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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4월 20일 - 콜럼바인 총기 사건의 발생

임상훈(시몬) 2015-04-20 09:52:28

"뭐하는 거야?"

"그냥 사람을 죽이고 있어."

"나도 죽일 거니?"

"뭐?"

"나도 죽일 거냐고?"

"음... 그냥 가라."

 

1999년 4월 20일 오늘,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콜럼바인 고등학교 도서관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 존 새비지는 도서관을 탈출했고, 목숨을 건졌다.

 

도서관에서 존과 대화를 나눈 에릭과, 그의 친구 딜런은 이날 오전 식당에 폭탄을 설치했다. 폭탄이 터지면 문으로 도망쳐나올 사람들을 쏠 생각이었다.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두 학생은 점심식사 무렵 총을 들고 식당 쪽으로 향했다. 풀밭에 앉아있던 학생들을 쐈다. 식당에 들어가서 총을 난사했다. 식당과 연결된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학생들이 숨어있던 도서관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900여 발의 총알이 발사됐다. 두 학생의 사격 능력이 떨어졌다.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살해됐다. 24명이 다쳤다. 범인 두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에 사용된 총은 모두 4정이었다. 에릭은 18세가 되자마자 K-마트에서 3정의 총기를 합법적으로 샀다. 21세가 되어야 살 수 있는 반자동 소총은 동네 형에게 500달러에 구매했다.

 

 

'콜럼바인 총기사건'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현재까지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발생하는 총기사건에 빠짐없이 언급된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사건 원인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발견된 마릴린 맨슨의 음반이 도마에 올랐다. 마릴린 맨슨은 악마숭배자로 언론의 타깃이 됐다. (고딕록의 원조인 독일과 북유럽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게임도 몰매를 맞았다. 두 학생은 <둠>과 <울펜슈타인 3D>를 열심히 플레이했다. 부모들은 게임회사에 소송까지 걸었다. 패소했다. (폭력적인 게임이 많은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볼링 포 콜럼바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런 식의 희생양 찾기를 비판했다. 두 학생은 그날 아침에 볼링을 쳤다. 그런 식이라면, 볼링도 콜럼바인 총기사건의 원인이 되는 거냐고 묻는다.

 

마이클 무어는 총기 사건의 원인을 찾으면서 미국의 숨은 문제를 하나씩 들춰냈다. 못 본 사람에게 추천한다. 재미있다.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과 칸 영화제 특별기념상을 받은 영화다.

 

 

영화는 미국의 총기 정책을 가장 먼저 비판한다. 은행 계좌를 만들면 사은품으로 총을 주고 슈퍼마켓에서 실탄을 파는 미국의 현실은 물론, 각종 총기 사건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장할 권리만을 홍보하는 전미총기협회(NRA)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두 번째로 비판하는 것은 미래가 없는 미국 청소년의 현실이다. 저소득층 주민이 많은 리틀턴에서 교육이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일자리 부족과 교내 폭력, 왕따와 같은 어두운 현실이 있는 한 총기 사건은 재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건 이후 문제의 본질은 무시하고, 머리 염색이나 복장 같은 것을 규제하는 교육 당국의 근시안적 태도를 비판한다.

 

가장 커다란 세 번째 문제는 가상의 적을 활용해 만든 타인에 대한 공포를 바탕으로 증오를 생산하는 미국의 정치이다. 2차 대전과 대규모 학살을 벌였던 독일과 일본은 총기 사건이 적다. 미국과 가까운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만 총기 사건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은 미국이 국민을 공포로 세뇌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끊임없이 악역을 만들어내고 증오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나라 밖으로는 다른 나라와 자꾸 전쟁을 벌이는 것, 국내적으로는 가난한 흑인으로 대표되는 빈민층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 등이 그런 예다.

 

한국은 총기를 팔지 않는다. 다행이다. 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제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까? 게임은 희생양이 된다. 악역이 돼고, 증오를 일으킨다. 특정 지역이나 생각, 성별, 피부색 또한 마찬가지 취급을 받기도 한다.

 

마이클 무어가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을 당시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마이클 무어는 시상식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Shame on you, Mr. Bush!" (부시 씨, 부끄러운 줄 알아라!) 

 

나는 요즘 우리나라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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