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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의 어머니 이야기 1

임상훈(시몬) 2016-10-27 23:12:26

1948년 가을, 그녀는 담양 부잣집 7번째 딸로 태어났다. 앞산과 뒷산, 모두 그녀 아버지 땅이었다. 어린 시절 담양에서 소니 TV가 있는 유일한 집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부지런한 사내였다. 오로지 노동력으로 그 재산을 일구었다. 어린 시절 이모집에 3년 동안 얹혀 살며 머슴 노릇을 할 정도로 가난했지만, 돌밭을 옥토로 만들 정도로 부지런했다.

그는 또한 보수적인 사내였다. 남아선호가 투철했다. 딸딸딸딸딸, 딸딸딸 다음에야 아들 둘을 얻었다. 첫 아들을 환갑 때 봤다.


딸에게 국민학교 이상의 진학은 허락하지 않았다. 교회 생활을 하던 매형이 아버지를 잘 구슬린 덕분에 그녀는 선교 목적으로 세워진 중학교에 갈 수 있었다. 경기도 소사였다. 어린 시절부터 유학생활을 했다. 그녀는 집으로 매달 편지를 써야 했다. 편지를 안 보내면 용돈이 오지 않았다.


그녀 아버지에게 딸의 고등학교 진학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바로 위 언니는 공부를 잘했다. 담임선생이 무릎까지 꿇으며 사정했지만, 진학이 허락되지 않았다. 여동생은 글을 잘 썼다. 그녀가 쓴 시는 신문에 많이 실렸다.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녀는 고등학교에 가고 싶었다. 3일 간의 단식을 통해 아버지의 뜻을 꺾었다. 하지만, 일반 고등학교 진학은 불가능했다. 구직을 명분으로 광주의 미용 전문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여동생도 언니를 따라 시위를 했다. 간호 전문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녀는 딸을 낳으면 꼭 대학까지 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훗날 그녀의 외동딸은 삼 남매 중 유일하게 유치원을 다녔다. 방송국 합창단 활동도 했다. 대학원까지 갔다.


그녀의 여동생은 2세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답답한 한국을 떠났다. 독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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