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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의 어머니 이야기 9

임상훈(시몬) 2016-10-31 16:44:15

그녀는 두 번째 응급실에서 섬망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먹지 못했고, 연이은 관장을 통해 기력이 떨어진 탓이었을 것이다. 간호사와 의사, 보호자의 만류에도 화장실을 걸어서 가겠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산소호흡기와 주사를 빼달라고 했다.


간암의 증상 중 하나인 통증이 극심하게 왔다. 병원에서는 앱스트랄 400 한 알을 처방해줬다. 지난 번 퇴원할 때 받았던 약의 2배 용량이었다. 남편은 그것을 아내 혀 아래 놔주고 큰 아들과 교대하기 위해 응급실을 나왔다.


아들이 응급실에 들어왔을 때 갑자기 간호사들이 그녀 침상 곁에 우르르 몰려갔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몸 곳곳에 무언가를 붙이고, 혈액을 뽑고,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호흡을 체크하는 기계가 띠띠띠 불안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의사가 아들을 불렀다. 패혈증 증세로 보인다고 했다. 염증이 심해져 혈액을 끈적하게 해서 호흡을 어렵게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해결책은 없었다. 중환자실에 가서 가슴에 관을 꽂아 한 달 동안 혈액을 녹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녀와 남편, 자녀들 모두 그런 식의 연명은 원하지 않았다. 의사는 당장 운명할 수도 있고, 길어야 하루 정도밖에 버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은 그녀 곁으로 갔다. 그녀는 의식이 없었다. 아들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자신이 왔고, 눈을 떠보라고 울먹이며 소리쳤다. 휴대폰을 꺼내서 아빠와 동생들에게도 얼른 병원으로 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때 간호사가 주사기를 들고 왔다. 패혈증이 아닐 가능성이 하나 있다고 했다. 진통제의 부작용일 수도 있으니, 진통제의 효과를 누그러뜨리는 용액을 주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주사액이 들어갔다. 1분이 지나지 않아, 그녀가 눈을 떴다. 호흡이 다시 정상에 가깝게 돌아왔다.


아들과 간호사는 휴~ 한숨을 쉬었다. 의사도 위기는 넘어갔다고 이야기했다. 앱스트랄 400은 더 이상 그녀에게 처방해서는 안 되는 약재로 등록됐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응급실 병상 옆을 지키는 아들이 걱정됐다.


낮에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는 어떡하고…”


밤에는 이렇게 말했다. “집에 가라. 얼른 가.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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