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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게임과 법] 저작권법은 '표현'은 보호하지만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는다

땡땡땡 2015-05-08 12:30:56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첫인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4회 가량 연재를 진행하면서, TIG 독자 여러분께서 달아주신 댓글을 하나하나 잘 살펴보았습니다. 당초 연재를 시작하면서 약속 드렸던 바와 같이 게임에 대해 복잡한 법적 논의는 가급적 배제하고 게임을 둘러싼 주변의 법적 문제들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던 취지에서 글을 써왔습니다.

 

게임을 바라보는 저의 개인적인 법적 관점을 담다 보니 부족함이 많은 글인데, TIG 독자 여러분께서 관심을 보여 주신 점에 대해 이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_ _)

 

저도 먹고 살아야 하다 보니… (ㅠ.ㅜ) 생업에 바빠 여러분의 소중한 생각이 담긴 댓글에 일일이 답을 달아 드리지는 못하여 매우 송구합니다. 다만 댓글 중 지난 번 ‘바다이야기 사태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개정’ 편에서 ‘왜 게임산업법의 시행 전 개정에 대해서만 말하고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느냐’고 지적해 주신 분께는, 다음에 시간이 될 때 다시 이 지면을 통해 현재의 게임산업법의 구조에 대해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연재는 길게 갈 거라서, 하루만 장사하고 좌판을 치우지는 않을 테니 앞으로도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앞으로 댓글도 열심히 살펴볼 것을 약속 드립니다.

 

자 그러면 본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는 이만 하고 (더 말하면 스크롤바 아깝다고 TIG에서 눈치 주실지도 모릅니다 ^^), 본론으로 들어가죠.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게임을 둘러싼 법적 환경을 주로 논의했습니다만, 오늘은 실제로 발생했던 법적 분쟁의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가볍게 맛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론적인 설명이 있어 조금 어려울 수 있으니 잘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팜 히어로 사가>의 개발사인 킹닷컴이 <포레스트 매니아 for Kakao>의 개발사인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한 소(訴, 소송)를 제기하여 화제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이 소송의 의미는 아보카도가 <포레스트 매니아 for Kakao>를 개발하면서 킹닷컴의 <팜 히어로 사가>를 베꼈으니 서비스를 중단하고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입니다. 

 

그 법리적 근거를 안다면 양측 대리인들의 주장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기사에서 양사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을 ‘변호인’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변호인’은 형사소송에서 쓰이는 용어이므로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소송대리인’ 혹은 ‘대리인’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요런 것은 상식으로 알고 넘어갑시다.)

 

기사를 보신 어떤 분들은, 무작정 ‘아보카도가 잘못했네’ 라고 하실 수도 있고, 또 다른 분은 ‘킹닷컴이 너무하네’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결론과 무관하게 뜬금없이 ‘서비스는 계속해도 되는 거임? 나 이제 <포매> 못하는 거임?’ 이라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팜히어로사가>(왼쪽)와 <포레스트매니아> 

 

게임업계에서의 표절 논란과 그로 인한 법적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해외에도 ‘<테트리스>와 <미노>’ 사건 같은 유명한 판례들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포트리스>와 <건바운드>’ 사건,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앤비>와 <봄버맨>’ 사건, ‘<실황야구>와 <신야구>’ 사건 등 온라인게임 시절부터 여러 분쟁 사례들과 그 분쟁에서 나온 판례가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모바일게임으로 시장의 흐름이 넘어오면서 발생한 사건 중에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다함께 차차차>와 <모두의 스트레스 팍>’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런 분쟁에서 문제가 된 게임들은, 게이머의 눈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는 비슷해 보이는 느낌을 줍니다. 물론 실제로 게임을 했을 때의 느낌까지 비슷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그런데 위에서 해외 사례로 든 ‘<테트리스>와 <미노>’ 사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례들은 모두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결론이 났거나, 양 당사자가 분쟁을 종료하는 것으로 합의하여 종결되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익숙한 장면인데… 꿈에서 봤나?
 

자, 위에서 제가 ‘표절 논란’이라고 한 것과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머릿속에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미리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표절’과 ‘저작권 침해’는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심지어 ‘표절’은 법률적인 용어도 아니고요.

 

제가 연재를 처음 시작하면서, 법은 사회의 현실과 관습을 반영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한편으로는 ‘법’은 ‘현실’을 해석하는 기준의 하나로 작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X가 만든 A게임이 Y가 만든 B게임을 베낀 것으로 보이는 의혹이 있다’는 현실이 그에 상응하는 법적으로 의미 있는 권리 침해로 해석될 수 없다면, Y는 X에게 B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하게 하거나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개발자들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메소드(method)를 호출할 때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파라미터(parameter)를 제대로 된 타입(type)으로 넘겨주면서 메소드를 호출하지 않으면 아무리 전체 클래스와 그 메소드를 멋지게 설계하고 코딩까지 마쳤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은 에러를 낼 뿐 꿈쩍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뭐 간혹 자동으로 타입 캐스팅이 되어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죠). 개발자가 아니거나 개발 경험이 없는 TIG 독자 분들은 이 문단은 못 본 걸로 하셔도 무방합니다.

 


 

사람들이 ‘표절 의혹이 있다’라고 하는 일종의 ‘현실’은, 법의 관점으로 투영하여 보았을 때에는 권리의 침해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 반대로 생각해 보면 실제로 표절도 아닌, 어디까지나 표절 의혹에 지나지 않는 경우일 수도 있고요.

 

정리하면, 표절 의혹이 있는 게임이 있는 경우 원작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그 서비스를 중단시키고, 손해의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성립하는 권리에 대한 침해로 판단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 권리를 침해한 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거나 가처분신청을 하여 법원을 통한 권리의 구제를 받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잘 이해하셨는지요?

 

이제 가볍게 맛만 보는 선에서, 위에서 말한 ‘법적으로 성립하는 권리’가 저작권인 경우를 간단하게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트레스 팍! 레이싱>​(왼쪽)과 표절 논란으로 소송 직전까지 갔던 <다함께차차차>.

 

통상 게임과 관련한 표절 논란이 있는 소송에서는 저작권 침해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됩니다. 신문 기사에 의하면 킹닷컴과 아보카도 소송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쟁점도 있다고는 합니다만, 게임 자체가 문언(시나리오), 영상(화면), 음향 또는 음악 등이 다양한 창작적 표현으로 나타나는 복합저작물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변호사들은 저작권 침해 여부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저작권의 보호의 대상이 되는 저작물은 ‘표현한 창작물’이라는 점입니다.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는 것이죠.

 

즉 게임에서도 저작권은 기획 단계에서의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어서 게임상의 표현으로 드러난 것들만이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단순한 아이디어나 게임의 규칙이나 전개방식, 조작방법 등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규칙과 전개방식 모두 같아 논란이 됐던 <캔디크러쉬사가>(왼쪽)와 <애니팡2>.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각 국가의 저작권법들은 서로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입법되어 있고, 기술의 발달에 따른 세부적인 영역을 제외하면 상당히 보편적인 성질을 갖는데, 저작권법이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을 보호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으로 확립되어 있고, 이는 ‘아이디어 – 표현 이분법’이라고 불립니다.

 

지금까지 국내의 게임 관련 저작권 분쟁에서는 표절 의혹을 받은 부분이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는 익숙한 조작방법이나 게임의 규칙, 맵의 배치 등에서 두 게임간의 비슷한 점을 느끼긴 하겠지만, 같은 장르의 게임 내에서 이는 어쩔 수 없는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면 이를 가지고 저작권 침해로 문제를 삼기는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었지요.

 

이런 결론에 대해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부당하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저작권법이 아이디어의 영역까지 법으로 보호한다면, 아마 1인칭 시점에서 총을 쏘고 이동하며 상대를 제압하는 FPS 게임은 이 세상에 단 한 종류만이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고(아마 우리는 지금까지도 현기증을 느끼며 <울펜슈타인 3D>를 하고 있었겠네요), 3x3 퍼즐류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 같은 경우에도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이 확보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아이디어는 표현의 씨앗이 되는 것이니 소중합니다. 그러나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그 아이디어에 노력을 더해 구체화한 표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아이디어 중 일부는,  특허를 출원하여 보호받을 수 있긴 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게임에서의 저작권 분쟁은 서사적 스토리가 길게 진행되는 MMORPG 류보다는 장르적 특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캐주얼 게임 류에 편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단순한 규칙과 조작성에서 승부를 보는 캐주얼 게임 장르의 특성상 아이디어와 표현이 쉽게 분리되기 어려운 지점에 이 장르가 위치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하겠습니다.

 

결론을 내리면, 게임에서 두 게임이 유사한 경우 표절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게임 사이에 비슷한 부분이 게임의 조작 방법, 규칙, 장르적 특성 등 아이디어의 영역에만 속하는 것이라면 저작권 침해로 판단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통상 ‘비난’의 문제가 되는 문제, 정말로 베꼈느냐 아니냐, 의도적인 표절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저작권 침해의 문제와는 조금 다른 영역에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표절은 케이스에 따라 저작권법의 관점에서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번 연재 분에서는 이론의 일부만을 훑었는데도 쉽지 않게 느낀 분들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저명한 저작권법 교과서들 속에서도 전반부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논의되는 이론적인 부분이니, 간단히 감만 잡으셔도 괜찮습니다. 잘 모르시겠으면 하나만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표현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지만 아이디어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 자, 이제 킹닷컴과 아보카도 소송에서 양측의 주장을 담은 기사를 찾아서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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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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