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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4월 24일 - 한컴의 데뷔, 아래아한글 1.0 발매

이후 2014-04-25 01:04:17
1989년 4월 24일 <아래아 한글 1.0>이 러브리소프트를 통해 발매됐다.

<아래아한글>은 서울대 컴퓨터연구회 출신의 이찬진, 김택진, 김형집, 우원식 등 4명이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김택진은 모두들 아는 엔씨소프트의 그 분이 맞다. 이찬진 대표는 <꽃보다 누나>에서 김희애 옆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이 대학생들은 개발자였다. 소프트웨어는 만들었지만, 팔 줄은 몰랐다. 인터넷도 없던 시대였다. 선배인 이찬진이 전자제품 유통상들이 모여있는 세운상가를 막연히 돌았다. 여기서 만난 러브리소프트와 계약을 맺었다. 수익을 50대 50으로 나누기로 했다. 러브리소프트는 운이 좋았다. 대학생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는 잘 팔렸다.

<아래아한글> 이전에도 워드프로세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워드프로세서 기기들이 이미 보급돼 있었고, <명필>이나 <세종> <보석글> 같은 소프트웨어가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기업들은 자기 회사 컴퓨터에 실을 워드프로세서로 가지고 있었다. <글벗>(삼성전자), <보석글>(삼보컴퓨터), <프로워드>(대우통신), <바른글>(현대전자) 등이 초기 시장에서 경쟁했다. 

그럼에도, <아래아한글>은 나오자마자 많은 인기를 얻었다. 연말에는 <아래아한글> 개발자들이 한국 컴퓨터 기자클럽에서 선정한 '89년 올해의 인물'이 됐다. 이 소프트웨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IBM 호환 PC라면 어디서든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영어 워드프로세서를 한글로 변환한 기존 워드프로세서에 비해 쉬웠다. 또한 고문(古文)이나 수학기호 등은 물론 영어, 일어, 독일어 등 외국어들을 처리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가격도 쌌다. 워드프로세서의 가격들이 10만원이 넘던 때였다. <아래아한글>은 4만 7,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행보는 1990년 '한글과 컴퓨터'(이하 한컴)를 창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아래아한글>은 1989년에 이미 두차례 판올림을 해서 1.2판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이후 2.0, 3.0판 등 윈도우 환경에 맞추어 판올림하는 등 계속 한국의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92년 내놓은 2.0판은 두 달 동안 3만개가 팔렸다. 시장 점유율이 80%였다.

당시 한컴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자존심이었다. 향후 온라인게임 계의 거인이 되는 송재경, 이희상(엔씨소프트 부사장) 등이 이 회사를 거쳐갔다. 이찬진 대표는 한국의 빌 게이츠로 불렸다. 당대의 최고 스타였던 김희애와 결혼은 온 국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MS워드가 거세게 추격을 했다. MS는 워드에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묶어 팔면서 소비자를 유혹했다. 한컴은 인터넷사업을 확장하며 사세를 넓히려 했다. IMF 구제금융이 터졌다. 돈들이 묶였다.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팽배하던 1998년 6월 15일,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아래아한글>을 포기하는 대신, MS의 투자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IT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이 일었다. MS워드와 경쟁도 있었지만, 한컴 경영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불법복제였다.

국민 소프트웨어였던 <아래아한글>이 외국 업체인 MS에게 넘어간다는 것을 국민들은 용납하지 못했다. 불법복제 한글을 사용해왔던 죄책감도 있었다.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PC통신 등에서는 서명운동도 일어났다. 결국 한컴은 MS의 투자를 포기하고 국민주 기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그 무렵 나온 것이 <한글 815 특별판>이었다. 1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100만 회원을 모으자는 운동이었다. 100억 원이 목표였다. 70억 원이 모였다. 장부를 보면 그 중 50억 원은 벤처기업 메디슨에서 나온 것이었다. 부끄러운 대목이다.


2013년 8월 27일에는 <아래아한글 1.0> 이 문화재로 등록됐다. 문화재가 되어버린 한글 1.0의 패키지와 디스켓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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