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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가마수트라] 게임 기획에 공통의 어휘를 사용하자 (2)

‘형식적 추상 디자인 도구’ by 더그 처치

밝은해 2013-09-02 09:46:32

지난 회에 이어 '형식적 추상 디자인 도구' 2부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을 위한 링크. ☞ 1부: 게임 기획에 공통의 어휘를 사용하자 (1)

 

1부에서 더그 처치는 게임 디자인(기획)을 위한 공통 어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공통 어휘를 수립하는 방법으로 '형식적 추상 디자인 도구'를 제안했습니다. <슈퍼 마리오 64>를 샘플 삼아 몇 가지 의미 있는 디자인 도구(어휘)를 추려봤습니다. 이번 2부에서 처치는 추려낸 도구를 다른 게임의 사례에 적용해보고, 같은 도구라도 디자이너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합니다.

 


※ 이 연재는 가마수트라와 디스이즈게임의 기사 제휴에 의해 제공되는 것입니다. /편집자 주

 

같은 도구, 다른 게임

 

인지 가능한 귀결은 RPG에서 플롯이나 캐릭터 성장에 흔히 사용되는 도구다. 플롯 사건이 발생하면 게임은 (캐릭터나 내레이션을 통해) “X, Y가 일어났기 때문에”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고 전해준다. 이는 분명 상당히 순수한 형태의 인지 가능한 귀결이다.

 

그런데 RPG에서 귀결은 보다 간접적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밤에 여관에 묵었는데 다음날 아침 습격을 받았다고 하자. 이건 디자이너가 게임의 코드나 디자인으로 구축한 요소일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마을에 너무 오래 머물러있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관에 너무 자주 머무르면 습격 당하도록 했죠.”) 하지만 이런 인과관계는 플레이어가 인지할 수 없다. 실제로는 귀결일지 모르나 플레이어 입장에서 보면 앞뒤가 없다.

 

귀결을 인지할 수 있더라도 여전히 뭔가 잘못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길에 갈림길이 있어서 플레이어가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플레이어는 선택한 길을 따라 여행하다가 산적 무리와 만나고, 산적 대장은 이렇게 소리친다. “우리 산적의 계곡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그 대가는 톡톡히 치러 주시게.” 이것은 분명히 귀결이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는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른 귀결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디자이너에게 귀결을 강요 당하는 상황에 탄식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갑자기 “당신이 알 방법은 없었지만, X를 해서 끔찍한 사건 Z가 일어난다”고 듣는 상황이다.

 


 

마리오가 인지 가능한 귀결을 활용한 방식을 살펴보고 거기서 플레이어를 당황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식견을 얻어보자. 마리오에서 보통 귀결은 플레이어가 내린 결정의 직접적인 결과다. 길을 따라가다 갑자기 “하하! 알 방법이 전혀 없었겠지만 사실 왼쪽으로 갔어야 했다!” 같은 소리나, “막다른 길이다! 쥐포가 되어라!” 같은 소리를 듣는 상황은 드물다. 위험한 점프를 시도하거나, 먼 길을 돌아가거나, 싸우는 길을 가는 결정을 플레이어 자신이 직접 내릴 수 있음을 안다. 그리고 일이 잘못 되면 잘못 된 이유를 이해한다.

 

그러니 RPG에서 귀결을 가장 잘 활용한 경우가 의도적 행동과 귀결이 연결되는 경우라는 점은 놀랄 일이 아니다. 사악한 마법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선택이나 저항해서 그 귀결을 마주할 수 있는 선택에는 의도와 귀결이 모두 있다. 그리고 '의도'와 '귀결' 이 두 도구가 함께 작용되면 플레이어는 자신이 통제한다는 느낌을 받고 그 결과로 일어난 일에 책임을 느낀다. 하지만 “사악한 마법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말해 놓고는, “사악한 마법사가 시키는 대로 했으므로 다음과 같은 끔찍한 귀결이 발생한다”고 하면 플레이어는 자신이 관여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두 예시 모두 인지된 귀결이지만 의도의 유무에 따라 플레이어의 반응이 다르다.

 

 

같은 게임, 다른 도구

 

물론, 흔히 RPG가 플레이어의 통제감을 앗아가면서까지 특정한 상황을 플레이어에게 강요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이유는 디자이너가 게임의 이야기 흐름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야기'도 분명 모든 게임 스타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는 또 하나의 추상 도구다. 그런데, 이야기 하면 책이 떠오른다고 해서 게임 디자인의 추상 도구로 말하는 “이야기”가 모두 미리 쓰여져 상황을 해설하는 텍스트는 아니다. 우리 분야에서 말하는 “이야기”란 게임 전반에 걸쳐 이어지는 서사의 끈을 가리킨다.

 

컴퓨터 및 콘솔 게임에서 이야기의 가장 명백한 활용은 어드벤처 게임의 스토리라인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장르에서 디자이너는 이야기를 미리 쓰고, 플레이어는 캐릭터와 사물, 세계와 상호작용해서 그 이야기를 밝혀나간다. 흔히 플레이어에게 통제감을 주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긴 하지만, 결국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한 플롯을 경험한다.

 

그런데 농구 게임 <NBA 라이브>에서도 이야기가 역할을 한다. 여기서 이야기는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말한다. 제 실력을 내지 못했던 스타 플레이어가 게임 종료 직전 쏜 3점 슛으로 연장을 불러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처음부터 완전히 경기를 망쳐 결국에는 후보 선수들이 활약 기회를 잡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플레이어가 플레이하면서 하는 행동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분명 농구의 이야기는 RPG의 이야기보다 단순하지만, 대신 디자이너가 아닌 플레이어가 통제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시즌 모드가 들어가고, 라이벌 관계, 여러 경기에 걸친 분투가 들어가면 이런 게임에서도 이야기가 더 큰 역할을 한다.

 

이야기: 디자이너가 주도하든 플레이어가 주도하든 사건을 묶어 모아 플레이어를 게임의 완료까지 유도하는 서사의 끈.

 

도구 여럿 사용하기: 협력, 충돌, 혼동

 

흔히 어드벤처 게임에는 의도나 인지 가능한 귀결이 거의 없다. 어드벤처 게임의 플레이어는 모든 곳에 가보고, 모든 것을 집어보고, 모든 것을 다른 모든 것에 사용해서 디자이너의 의도를 밝혀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가장 낮은 수준에서 “이 물건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도가 있고, “맞았네. 스토리 진행되는구만” 하는 정도의 귀결이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목표 형성과 욕구 표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이것저것 행동하지만 (디자이너가 미리 만들어 놓은) 소수의 가능성만 실현되는 게 명확하며 실현되지 않는 행위를 하면 실패한다.

 

하지만 많은 게임에서 그렇듯, 이런 식으로 일부의 귀결과 대부분의 의도가 사라지면 이야기 입장에서는 커다란 이득이다. 플레이어의 통제를 빼앗아 가면 디자이너는 일어날 사건을 정확하게 짜 맞춘 순간들로 가득한 세계를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다. 이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상당히 강렬한 순간(플레이어가 직접 지휘하는 행동 만큼이나 흥미롭게 느끼는 순간)을 낳을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서 바로 도구들이 충돌한다. '의도'와 '이야기'가 충돌한다. 즉, 디자이너가 구체적인 상황을 일어나게 만들수록 플레이어에게 줄 수 있는 통제는 줄어든다.

 

다시 말하지만, 디자이너는 자신이 하려는 일에 적합한 도구를 택해야 한다. 자신이 개발하고 싶은 게임을 알아야 원하는 도구를 고르고 사용할 방법을 궁리할 수 있다. 생각 없이 도구를 추가해 놓고 게임이 잘 굴러가길 바랄 수는 없다.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사례

 

의도와 이야기의 충돌에 있어 흥미로운 변주는 스퀘어소프트의 전통적인 콘솔용 RPG(<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크로노 트리거> 같은 게임)에서 발견된다. 이런 게임에서는 기본적으로 도구 별로 독자적인 영역을 차지한다. 소수의 귀결 없는 분기를 빼면 플롯은 대개 선형적이다. 그런데 캐릭터와 전투는 플레이어가 다양한 아이템과 능력치, 연쇄 효과를 통제할 수 있는 자유롭고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플레이어는 반드시 그 시스템을 학습해서 아이템과 파티 멤버를 관리하고 자신의 파티를 발전시켜야 한다.

 

게임 세계를 탐험하면서 플롯이 플레이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디자이너가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는 멋진 순간들은 플레이어가 주도하지 않는다. 플롯 면에서 플레이어의 의도는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탐험 페이스는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탐험하면서 아이템과 캐릭터를 발견하고, 이런 발견은 게임의 전투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게임의 전투에서는 각각의 캐릭터가 할 행동과 사용할 능력과 아이템 등 세세한 사항을 플레이어가 직접 결정한다. 즉, 이야기는 탐색할 뿐이지만 전투에는 의도와 귀결이 존재한다.

 

스퀘어소프트의 게임들은 근본적으로 이야기책이라 할 수 있지만,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선 전투를 이겨야 한다. 그리고 전투에서 이기려면 이야기에 나오는 캐릭터와 아이템을 활용해야 한다. 이야기의 귀결은 이미 정해져 있고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하게 경험하지만, 그 귀결은 보통 플레이어의 의도를 가득 반영하는 전투 시퀀스 바로 다음에 제시된다. 플롯은 플레이어가 전에 동료였던 캐릭터와 싸우게 강요하지만 싸움 자체는 플레이어가 완전히 통제한다.

 

게임의 디자이너는 세 가지 도구를 한 곳에 사용하는 대신, 의도와 귀결을 전투 시스템에 활용하고 이야기와 귀결은 이야기의 전개에 활용했다. 그런 방식으로 디자이너는 원하는 도구를 모두 사용하는 한편 게임 속에 들어맞도록 활용했다. 도구가 전면에 나올 때는 제대로 활용될 수 있게 만들었고, 도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굳이 활용하지 않았다.

 

약간 비약을 하면 스포츠와 격투 게임은 세 가지 도구를 하나로 혼합했다고 할 수도 있다. <NHL 99>에서 이야기는 득점과 체크 실패, 페널티 샷이다. 이 이야기는 기초적일지라도 플레이어가 완전히 소유하는 이야기다. 골리를 끌어내는 전술을 사용하느냐는 플레이어가 결정할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레이어의 결정과 그 결정에 따른 행동이 제대로 통할 수도 있고 안 통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결말은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것이 된다. 어드벤처 게임과 달리 올바른 물건을 클릭할 때까지 20번을 저장했다가 불러오면서 디자이너의 생각을 알아 맞추려고 할 필요가 없다. 플레이어가 들어가고, 게임을 플레이하고, 게임이 끝난다.

 

비슷하게 격투 게임에서 모든 컨트롤러 조작은 완전히 일관되고 화면 위 캐릭터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시된다. 플레이어는 <철권>에서 에디 골도가 카트휠 킥을 하면 어떻게 될지 안다. 플레이어가 기술을 배우면 이 일관성은 계획(의도)을 가능하게 하고, 게임 세계가 신뢰성 있게 반응하여 인지 가능한 귀결을 보여준다. 나는 다른 사람이 <철권>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어떻게, 왜 나보다 잘 하는지 알 수 있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하는 기반은 동일하다. 그 게임의 학습 곡선은 캐릭터의 조작과 행동을 밝혀내는 데 있다. (게임 속 솜씨와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플레이어의 학습뿐이다.) 이는 행동에 완전한 의도와 귀결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스포츠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선수에게 지시하고, 행동을 선택하고, 그 행동에 반응하여 일어나는 일에서 자신이 시도한 행위의 피드백을 받는다. 사실 보통 스포츠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 지시(실패한 크로스체크, 튕겨나간 슬랩 샷, 빗나간 패스)에는 한 단계가 사라져있다. 플레이어는 화면 상의 행동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직접 볼 수 있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대부분 스포츠 게임이 수치 계산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컨트롤러로 동일한 행동을 하더라도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선수별 능력 차이와 화면 뒤의 주사위 굴림을 조합해보면 그 성공 확률은 이치에 맞지만, 플레이어가 그냥 관찰하기에는 명확하지 않다.

 

이렇게 플레이어가 직관할 수는 있어도 직접 볼 수 없는 수치 계산 때문에 직접적인 제어가 어려운 경우는 RPG 전투에서 흔히 나타난다. 철권에서는 “주사위를 더 잘 굴렸다면 좋았을텐데”나 “레벨 10 닌자라서 이 기술을 쓸 수 있다” 같은 말이 나오지 않지만, <NBA 라이브>나 RPG를 할 때는 흔히 하는 말이다.

 

 

도구를 바탕으로 한 분석

 

격투가의 이야기(“체력이 털끝 만큼 남았지만 킥을 하는 시늉을 하다 삼단 펀치 콤보를 해서 겨우 녀석을 이겼다”)는 단순하지만 플레이어 자신의 이야기다. “그 슛이 왜 빗나갔는지 모르겠다” 나, “왜 거길 가서 그걸 해야 하는데?”나, “왜 내 수비가 안 먹혔어?” 같은 말을 할 상황은 없다. 이런 단순한 이야기에 명료한 귀결을 제공하는 완전한 의도가 받쳐주면 플레이어에게 아주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격투 게임과 스포츠 게임(이 경우, 약간의 불분명함을 동반한다)은 모두 의도와 귀결을 결합해서 플레이어의 행동이 이야기를 구성하게 한다. 격투 게임이 제공하는 완전한 통제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더욱 진짜라고 받아들이게 해주지만, 스포츠 게임의 더 큰 규모는 더 이야기다운 감각을 제공한다. 바꿔 말해, 격투가의 직접적 통제는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스포츠 게임의 커다란 규모는 더 웅장한 이야기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격투 게임이든 스포츠 시뮬레이션이든 어느 쪽이 이야기와 의도를 활용하는 방식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두 게임은 각자 플레이어에게 다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디자이너가 자신이 의도하는 경험을 만들고 싶다면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이 미칠 영향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아아, 그래서 뭐가 어쨌다고요?

 

분석을 위한 어휘인 '도구'는 디자이너가 만들고 싶어하는 플레이어 경험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글에서 나는 ‘이야기’보다는 ‘의도’와 ‘인지 가능한 귀결’을 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언급한 이야기도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것들이 유일한 도구이거나 최고의 도구라서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가 제공하는 디자인과 플레이어 경험을 분석하기 시작한다면 우리 매체가 유능한 부분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은 책이 아니다. 게임은 영화가 아니다. 감독이나 작가는 관객이나 독자가 정확히 원하는 대로 느끼거나 반응하게 만들 생각으로 책과 영화에서 사용되는 도구(카메라 배치, 컷, 줌, 음악 큐, 내레이터 배치 등)를 활용한다. 나는 컴퓨터 게임 디자인이 앞으로 해야 할 도전과 펼쳐야 할 가능성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들, 즉, 플레이어에게 직접 결정을 내릴 힘을 주는 도구들 안에 있다고 믿는다. 플레이어 개개인이 직접 탐색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의 힘이야말로 우리 매체 고유의 특성이다.

 

그래서 나는 게임 디자인의 그런 측면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 플레이어의 참여와 자존감을 극대화해주는 도구를 주로 살펴본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런 종류의 게임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마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정하고 그런 경험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여기서 제시한 도구와 도구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 요지를 충분히 전달했으면 좋겠다. 물론 언급한 도구는 몇 가지 뿐이지만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 글은 모든 도구를 포괄적이고 완전하게 다루려는 글이 아니다. 이제부터 어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구실이다. 이것이 진정 가치를 발하려면 우리가 좋아하는 도구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와 분석에 참여하고, 그 도구를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개선해나가야 한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현재의 게임에서 마음에 드는 점과 들지 않는 점을 더욱 세심하게 분석해서 앞으로 만들 게임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게임 디자인의 혁신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혹은 사용해야 하는) 모든 도구를 포괄하는 목록을 만들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자원 경제와 학습, 플레이어 파워업 곡선, 징벌/보상 등 고려해야 할 도구는 많다. 그리고 각 도구마다 그 역사적 사례와 특히 잘 사용된 예, 잘못 사용된 예, 그 다양한 특징을 담아낸 글을 써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마리오>나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가지고 제대로 해체해서 가능한 완전한 분석으로 그 유용성을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이 글은 어휘 수립 과정의 겉핥기이자 예를 들기 위한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한 도구가 반드시 유용하리라 단언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현학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람들이 '비선형'이나 '끝없는 다양성', '수백 시간의 게임플레이' 같은 말을 의미 없이 사용하는 것처럼 '의도'와 '귀결' 같은 말을 사용하게 될 위험도 존재한다. 당연히 그럴 의도는 없다.

 

FADT는 디자인 논의를 앞으로 이끌어줄지도 모르는 뼈대를 제시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비록 마법 탄환은 아니지만, 이 뼈대가 널리 유용하게 쓰이고, 게임 디자인 사례의 공동 분석과 개선을 가능하게 하고, 더 좋은 디자인과 더 흥미로운 게임, 더 만족하는 플레이어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올바른 뼈대가 아니라면 그 이유를 밝혀내고 무엇이 올바른 뼈대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발전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저자: 더그 처치

 

미국의 게임 디자이너(기획자), 프로그래머. <울티마 언더월드>와 <시스템 쇼크> <시프> 등 액션/RPG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게임들의 개발을 주도했다. 현재 밸브에서 일하고 있다.

 


 

게임 디자인의 개념과 어휘를 정립하기 위한 시도는 이 글이 쓰인 1999년 이전에도 있었고, 그 이후에는 더욱 많이 있었습니다. 그중 적지 않은 수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논의되었고, 어떤 것은 정착되어 사실상 공통의 어휘로 쓰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새로운 바람이 불고 격변하는 게임계지만, 결국 새로운 것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과거의 사례와 생각, 논의를 발판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가마수트라 골라보기는 이런 논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 글을 더 추천해드리면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한국어 번역

 

- 탐험: 시스템에서 공간에서 자기로. 클린트 호킹

 

- 말 없는 게임 디자인. 그렉 코스티키안

 

- 처리 강도. 크리스 크로포드

 

- The Art of Game Design - 게임 디렉터, 기획자, 개발자가 꼭 읽어야 할 게임 디자인에 관한 모든 것. 제시 셸 지음 / 전유택, 옮김 / 에이콘출판 펴냄

 

- 열 네 가지 형태의 재미. 피에르 알렉산더 가뉴

 

- 하비 스미스, 개념들. 하비 스미스

 

 

영어

 

- MDA: A Formal Approach to Game Design and Game Research [PDF 파일]. 마크 르블랑, 로빈 허니키, 로버트 주벡

 

- Critical Glossary. 그동안 제안되거나 정착된 온갖 용어와 개념을 모아 놓은 페이지입니다. 체계적인 정리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꽤 방대하고 대체로 출처와 기원이 적혀있으니 한 번 살펴보기에 좋습니다.

  • [가마수트라] 폐간된 게임 개발자 잡지의 ‘20년 역사’

  • [가마수트라] 게임 기획에 공통의 어휘를 사용하자 (1)

  • [가마수트라] 게임 기획에 공통의 어휘를 사용하자 (2)

  • [가마수트라]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부분유료화 게임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