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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게임과 법] 게임 아이템, 법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땡땡땡 2015-11-30 11:40:27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본래 이번 연재부터 게임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사항을 설명할 예정이었는데요, 그간 제가 이어온 연재를 살펴 보니 게임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의 논의는 이미 저작권법 위주로 여러 차례 설명된 바 있어서,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법체계에서 게임과 관련한 주제로 이미 설명을 드린 부분과 그렇지 않은 사항을 구분하고 정리하는 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그리고 지스타가 끝나 다시 바빠져서… 정리를 마칠 시간이 부족해졌습니다 orz;;).

 

그래서, 오늘은 그 이전까지 살펴보았던 주제인 ‘이용자와 게임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관계’에서 게임 아이템의 성격에 대한 못다한 논의를, 판례를 조금 소개하며 더 이어 나가 보겠습니다. 해당 주제를 다루면서 미처 설명을 드리지 못한 내용도 있는 듯 하고, 판례를 말씀 드리다 보면 법이 게임 아이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는 것 같아서요.


게임아이템, 법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리는 이용자가 자신의 게임 계정을 통해 가지고 있는 게임 아이템은 그 권리가 게임 서비스 제공자에게 속하는 것이며, 이용자는 약관 계약을 통해 계정과 게임 아이템에 대한 사용권을 부여 받아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나아가 양도금지 채권의 법리에 따라 이용자 사이에서 현금거래를 통한 양도를 금지할 수도 있다는 것도 살펴 보았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게임 아이템은 그 권리가 게임 서비스 제공자에게 있는 것이고 이용자에게는 계약상의 사용권만이 있으며, 현금거래도 안 되는 것이니 전혀 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딴 사람에게 팔 수도 없는 것인데, 게임 아이템 중개 거래 사이트에서 팔아 치우고 게임사에 들키지만 않으면 손에 현금을 쥘 수 있는데, 그래도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그 거래를 인정하지 않으니 가치가 없는 걸까요?

 

학문적으로는 여러 논의가 있습니다만, 우리 법이 게임 아이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엿보게 해 주는 판례가 있습니다. 2012년 4월의 대법원 판결을 다룬 다음 TIG 기사를 한 번 보시죠.

 

[관련기사]

“게임머니도 재화, 세금 매길 수 있다” - 디스이즈게임, 2012. 4. 16

 

위 기사에 등장하는 사건은 대법원 2012.4.13. 선고 2011두30281 판결인데요,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서 보면 다음과 같이 판시사항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과세관청이, 게임아이템 중개업체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필요한 게임머니를 게임제공업체나 게임이용자에게서 매수한 후 다른 게임이용자에게 매도하고 대금을 중개업체를 경유하여 지급받은 갑이 사업자로서 게임머니를 판매하면서도 매출신고를 누락하였다는 이유로 갑에게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한 사안

 

게임머니는 구 부가가치세법상의 ‘재화’에 해당하고, 갑의 게임머니 매도거래는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며, 갑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고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의사로 재화인 게임머니를 게임이용자에게 공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구 부가가치세법상의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법원, 게임머니 거래 합법적으로 인정? '거래 적법성과는 무관한 판결'

 

당시 이 사건에 대해서는 위 기사의 댓글에서 살펴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법원이 게임머니의 거래를 합법적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이용자들의 의문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판시사항에 게임머니는 부가가치세법상의 ‘재화’에 해당한다는 표현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것은 게임머니의 거래도 과세 요건을 정하기 위한 세법상 기준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표현이라 게임머니 거래의 적법성과는 무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게임머니의 거래는 게임사와의 약관에 의해 금지되어 있었던 것이고 운영정책에 의해 제재가 되었던 것인데, 이것이 ‘게임머니 현거래는 불법’이라 제재를 당한 것이라고 그간 오인했던 일부 유저들에 의해 마치 ‘게임머니 거래가 합법사업이라 과세관청이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확대해석되면서 의문을 낳았던 것이었습니다(물론 ‘불법’과 관련하여 게임머니 환전, 환전알선,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임산업법 규정도 있긴 합니다만 여기에는 우연성 등과 관련한 추가의 논의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화제가 되었던 리니지 아덴 거래 무죄 판결이 있죠).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인 아이템매니아(위)와 아이템베이(아래).

 

부가가치세법에서 ‘재화’는 ‘재산 가치가 있는 물건 및 권리’를 말하는 것이고(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호), 여기서 물건과 권리의 범위는 같은 법 시행령에 나오는데, ‘권리’에 해당하는 것 중 ‘광업권, 특허권, 저작권 등 제1항에 따른 물건 외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이런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자가 공급대가를 받게 되면 이들에게 그 직전연도 공급대가의 합계액 액수에 따라 분류하여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 부가가치세법에 나오는데, 게임머니 거래를 하는 자도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었죠.

 

결국 위 판결의 의의는 딱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과세당국이 게임머니 거래를 업으로 하는 사업자에게도 세금을 물리기로 한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었고, 다음은 게임머니가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에 해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의 내용은 법 조항의 해석을 확인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위 판결은 게임머니가 ‘재산 가치가 있는 물건 및 권리’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 그 ‘재산 가치’가 무엇인지는 알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공급대가에 대해 과세한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었죠. 게임사가 인정하지 않는 거래라고 하여도 거래자 사이에서의 대가는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니깐요.

 

 

게임 아이템에 대한 재산적 가치, 법원의 대답은...?

 

다음은 형사판결에서 보는 입장입니다. 이제 소개해 드릴 기사는 사기죄의 객체로서 게임 아이템을 바라보는 법원의 입장을 볼 수 있는 판결에 대한 것입니다.

 

[관련기사]

“'현대판 김선달' 던전앤파이터 게임유저 5억 벌었지만”  - 법률신문, 2013. 7. 3


위 기사는 2013년의 하급심 형사판결을 다룬 것으로, 수원지방법원에서 게임 아이템이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의 객체가 되는 ‘재산상의 이익 취득’에 해당한다고 본 사안입니다. 위 사건은 하급심이어서 판결서가 공개되지 않았던 사건입니다만, 게임 아이템이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고 피고인들이 사기죄를 범한 것이 맞다고 하면서 유죄로 판단한 사례였습니다.

 

위 사건에 대해서도 사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법원이 피고인들이 이후 해당 아이템들을 팔아 취한 이득을 게임 아이템의 가치로 본 것이 아니냐고 오해를 할 수 있는데, 위 사건에서의 쟁점은 이들이 게임회사의 담당직원을 기망하여 받게 된 게임 아이템이 사기죄의 객체가 되는 ‘재산상 이익’이 맞는지 여부였고, 법원은 그 재산상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여부까지 살피지는 않았습니다.

 


 

참고로 법원은 형사사건 중 재산죄에서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은 반드시 값나가는 물건일 필요는 없고 권리의 대상이 되기만 하면 족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찢어진 종이를 훔쳐도 절도죄는 성립할 수 있는 것이고, 피해자를 속여서 약속어음을 받았는데 그 어음이 무효라고 해도 사기죄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그것이 실제로 가치가 있느냐 아니냐는 정상 참작 사유가 될 뿐입니다.

 

정리하면 게임머니의 거래는 과세대상이 될 수 있는 재화의 공급에 해당한다는 것과 게임 서비스 제공자(게임사 직원)를 속여서 받은 게임 아이템은 사기죄의 객체가 되는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는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죠.

 

전자의 경우는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살펴볼 때, 과세관청이 새로운 세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기존에 과세를 하지 못하던 업종 중에서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거래하는 영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발생한 사건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기존 형사판례의 법리에서도 설명이 가능한 것을 법원이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요.

 

우리의 논의에서도 게임 아이템은 일종의 사용권인 셈이니, 그것이 권리로서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것은 응당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질문, “그래서 그 ‘재산적 가치’라는 것이 얼마인데?”라는 물음에 대해 법원은 명확히 답을 해 주지 않은 것이죠.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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