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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4월 18일 - 임수혁, 부정맥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지다

임상훈(시몬) 2014-04-18 16:41:12
나는 부정맥이라는 질병을 한 야구선수를 통해 알게 됐다. 임수혁이었다. 잘 몰랐다. 나는 타이거즈의 팬이었으니까. 그는 자이언츠 포수였다. 스포츠 뉴스에서 그가 쓰러지는 장면을 봤다. 놀랐다. 부정맥과 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 날 이후다.

2000년 4월 18일이었다. 2루에 진루에 있던 그가 갑자기 쓰러졌다. 모두 당황했다. 1루에 있던 우드가 달려왔다. 더그아웃의 트레이너도 뛰어왔다. 임수혁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다리를 떨고 있었다. 일단 헬맷을 벗겼다. 벨트를 풀었다. 들것으로 덕아웃으로 옮겼다. 가장 가까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동했다. 11분이 걸렸다.


그 후 그는 식물인간이 됐다. 그의 나이 서른 하나였다. 10년 후인 2010년 2월 7일 하늘나라로 갔다. 한국 프로야구는 거물 포수를 잃었다. 대학 2학년 때 국가대표였고, 프로 3년차에 3할과 두 자리 홈런을 쳤던 선수다. 찬스에 강했고, 타점이 많았다. 쓰러진 2000년에는 초반 10경기에서 홈런 3개를 쳤다. 타이거즈 팬인 나는 이런 포수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잘 안다.

그가 블로킹할 수 없었던 질병은 부정맥이었다. 심장의 전기적 활동에 이상이 생겨 심장박동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를 통칭하는 질병이다. 심장은 끊임없이 뛰면서 우리 몸 곳곳에 혈액을 공급한다. 혈액 안에는 산소가 포함돼 있다. 다른 신체기관은 혈액(산소) 공급 없이 30분까지 버틸 수 있지만, 뇌는 다르다. 4~5분만 멈춰도 죽어버린다.

심장의 박동은 우심방에 위치한 동방결절이 보내는 전기 신호 덕분이다. 이 전기 신호는 방실결절을 거쳐, 심실 곳곳으로 전류를 전달한다. 이게 잘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것을 '심전도 검사'라고 한다. 엄마가 입원했을 때 매번 이 검사를 했다.

임수혁은 그 날 지병이 도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다가 멈춰버렸다. 발작에 이은 정지였다. 뇌가 가장 위험해졌다. 4~5분 이내에 심장 마사지와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했다. 제세동기 같은 장치를 가슴에 대고 튕겨줘야 했다. 안타깝게 잠실야구장에는 어떤 의료인도 없었다. 제세동기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사람도 없었다. 야구장에서 병원까지 옮겨지는데 걸린 11분 사이, 그는 식물인간이 됐다. 누군가 그의 심장을 힘껏 눌러만 줬다면...

이 사건의 영향으로 한국 경기장의 풍경은 바뀌었다. 의료인과 앰뷸런스가 대기하게 됐다.

심장 정지는 경기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놀라지 말길.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1년에 1만 명이 이런 일을 겪는다. 그 중 2.4%만 살아남는다. 주변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당황하지 말자. 간단하다. 아래처럼 하자. 임수혁 선수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1. 의식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
2. 가슴압박 30회
3. 인공호흡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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