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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검사의 귀여움 속에 숨은 기술력을 봐달라”

비검사를 기획한 블루홀 심대현 팀장, 김선욱 기획자 인터뷰

안정빈(한낮) 2014-01-27 17:32:11

블루홀에게 새로운 기술은 자랑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품입니다.

 

지난 15일 <테라>에 첫 신규 직업 '비검사'가 업데이트됐다. 사슬낫을 무기로 사용하는 엘린 종족 전용 직업으로 겉으로 보기엔 그냥 귀여운, 그것도 상업적으로 잘 팔릴 것 같은 캐릭터를 내세웠다. 실제로도 잘 나가고 있지만, 개발사인 블루홀 입장에서는 비검사는 상품이라기보다 기술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처음부터 MMORPG에 논타겟팅을 접목하며 고된 길을 자처했던(?) <테라>가 가야 하는 길은 언제나 최고의 기술과 이를 통한 재미를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 캐릭터 업데이트에서도 새로운 기술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결국, 다양한 제안 중 가장 어려워 보이고, MMORPG에서 구현된 적도 거의 없는 사슬을 사용하는 용병을 새로운 직업으로 택했다과정은 역시나 고난의 연속이었다. 사슬의 자연스러운 움직임부터 그에 따른 이펙트와 타격판정, 물리효과까지 모두 일일이 부딪혀가며 했다. 김선욱 게임디자이너가 한 땀, 한 땀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지만 결과는 확실했다. 새로운 무기인 사슬 이외에도 위치기반 스킬, 반격 스킬 등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이며 전투의 폭을 대폭 넓혔고, 신규직업의 출시에 관심을 갖고 돌아온 유저들도 많다. 첫 신규 캐릭터 비검사와 함께 돌아온 <테라> 개발2팀의 심대현 팀장과 김선욱 기획자를 디스이즈게임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테라개발2팀의 심대현 팀장(왼쪽)과 김선욱 기획자.


<테라>에 있어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규 캐릭터다. 반응이 어떤가?

 

기대에 부합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일단 밸런스는 확실이 안 좋다는 피드백이 있어서 23일 업데이트를 통해서 대대적인 수정을 했다. 새로운 복장이나 사슬을 이용한 공격 방식 등은 좋다는 평이 있어서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안심이 된다. 일단 안 좋은 이야기는 전부 수정할 수 있는 것들이라서.(웃음)


 

비검사 이야기 좀 해보자. 어떤 생각으로 만든 캐릭터인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캐릭터다. <테라>의 전투는 근거리와 원거리가 확실히 나뉘어 있다. 그에 따라 느끼는 재미도 차이가 있는데, 비검사는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중거리 캐릭터로 시도했다. 근거리에서도, 원거리에서도 싸울 수 있고. 자연히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수단도 다양하게 들어간다.

 

예를 들어 같은 스킬이라도 키보드를 누르지 않고 쓰면 제자리에서 쓴다거나. 반격으로 뒤를 잡는다거나 할 수 있다. 여기에 반격은 <테라>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인데, 자신이 피격됐을 때 타격한 대상을 추적해서 스킬이 나가는 방식이다. 기존 직업의 색을 죽이지 않으면서 액션은 보다 다양해지는, 이전에 없던 포지션의 캐릭터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첫 종족전용 직업이기도 하다결국 개발 속도가 문제인가?

 

비슷하다모든 종족의 직업을 한 번에 개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아마 비검사도 전 종족을 위한 직업으로 개발했다가는 확장팩 2개 정도는 더 만들 시간이 지나야 나왔을 거다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한 종족이라도 제대로 힘을 줘서 가보자라는 생각에 나온 게 비검사다.

 


비검사는 고유의 스토리와 별도의 초반 지역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고 보니 종족도 엘린이다. 당연한 건가?

 

비검사를 등장시킬 종족도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한 종족에만 맞춰서 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때 엘린으로 가자고 결정했다. 아무래도 같은 개발력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거워 할 길인 것 같아서.(웃음)

 

 

그럼 이후에도 계속 특정 종족을 위한 직업이 나오게 되는 건가?

 

반응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앞으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신규 직업을 선보일 듯 싶다. 다만 이번에는 단일 종족 전용 직업이 되겠지만, 앞으로는 2개 종족에 해당하는 직업이 나올 수도 있고. 비검사에서 배운 것들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것 같다.


 

바라카 신규 직업은 영영 못 나올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다. 단일 종족의 직업을 만드는 것만 해도 1년에 걸쳐 업데이트를 준비해야 하는데, 과연 비인기 종족을 택했을 때 그 효율이 나올 수 있을까? 손은 많이 가는데 반응은 시큰둥하면 그것도 문제니까. 앞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식 홈페이지의 패션왕 이벤트에 응모한 바라카의 이미지 중 한 장. 유저들이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소수 종족이다.

 

 

루홀에게 새로운 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

 

비검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왜 하필 사슬인가?

 

가장 어려워 보였으니까. 사슬이라는 무기는 PC게임에서 흔히 사용됐다. <갓 오브 워>처럼 유명한 시리즈도 있고. 그런데 정작 MMORPG에서는 구현한 게임이 거의 없다. 구현하더라도 PC게임 수준의 움직임을 보여주기는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반대로 이런 사슬의 움직임을 MMORPG, 그것도 논타겟팅 MMORPG에서 구현하면 얼마나 멋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는 MMORPG가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선택했다.

 

 

만들어 보니까 어떻든가?

 

당연히 어려웠다. 일단 사슬만 하더라도 이펙트를 붙여야 하는데 개발자를 찾아봐도 사슬을 만들어 본 사람이 없다. 결국 그 부분의 기술을 일일이 공부하고 실험하며 체득했다. 사슬의 움직임이나 공격판정 등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래머부터 아티스트, 기획자까지 모두가 배우고 공부하며 만든 결과물이다.

 

여기에 <테라>가 여전히 고사양 게임이다 보니 안 그래도 어려운 작업에 최적화나 프레임까지 고민해야 했다. 다른 클라이언트에서 보일 때에도 사슬의 궤적이 예쁘게 보이도록 다듬거나, 연산작업의 분량을 줄이는 등 손 가는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블루홀 개발팀에서 제일 고민한 부분인 사슬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과거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개발자에게도 새로운 무기 만들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굉장히 공감되는 말이다. <테라>도 새로운 무기를 만들거나 어떤 액션을 만들 때 모션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그것이 가능은 할까? 등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는 필요하다. 

 

이번에 사슬을 택한 이유도 개발이 어렵다는 것 외에도 기본적인 무기가 충분히 나온 상황에서 어떤 무기를 해야 새로울까 하는 고민도 들어있다. 무기 후보에는 너클도 있었고 석궁도 있었고, 사신낫 등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적용했을 때 지금 있는 무기와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테라>가 타겟팅 게임이면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는 없나?

 

타겟팅 게임이었다면 당연히 편했을 거다. 논타켓팅 게임이라는 이유로 해야 하는 작업이 다른 게임의 몇 배다. 그나마 작업만 많으면 몸을 불태워서라도 하겠는데 시행착오가 너무 많다. 그럼에도 유저 입장에서는 그냥 뻔한 직업 하나 추가된 수준이니까 힘들다.(웃음)

 

예를 들어 비검사만 해도 사슬을 휘둘렀을 때의 타격 싱크를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다. 대검을 휘두르는 건 원만 그리면 되는데 사슬은 곡선을 그리니까 실제 월드에서 피격을 구현하기 만만치 않고, 애니메이션도 본을 짜기가 어렵다. 까딱하면 이상한 모양새가 나오기 십상이고, 전투도 매끄럽지 않게 흘러간다.


 

그만큼 매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다는 자부심도 있겠다?

 

자부심보다는 일단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게 더 크다. 단순히 신기술을 사용했다는 자랑보다는 그 기술을 통해 게임이 너무 즐거운 위치까지 올라갔다는 판단이 든 이후에야 더 큰 자부심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반격과 위치이동 스킬 등 기존의 <테라>에는 없던 액션도 추가됐다.


분유료화 이후의 꾸준한 상승세, 2014년에도 이어가겠다

 

어쨌든 비검사 등장 이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검색어에도 오르고.

 

아직까지 무언가를 추가하는 걸로 인기를 얻는 게 가능해서 다행인 것 같다. 일단 부분유료화 전환 자체가 큰 효과가 있었고, 그 때 기반을 마련해서 이를 토대로 여러 시도를 하며 만들어가는 중이다. 아직 이렇다 저렇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미비한 성적인데. 계속 하던 대로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이다.


 

겨울 업데이트는 비검사로 마무리 짓는 셈인가?

 

많이 남아있다. 일단 지난해 연말에 루키서버를 열어서 신규 및 복귀 유저의 빠른 성장을 도왔고, 이번에 새로운 전투를 즐기고 싶은 유저들을 겨냥해 비검사를 내놓았다. 이제 비검사도 충분히 즐겼다는 판단이 드는 시점에 새로운 던전이 업데이트된다.

 

비검사는 레벨 40 이상의 캐릭터가 있어야 생성 가능하다. 블루홀에서 루키서버를 사전에 오픈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솔로던전이나 3인 던전 등 라이트한 던전 위주의 업데이트를 보여줬다. 올해는 어떤가?

 

종합선물 세트처럼 다양하게 구성해보려 한다. 지난해에 초보자들을 위한 접근성 확보에 주력했더니 이제는 과거 산드라처럼 도전을 요구하는 던전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유저들이 많더라. 그래서 굉장한 고난도 던전을 준비 중이다. 반대로 인기가 좋았던 1인 던전도 새롭게 넣을 생각이고. 많은 실험을 거친 만큼 이제는 다양한 던전을 안정적으로 섞어서 업데이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발자로서 원하는 <테라>의 끝은 어디인가?

 

일단은 먼 앞날을 생각하기 전에 현상유지를 하기도 쉽지 않다. 매주나 격주 단위로 팀을 오가며 스터디를 하고, 다른 직군 업무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는 중인데 여전히 새로운 기술은 많다. 도입하고 싶은 기술이나 해야 할 것도 많고.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일단 액션을 맡는 사람으로 말하자면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게 게임으로 나와야 그나마 끝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근데 지금 당장은 머릿속 생각을 몸으로도 구현할 수 없다(웃음). 그 정도는 돼야 , 우리가 정말로 액션으로는 정점을 찍었고, 여기가 그 끝이구나하고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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