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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서울 2033 포스트모템② 이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반지하게임즈(반지하게임즈) 2020-01-24 09:00:04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1위, 2019년 구글플레이 선정 '올해의 인디게임', 모바일 양대 마켓 인기차트 1위. 모바일 텍스트 어드벤처 <서울 2033>은 2019년 한국 인디게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될 만한 게임입니다.

 

<서울 2033>은 어떻게 만들었고, 무엇이 부족했는가?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이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대표가 <서울 2033>과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그리고 게임 개발 과정에서 어떤 일들과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포스트모템을 보내왔습니다. 

 

외부 연재 원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반지하게임즈의 서울 2033 포스트모템

 

① 반지하게임즈, 이들은 누구인가 (링크)

② 이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③ 사람들은 이 게임 왜 할까

④ 이 게임으로 어떻게 먹고살까

⑤ 우리 이제 뭐 할까



# <허언증 소개팅!>부터 <중고로운 평화나라>까지... 반지하게임즈가 걸어온 길


반지하게임즈의 첫 게임, <허언증 소개팅!>은 게임 자체보다 유저들의 리뷰로 더 유명했다.


리뷰 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허언증 소개팅!>은 플레이어가 소개팅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온갖 엄청난 거짓말을 끊임없이 해대는 게임이다. 소개팅 상대의 짧은 질문이 계속하여 주어지고, 플레이어는 제시되는 네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골라 답하면 된다. 그런데 이따금씩 이전에 물어봤던 것을 또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이전에 했던 거짓말과 다른 말을 하면 게임 오버된다. 

 

아주 간단한 게임이지만 맨땅에 헤딩하듯 게임 개발에 뛰어들어 처음 만든 작품이다 보니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우선 백승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전에 말했듯이 버튼을 구현하는 데에 몇 주가 걸렸고, 게임의 몇 안 되는 UI 중 하나인 타임 게이지는 끝내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채 출시되었다. 

  

<허언증 소개팅!>
게임 화면의 까만 게이지 바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줄어들어야 하는데, 백승민 개발자에겐 너무 버거운 기능이었는지 자꾸 두께도 같이 줄어들었다. 결국 고치지 못한 채 출시되었다.

<허언증 소개팅!>은 당시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던 ‘허언증 갤러리’ 유머 코드와 딱 맞아떨어져서 흥행에 성공했다. 출시 3개월 만에 폭발적인 리뷰들과 함께 플레이스토어 인기 차트에 오르면서 1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게임 개발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이 새롭고 낯설기만 했던 우리에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다행히 그다음 출시작인 <문샷!>은 바로 망했고 우리에게 게임이 꼭 성공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큰 교훈을 줬다. 

 

이후 출시된 <중고로운 평화나라>는 다시 성공을 거뒀다. <중고로운 평화나라>는 내가 만든 플래시 게임을 기획안 삼아 만들어졌다. 문서나 PPT로 된 기획안이 나오기 전에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미리 실제 게임을 플래시로 받아보고 이 게임의 재미 요소와 구성, 스토리를 확인한 뒤 작업을 시작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나중에야 알았지만, 업계에서 정말 흔치 않은 방식이었다. 나는 게임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즉시 플래시를 켜서 만들었고 그 속도 또한 무진장 빨라서 이게 가능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내가 기초적인 규칙과 UI를 잡아둔 상태로 시안을 주니까 이해가 쉬웠고, 무엇보다 기획 측면에서 나 혼자 고민하거나 설득할 필요 없이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자연스럽게 기획 얘기에 참여시킬 수 있었다. 직접 게임을 해봤으니까 어떤 점이 재미있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길고 복잡한 대화와 전문적인 용어 없이도 빠르게 캐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고로운 평화나라의 플래시 시안. 거의 모든 로직이 구현되어 있어서 협업 과정을 무척 편하게 만들어줬다.

 

<중고로운 평화나라>는 스트리머들이 인터넷 방송에서 플레이하면서 큰 유명세를 탔고, 출시 한 달 만에 25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허언증 소개팅!>에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소재가 독특하고 제목이 자극적이니 일단 차트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정말 맞았던 것 같았다. 처음으로 보상형 광고를 도입했던 작품이어서 수익도 예전에 생각하던 규모와 차원이 달랐다.

 

‘아, 정말 게임 개발로 먹고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물론 흥행 열기는 금방 식었고, ‘아, 먹고 살려면 이 정도의 흥행을 매달 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기로는 BM 구성을 더 잘했다면, 콘텐츠 구성을 더 잘하고 리텐션 확보를 위한 노력을 했다면 더 오래, 더 많은 수익을 얻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때는 그런 걸 떠올리지도 못했다. 그냥 인디게임 시장이 원래 그런 줄 알았다. 당시에 다른 인디 개발자와 네트워킹할 기회도 없었고 방법도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단발성으로 유행 타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반복하며 수익을 모아야 하는 줄 알았다.

 

착각에 단단히 빠져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점도 있었다. <중고로운 평화나라>의 성공 뒤에 ‘중고로운 평화나라 2’를 만들자던가 <중고로운 평화나라>에 인앱 결제 BM을 넣고 볼륨을 늘리자던가 하는 건전한 생각을 하는 대신, 바보 같게도 ‘얘처럼 특이한 게임을 빨리 또 만들자!’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울 2033> 기획을 시작했다.

 


 

② 이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혼자 게임을 만들고 혼자 즐기는 걸 좋아했던 나는 자연스레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인은 뭘까’하는 고민에 쉽게 빠졌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궁금해했고, 그래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댓글을 읽고, 변화를 줘보고, 플레이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언제 감탄사가 나오고 언제 욕이 튀어나오는지를 확인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 전체가 무척 즐거웠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재밌게 만드는 요인은 화려한 그래픽이나 규모, 콘텐츠의 양 같은 가시적인 것들이 아니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백남준아트센터에 견학 갔다가 아티스트 듀오 조디의 ‘무제 게임’ 시리즈 작품을 보고 더 굳어졌다. 

 

백남준 아티스트의 ‘필름을 위한 선’이란 작품에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고 하는 이 작품들은 1인칭 슈팅게임 <퀘이크>를 노이즈에 가깝게 추상화한 것인데, 감상하는 사람은 모니터에 연결된 컨트롤러로 무언가 조작을 할 수 있지만 조작에 따라 화면이 바뀌거나 수치가 변화할 뿐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백남준 아티스트의 ‘필름을 위한 선’. 영사기에 빈 필름을 넣고 끊임없이 돌리고 있는 것이 전부다.

 

아티스트 듀오 조디의 ‘무제 게임-컨트롤 스페이스’(좌), ‘무제 게임-아레나’(우). 
예술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이 작품을 보고 무척 설레고 신이 났다.

작가의 의도는 아직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면서 내가 가졌던 게임에 대한 생각에 공감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지직거리는 작품들은 마치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게임에서 상호작용과 시각 요소란 껍데기만 남긴 채 ‘재미’만 쏙 빼내간 것 같았다. 그때 재미의 본질만 찾아낸다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도 좋은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단한 비밀을 발견한 마법사나 연금술사라도 된 것처럼 괜한 설렘을 느꼈다.

 

이런 나의 이상한 철학에 승민이와 윤지는 깊이 공감해주었고, 그렇게 반지하게임즈의 모든 게임이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독창적일 것, 재미 요소를 찾아내고 설명할 수 있을 것, 투입 대비 즐거움을 고려해 나머지는 과감히 덜어낼 것. <서울 2033>이 가지고 있는 파격적인 틀을 떠올리고 시도해볼 수 있었던 배경은 팀원들과 공유하고 있던 이러한 독특한 게임 철학에 있었다. 후에 이야기하겠지만 우리 게임을 즐기는 시각장애인 유저들을 위한 보조 기능 도입에 대한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던 까닭도 이런 배경 덕이었다.

 

텍스트로만 진행되는 게임을 떠올리게 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TRPG(Tabletop Role-Playing Game,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와 묘사로 진행되는 역할 분담 게임 장르)를 무척 하고 싶은데 같이 할 사람이 없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TRPG를 만들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구상이 시작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혼자서 게임 만들고 혼자 놀던 사람의 머리에서 나올만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상이었다. 실제로 이때 후배들을 거의 강제로 끌어모아 반지하 자취방에서 내가 마스터가 되어 TRPG를 진행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서울 2033>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테마의 TRPG <아포칼립스 월드>. 오직 언어만으로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의 매력을 깨닫게 해줬다.

 

둘째로, ‘모든 것이 이야기로 치환된 게임’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수많은 게임이 그래픽과 수치로 대부분을 설명하지만 결국 게임을 마친 플레이어들의 기억에 오래 남게 되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 아니던가. 그래서 초기 <서울 2033>의 시안에는 체력, 멘탈, 돈 같은 기본적인 스탯의 수치조차 표시해주지 않고 오로지 글만 표시되어 있었다. 만약 체력을 잃는 사건이 일어나면, ‘경상을 입었다’는 글이 출력되고, 그 상태에서 또 체력을 잃는 사건이 일어나면 그때는 ‘중상을 입었다’는 글이 출력되는 방식이었다.

 

이런 경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텍스트로만 진행되는 게임의 제작을 시작했다. 늘 그렇듯 이게 재밌다는 것을 팀원들에게 보여주고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플래시로 실제 작동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이때 테마도 정해졌어야만 했다.

 

플래시로 만들던 서울 2033의 초기 버전.
지금은 아이콘화된 체력, 멘탈, 돈은 경상, 중상, 멘탈 약화, 부유함, 빈털터리 등 텍스트로 표현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보편적인 판타지 풍의 세계관을 만들어 작업을 시작했지만 튼튼한 설정 구축 과정 없이 써 내려가려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판타지 세계관이 기각되고 나서는 오히려 어렵지 않게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채택되었다. 내가 평소에 무척 좋아하기도 했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선 제한된 정보와 완전하게 드러나지 않은 설정들이 오히려 세계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리적 배경이 서울이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묘미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게 되는 데에서 온다고들 한다. 당연히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익숙한 도시를 멸망시킬 때 그 호기심과 즐거움이 증폭될 것이라 느꼈다. 나 역시 쓰면서 무척 즐거웠고 정말 막힘없이 그 많은 글을 하룻밤 만에 술술 써내려갔다.

 

그렇게 반지하 방구석에서 글자만으로 핵전쟁 이후 서울을 돌아다니는 게임의 시안이 탄생했고, 학교에 올라가 동기들에게 슬금슬금 접근해 노트북을 주고 시켜보기 시작했다. 다들 파격적인 디자인에 경악했지만 한편으론 신선해 했고, 테스트 후 대체적인 반응은 ‘왜 뒤에 더 없냐’였다. 1인 개발자들은 알겠지만 이건 ‘재밌다’는 극찬이다.

 

<서울 2033>을 들고 승민이와 윤지를 만나러 갔다. 끔찍한 가독성과 UI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과제였고 방대한 양의 스크립트를 가지게 될 이 게임을 어떻게 개발자와 함께 작업할 것인지 역시 문제였지만, 다행히 우리 팀원들은 이 독특한 게임을 무척 좋아해 줬다. 특히 승민이가 정말 좋아했는데, ‘금방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승민이는 개발 환경으로 리액트 네이티브(React Native)를 선택했다. 본래는 게임보다는 ‘페이스북’ 같은 앱 개발에 주로 사용되는 것인데, 글자가 많은 우리 게임 특성상 오히려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고 안드로이드와 iOS 동시 출시에도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지속적인 스토리 업데이트 구현을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적인 결정이 필요했다. 첫째는 이야기의 모든 요소를 개발자 도움 없이 기획자가 이야기에 필요한 걸 설정할 수 있도록 json 형식으로 이야기 구조를 잡은 것이었고 둘째는 당시 가히 최신 트렌드라고 할 만했던 AWS(Amazon Web Services, 아마존 웹 서비스) 람다(Lambda)를 이용하여 따로 서버 관리가 필요 없이 이야기를 업데이트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나와의 협업에 있어선, 승민이가 정해준 규칙에 맞춰 내가 json 형식으로 스크립트를 쓴 뒤 깃랩(gitLab)에서 배포 버튼을 누르면 배포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주었다. 혹시 모를 나의 오타나 버그를 대비해 이를 체크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해두었다.

 

실제 <서울 2033>의 이벤트 json 파일의 모습. 
기획자가 만든 이벤트 파일들을 깃(git)을 통해 올리면, 개발자 없이도 자동으로 게임 내에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게임을 실행하면 이 화면이 나오는데, 이때 업데이트된 스토리를 받아온다. 
마치 큰 회사에서 만드는 온라인 게임 같아 신기했다.

윤지는 가독성 향상과 깔끔한 UI 제공을 위해 정말 이 게임을 ‘책’처럼 보이게 하는 데에 집중했다. e-book이나 실제 종이책을 레퍼런스로 삼으며 폰트와 줄 간격, 페이지 여백 등 우리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사소한 부분까지 결정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새롭게 합류한 식이는 연필로 삽화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 공을 들였다. 흑백 모노톤인 탓에 단조로워 보이기 쉬웠던 우리 게임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줬고, 그림 자체의 퀄리티가 높아 게임 전체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획자로서 어떤 장면에 그림이 들어갈지, 어떻게 묘사할지를 자주 토의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의 몰입을 해치지 않는 것이었다. 세부적인 묘사를 지양하고, 주인공의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플레이어의 상상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상상에 맡기기 위해 일부러 이상한 곳을 보여주는 독특한 구도를 잡기도 했다.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귀여운 길고양이.
메인 스토리상 중요한 장면이지만... 자세한 것은 플레이어의 상상에 맡긴다.

 

기획자인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각종 랜덤 인카운터 이벤트들과 메인 스토리를 술술 써나갔다. TRPG가 그렇듯, 플레이어 각각이 ‘나만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와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60초!>, <폴아웃>, <스카이림>, <디스 워 오브 마인>, <천일야화(보드게임)>, <던전 앤 드래곤(TRPG)>, <아포칼립스 월드(TRPG)>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참조하면서 전혀 일관되지 않은 여러 방식의 이벤트들이 만들어졌다. 

 

이런 실험적인 시도들은, 다음 편에서 설명하겠지만 나로 하여금 나도 잘 몰랐던 이 게임의 재미 요소를 이해하게 하고 유저들의 니즈를 확인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당시엔 내가 마음껏 창작욕을 해소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서울 2033>은 출시까지 약 한 달 반 정도의 기간이 들었다. <서울 2033>을 출시하는 날, 카페에 콘센트 있는 자리가 꽉 차서 신촌에 있는 지하 PC방에 셋이 쪼로륵 앉아야 했다. 저녁 먹기 전에 출시하자고 했지만 게임 개발이란 게 늘 그렇듯 저녁 먹고 나서 다시 돌아온 PC방에서 밤늦게 되어서야 출시할 수 있었다.

 

“근데 이 게임을 누가 할까? 유원이 같은 애들만 할 것 같다.” 

 

출시 절차를 모두 마치고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승민이가 한 말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성과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고, 가끔 내가 글을 쓰고 싶을 때 업데이트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전부였다. 순전히 내 호기심 때문에, 내가 만들고 싶어서 나온 게임 아닌가. 승민이와 윤지, 식이도 그걸 다 알면서도, 고맙게도 잘 따라 줬다.

 

2018년 10월, <서울 2033>이 세상에 나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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