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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60회 긴 여정을 마치며

'게임과 법' 후기

땡땡땡 2016-05-30 11:29:33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오늘 드리는 이야기는 만약 ‘게임과 법’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나온다면 머리말로 쓰면 좋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2014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무렵 TIG의 임상훈 기자님을 처음 뵈었을 것입니다. 지인의 소개로 제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카페에서 뵌 것이 처음이었죠. 저는 글 쓰기를 좋아합니다만, 전문적인 작가도 아니고 스스로 필력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도 아니어서 그저 개인 블로그에 서평 정도나 끄적이는 게 전부였죠. 그나마도 블로그는 직업의 특성상 일과 병행하기 어려워 폐쇄한 지 오래였고요.

 

다만 그간 게임업계와 관련된 법적 문제를 다루어 오다 보니, 마음 속으로는 항상 게임업계와 관련된 법적 이슈를 글로 정리해 본다거나 게임과 법에 대한 교과서 같은 책을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래서 몇 번 책을 써 보려고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만, 처음에는 이슈를 어떻게 나누어 보아야 할 지가 고민이 됏고, 나중에는 교과서는 다른 책과 달리 아주 지엽적인 부분까지도 정확하고 상세히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주말에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다 번번이 좌절하기 일쑤라, 아직 깜냥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을 탓하고 있을 뿐이었지요. 

 

그러던 차에 아마 제가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제 지인에게 했던 것이 임 기자님께 전해졌는지 연락이 닿아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받은 제안은 쓰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써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기회라 생각됐고, 빠른 시일 내로 원고 샘플을 보내어 드리기로 약속을 드렸죠.

 

이전에 몇 번 집필 실패의 경험을 갖고 보니,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을 조금 다르게 고쳐보게 됐습니다. 아직 교과서를 쓸 정도의 세밀한 부분까지 기술할 시간도 부족하고 역량도 미치지 않는 것 같으니, 블로그에 말 그대로 ‘끄적’이길 좋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게임과 법이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하듯 설명하는 방식으로 써 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원고를 어떻게 쓸 지 구상을 마쳐 놓고 당초 2014년 말이면 연재를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후 저는 일이 무척 바빠져서 원고를 쓸 시간을 전혀 갖지 못하고 꽤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중에 임 기자님으로부터 두어 번 가량 원고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해하는 연락을 받았는데, 그 때마다 곧 써드리겠다고 해 놓고선 일에 쫓겨 원고를 쓰지 못해 양치기소년이 된 맘이었죠.

 

머리 속에 있던 첫 원고와 두 번째 원고는 일을 하다가 여전히 바쁘던 중에 잠시 여유가 생겼던 어느 날 갑자기 써 졌습니다. 그리고 이 원고를 임 기자님께 보내드렸는데, 문투나 논조 모두 괜찮다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2015년 4월 1일 만우절이었죠. 처음에 임 기자님은 제가 원고 보냈다는 문자에 혹시 만우절 농담이 아닌가 했다고 답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게임과 법’이 TIG를 통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제가 예정한 제목은 ‘게임산업과 법’이었는데, 제목은 임 기자님 조언에 따라 ‘게임과 법’이 됐고, 제가 그 때 보냈던 첫 번째 원고는 둘로 나뉘어 1회와 2회 글이 되었으며 두 번째 원고는 3회째의 연재가 되었습니다. 이후 오늘의 후기까지 연재된 분량은 총 60회였습니다. 

 

 

필명으로 사용한 ‘OOO’은 원래 신림동 고시학원가에서 현직 법조인들이 고시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할 때 본인의 실명을 드러내지 않으려 ‘김OO’, ‘노OO’으로 이름을 일부만 표시하던 것에서 따온 것입니다. 과거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신림동(이제는 대학동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에 살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지은 것이었죠. 이걸 당시 고시생들은 ‘김땡땡’, ‘노땡땡’ 이렇게 부르곤 했는데, 그게 ‘땡땡땡’이 된 거죠. (사실 저는 TIG 기자님들의 내부 추측과 달리 ‘지바냥’은 아니었습니다 :D)

 

사실 처음부터 매 주 연재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두 편의 원고를 처음 TIG에 드렸을 때는 내심 여유 있게 2주에 한 번 간격으로 연재를 할 생각이었는데 TIG에서 문맥상 원래 하나의 글인 1회와 2회를 같은 날, 3회를 일주일 후에 게시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달리 TIG에서 매주 연재해야 한다고 부탁하셨던 것은 아닌데도 ‘아 여긴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일주일에 한 편씩 꾸준히 써 냈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연재 요일이 바뀌었던 때를 제하면 60회 연재를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해 온 점은 개인적으로는 뿌듯하긴 하네요. 중간에 정말 바쁠 때도 많았고, 해외 출장이나 여행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이 칼럼의 원고만큼은 약간의 사명감으로 반드시 썼습니다. 

 

  

저는 이 글을 준비하면서 최대한 ‘말하듯이’ 쓰려고 애를 썼습니다. ‘말하듯이’ 노래하는 공기 반 소리 반 가수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문체를 최대한 구어체에 가깝게 준비하고, 정말 옆 자리에 독자를 앉혀 놓거나 대중강연에서 게임과 관련한 법적 이슈를 설명한다 생각하고 원고를 써 왔습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복잡한 법 이론을 설명해야만 풀어갈 수 있는 논의나 배경설명이 중요한 이슈들을 다룰 때면 항상 고민이 많이 되곤 했죠. 어디까지가 일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어려운 법의 영역일까를 고민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복잡한 법이론을 배제하면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설명을 해야 할 사항과 설명하지 말아야 할 사항을 정리하며 원고를 다듬다 보면 처음 예정과 달리 분량이 A4 용지로 7~8장에 달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연재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분량이 긴 칼럼이 많아진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첫 칼럼이 1회와 2회로 나누어지게 된 것도 분량이 너무 많아서였는데, 나중에는 TIG 측에서도 어쩔 수 없는, 말 안 듣는 필자라고 생각했는지 그냥 전체를 다 게재해 주셨습니다. 이점 특히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쌓인 글이 이번 후기를 포함해 총 60회

 

원고를 쓰면서 스스로 위기에 봉착한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호기롭게 시작한 연재가 소재 고갈로 허덕이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게임에 대한 색다른 법적 관점을 제시하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한 열 편 조금 넘게 원고를 쓰고 나니 다음 주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던 때가 있었죠.

 

그 때 결정한 것이 게임과 법에 대한 교과서를 위해 그간 스스로 정리해 두었던 이슈를 쉬운 글로라도 차근차근 풀어보자는 것과, 독자들의 질문에 방점을 두고 답을 해 보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게임과 법’은 비교적 장기간 연재할 수 있는 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소재의 고갈을 겪은 이후 장기간 연재할 주제는 정해졌습니다만, 이후에는 아무리 잘 알고 있는 이슈라 해도 이를 알기 쉽게 일주일에 한 번씩 원고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실감했습니다. 저는 20대 때는 물론 30대 중반까지도 웹툰을 즐겨 보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10년째 <마음의 소리>를 연재하고 있는 조석작가와 같은 분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 때는 몰랐습니다. 

 

<마음의 소리>는 웹툰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죠.

 

조석작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막상 부족한 글이나마 소재를 정하고 자료를 찾으며 스스로 검증을 하는 과정이 필요한 연재를 해 보니, 꾸준히 끊이지 않고 연재를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더군요. 그렇게 약간의 지침과 허덕임 속에서 맞이한 두 번째 위기가 ‘법률행위의 착오’에 대해 잘못 설명했던 연재 글 게시 때였습니다.

 

[관련칼럼] ‘진명황의 집행검’과 법률행위 중요부분의 착오

[후속칼럼]​ 지난 연재 오류 수정 및 '리니지' 아덴 판결

 

이제야 드리는 이야기이지만, 보통 저는 원고 작성 후 세 번 정도를 검수하고 자료를 다시 찾아본 후 TIG에 전송해 왔는데, 당시는 모처럼 장기간의 휴가를 내고 여행을 준비 중이었고, 급히 원고를 쓴 후 평소 의문이 드는 내용들을 다른 자료들과 대조해 본 후 보내는 과정을 생략한 채 신나게 공항으로 달려갔었죠.

 

민법 교과서만 다시 한 번 찾아봐도 알 수 있을 법한 오류를 남긴 채 원고를 내보냈다는 사실은 한국과는 상당히 시차가 나는 여행지에서 한 독자가 남겨주신 댓글을 보고 알게 됐습니다. 실수했다는 사실을 알고 급히 답글을 남기고 다음 칼럼을 통해 오류를 정정했지만, 스스로에 대해 많이 실망하고 반성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변호사가 된 이후 주로 지적재산권 관련 업무와 기업자문 관련 업무만을 해 오다 보니 저도 모르게 어느새 민법에서의 예시를 글을 쓰면서 혼동한 것이었는데, 그거야 어쨌든 제 사정이고, 일반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쓴다는 것에 어느 정도의 노력과 책임감이 필요한지를 잘 알게 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위기는 지난 주 연재 때였습니다. 연재 말미에 보너스로 원고를 한 편 더 쓰기로 생각하여 가볍게 자료를 보고 급히 글을 쓴 것이 오류가 있어 댓글과 원고 수정을 통해 내용을 정정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와 마지막 위기를 보면 역시나 급하게 일을 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 무슨 일이든 끝까지 긴장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였네요.

 

 

당초 연재를 약속 드렸음에도 못한 이야기 중에는 중국에서의 게임 서비스와 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에 더해 가능하면 베트남의 게임산업 규제에 관한 이야기도 해 드리고 싶었는데, 일단 제가 한국 변호사이다 보니 법적 자료의 수집과 해석에 개인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언어적인 장벽도 있긴 했지만 그 점은 어느 정도 극복한다고 해도 위 두 가지 이야기들은 주제만 놓고 보면 재미있는 토픽이긴 한데 몇 번의 위기를 겪다 보니, 제가 아는 내용의 법적 정확성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생각되어 결국은 원고에서는 제하였습니다. 이 점은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소중한 지면에 연재의 기회를 주고 이후의 물음에 친절히 조언을 주신 TIG 임상훈 기자님(반장님) 외 여러 분들과, 매번 제 원고의 맞춤법을 교정해 주시고, 적절한 짤방을 찾아서 칼럼 내용 행간에 넣어 의미를 더 풍성하게 해 주신 담당 기자님께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전합니다. 제 글에는 반복적으로 틀리는 맞춤법 오류가 있었는데, 아마 고쳐도 고쳐도 다음 원고에서 개선되지 않는 오류를 보며 많이 답답해 하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원고를 작성할 때 일으키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예민함을 이해해 준 아내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저는 왜 다른 책들을 보면 아내에게 감사한다는 말이 머리말 말미에 종종 나오는지 궁금해 했었는데 실제로 매주 주말마다 글을 써 보니 알게 됐습니다. 매 주말마다 꼬박꼬박 서재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남편을 이해해준 아내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연재는 끝났지만, ‘게임과 법’은 간헐적으로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게임과 법’은 제 개인적으로 무척 즐거운 모험이었고 난이도가 꽤 높은 인생게임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그간 혹 부족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너그러운 이해를 바랍니다. TIG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름과 가을 중간에서 OOO님을 만난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놀랍기도 했죠. 일면식도 없던 기자의 뜬금없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주셔서요. 덕분에 저를 포함한 TIG 유저들, 게임인들은 매주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막상 시작하면서도 '게임과 법'이 60회까지 유지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본업이 기자인 제가 쓰는 연재물도 빼먹기 일쑤인데,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그 어려운 일을 해내셨죠. 고마움에 앞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제가 무언의 의무감을 지워드린 게 아닌가 죄송하기도 하고요.

 

정식 연재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저를 비롯한 TIG 기자들은 OOO님의 글은 계속 찾아볼 것 같습니다. 어줍잖게 게임과 관련된 법 이슈를 다룬 적이 꽤 있었고, 부실하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좀 개선돼야죠. 아참, 간헐적인 출현을 기대합니다. 여전히 무식한 저희는 진짜 전문가의 코치가 필요합니다.

 

다시 한번 TIG의 기자들을 대신해 감사드리며, 조만간 잘 익은 막걸리와 함께 만날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si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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