로버에 에어락이 필요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화성 대기는 먼지도 먼지지만 온도가 아주 낮다. 영화대로라면 여러 장비와 컴퓨터를 실은 로버는 금방 얼어버려서 쓸 수 없게 될 것이다. 원작 소설에도 화성 대기에 직접 노출된 노트북이 얼어서 못 쓰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로버 장면이 많은데 일일이 에어락을 가동할 수는 없으니 생략된 것이겠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  



#6. 화성 흙으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편하게 먹는 감자, 화성엔 가셨는지
 

영화대로 하면 화성산 감자를 볼 수가 없다. 화성의 흙에 거름을 뿌린 다음 바로 감자를 심는데, 이렇게 되면 식물 생장에 필요한 박테리아가 없어서 싹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원작에는 지구에서 가져온 흙을 조금씩 섞어 화성 흙에 박테리아를 전염시킨다.  

 

지구 흙이 적어 박테리아를 늘려가며 농토를 만들었기에 감자를 심는 것은 영화보다 더 늦은 시점에서 이루어졌다. 영화 속도를 위한 생략이라지만, 중요한 부분이 빠져서 초반 폭풍 장면과 마찬가지로 오류가 되어버렸다. 



#7. 갓 수확한 감자는 싹이 나지 않는다

 


쉽지 않은 감자 키우기

 감자는 성장이 빠르고 영양 확보에도 유리한 구황작물이지만, 휴면이라는 독특한 성질이 있다. 수확하고 바로 심는다고 싹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아한다 해도 알이 작거나 병이 생기는 등 '불량 감자'가 나온다. 휴면 기간은 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90~120일 정도이므로, 씨로 쓸 감자는 따로 묵혔다가 심어야 한다. 농토를 만드는 기간, 감자를 기르는 기간, 첫 번째 씨감자를 묵히는 기간이 있으므로 와트니가 야위어가는 속도는 더 빨랐을 것이다.
 


#8. 비닐은 펄럭거리지 않는다


오늘의 절망, DAY 1의 희망 


기지가 파괴되었을 때 와트니는 비닐로 구멍을 막는다. 감자밭도 날아가고, 비닐은 밤새 펄럭거려서 와트니가 불안감에 잠을 설치는 장면은 부정적인 감정을 함축해 넣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전반적으로 유머가 넘치고 밝은 분위기지만, 이 장면만큼은 화성 기온만큼 차갑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비닐은 기압을 견디느라 팽팽해져서 잠을 못 잘 정도로 시끄럽게 펄럭이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 영상화하면서 발생한 오류. 


 

#9. 아레스4 MAV는 평지에 있다 

 

 

MAV가 있다고 설정된 스카이파렐리 크레이터. 붉은색으로 갈수록 고도가 높다.


로버를 타고 아주 긴 시간을 달려 도착한 화성상승선(MAV). 계곡을 넘고 암벽을 넘어 만난 구원의 밧줄이라니. 영화적으로는 신비로운 연출이지만 NASA라면 좀 더 안전한 곳에 내려놓았을 것이다. 실제로 아레스4 MAV가 착륙했다고 설정된 스카이파렐리 크레이터는 '아라비아 테라' 지역에 있는데, 이 지역은 부드러운 먼지로 덮여서 로버가 활동하기 좋다고 평해진다. 

 

지금까지 화성으로 보내진 탐사선은 모두 굴곡이 드문 평지에 착륙했다. 이착륙에 유리하고 위험 요소를 최대한 적게 하기 위해서이다. <마션>의 배경은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보낼 기술력을 갖춘 근미래지만, 동시에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되는 현대이기도 하다. 조금 더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NASA의 탐사선은 가능한 방해물이 없는 평지에 있을 것이다.  



오류가 아닌 이야기 하나 - 덕 테이프는 진실로 위대하다

 


찬양하라 덕테이프


<마션>에서는 금이 간 헬멧도 붙였고, 기지 수리에도 요긴하게 사용한다. 오오 덕 테이프 오오. 한국에서는 다소 낯설게 보일 이 회색 테이프의 이름은 '덕 테이프'. 2차 세계대전에서 군용 방수 테이프로 개발되어 현재까지 미군의 사랑을 받는 '잇 아이템'이다.  


민간용 덕 테이프도 훌륭한 범용성을 보여주지만, 군용 덕테이프의 능력은 실로 경이로운 수준. 2차 세계대전 중 부서진 전투기 날개를 이걸로 붙여서 다시 날려보냈다는 기록이 있고, 베트남 전쟁에서는 헬리콥터 로터를 고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가장 아찔한 사고로 꼽히는 아폴로 13호 사고에서도, 규격이 맞지 않는 이산화탄소 제거기를 끼워 맞추거나 월면차를 수리하는 등 눈부신 공을 세웠다.  

 

적절한 수리 자원과 인력을 갖춰서 대응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긴급 상황에서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다. 긴급 상황의 친구, 덕테 이프는 진실로 위대하다. 

 

 

오류가 아닌 이야기 둘 - 미터법 

 

국내에도 보도된 1999년 화성탐사선 실종 사고 

 

NASA가 미터법을 쓰는 것도 오류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야드, 피트 등 미국식 단위계를 사용하지만, NASA는 국제 표준에 따라 미터법을 공식으로 사용한다. 단위 문제 때문에 우리 돈으로 1,500억 원 이상을 날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1999년, 록히드마틴 사는 미국단위계를 기준으로 화성 탐사선을 설계했는데 NASA는 이것을 미터법으로 착각했다. 결국, 추진력 계산 과정에서 큰 오류가 나는 바람에 탐사선은 화성 대기권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마찰로 인해 폭발하거나 불탔다고 추측했다. NASA와 록히드마틴 사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이전에 발사한 실종 탐사선도 같은 문제가 있는지 긴급 점검에 들어갔으며, 정부와 과학자들에게 혹독한 비판을 들어야 했다.  

 

오류가 아닌 이야기 셋 - <마션> 

 


우리가 보고 싶은 NASA, 되고 싶은 지구인 이야기
 

저명한 과학자이자 인기 방송인 닐 타이슨은 이 영화를 두고 "관료주의와 싸워야 하는 NASA에게 있어, 이 영화는 판타지에요."라고 일축한다. 지상 최고의 '덕후'들이 모여 있지만, 그들이라고 꿈과 희망과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승무원 전원 사망이라는 비극을 낳은 컬럼비아호 참사, 세계적인 불경기로 NASA의 활동 반경과 위상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마션>처럼 오로지 과학자들이, 과학의 힘만으로 전 세계의 응원을 받으며 작전 하나를 수행하는 것은 판타지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오류에도 불구하고 NASA는 <마션>의 제작에 많은 관심을 표했고, 배급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영화를 홍보하고 있다. 영화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예산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지만, 영화 안에서 그들이 되고 싶은 이상형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화성에 홀로 떨어진 와트니를 동정하고,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하나 되는 지구인이 그려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적된 부분을 보면 영상화와 편집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많다. 소설에서 시시콜콜하게 설명해주는 사건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전부 영상으로 옮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식적으로 편집되었다고 하는 분량이 20분이나 된다. 개봉 전 돌았던 바이럴과 에필로그 영상을 다 합치면 더 될 것이다. 극장에서 궁금증을 잔뜩 자극해놓고 감독판이나 속편에서 선심 쓰듯이 답을 던져주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악취미가 여지없이 발휘된 모양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뭔가 좀 잘린 것 같은데?", "저건 왜 저렇게 되는 거야?"라는 의문을 가졌고 당장 해결하고 싶다면, 꼭 원작 소설을 보시길 바란다. 처음 NASA와 통신했을 때 지구인 일동을 당혹스럽게 만든 그 이모티콘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길.
 

 


<마션>을 재미있게 보았다면 이 게임도 추천해요

 

1. The Martian : Official Game

 

초장거리 문자질. NASA의 위엄을 마음껏 누려보자


영화 <마션> 공식 모바일 게임. 플레이어가 NASA 직원이 되어 마크 와트니를 보조한다는 내용으로, 적절한 조언으로 와트니를 이끌어 무사히 구출해야 한다. 조언에 따라 와트니는 행동을 하고 결과를 푸시 메시지 등으로 보고한다. 식사하라고 조언하면 한동안 답변이 없거나, 어딘가로 가는 중이라면 그의 궤적이 지도로 표시되는 식. 다소 진행이 짧고, 인디 모바일 게임 <Lifeline>과 유사하다는 점이 흠.

 

2. This War of Mine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생존도 전쟁이니까. 

 

살아남기란 이다지도 빡치는 일이었던가. 전쟁 중인 나라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어드벤처 게임. 아지트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꾸밀지, 찾아오는 사람을 믿어도 좋은 건지, 식량을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해야 할 일은 산더미고 자원은 너무나 부족하다. 이 게임은 생존을 위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를 가혹하리만큼 냉정하게 보여준다. 적절한 랜덤성과 난이도 덕분에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충분한 수작.

 

3. 야생의 땅 : 듀랑고

 



#티라노당 #물려간당 #근데_언제나옴

 

현대인이 어떤 이유로 다른 차원에 떨어진다. 미남 미녀가 넘쳐나는 판타지 세상? 공룡이나 매머드 같은 것들이 우글대는 '듀랑고'로 당첨!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망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무기를 들고, 자원을 모으고 협동해야 한다.   

 

<야생의 땅 : 듀랑고> '개척형 오픈월드 MMORPG'를 목표로, 넥슨의 왓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이다. 가능한 자연스러운 생태계와 동물의 행동을 설계하고, 상식적이지만 기발한 조합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본래 웹게임으로 기획되었지만 모바일로 방향을 선회, 이에 맞는 전투와 자기방어, 섬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다.  


 

4.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우주가 이렇게나 위험하다. 역시 이불 밖으로 나가지 말자. 

 

우주 배경인데 이 작품이 빠지면 섭섭하다. <데드 스페이스>는 폐쇄된 우주선과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가 비밀을 파헤치는 호러 슈팅 게임이다. 연인의 구조 신호를 듣고 우주로 날아갔는데, 끔찍한 괴물이 성대하게 맞아주는 것이 고생문 시작. 높은 몰입력이나 기기괴괴한 괴물, 충격적인 연출도 훌륭하지만, 역시 이 게임의 인기 요소는 아이작이 어떻게 고생하는가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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