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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음유시인의 노래 - HARU (2) 철권 샤오유 도복

격투 게임 코스프레 앤솔로지 Epilogue 2

haru 2015-02-27 10:01:17
<지난 연재 계속 이어서> 

 

작은 것 하나라도, 조금이라도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자,

준비가 완벽히 되더라도 허둥대기 마련인데

어찌 웃으리.

웃을 수 없으리.


왜 잊어버렸나.

모험을 떠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말이었는데.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무명] 

음유 시인은 가빠오는 숨을 고쳐 쉬었다.

전투 시작도 하기 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 철칙.

그 기본을 잊어버린 탓이었을까.

자신이 만든 급박한 일정을 달려가느라 정신이 없었던 탓이었을까.​

 

뭐, 사실이 그랬다. 이젠 예전 같지 않았다.

바쁜 일정 아래 혼자 소품을 준비하는 것은 분명한 무리.

몰라몰라!!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하면서

불도저처럼 마구잡이로 준비했더니 역시나.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무군]



구디의 신전에서 함께 작업하자


성녀의 따뜻한 제안을 거절한 후.

나름 스스로 무언가 해보려,

그 빈 공간을 메꾸려

하루는 필사적으로 움직였었다.

시행착오도 겪었더랬다.

하지 않았어도 될 자잘한 작업들도 여러번 했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 

어느 정도 필요한 소품들은 모두 준비했으니,

괜찮으리라 믿었던 것.​

 

그랬었는데.

 

​어느 것 하나도 변명이 될 수밖에 없는 지금.

자신만만하던 초반의 기세는

어느샌가 슬그머니 사그라지고.

음유시인의 눈앞은 흐릿해졌다.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무명] 

 

  

자신감 있게 첫발을 내딛던 그녀를

당혹게 만든 처음 문제는​

가장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던 가발.​

생각했던 길이보다

훨씬 길게 나왔던 것.

 

그 오류를 확인하는 순간.

하루의 머릿속은

당황함, 자책, 부끄러움 등이 섞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Amaranth]

 

 

 

 게다가 시간도 없었다.

 

귓가에 기다림에 지친 한숨 소리가 가물가물 들려왔다

빨리 어떻게든 나서지 않으면.

 

잘못된 것을 가급적 빨리 바로 잡고.

가공할 만큼 모든 것을 비춰 내는 투명한 렌즈.

나를 가감 없이 그대로 담는 그 동그란 렌즈 앞에 어서 나서야 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저 경계선 흐릿하게 번뜩이는 동그란 렌즈들은

더이상 기다려 줄 여유가 보이지 않았다.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가람과 달]

 

 

사실 샤오유의 일러스트들을 하나둘 뜯어보면 잘 알겠지만

미묘…하게 양갈래 머리의 길이가 일러스트마다 다르다.

 

그녀가 소품 상인에게 쥐어 주었던 일러스트는

약간은 긴 머리 버젼.

하필이면.

 

뭐 괜찮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장착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었다.

 

느낌이 너무 달라. 달라 달라.

 

이건 샤오유라고 할 수가 없어.

그냥 보통의 양갈래 머리 캐릭터지.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가람과 달]

 

어디있나요 과거의 나 자신

매우 돌아가서 때려주고 싶군요.

 

 

이럴 수록 침착해야해.


하루는 심호흡을 내쉬었다.

그저 자신이 만든 이 모든 상황에 쓴 웃음만 나왔다만.. ​

 

한 번쯤 신전에 들려 소품을 같이 체크하고

부족한 것은 같이 만들어보자는

성녀의 말이 뒤늦게 귓가에 맴돌았다.

어떻게든 해 내야 했다. 시간도 촉박했으니까.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눈을 들어 다시 거울을 본 순간

하루는 바로 뒤에 인기척을 느꼈다.

 

성녀 유카였다.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무군]

 


성녀는 아무 말 없이 성큼 뒤로 다가와 돌연


하루의 가발을 움켜쥐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동자.

성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싸늘한 기색이 이어졌다.

 

 

 

"서..성녀님 지금 뭐하시는!!"

"...가만 있어 보세요."

 

 

순간 은색 섬광이 번뜩였고 하루는 두 손으로 눈을 감싸며 소리쳤다.


​"자...잘못했어요!!!!!!! (오열)

다음부터는 말 잘 들을게요!!!!!!!!!"

​우수수수 서걱서걱 소리가 사정없이 들렸다.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무군]


내가 잘못했어요...라면서

고개를 든 순간​

성녀의 손에 들려 있는 머리카락과 은색 가위

그리고 바닥에 펼쳐놓은 신문지가 눈에 보였다.

 

"...이게 더 맞네요...

머리결 정리하게

저에게 다시 주시겠어요? "

  

 

숱 가위가 없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결단력을 보여준 날카로운 성녀의 판단력에

하루는 그동안 긴장했던 마음을 풀고

울면서 성녀의 품 안으로 뛰어갔다.

왜 진작 성녀에게 물어보지 않았을까.

후회하기 이전에 조금은 기댈 수 있지 않았을까.

고집부렸던 과거가 떠올라 하루는 오열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돌아온 탕아를 맞는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성녀는 안아주었다.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무명]

 

 



 

가지고 있는 도구가 없는 열악한 상황이어서 

머릿결을 생각한 대로 예쁘게 정리할 순 없었지만

하루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제 이 모습이라면 당당해질 수 있어!!!

​천하를 얻은 듯 기뻐하는 하루의 등 뒤로

성녀는 아름답게 웃으며

신문지를 정리하며 한 마디 덧붙였다.

"흘린 머리카락 한 올 없이

말끔하게 정리하고 나가세요.

머리를 자르는 데에는 정리가 필요하죠.​

뭐든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합니다."​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가람과 달​]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란 말인가.

자비롭고 따스한, 아름다운 성녀...


그녀는 가슴 속 심장이 세차게 펌프질하듯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심쿵이란 말인가.​




​머리카락을 남김없이 정리한 후.

그녀는 소품을 고쳐 잡고 자신감 있는 미소를 띠며

전투를 위해 앞으로 한 발 강하게 내딛었다.

성녀가 있다면 나도 두려울 게 없지. 라면서.

마음 속 어느 가득히 넘치는 존경심을 안고. ​

정말 좋아하는 멜로디에 가사를 살짝 비튼 노래를 부르면서​

 

 

 

빙유카

영혼을 바칠게요

빙유카

제발 날 받아줘요

빙유카 

달콤히, 좀더 달콤하게

속삭여줘, 나의 세레나데.​

 

 

 


<To be continue>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가람과 달​]

드루와 드루와 

 



이 오글거림은 언제쯤 익숙해지려나.




뭐 그건 그렇고. 

 

 촬영일 당시 가장 나를 패닉에 빠뜨리게 한 장본인.

본문에서도 주야장천 길게 늘어뜨려

설명하고 또 설명한


그 가발. 양갈래 가발

이렇게 이야기를 길게 늘어뜨릴 만큼

그날 가발로 인한 나의 멘붕은 정말 상당했다.​

장착하고 난 후에 한동안 고민에 휩싸여서

탈의실 바깥을 나오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분명히 샵에 주문하면서 샤오유 일러스트를 주기는 줬는데

하필이면 그 그림에서의 샤오유 가발은 길이가 좀 길었다.

얘는 또 미묘하게

머리 길이가 왔다 갔다 한단말야..

그렇다 하더라도 좀 길긴 했다만


주문할 때 이 길이의 샤오유 그림을 줘버렸어... 

 

그 전에 확인했으면 좋았을 텐데

최소 유카 집에서 확인했으면 그런 결과는 안 나왔을 것이다.

왜냐면 머리 세팅을 위해서

가발을 끌러보긴 했거든.

 

유카 앞에서라면 꼼꼼한 그녀 앞에서 다 꺼내서 확인을 했을 텐데

나 혼자 하다 보니 아 이정도면 되었다! 이러면서

확인도 안하고 넣어버린 것.​

막상 탈의실에서 룰루랄라 장착하다 보니

이건 샤오유가 아니라 그냥

양갈래 머리 소녀였다.

 


 ​이건 정말 내가 할 말이 없다.

 

 

사실 그 이전에는 샤오유를 코스프레 할 때는

난 가발을 쓴 적이 없었다.

그냥 거의 다 제 머리로 준비가 가능했으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자기 머리를 사용했던 터라 가발을 쓰질 않았거든.

하지만 하필이면 때가 때인지라

머리카락 색상도 까만색이 아니라 갈색에 가까웠고

앞머리도 좀 없고 해서 자기 머리를 쓰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한참을 탈의실에서 옷은 갈아입고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던 중

 

유카가 씩씩하게 재단 가위를 들어

반을 잘라내었던 것.

그리고 사실 이렇게 잘라낸 머리카락은 정리를 위해

숱을 다듬는 가위가 따로 필요한 데

아무것도 없는 탈의실이라 정말 난감했다.

그래서 유카가 가위 날을 사용해서 자르기 시작..

 

 

그 결과 조금은 투박하지만

그래도 정말 샤오유 다운.. 샤오유가 될 수 있었다.

하마터면 그냥 긴 머리 양갈래 소녀가 될 뻔했어.​

 

 

 


 

유카님 고마워요 흐흑 사랑에 빠져버릴 것 같아

유카 너는 더럽.. The love... 찡긋.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무군]

 


 

물론 뒤처리도 말끔히.

 

​뭐든지 할 때보다 끝 모습이 아름다워야 하듯

하고 난 후의 분장실, 탈의실 정리는 꼭 잊지 말아야한다.​

보통 소품이 많고 탈의실에서도 즉석으로 소품 보수와 개조가 일어나다 보니

코스프레를 다 마치고 난 후의 탈의실은 헬게가 되기 마련

실컷 스튜디오를 사용만 하고 탈의실 정리를 안한다면

코스프레를 보는 타인의 시선은 어떨지...

작은 행동 하나지만

코스프레 전체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항상 잊어서는 안된다.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J​]

 

 

 

그러고 보니.. 사실 생각을 하고 준비했던 건 아닌데,

<철권 7>도 준비하는 동안 캐릭터가 하나둘씩 공개가 되었고.

시기가 묘하게 맞았더랬다.

의상을 준비하기 시작한 시점은 7 캐릭터들이 공개되기 전이라,

샤오유의 의상은 6에 맞춰두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기왕이면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싶은 욕심에 조마조마했었다.​

비슷한 버전이길 바랬지, 많이 변경될까 봐 걱정하기도 했었고.

다 준비해 뒀는데, 7에서 더 마음에 드는 의상이 나올까봐...

그게 제일 신경이 쓰였더랬지. (전지적 코스플레이어 시점)

하지만 다행인지, 샤오유의 의상은 같더라.​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무군​]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준비하는 것도 그랬지만

준비하는 동안 어려운 일도 많았다.

 

구상하고 준비했던 그때.

때마침 현실적으로도 힘들고 바쁜 일들이 여러모로 겹치고 많았었기에,

몸도, 마음의 여유도 전혀 없었다.

 바쁜 일들을 쳐내느라 몸이 두 개로 나누어져도

닌자 분신술로 여러 명으로 나누어도 모자랐던 것 같다.

 

사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 제일 문제였으리라.

어떻게든 마음의 여유만 있었으면

시간은 만들어냈을 텐데, 만들어내서 어떻게든 해 냈을 텐데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매번 일이 뒤처졌다.​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가람과 달​]
 

 

그래서 본의아니게 이전에 촬영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이번 촬영은 조금 느슨하게 진행에 실수도 잦았던 것 같아

함께 해준 멤버들이나

사진사분들에게 참 죄송하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어려울 때 잡아주고

진행에 구멍이 생길 때 메꿔주었던 건 역시

함께 해 준 멤버들이나 사진사분들이었다.

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각자의 일은 정말 칼같이 프로페셔널하게 하고

빠뜨린 일정이 있을 때는 깨알같이 챙겨주고

뭔가 부족한 점이 있을 때는 조심스레 알려줘서

그래도 이렇게 맘에 드는 사진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흑흑 이 자릴 빌어, 모두 감사해요.. 

 

게다가 모두 힘들 때,

서로 꼭 안고, 보듬고, 그리고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었기에

즐겁게, 그리고 걱정 없이 촬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무군​] 

 

 

 만년 여고생 샤오유.

 

언제 졸업은 할 수 있을지 늘 궁금하지만

그만큼 긴 시간을 나와 함께 했고 애정했던 캐릭터.

 

추억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고

그리고 계속 업데이트 되는 대로, 함께 달려왔던 소중한 코스프레 캐릭터.

 

역시 좋아하는 캐릭터를 다시 할 수 있어서.

그리고 업데이트된 버전을,

다시 할 수 있을까 바라보기만 했던 새로운 코스츔을 

나의 코스프레 목록에 추가할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정말 즐겁고 기뻤다.

 

다시 한 번, 나의 코스프레 경력에

또 다른 버젼의 샤오유를 언제쯤 추가하게 될련지 모르겠지만.

그 시기가 너무 멀지 않았기를.

또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길 바래본다.
  

 
[Haru, Xiaoyu (China dress ver.) Photography by 가람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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