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연재

[창간 15주년] 게임의 문화적 가치 보존을 위한 게임 아카이브

순천향대학교 한국문화콘텐츠학과 이정엽 교수 특별 기고 전문

이정엽(이정엽) 2020-03-18 17:00:20

 

 

# 게임은 문화다? 기억되어야 진짜 문화

 

​게임은 문화다. 오늘날의 게임은 과거와 같은 단순한 하위문화(subculture)나 미시문화(microculture)의 한 부류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창작되며, 게임 이용자들 사이의 상호연결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제공하는 보편적 문화로 성장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스마트폰이 도입된 2000년대 말 이후 시공간적인 제약 없이 유튜브 등의 다른 미디어와 혼종적으로 얽히면서 미디어 믹스 환경을 제공하는 거대한 비즈니스 사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게임은 당연히 문화다. '2019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 이용률은 65.7%에 달한다. 전 국민의 2/3 정도가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정도의 이용률을 달성한 매체를 문화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 있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 이용률은 65.7%에 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게임 이용률은 2015년 이래로 계속해서 줄고 있다. 그 이면에는 확률형 아이템, 자동전투, 방치형 메커닉 등 모바일 게임이 확산시킨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환멸이 자리를 잡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노골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특히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보는 게임”의 성장과 맞물려 하나의 경향을 이루었으며, 이제는 한국 게임 시장을 경제적인 차원에서 거의 전적으로 지탱하고 있는 주춧돌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러므로 한국 게임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용자들의 개선 요구는 매우 강한 상황이지만,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경우 한국 게임의 생존 기반이 위협받는 상태에 이를 수 있으므로 정부와 게임 업계, 학계를 막론하고 이 문제에 대해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그 질문을 조금 좁혀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한국에서 게임은 문화인가?” 혹은 “한국에서 게임은 제대로 된 문화로 대접받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게임은 문화입니다. 질병이 아닙니다.”라는 문장은 작년 WHO에서 게임을 ICD-11에서 질병으로 등록할 때, 국내 게임 업계에서 대응 차원으로 시도했던 운동의 캐치프레이즈로 사용된 문장 중 일부이기도 하다. 당연히 게임은 문화이고, 질병이 아니다. 

 

그러나 저 문장이 보호하고자 하는 한국 게임 산업은 기본적으로 소비적인 “망각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거대한 비즈니스 중심의 이전투구 장이라고 할 수 있다. 1년에 50만 개에 달하는 모바일 게임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무슨 게임을 만들었고, 어떻게 서비스하고 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게임은 문화다"가 보호하고자 하는 한국 게임 산업은 기본적으로 소비적인 망각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게임 아카이브는 이처럼 최소한으로 문화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게임을 기억하고, 수집하고, 보존하고, 전시하고, 교육하는 공간이다. 게임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보면 늘 자녀들에게 아빠가 만든 게임이 이런 거라고 보여주고 싶었는데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어 자신이 만든 게임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게임이 일종의 스낵 컬처로서 소비되고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이렇게 게임을 기억하고 보존하는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게임 개발자에게 더 신중하고 문화적으로 다양한 게임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

 

 

# '갓겜' 만들고 보려면 게임 아카이브가 필요하다

문화라는 용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 문화는 그것이 속한 담론의 맥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다의적인 개념이다. 대체로 특정한 매체 같은 한 분야가 그 사회 내에서 문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문화를 우선 인간 사고와 표현의 뛰어난 부분이라고 정의한다면, 게임을 문화로 인정받게 하기 위해서는 게임 산업과 학계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역량 강화가 먼저 필요하다. 창작자에 해당하는 게임 개발자뿐만 아니라 게임을 향유하는 플레이어 모두 문화적으로 훌륭하게 구현된 게임을 개발하고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게임 미디어 활용 능력을 게임 리터러시(Game Literacy)라고 부른다.

 

현재 문화부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문화 관련 정책과 지원사업은 이러한 게임 리터러시 사업과 게임 연구를 지원하는 게임 융합연구 지원사업의 두 축으로 진행된다. 게임 리터러시 사업은 교사, 학부모, 유아, 군인 등 올바른 게임 활용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게임 활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게임 융합연구 지원사업은 게임 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의 연구 주제를 학제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그간 게임 문화 진흥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 없었던 만큼 나름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주고 있는 사업이다. 이 중 특히 게임 리터러시 사업은 앞서 언급한 구성원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게임 개발자의 풍성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게임을 창작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임 아카이브는 국내에서는 주로 민간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의 콘텐츠도서관이 나주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일단 주변에 게임 개발 회사가 없다시피 할뿐더러 유동인구도 많지 않아 수도권에서 접근성은 매우 나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콘텐츠도서관은 기존 게임 중 현재 서비스되는 게임들만 겨우 수집하고 있을뿐더러 게임 큐레이팅이나 게임을 기반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아 단순한 수집-열람의 방식만 갖춘 도서관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넥슨컴퓨터박물관 역시 상당히 많은 수의 게임을 보유하고 콜렉션을 운영하고 있지만, NCM 라이브러리라는 오픈된 공간 외에 관람객이 특수한 어떤 게임을 지정해서 플레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넥슨 컴퓨터 박물관은 수장고에 굉장히 많은 게임을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게임업계 관계자에게조차 이러한 수장고의 폐가식 열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 및 세계 게임 역사의 주요한 게임들을 모아 그것들을 전시하면서 동시에 학술적인 연구나 게임 개발을 통해 필요한 게임들은 선별적으로 관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국가적인 게임 아카이브가 필요한 것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 제주도에 있어 대다수의 게임 개발자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 게임문화박물관, 라키비움으로 세우자

 

지금 한국에는 국내 최초의 상용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남인환의 <신검의 전설>(아프로만, 1987)의 원본이나 최초의 TV용 콘솔 마그나복스 오딧세이를 복제한 한국 최초의 비디오 게임 콘솔 ‘오트론’, 또는 MMORPG <리니지>의 최초 버전 등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박물관이나 도서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히도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넥슨컴퓨터박물관이나 콘텐츠진흥원 도서관에서 게임 아카이빙의 자료 구축을 위한 시도를 조금씩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 혹은 도서관은 비디오 게임을 엄밀한 의미로서의 학술자료로 취급하지 않고 있어 비디오 게임을 학술적으로 연구하려는 시도는 좌절되게 마련이다.

 

<신검의 전설(1987)>
<그날이 오면(1993)>

 

국내 초창기 콘솔인 ‘오트론’, 퐁의 복제품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에서는 2015년 4월 19일 성명을 발표하여 “비디오 게임은 창조적인 예술 형식이며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적 산물이다. 국제게임개발자협회는 만장일치로 이러한 창조적인 작품을 연구, 수집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이를 보존하고자 하는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의 노력을 지지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선언에 발맞추어 미국, 일본, 독일,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비디오 게임이 가진 미디어로서의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을 통해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공공적인 전시를 여는 일을 진행해왔다.

 

현재 공식적으로 비디오 게임을 전면적인 보존, 연구의 대상으로 수집하는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은 다음과 같다.

 

[미국] 

 

- 미 의회 도서관 (Library of Congress)

- 스미소니언 박물관 (Smithsonian)

- 더 스트롱: 국립 놀이 박물관 (The Strong: National Museum of Play)

- 컴퓨터 역사박물관 (Computer History Museum)​

 

[독일]

 

- 컴퓨터 게임 박물관 ​(Computerspielemuseum)​

 

[호주]

 

- ACMI (Australian Center for the Moving Image)

 

[일본]

 

-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 내 ‘게임 박물관(ゲームミュージアム)​ 

 

[한국]

 

- 넥슨컴퓨터박물관

- 콘텐츠진흥원 콘텐츠도서관

 

이러한 공간들은 세계적으로 20여 곳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독일,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게임을 먼저 수집, 분류, 보존해야 할 매체로 선정하고 국립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에서 게임을 수집/보존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

 

이 기관들은 각각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으로 각각의 정체성에 따라 게임을 수집, 분류, 전시, 활용하는 방법이 각각 다르다. 그러나 이 중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을 통한 게임 전시는 대체로 게임을 비롯한 미디어를 일종의 전시물로 간주하고 이를 공공적으로 전시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직접 플레이해야만 그 가치가 완성되는 게임의 본질을 눈으로만 보는 전시를 통해서는 그 경험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례로 넥슨컴퓨터박물관의 경우 현세대를 제외한 1세대부터 8세대에 이르는 가정용 게임 콘솔과 게임을 수집하고 이를 전시하고 있지만, 개가식(開架式) 형태로 관람객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많이 보급되어 시장에서 구하기 어렵지 않은 몇몇 콘솔과 게임에 한정된다. 이러면 게임은 플레이해야만 하는 그 본래의 본질에서 벗어나 외피의 시각적인 정보만을 전해주는 역사적 유물에 불과하게 된다. 

 


<길건너 친구들>과 <프로거>, 두 게임은 거의 동일한 메커닉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게임 아카이브에서 수집하는 고전 게임은 당대의 게임 디자이너들이 참고할 수 있는 게임의 역사와 관습, 그리고 메커닉의 참고자료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게임의 메커닉들이 모두 독창적인 것은 아닌 것처럼, 실제로 상당수의 게임은 과거 게임에서 활용되었던 메카닉스를 참고하여 이를 자신의 게임에 알맞게 적용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고전 아케이드 게임 <프로거>(Frogger, 1981)를 바탕으로 이를 모바일 게임에 맞게 변형시킨 <길건너 친구들>(Crossy Road, 2014)과 같은 게임들이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게 되는 경우를 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게임의 역사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행위는 당대의 게임 디자인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더불어 고전 게임은 시대, 미학, 향수(nostalgia)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정의되어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게임에 대한 거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게임학 연구가 보편적인 학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도 자료의 서지 사항과 아카이빙은 필수적인 기초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디지털 게임 아카이브를 위한 이상적인 조건은 전 세계의 주요 게임들을 충분히 수집한 아카이브를 갖추어놓고 일부는 공공적인 형태로 전시하며, 자료 망실을 방지하기 위해 게임 연구자와 학자들을 위해 폐가식으로 자료를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어렵게 수집한 게임들을 유물로 취급하여 유리관 속에 가두어놓고 이 기기와 게임들을 전혀 가동해보지 않는 모순에 빠져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게임 아카이브를 새롭게 설립한다면 도서관, 박물관, 아카이브의 역할을 모두 담당할 수 있는 라키비움(Larchiveum: 도서관(Library) + 기록관(Archives) + 박물관(Museum)이 모두 포함된 공간) 형태의 복합 문화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 외국의 게임 아카이브 사례

 

 

1. 미국, 더 스트롱: 국립 놀이 박물관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시에 있는 ‘더 스트롱: 국립 놀이 박물관(The Strong: National Museum of Play)’은 비디오 게임뿐만 아니라 놀이와 관련된 장난감, 인형, 보드게임, 놀이와 게임 관련 문헌과 서적에 관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충실한 컬렉션을 보유한 곳이다.

 

이 박물관은 현재 콘솔 게임 27,000여 종, PC게임 12,000여 종을 포함하여 총 39,000여 종의 디지털 게임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닌텐도와 세가, NEC에서 개발한 콘솔에 활용되는 게임들은 지금까지 발매된 완결된 전 소프트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컬렉션의 충실도가 뛰어나다. 

 

현재까지 상업용으로 발매된 콘솔 게임이 3만 종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서 더 스트롱은 거의 완벽한 비디오 게임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스트롱에 보관 중인
조던 메크너의 <가라데카>의 로토스코프

 

더불어 이 박물관은 TV와 연결 가능한 최초의 비디오 게임 콘솔인 마그나복스 오딧세이(Magnavox Odyssey)를 개발한 랄프 베어의 노트들이나 게임 산업 초창기의 주요 개발자인 돈 대글로우(Don Daglow), 조단 매크너(Jordan Mechner), 켄 & 로베르타 윌리엄스(Ken &Roberta Williams), 윌 라이트(Will Wright) 등의 게임 디자인 노트 원본을 소장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개발자가 남긴 게임 디자인 방법론의 원형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임이 틀림없다. 필자가 더 스트롱을 방문했을 때 거기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게임 디자인의 이런 주요한 자료들은 바로 이 곳이 더 스트롱이기에 원본 그대로의 상태로 열람이 가능했던 것이다. 게임 학계에 근무하고 있다는 신분증 하나로 게임역사의 주요한 자료들을 바로 원본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더 스트롱은 일반적으로 게임을 공공적으로 전시하는 박물관의 성격과 게임 연구와 관련된 주요 자료들을 폐가식으로 운영하는 도서관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실제로 더 스트롱 내에는 비디오 게임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International Center for the History of Electronic Games(이하 ICHEC)’와 놀이와 게임 관련 전문 자료와 잡지, 논문 등을 열람할 수 있는 브라이언 서튼 스미스 도서관(Brian Sutton-Smith Library)를 양분해서 운영하고 있다.

 

더 스트롱 전경

더 스트롱은 비디오 게임 초기의 아케이드 게임이나 콘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는 공공적인 상설전시도 운영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ICHEC와 브라이언 서튼 스미스 도서관은 게임 연구자만 폐가식으로 공개하여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더 스트롱이 주요 자료를 폐가식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게임을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움직임은 장려하면서도 주요 자료의 망실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더 스트롱은 다른 박물관들과 달리 게임과 놀이가 지닌 학문적이고 인문적인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놀이와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학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American Journal of Play와 같은 게임 전문 학술 저널을 발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학자들에게 도서관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자료들을 조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문학자 제도도 동시에 운용 중이다. 

 

이처럼 전시와 연구 목적의 열람을 양분하여 운영하는 더 스트롱의 방침은 게임 연구와 공공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스트롱의 전시 모습 (출처: 더 스트롱)

 

2. 독일, 컴퓨터 게임 박물관

 

독일 베를린에 있는 컴퓨터 게임 박물관 (Computerspielemuseum)은 유럽에서 나온 게임의 가장 충실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더 스트롱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박물관이다. 유럽산 게임들은 TV의 주사방식(PAL)이 북미 및 한국, 일본(NTSC)과 다른 이유로 게임 산업 초기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독자적으로 유통되었고, 이에 따라 북미나 일본과 다른 독자적인 게임 문화를 형성해왔다.

 

독일 컴퓨터 게임 박물관의 내부 전시 풍경

 

컴퓨터 게임 박물관은 2019년을 기준으로 25,000여 개의 비디오 게임과 PC 게임, 300여 개 이상의 콘솔과 컴퓨터, 1만 권 이상의 게임 관련 저널을 보유 중이다. 유럽에서 출시된 게임 수가 북미와 일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유럽에서 발매된 대부분의 소프트를 소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박물관이 더 스트롱과 다른 점은 소장품 대부분이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고,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그 일부만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는 점이다. 

 

물론 공개된 소장품 대부분은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전시되지만, 관람객이 전시품의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할 수 없고 이를 플레이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더불어 폐가식 형태의 전시품 관람 신청도 현재로서는 받고 있지 않다. 이러한 부분은 전체 소장품에 관한 학술적인 연구나 공공적인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 게임 박물관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과거 동독 지역에서 개발된 비디오 게임이나 19세기에 개발된 독일식 <전쟁 게임>(Kriegspiel) 같은 희소가치를 지닌 유럽 게임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쾰른에서 만들어진 <페인스테이션>(Painstation) 같이 게임에서 질 때마다 플레이어를 물리적으로 찰싹 때리는 체감형 게임도 같이 전시 중이다. 

 

<페인스테이션>, 플레이어의 왼손 옆 홈을 보면 고문도구(?)가 있다.

또한 독일은 현재 이 컴퓨터 게임 박물관과 게임 자율정책기구(Unterhaltungssoftware Selbstkontrolle), 포츠담 대학교가 협력하여 독일에서 출판되는 모든 게임물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설립하고, 이를 법제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실례로 쾰른을 비롯한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를 시작으로 공공도서관에서 게임을 수집하고 지역주민들에게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컴퓨터 게임 박물관에서 게임 수집과 관련된 일을 총괄하고 있는 빈프리트 베르크마이어(Winfried Bergmeyer)는 필자와의 현지 인터뷰를 통해 독일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이러한 게임 아카이빙 정책이 게임 박물관에 적용될 경우 지금의 폐가식 형태의 전시품 관람을 체계적인 부분 개가식 형태로 바꿀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컴퓨터 게임 박물관(Computerspiele Museum)은 유럽에서 나온 게임의 가장 충실한 콜렉션을 바탕으로 더 스트롱 못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박물관이다. 

 

 

3. 미국, 컴퓨터 역사 박물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Mountain View)에 있는 컴퓨터 역사박물관(Computer History Museum)은 주로 컴퓨터 역사에 관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지만, 게임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전시품을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특히 최초의 디지털 게임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스페이스 워>(Spacewar!)」 경우 1962년 이 게임이 처음으로 구동되었던 컴퓨터 PDP-1의 하드웨어를 복원하여 전시하고 있으며,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후 2시 반에 방문하면 PDP-1에서 실제 <스페이스 워>를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다. 

 

컴퓨터 역사 박물관의 <스페이스 워> 복원은 이 게임이 구동되었던 하드웨어 플랫폼 PDP-1 뿐만 아니라 당대에 사용되었던 천공 장치 입출력 기기도 함께 복원하고 있다. 또한, 1972년 앤디 캡의 술집에 처음으로 설치되었던 <퐁>(Pong)의 최초 프로토타입 역시 오리지널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컴퓨터 역사 박물관의 PDP-1 복원 프로젝트,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후 2시반에 박물관을 방문하면 PDP-1에서 가동되는 최초의 디지털 게임 <스페이스 워!>를 오리지널 그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컴퓨터 역사 박물관의 PDP-1 복원 프로젝트,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후 2시반에 박물관을 방문하면 PDP-1에서 가동되는 최초의 디지털 게임 <스페이스 워!>를 오리지널 그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컴퓨터 역사박물관의 컴퓨터 관련 전시 규모는 전 세계에서 그 규모를 비교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방대하지만, 게임에 한정 지었을 경우 초창기 비디오 게임 역사와 관련된 희귀 자료를 제외하면 별도의 게임 관련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컴퓨터 역사박물관은 과거의 비디오 게임을 당대에 그 게임이 구동되었던 하드웨어를 복원하여 전시해야 한다는 미디어 고고학적인 원칙에 근거하여 초창기 게임과 그 시스템을 복원하고 있다. 컴퓨터 역사박물관은 독일 컴퓨터 게임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전시적인 성격이 강한 박물관이지만, 비디오 게임 초창기 자료의 복원에 있어서 하나의 전범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 뷰(Mountain View)에 위치한 컴퓨터 역사 박물관(Computer History Museum)은 주로 컴퓨터 역사에 관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지만, 게임 분야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전시품을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 국내 게임 아카이브의 현황과 문제점

 

가. 넥슨컴퓨터박물관

 

넥슨컴퓨터박물관은 2013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컴퓨터를 주제로 삼아 그 전시물을 기획,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실제로 넥슨컴퓨터박물관의 많은 전시물이 컴퓨터 관련 전시품이지만, 넥슨이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 기업이니만큼 게임 분야에 대한 전시품도 상당한 수준을 구축하고 있다. 

 

2015년 4월 기준으로 1세대부터 8세대에 걸친 약 3,000여 점의 비디오 게임과 PC 게임을 수집했으며, 최초의 가정용 콘솔에 해당하는 마그나복스 오딧세이나 애플 Ⅰ등의 희귀한 하드웨어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의 NCM 라이브러리

 

특히 게임의 경우 2층에 있는 NCM 라이브러리를 통해 당대의 유명 비디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게끔 배려하고 있다. 그러나 NCM 라이브러리에 전시된 게임 규모는 전체 소장 규모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개가식으로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는 게임은 콘솔당 10여 종에 불과하다. 또한 전시대 뒤쪽에 개가식처럼 비치해 놓은 다수의 게임은 실제로는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없는 반 폐가식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그 용도가 제한적이다. 

 

다만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는 게임과 콘솔, PC의 목록을 박물관에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끔 배려하고 있어, 추후 이러한 자료들이 부분적으로나마 개방된다면 게임 역사 연구에 일조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고무적인 것은 세계 최초의 MMORPG 중 하나인 자사 작품 <바람의나라>의 최초 버전을 복원하여 전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MMORPG를 비롯한 온라인 게임은 잦은 업데이트 때문에 최초 버전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바람의나라>나 <리니지> 같은 경우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버전과 최초 버전은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변화가 심한 편이다. 

 

이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경우 96년의 버전을 복원했지만, 서버와 일부 DB의 경우 97년도의 버전밖에 남아있지 않아 일부 혼합된 버전으로 복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넥슨컴퓨터박물관의 <바람의나라> 복원은 온라인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는 한국 게임계에 복원의 표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의 <바람의나라 1996>. <바람의나라>는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상용 서비스 중인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의 <바람의나라 1996>. <바람의나라>는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상용 서비스 중인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게임 소프트를 분류하고 검색할 수 있는 DB가 온라인으로 공개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 자료가 일반인 처지에서는 원천적으로 접근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앞서 언급한 해외의 게임 아카이브들과 비교하여 크게 손색이 없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대부분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채 수집과 복원의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게임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목적에는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나.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도서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도서관 (출처: 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도서관 (출처: 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콘텐츠도서관은 2009년에 개관한 이래로 5세대(플레이스테이션 1, 닌텐도 64등) 이후의 게임들부터 시작하여 현세대인 8세대까지의 게임들을 약 2천 5백여 종 보유하고 있다. 콘텐츠도서관은 더 스트롱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게임을 개가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콘텐츠도서관은 몇 가지 부분에서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게임의 분류 방식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게임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도서관에서 게임을 분류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우선 10번대 PC 게임, 20번대 보드게임, 30번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40번대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게임, 50번대 닌텐도 게임, 60번대 세가 게임, 70번대 휴대용 게임으로 분류되어 있다. 우선 이것만으로도 닌텐도 콘솔인 게임큐브가 60번대로 분류되어 있거나, PC 게임만 장르별로 구분된 등 일관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34번으로 분류된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나 43번으로 분류된 엑스박스 키넥트의 경우 별도의 콘솔이 아닌 주변기기임에도 불구하고 따로 항목이 존재하여 일관성을 해치고 있다. 수집의 차원에서도 5세대의 세가 새턴이나 핸드헬드 콘솔 중 현 8세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laystation Vita), 현재 8세대 콘솔인 엑스박스 원, 위 유(Wii U) 등은 제외되어 있어 다양성 역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도서관의 개관이 2009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세대 이전의 고전 게임의 수집이 여의치 않았던 점은 고려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정식발매가 이루어진 게임들까지 특정 콘솔 게임이라는 이유로 수집에서 제외된다면 아카이브로서 높은 평가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콘텐츠도서관은 앞서 언급한 여러 박물관과 달리 전시보다는 열람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집 대상이 상업적으로 현재 시판 중인 게임에 한정되어 있고, 과거의 게임을 수집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전시적인 성격의 활동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도서관 (출처: 진흥원)

이처럼 넥슨컴퓨터박물관과 콘텐츠도서관은 각각 비디오 게임의 박물관과 도서관의 기능은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지만, 게임 연구를 위한 학술적인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은 여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선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수집 대상의 양적인 확보와 전시 자료의 폐가식 공개가 필요해 보인다. 반면 콘텐츠도서관의 경우 5세대 이전 고전 게임의 사례를 확충하고, 게임의 문화적 위치를 격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의 확보가 시급해 보인다.

 

 

# '천만 영화', '800만 관중'... 게임의 흥행 지표는?

 

현재 개정될 것으로 보이는 ‘게임진흥법’에서도 새롭게 설립하는 ‘게임진흥원’의 역할 중 “게임의 수집과 보존, 활용”을 명시해 놓기는 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방법은 전혀 나와 있지 않아 앞으로 국가 주도의 게임 아카이브나 박물관 건립이 어떻게 추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문제인 것은 ‘게임진흥법’이 현재 출시되는 게임들의 DB 구축과 정보화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관리하는 여러 분야 중 영화나 공연 같은 분야는 각각 영화 통합전산망(KOBIS), 공연예술 통합전산망(KOPIS)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통합전산망의 설립 근거를 각각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39조와 “공연법” 제4조에 명시하고 있다.

 

영화는 통합전산망을 통해 흥행의 여부를 알 수 있고, 손익분기점도 알 수 있지만 게임은 비교적 힘듭니다. (출처: CGV)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제39조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

 

①영화진흥위원회는 공중이 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영화상영관의 관객 수 그 밖의 영화상영관에 관한 사항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하려면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운영하여야 한다.

②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가입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라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가입한 자는 해당 영화상영관의 입장객 수, 입장권 판매액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한 자료를 고의적인 누락이나 조작 없이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전송하여야 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운영, 가입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 39조의 3항에 따른 법률 시행규칙은 1. 영화상영관 명칭, 2. 상영 영화의 제목, 3. 영화 상영기간, 4. 영화의 상영등급, 5. 영화 제작자의 국적, 6. 영화 관람요금, 7. 입장권 판매액, 8. 영화상영관의 입장객 수, 9. 그 밖에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 영화관 통합전산망에 수록되어야 할 필수 항목을 지정하고 있다. 

 

공연법 4조 역시 영화 통합전산망과 유사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공공데이터로 활용하여 영화 및 공연 정책 수립과 시장 규모 예측, 학술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 중인 영화통합전산망

 

그러나 게임 분야는 여전히 이번 게임진흥법 개정에서도 이러한 DB화와 공공데이터 활용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 않다. 

 

현재 자체 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받은 구글이나 애플 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국내에 출판되는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의 등급분류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면서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게임과 관련한 국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러한 사항을 자율로 맡겨놓은 채 게임과 관련한 전반적인 자료수집을 등한시 하고 있다. 

 

과거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이러한 게임 등급분류 아카이브를 구축하면서 유사한 시도를 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유명무실화 된 상태다. 사실 게임 분야는 그 제작과 유통 과정이 대부분 디지털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협조만 해준다면 통합전산망을 매우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통합전산망을 통해 투명한 세수 확보, 공공데이터 활용을 통한 정책 수립 및 학술 연구, 확률형 아이템 공개 등이 모두 가능해진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의 USK나 컴퓨터박물관의 사례처럼 여러 나라가 비디오 게임 아카이브를 통해 디지털 통합전산망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정책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도 매년 게임 백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늘 외부 조사업체를 통해 게임 산업 규모와 통계를 수집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 통합전산망 구축이 게임 아카이브 설립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굳이 외부 업체를 통해 게임 산업 통계를 유추할 필요 없이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 게임 시장에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심해지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등의 문제 등도 이와 같은 정확한 데이터 통계를 통해 쉽게 바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굳이 별도의 게임별 홈페이지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할 것이 아니라, 통합전산망에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해놓고, 판매액까지 공개한다면 사용자들은 이 부분에 상당히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게임 공공 데이터베이스 수립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선례로는 KOBIS(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와 KOPIS(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있다.

이처럼 게임 아카이브는 단순히 과거의 게임을 모아놓고 전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플랫폼의 다양화와 온라인화에 발맞추어 게임과 관련한 많은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정책 수립과 투명한 세수 확보 등에 이바지할 수 있다. 어서 빨리 훌륭한 게임문화박물관이 건립되어 게임을 마음 편하게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