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넥슨컴퓨터박물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수많은 소장품의 사연이나 박물관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물론, 컴퓨터와 관련한 IT업계 인사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13화 : Virtual Boy & Power Glove
■ ‘3D 휴대용 게임기' 버추얼 보이(Virtual Boy)
버추얼 보이(Virtual Boy)는 닌텐도에서 발매된 3D 그래픽을 처음으로 지원한 휴대용 게임기입니다. 1995년 7월 21일 일본에서 발매되었으며 HMD(Head-mounted display) 형태의 스크린, 32-bit 시스템 그리고 입체 영상을 제공했습니다. 3D 그래픽을 최초로 지원한 게임기지만, 1995년 발표했다가 1년도 안 돼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비디오 게임 시장에 뛰어들어 승승장구하던 닌텐도 최초의 실패작입니다.
'휴대용' 버추얼 보이는 휴대용치고는 부피가 큰 편입니다. 무게는 2.2kg 정도였고, 쉽게 들고 다니기 어려웠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휴대용'이라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붉은색 본체 뒤에는 눈을 대고 화면을 보며 조작할 수 있지만 눈을 대는 것 자체가 불편했습니다. 더구나 컨트롤러까지 장착하면 책상에 앉아 버추얼 보이를 놓고 구부정한 자세로 플레이를 하거나, 누워서 플레이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 내가 버추얼 보이를 조작하는가? 버추얼 보이가 나를 조작하는가?
▲ <앵그리 비디오게임 너드> 에 등장한 버추얼 보이 (출처 Youtube)
그래픽은 빨간색 화면입니다. 3D 극장에서 사용하는 Stereoscopy 기술을 사용한 HMD(Head Mounted Display) 기기로써 3D 착시를 발생시켜 원근감을 표현하는 방식이지만, 화면이 온통 빨간색이라서 눈에 피로감도 심했으며,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안구 피로감이 심해 10분 정도만 플레이를 해도 눈이 피로해져서 장시간 플레이가 힘들었습니다.
개발환경도 달라서 서드파티들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꺼렸고, 이 때문에 출시된 게임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출시된 게임들도 버추얼 보이의 3D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3D기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한 2D에 가까웠으며, 3D 게임이라고 하지만 슈퍼 패미컴보다도 떨어지는 그래픽 성능을 보여주어 결국 1996년에 생산이 중단되었습니다.
비록 닌텐도에서는 실패작이었지만, 최초의 3D 영상 게임기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버추얼 보이를 보고 "굉장한 게임기다! 컬러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 '최초의 장갑형 웨어러블 게임 컨트롤러' 파워글러브(Power Glove)
파워 글러브(Power Glove)는 1989년 패미컴용으로 발매된 게임 플레이용 컨트롤러입니다. 이름 그대로 장갑처럼 생겼고 팔목 부분에는 방향 버튼의 컨트롤러가 달려있습니다. 언뜻 보면 SF 영화에 나오는 장비 같아 보이지만, 손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서 조작이 가능한 컨트롤러로 이 당시의 기술력으로 생각해보면 혁신적인 기기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마텔이, 일본에서는 PAX사가 생산을 맡았습니다.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제품이었지만 닌텐도는 이 주변 장치의 설계나 발매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파워 글러브는 TV 또는 컴퓨터 스크린에 인간의 손동작을 구현하는 최초의 주변 장치 컨트롤러였지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첫 번째로 파워 글러브는 조작이 어려웠습니다. 손을 올리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컨트롤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손과 팔에 땀이 차고, 저리는 등의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또한 사용하기 위해서는 TV 주변에 파워 글러브를 인식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해야 했지만 설치하는 것 자체도 힘들었기 때문에 불편함이 컸습니다.
▲<앵그리 비디오게임 너드>에 등장한 파워 글러브 (출처 Youtube)
파워 글러브 상단에는 일반 컨트롤러와 똑같은 방향버튼과 조작 버튼이 있어, 글러브가 인식되지 않으면 방향 버튼으로 일반 컨트롤러 쓰듯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일반 컨트롤러에 비해 가격이 높았고, 조작이 복잡하고 오작동이 자주 일어나는 파워 글러브를 사용하느니 기본 게임패드로 플레이하는게 낫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더구나 파워 글러브가 없어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사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컨트롤러의 버튼을 눌러 플레이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사용자가 몸을 움직여 조작하는 독특한 방식의 시도는 게임 산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웨어러블 컴퓨터'
넥슨컴퓨터박물관 2층 <Open Stage> 전시실에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 역사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1968년에 공개된 최초의 웨어러블 컴퓨터인 "다모클레스의 칼(The Sword of Damocles)"이라는 HMD기기의 영상부터 휴대가 가능한 지금의 웨어러블 컴퓨터까지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웨어러블 컴퓨터의 역사를 느껴보기를 바랍니다.
제주에서,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넥슨컴퓨터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