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눈, 앙증맞은 코. 이쪽을 돌아보며 앉아있지만, 입이 보이지 않아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다. 캐릭터 '헬로키티' 이야기다. 어린이 장난감부터 테마파크까지 섭렵한 키티. 그런데 이 캐릭터가 사실은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키티가 짜증 나는 커플 부대라는 것은? 빌 게이츠를 뻥 하고 차버린 이야기는?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헬로키티' 이야기를 들어보자.
1. 고양이가 아니라니!
태어난지 40년만에 밝혀진 비밀
미국 로스엔젤레스 헬로키티 전시전 개막 행사에 사회자로 초대된 크리스틴 야노 교수는 리허설 준비를 하다 크게 당황했다. 키티를 낳은 일본 캐릭터 회사인 '산리오' 관계자로부터 키티를 '고양이'가 아니라 '소녀'라고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이것이 퍽 인상에 남았는지, 크리스틴 교수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언급했다. 2014년 8월, 세계가 키티를 알게 된지 40년만의 일이었다. "고양이가 아니라니!"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고, 산리오가 공식적으로 '키티는 런던 남부에서 태어난 소녀'라고 밝히면서 새삼스레 키티의 정체성 논란이 일었다.
2. 키티에게 가족과 반려동물, 남친까지 있다고?
고양이가 고양이와 햄스터를 키운다. 아, 고양이 아니랬지.
그녀의 풀 네임은 '키티 화이트(Kitty White)'. 엄마와 아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사는 대가족 집안의 딸이다. 쌍둥이 여동생 '미미'도 있다. 거기에 고양이 한 마리와 햄스터 한 마리, 살아 움직이는 곰 인형도 있다. 키티는 여느 소녀처럼 학교에 다니고, 많은 친구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은 남자친구 '디어 다니엘'이다.
키티가 처음 세상에 나올 땐 이름조차 없었다. 그러다 영국 출신이고 피아노와 베이킹을 좋아한다는 등, 일본 여자아이가 동경할 만한 설정이 조금씩 붙었다. 유명인들이 연애 사실을 당당하게 공개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키티도 '공개 연애'를 시작했고, 반려동물 붐이 일자 고양이와 햄스터가 추가되었다. 이런 식으로 키티는 현실을 따라잡으며 인격을 갖고 변화했다.
3. 입이 없어도 괜찮아!
솔로에게만 어색해 보이는 것이 아니리라 믿는다
산리오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헬로키티' 상품에 대한 여러 질문과 답변이 있다. 그중 눈에 띄는 질문은 단연 "키티는 왜 입이 없나요?" 이다. 산리오는 이렇게 답한다. "키티는 마음으로 말해요. 산리오와 키티의 세상은 언어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여러 디자이너와 마케터의 분석에 따르면, 입이 없는 키티의 모습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투영한다. 우울할 때 키티를 보면 똑같이 우울해 보이고, 기쁠 때 보면 기쁜 표정으로 보인다. 입이 없어 표정이 분명치 않기 때문에, 보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현재 상태를 키티에게 대입하여 공감한다는 것이다.
키티는 웃지 않아도, 키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웃을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닐까?
4. 빌 게이츠도 차버린 도도한 그녀
산리오조차 딱 한 개 회수했다는 최초의 키티 상품
이름도 없이 초라한 비닐 지갑 캐릭터로 시작했지만, 2015년의 키티는 연간 1조 원을 벌어들이는 월드 스타다. 자산 가치 20조 원, 어마어마한 몸값의 그녀. 세계 최고 부호라는 빌 게이츠도 키티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면 믿어지는가? '헬로키티' 열성 수집가로도 유명한 빌 게이츠는 2000년대 초반, 산리오에게 키티의 디지털 판권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가 제시한 금액은 자그마치 6천억 엔! '헬로키티'는 여전히 산리오 월드의 일원이다. 만약 그 때 키티가 MS로 넘어갔다면, '윈도우 10'을 홍보하는 키티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5. 게으른 경찰은 '키티형'에 처한다! 태국 경찰이 싫어하는 그녀
키티로도 때리지 말라
사랑과 우정의 마스코트인 키티가 징계의 상징으로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있다. 2007년, 태국 경찰 범죄예방부는 복무규정을 위반한 경찰관에게 경고의 의미로 키티가 그려진 분홍색 완장을 채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세계로부터 "나의 키티는 그렇지 않아!" 식의 거센 항의를 받으면서 '키티형'은 철회되었다.
가끔 보면 나쁜 남자도 키티 옷을 입고 다니는 것 같긴 하지만...
6. 루머에 시달리는 그녀
괴물 키티는 할로윈 때만 즐깁시다
유니세프 어린이 친선대사로 임명될 정도로 세계인에게 친숙한 키티. 하지만 키티를 싫어하는 사람도 아주 많다. 안티 집단부터 악성 루머까지, 키티를 둘러싼 공기는 마냥 평화롭지가 않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도는 루머는 '헬로키티 우익설'이다. 2000년대 초반 "일본 우익 세력을 후원하는 기업 명단"이라는 불분명한 글이 인터넷에 돌아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해명을 하는 기업이 있다. 산리오도 그 피해자 중 하나이다.
무국적을 추구하는 산리오가 일본 우익에게 '친한(親韓) 기업'이라는 비난을 듣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인지, 입이 없는 키티를 두고 '원자력 발전소 홍보용으로 만든 캐릭터'라든가, 심지어 '악마 숭배의 상징'이라는 루머까지 돌고 있지만 전부 사실무근이다. 이외에 타국의 캐릭터인 '무스티'나 '미피'를 표절했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7. 안 되는 것 빼고 다 콜라보한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지구인 놈들
키티는 무기와 담배, 약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상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간혹 인터넷에서 키티 테이저 건이나 전기톱 등 기상천외한 물건이 나오기도 하지만, 보통 이런 것은 합성 사진이거나 개인의 개조품이다. 다시 말해, 직접적인 금지 품목만 아니라면 다른 모든 분야에서 키티 상품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키티 얼굴이 붙은 우산, 가방, 스마트폰 케이스는 아주 평범한 사례. '정말 이런 물건에도 키티가 있을까?' 싶은 것도 찾아보면 정말로 있다. 당장 산리오 키티 샵에 가보면 '키티 간장'을 볼 수가 있으니. 일본의 국민차 브랜드라는 혼다? 아니면 명품 쥬얼리로 유명한 스와로브스키? 모두 키티 앞에서는 '평범한 콜라보 대상'일 뿐이다.
2014년, 일본 도쿄대학교는 인공위성 '호도요시 3호'를 발사했다. 연구를 위한 민간 위성으로, 그 자체로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으나 한 탑승객으로 인하여 어떤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전 세계 팬들이 보낸 메시지를 품은 키티는, 창가에 앉아 지금도 지구 주위를 맴돌고 있다. '헬로키티'는, 정말로 하늘의 별이 되었다. 키티는 그렇게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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