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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이슬람법 ‘샤리아’와 애니메이션 ‘The 99’ 사례

땡땡땡 2015-06-21 20:00:04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다들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지요. 이번 주는 TIG에 E3 소식이 많은데, 새로 발표된 게임들과 게임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진 신기술이 등장해 게이머들의 기대가 한껏 높아져 있네요. 

 

특히 올해는 VR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만약 <메이플스토리2>를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로 즐길 수 있고, <블레이드앤소울>을 오큘러스로 내 캐릭터를 뒤에서 쫓아가며 논타겟팅 방식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 봅니다. 이른 시일 내에 한국 게임에도 VR 기술이 적용되면 좋겠습니다. 

 

  

지난 연재에서는 게임 외적인 주제를 다루었는데, 법원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가 어떻게 게임과 같이 그 내용을 속속들이 알기 힘든 사실관계까지 이해하고 판단을 내리는지 그 과정에 작용하는 법 원리를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게임과 조금 더 관련이 없는, 그리고 지리적으로도 좀 더 먼 곳으로 가 보겠습니다. 마침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와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로 인해 미디어에 ‘중동’(Middle East)이란 단어가 자주 오르내리는 때인데요, ‘게임과 법’ 연재 사상 가장 뜬금없는 내용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 제대로 삼천포로, 아니 중동으로 한 번 빠져 보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얘기를 해보겠습니까.

 

사실 동쪽의 아시아를 부르는 ‘중동’(Middle East)이라는 말 자체가 전 세계에 대륙이라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유럽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고대와 중세의 산물입니다. 다만, 중동이라고 하면 현재 좁게는 지중해의 동쪽 연안인 레반트 지역에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반도를 지나 페르시아만 연안지역까지 정도를 지칭할 때 쓰고, 넓게는 아랍, 이슬람 문화권을 통틀어 리비아가 있는 북부아프리카부터 아프가니스탄까지를 지칭하는 말로 쓰입니다. 

 

앗, 낙타고기는 함부로 먹으면 안 됩니다! 

 

이 지역의 사회와 문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가치는 ‘이슬람’입니다. 원래 아랍어로 ‘복종’을 뜻하는 ‘이슬람’은 단순한 종교라기보다는 유일신 알라(사실 아랍어로 ‘Allah’는 영어로 하면 ‘The God’입니다, 아랍 지명에 많이 나와는 Al-은 정관사이고 신을 의미하는 ilah가 합쳐진 것이죠)를 믿는 이들의 규범과 윤리, 생활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믿음이라 하겠습니다.

 

그 역사와 연원을 살펴보면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은 사실 하나의 뿌리를 두고 있는 종교들인데요, 예언자 무함마드를 신이 인류에게 보낸 마지막 예언자라 믿는 이슬람의 관점에서는 기독교에서의 예수 그리스도나 유대교에서의 모세도 모두 신이 인간에게 보낸 선지자였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갑자기 게임과 법에서 왜 중동에다 종교 얘기를 하는지, 정말 중동으로 빠진다더니 뜬금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터인데, 종교적 규범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보면 법과 더불어 사회를 규율하는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선언하고 그 이후 1,000여 년간 지속한 중세에서 교황권이 강하던 시절에는 서구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중동지방의 국가들에는 오늘날에도 국가가 제정한 실정법과 더불어 이슬람적 관점에서의 종교법이 효력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법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윤리이자 행동규범인 셈인데 이런 이슬람법을 ‘샤리아’(Shariah)라고 부르며, 아랍어에서 길을 의미하는 단어와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샤리아는 원천적으로 이슬람의 경전인 꾸란(아랍어로는 Quran, 영어에선 Koran이라고도 하는)과 예언자 무함마드가 살아있을 때 행한 언행에 바탕을 두고 있고 이후로는 법학자들의 합의나 유추에 따른 해석에 근거를 둡니다.

 

이런 이슬람법을 해석하는 것이 중동 지역마다 조금씩은 차이가 있는데, 크게는 4가지 정도의 흐름이 있고 이를 4대 학파라고 부릅니다. 이제 게임 이야기를 해야 하니 더 깊게 들어가진 않겠습니다만, 예를 들면 주로 사우디에 근간을 둔 어떤 학파는 생활규범에서는 엄격하고 보수적이지만 상업윤리는 비교적 자유롭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이집트나 이런 쪽의 학파는 상대적으로 생활규범에서는 덜 엄격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아무튼 중동지역의 국가 중 일부에는 일반 법원과 ‘샤리아 법원’이 따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종교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샤리아 법원이 재판을 내리며 사회적으로 종교적 판단이 필요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에서 ‘무프티’라고 하는 판사 겸 법학자가 법적 해석을 내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출처=중동경제연구소)

  

자, 이제 중동의 법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중동의 게임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TIG 독자 여러분 혹시 중동에서는 어떤 게임을 많이 하는지 아십니까? 중동의 젊은이들도 게임 많이 합니다만,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연방(UAE), 카타르와 같이 비교적 부유한 산유국 젊은이들은 가정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로 콘솔게임을 즐겨하는 경향이 있고, 인구는 많지만 가정집의 인터넷 보급률과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집트, 요르단 쪽에서는 어느 정도 PC방이 활성화되어 PC 온라인게임을 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돼 다들 소셜게임이나 퍼즐게임도 많이 한다고 하네요. 조금 옛날 이야기이긴 한데, 이집트에서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인 <실크로드 온라인>이 인기가 많았던 적이 있습니다. 기획에서 세계관이 좋았고 중동 쪽 문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점이 성공요소였다고 하는데, 그때 보면 우리나라 온라인게임들이 대단하긴 했습니다.

  

  

2006년에 쿠웨이트에서 <The 99>라는 만화가 발간됐습니다. 이 만화는 쉽게 말해 이슬람 세계관에 근거한 슈퍼히어로물이었는데, 다양한 국가 출신의 청소년들이 ‘누르 스톤’(Noor는 아랍어로 빛을 의미합니다)을 발견하거나 물려받아 몸에 지녀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이들이 초능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표지 일러스트나 캐릭터의 이미지를 보면 상당히 미국 코믹북이나 그래픽 노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그림체의 느낌이 강한데, 등장인물들이 작품 속에서 명확하게 이슬람을 신봉하는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들의 극중 출신 국가가 대부분 무슬림들이 많거나 상당수의 무슬림 인구가 거주하는 국가들(사우디아라비아, UAE, 파키스탄,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등)이고 복장 또한 일부 여성 캐릭터들은 얼굴이나 머리를 가리기 위해 히잡이나 부르카를 착용하는 등 세계관에 있어 이슬람적 요소가 깊게 배어 있었습니다.

 

이 만화의 제목인 <The 99>은 꾸란에 나오는 알라의 99가지 속성에 근거를 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각각의 캐릭터들이 지혜, 신실함, 자비, 강인함 등의 속성을 지니는 것이었고 이들이 협력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죠. 작가인 나이프 알 무타와(Naif Al-Mutawa)는 이런 설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슬람 세계의 협력을 그려내 무슬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이 만화는 상당한 인기를 얻었고, 2007년에는 미국에서도 발간돼 온라인 버전과 인쇄물로 2013년까지 연재됐는데, 연재 기간에는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물인 <Justice League of America>와 크로스오버 작품까지 내어놓았을 뿐 아니라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됩니다.

 

2010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 행사장(Presidential Summit on Entrepreneurship)에서 연설하던 중 이 만화의 원작자를 지목해 무슬림 세계와 미국간의 대화에 기여했다고 말해 더욱 유명세를 타죠.

 

이 시리즈의 공식 팬사이트에는 이 시리즈의 캐릭터 소개와 설정, 회원으로 가입하여 주어진 미션을 풀어가는 간단한 웹게임이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두 개의 게임이 제공되는데 하나는 간단한 웹기반의 러닝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의 기지에 발생한 미스터리한 현상에 대해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형태의 게임이나 지금은 접속되지 않습니다(이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접속 장애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만화가 성공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 만화는 무슬림들과 비 무슬림들 양쪽에서 모두 비난을 받게 되는데, 쿠웨이트에서는 변호사가 이 만화는 신을 모독했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4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 국가 무프티(종교와 관련된 법적 결정에 있어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과 같은 사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로부터 ‘신의 이름과 속성에 관해 비난받고 금지되어야 마땅한 악마의 작품’이라는 결정을 받고 사우디 국영 TV채널에서 애니메이션의 방영이 금지됩니다.

 

어린이들이 이 만화를 통해 주인공이 갖춘 능력이 신의 속성이 아닌 캐릭터의 능력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점도 그 이유였다고 하죠. 게다가 원작자는 IS의 전신이었던 ISIL의 행동조직으로부터 트위터를 통해 살해 위협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일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이 만화 원작에 좀 더 제대로 된 버전의 웹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을 해볼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먼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온라인게임이 외국에서도 서비스되는 것은 물론이고, 모바일게임은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글로벌 오픈마켓을 통해 전 세계에서 서비스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동지방은 언어적 문화적 특성상 현지화(Localization)의 문제가 많다 보니 무시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기도 하죠.

 

또 한편으로는 <The 99>의 사례가 주로 미국적 가치를 담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특정 지역의 문화와 결합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애초에 중동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작된 <대장금>이나 <뽀로로> 같은 작품이 중동에서 인기가 많았던 데에는 아마도 이유가 있을 겁니다.

 

메르스로 인해 중동에 가본 적도 없는 낙타가 격리되는 해프닝이 발생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만, 저도 약간의 혼란을 틈타(?) 중동지역의 종교법과 그에 관련된 사례에 대해 썰을 풀었습니다.

 

다음 연재부터는 다시 우리의 게임과 가까운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는 메르스도 IS 사태도 모두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기를 기원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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