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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의 어머니 이야기 10

임상훈(시몬) 2016-10-31 23:20:11

10월 21일 오후 2시, 그녀는 마지막으로 아산병원 응급실을 나왔다. 응급실 앞에는 보바스병원의 앰뷸런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분당까지 가는 길에 가벼운 섬망증세가 나타났다. 5일 동안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했고, 두 끼밖에 못 먹은 탓이었다.


광주 집 근처 텃밭 걱정을 했다. 고추를 따러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큰 아들은 다른 사람들을 보냈다고 안심시켰다. 그녀는 정말 그랬냐고 물었다. 아들은 확실히 그랬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안심했다.


앰뷸런스 안에서 그녀는 잠들었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었지만 호흡은 정상이었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나, 보바스병원 입구 도착 이후 그녀는 이동용 침대를 타고 5층 완화병동의 병실까지 바로 올라갔다. 잠깐 깬 그녀에게 큰 아들은 통증을 가장 잘 관리하는 병원이라고 안심시켰다.


남편과 큰 아들은 원장과 면담을 나눴다. 기존 병원에서 가져온 자료를 검토한 원장은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2주에서 8주 정도 되고, 환자의 상태상 2주 쪽에 가까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녀와 즐거운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의사결정을 할 때 그녀의 의견을 묻고 따르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를 권했다.


남편과 큰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유일한 바람은 그녀가 통증을 느끼지 않고 평온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긴급하게 원장이 다시 남편과 큰 아들을 불렀다. 병원에 입원한 뒤 혈액 검사를 했고, 그 결과를 확인한 후였다. 원장은 남은 시간이 1주일도 안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루이틀 후 운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칼륨이 문제였다. 혈액 속에 칼륨 값이 여전히 높았다. 칼륨 값이 높으면 심장을 압박해 마비시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칼륨 값이 높은 이유는 콩팥이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었다. 건강한 콩팥은 칼륨을 잘 배설시켜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간으로 전이된 암이 커지면서, 콩팥까지 영향을 미쳤다. 고칼륨증. 고 백남기 농민의 마지막과 같은 증상이었다.


원장은 관장을 해 칼륨 값을 낮추면 1주 정도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은 반대했다. 그녀도 반대할 것이 확실했다.


새벽에 그녀가 깨어났다. 큰 아들을 찾았다. 창가의 TV를 치우게 했다. 막내 아들이 다니는 네이버 건물을 보고 싶었다. 남편은 TV를 치웠다.


그녀는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이 밝았다. 그녀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간호사들이 혈압을 재러왔다. 깜짝 놀랐다. 혈압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원장은 작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자녀들을 불렀다. 자녀들은 수면 중인 그녀의 손을 잡았다. 눈물을 흘렸다. 사랑하는 마음과 죄송한 마음, 그리고 다짐을 이야기했다.


2016년 10월 22일 오후 2시 무렵, 그녀는 잠든 상태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웃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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