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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없는 카피캣보다 발자국을 남긴 실패가 낫다”

‘영웅의 군단’으로 모바일에 도전한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

남혁우(석모도) 2014-02-21 17:12:31
“의미 없는 카피캣보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긴 실패작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영웅의 군단>을 개발한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의 말이다. 엔도어즈에서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MMORPG <영웅의 군단>의 안드로이드 버전이 지난 14일 출시됐다. <아틀란티카>와 <삼국지를 품다>를 만들었던 김태곤 상무의 신작인 만큼 <영웅의 군단>은 턴 방식 전투와 정통 MMORPG를 추구하고 있다.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캐주얼게임의 꾸준한 강세 속에 약간의 몰입감을 강조한 미드코어게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의 깊이와 모바일게임치고는 다소 복잡한, 그리고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영웅의 군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는 도전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시장 상황이다.

하지만 김태곤 상무는 비슷한 요소와 플레이 방식으로 끊임없이 복제되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자신만의 색과 가치관을 가진 게임으로 확고한 발자국을 남기기 위한 도전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


라이트부터 하드코어까지, 모두 만족시키고 싶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 정도 됐다. 유저들의 반응은 어떤가?

김태곤 상무: 현재 반응은 좋은 것 같다. 정식 서비스에 앞서 비공개 테스트를 5번 정도 진행하면서 꾸준히 유저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데이터를 확보해왔다. 아무래도 테스트 기간에는 호의적인 유저들이 많았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수치가 나왔을 수도 있지만,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 게임을 플레이하겠다는 반응이 90%를 넘었었다.

가장 걱정한 것은 카카오 등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초반에 게임을 알리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PC게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유저가 게임에 접속해서 당황했다. 유저의 유입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앞으로의 추세가 많이 기대되고 있다.

<영웅의 군단>은 출시 일주일 만에 인기순위 4위, 매출순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5번의 테스트를 거치면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무엇이었나?

테스터들 사이에서 이슈가 된 것은 게임에서 전투 횟수를 제한하는 ‘의욕’이라는 수치였다. MMORPG인 만큼 반복해서 전투를 해야하지만 이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을 시작하면 초반에 빠른 진행을 위해 30개의 의욕을 제공하고 캐시를 쓰지 않아도 게임머니로 의욕 충전이 가능하게 했다. 또, 이벤트를 통해 수시로 의욕을 제공했다. 그 덕분인지 의욕 관련 불만은 예상보다 적은 편이었다.

테스트할 수 없었던 과금 정책을 묻는 유저도 많았다. 우리는 현금결제 여부보다는 결제를 강제로 유도해서 돈을 쓰지 않으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도록 만드는 구조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결제하지 않아도 현실적인 노력으로 적당히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대신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을 때만 결제를 하게 구조를 만들어 유저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


어떠한 콘셉트로 <영웅의 군단>을 개발하게 된 것인가?

MMORPG라는 장르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유저를 최대한 만족시키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안에서 전투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거래를 하거나 물건을 만들고, 길드에서 사람을 사귀고 다른 길드와 경쟁을 하거나 정치적인 분쟁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이 포함돼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다양한 유저의 성향을 최대한 만족시키고자 했다. <영웅의 군단>에서 유저는 전투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퀘스트를 진행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동등한 조건에서 실력으로 승부하는 콜로세움에서 용병술을 겨루거나, 다른 유저를 습격하는 영웅대전을 통해 자신의 군단이 가진 힘을 자랑할 수도 있다.

<영웅의 군단>을 만들면서 모바일 기기의 한계와 유저들의 성향에 맞춰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MMORPG의 기본을 가져가려 했다. 기존에 PC로 MMORPG를 하던 유저들은 모바일로도 간편하게 게임을 즐기고 캐주얼게임을 주로 하던 유저는 깊이 있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는 등 유저마다 원하는 재미를 제공하려 한다.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는 무엇인가?  

<영웅의 군단>의 개발기간 동안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완성했다. 하지만 1레벨 유저에게 이 모든 것을 제공해 혼란을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각 레벨 구간별 또는 최고 레벨 유저에게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고 이것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검증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그래서 어떤 구간에서 유저가 새로운 것을 원하고,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지속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非) 개발자로 구성된 테스터도 사내에 상주하고 있다. 개발자는 아무래도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힘들다. 테스터 역시 오랫동안 게임에 관여하면 비슷한 이유로 관대해질 수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은 테스터를 바꿔 가며 게임을 평가하고 있다. 


“전투 운영과 용병술이 중요한 게임”

 

그동안 엔도어즈는 <거상> <아틀란티카> <삼국지를 품다> 등을 통해 다양한 턴 방식 전투를 선보였다. <영웅의 군단>의 전투 역시 턴 방식이다.

완벽하게 새로운 전투라기보다는 기존에 재미있었던 시스템을 하나로 버무리려 했다. <삼국지를 품다>도 모바일로 즐길 수 있었지만 온전하게 모바일에 맞춘 게임은 <영웅의 군단>이 처음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틀이나 전투 방식, 게임의 규칙은 우리가 잘해온 것을 바탕으로 하면서 최대한 모바일에 적합한 게임으로 만들려고 했다.

예를 들어 <삼국지를 품다>는 넓은 맵에서 캐릭터를 이동시키며 싸울 수 있다. 이를 통해 거리조절이나 다른 동료와의 협력 플레이 등의 전략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의 좁은 화면에서 일일이 캐릭터를 이동시키며 싸우는 방식은 유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웅의 군단>에서는 이동을 제외하고 적과 아군이 번갈아 가며 공격하는 방식을 선택해 조작을 최소화했다.




조작방식이 단순해지면 턴 방식 전투의 재미인 전략성이 줄어들 우려도 있지 않나?

줄어든 전략적인 재미는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 예를 들어 파티원의 마나 게이지는 하나로 통합했다. 만약 A영웅이 기술을 쓰면 다른 영웅이 기술을 쓸 수 없으므로 상황에 맞춰 정확한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 등 유저는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이 밖에도 캐릭터마다 무기, 기술 등 전략적인 특징을 둬서 어떻게 자신만의 군단을 만드는가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는 용병술이 중요한 게임으로 만들고자 했다.


요즘 나오는 모바일게임이 대부분 실시간 전투이거나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게임인 만큼 턴 방식 전투에 대한 취향이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게임에 대한 정보를 듣고 턴 방식 전투라 아쉽다는 유저도 있다. 하지만 모바일은 턴이냐 아니냐보다 유저가 얼마나 덜 신경 쓰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자동전투로 진행하면 실시간이나 턴 방식이나 큰 차이가 없다. 

아무래도 보는 재미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오히려 캐릭터마다 컷신을 추가하고 캐릭터의 퀄리티와 디테일에도 많은 신경을 썼기에 다른 모바일게임과 비교했을 때 보는 재미가 적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동전투를 지원한다. 라이트 유저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인가? 

개인적으로는 전략을 좋아하는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로 나누기보다, 한 명의 유저가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편이다. 영화로 비교한다면 같은 사람이라도 스릴러 영화를 보고 싶을 때도 있고, 멜로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전략적인 재미를 좋아하는 유저도 항상 머리를 쓰면서 집중하는 것이 힘들고 캐주얼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가끔은 깊이 있는 재미를 느끼고 싶을 수 있다. 그래서 유저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하고자 했다.

유저들이 쉽고 간단한 조작을 선호하고 이에 대응하는 게임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유저가 그런 욕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을 제공하는 한편, 유저가 게임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면서 클리어하는 보람과 자부심을 동시에 맛보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자동전투와 수동전투를 모두 지원했다.


PvP 모드인 콜로세움은 수동전투고 영웅대전은 자동전투만 지원한다. 이유가 있나?

콜로세움은 장비나 레벨의 우열성이 없이 순수하게 유저의 실력을 겨루는 콘텐츠다. 그래서 보다 전략적이고 승부를 겨룬다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수동전투를 지원한다.

반대로 영웅대전은 자신이 장착한 무기와 레벨이 모두 적용된 채로 원하지 않는 상황에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우는 상황도 벌어진다. 하지만 유저에게 승산이 없는 싸움을 하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만 짧게 확인하고 끝나는 자동전투를 택했다.


레벨이나 결제한 비용에 상관없이 순수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콜로세움.


“진정한 의미의 친구 추천을 고민했다”

 

카카오 플랫폼이 아닌 단독으로 서비스를 실시했다. 유저에게 게임을 알리고 끌어들이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맞다. 지금도 많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곧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선보이겠지만 정말 혁신적이거나 새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기존에 선보였던 많은 서비스를 개편한 방식이 될 것이다.

스팸 메일처럼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초청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은 게임을 알리는 방법으로는 확실히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영향도 있다고 본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게임을 권하고 같이 플레이하면서 성장하는 유대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친구 추천을 고민했다.


게임을 시작하면 업데이트가 30분 가까이 걸린다. 이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에 받는 클라이언트는 용량이 24MB 정도지만, 업데이트를 통해 400MB를 받아야 한다. 이를 줄여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래픽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도 게임을 받은 다음에 설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게임에 접속하지 않는 유저가 없으면 어떡할까 걱정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여러 번에 걸친 테스트 결과, 초기 업데이트가 오래 걸려도 게임을 다운로드한 후 90% 이상의 유저가 업데이트를 마치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좋을지는 계속 고민 중이다.

그리고 고퀄리티 버전과 함께 그래픽 퀄리티를 낮춰 용량을 절반으로 낮춘 버전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것은 한국 서비스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은 해외 서비스를 위한 것이다.


게임 일러스트를 처음 봤을 때 눈에 띈 것이 코알라 용병이었다. 게임의 스타일이나 장르에 비해 분위기를 가볍게 가져가려는 듯하다.

정통 MMORPG를 표방한 <영웅의 군단>은 기존 모바일게임과 비교했을 때 훨씬 복잡하고 알아야 할 것도 많은, 하드한 게임이다. 그런데 게임 속 분위기마저 딱딱하고 이질적이면 게임이 아니라 학습을 위한 콘텐츠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말랑말랑하고 접근하기 쉬운 분위기를 제공해 친근함을 강조했다. 코알라 외에도 너구리, 강아지 등 다양한 동물과 인간형 캐릭터도 다채롭게 준비했다. 우리의 목표는 “편하게 즐길 수 있지만 없는 것이 없구나.”라고 유저들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헬로 히어로> <몬스터 길들이기> <다함께 던전왕> 등 미드코어게임이 성과를 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매우 좋은 시도였고 우리가 그 덕을 보는 것 같다. <영웅의 군단>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미드코어 게임보다 더 코어한 게임이기 때문에 캐주얼게임만이 강세를 보이던 상황이었다면 게임을 알리기가 지금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미드코어 게임이 출시되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유저들에게 RPG를 알리고 재미를 선보이며 중간 다리 역할을 했기 때문에 <영웅의 군단>이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모바일게임 시장에 나만의 이정표를 세우고 싶다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을 보면 모방이 너무 흔해졌고 그런 게임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도 많다. 물론 모방은 창조의 시작일 수 있고 우리 역시 다른 게임에서 좋은 것을 선보이면 모티브를 따오기도 한다. 하지만 모방을 하더라도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은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모바일게임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건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의미 없는 카피캣보다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실패작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상> <아틀란티카> <삼국지를 품다> 등 대표작은 대부분 턴 방식 게임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턴 방식 게임을 개발할 예정인가?

엔도어즈가 턴 방식 게임만 만드는 업체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것은 우려하고 있다. 어떠한 장르나 방식에 갇히는 것은 스스로를 제한하게 되고, 자기복제에 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만 우리가 만드는 게임의 특징상 선택한 것이 턴 방식일 뿐이다.

이미 차기작으로 논의 중인 게임도 있다. 그중에는 상당수가 턴 방식 전투가 아닌 다른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다작 중심은 지양하고 있으며 우리만 만들 수 있는 규모와 완성도로 제대로 만들려 한다. 많은 게임을 빨리 만드는 것보다 하나하나가 게임업계에 이정표가 될 만한 게임을 내놓은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바일게임을 무려 4년에 걸쳐서 만들었다. 개발기간이 일반 MMORPG보다 오래 걸린 것 같다. 그동안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양질의 게임을 유저에게 선보이려 노력한 기간이기도 하다.

<영웅의 군단>은 기존에 모바일로 즐기던 게임과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플레이 패턴에 맞춰 편의성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니 한번 부담 없이 즐겨보고 평가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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