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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운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게임 사운드 전문 스튜디오 수파사운드 김은일 대표

김진수(달식) 2014-01-23 02:04:54
게임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게임을 ‘종합예술’이라고도 한다. 현대의 게임은 기획, 그래픽, 프로그래밍, 사운드가 합쳐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도된 연출 속에 잘 어우러진 그래픽과 사운드로 감정을 전달하는 게임의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하나의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서 포함되는 기획, 그래픽, 프로그래밍이라는 요소는 대부분의 개발사에서 없으면 안 될 존재로 대접받지만, 사운드는 그렇지 않았다. 일부 MMORPG, 특히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개발사 외에는 별도의 사운드 팀을 두고 있는 개발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다양하다. 직접 사운드를 만드는 것보다 맡기는(외주) 편이 더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본다면 사운드를 더 잘 만들 수 있는 프로들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모바일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소규모 개발사에서 흔히 사운드 인력을 채용하기보다 외주를 주는 이유다.

그렇다면 게임 사운드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누구고, 어떻게 작업하고 있을까? 게임 사운드 전문 제작 스튜디오 수파사운드(//www.supasounds.net)를 찾아가 게임 사운드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면 좋은지 알아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수파사운드 김은일 대표


“게임 효과음, 특유의 과장과 자극을 강조”


게임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만 본다면 다른 음악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 음악이라면 총감독이나 음악감독이 전체적인 분위기 및 콘셉트를 잡고 각 장면에 필요한 음악을 만든다. 게임 역시 PD나 디렉터가 전체 분위기를 잡고 그 의도에 따라 음악을 제작하게 된다.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같은 오디오 작업용 컴퓨터를 이용해 작곡 및 편집을 하며, 기계로 녹음하면 특유의 느낌을 살리기 힘든 기타나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따로 세션 녹음(실제 연주)을 한다. 보컬이 들어간 음악의 경우, 일반 음악을 만드는 것처럼 만들기도 하고 편집 도구를 이용해 어긋난 음정을 잡아주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편집 도구(툴)를 사용해 보컬의 음정을 잡아주는 작업.


DAW로 음악을 만들 때 다양한 가상 악기를 동원한다.

게임 음악은 일반 음악과 비교해 표현 방법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게임만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영화에 쓰이는 음악이나 효과음은 1회성 단방향 정보 전달인데 반해, 게임은 유저의 행동에 의해 음악이 출력되기 때문에 사운드도 양방향 소통이라는 목적을 갖게 된다. 

게임은 유저의 행동에 따라 상황과 분위기가 바뀌기에 음악도 유저의 행동에 반응해야 한다. 또, 특정한 목적을 위한 효과음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뽑기에서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경우는 큰 자극을 주기 위해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수파사운드 김은일 대표는 “<리니지 2>의 사운드를 담당할 당시 해외 스튜디오와 공동으로 작업하면서 가장 큰 공을 들인 효과음은 ‘정령탄’이 터지는 소리였다. 돈을 소비하면서 강력한 효과를 얻기에 소리가 밋밋하면 안 되니까. 다행히 유저들의 기억에 남는 효과음이 됐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게임의 효과음은 특유의 과장이 더해진다. 액션게임에서 ‘고양이 글러브’를 장착하면 타격음 대신 고양이 소리가 난다거나, FPS게임에서는 실제로 대미지가 높지 않더라도 더 비싼 총에 무거운 총성을 넣는 식이다. 실제 사운드를 그대로 사용하면 이른바 타격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 사운드는 일반 사운드 작업보다 어렵다. 김 대표는 “영화 사운드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게임 사운드 작업을 맡으면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특유의 과장이다. 게임에 들어가는 소리들은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FPS 장르에서는 총성에도 게임스러운 과장을 섞는다.


사운드, 게임 개발과 함께하며 반복 수정 거쳐 완성


그렇다면 게임 사운드(배경음악, 효과음 등 게임에 들어가는 모든 소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사운드를 창작하는 작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 수 없기에 개발 과정과 함께하며 게임의 의도, 분위기나 상황에 적합할 때까지 계속 수정 과정을 거친다.

개발 기간이 2년 이상 걸리는 온라인게임의 경우에는 초기 단계부터 사운드를 작업한다. 게임쇼 출품 등을 위해 처음부터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저가 게임을 직접 접하기 전 청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사운드를 통해 게임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게임을 완성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다.


같은 게임이라도 배경음악에 따라 다른 분위기가 난다.

시간이 부족할 경우 게임과 어울리지 않는 사운드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사운드에 신경을 쓰는 개발사라면 충분한 사운드 제작 기간을 두기도 한다. 특히 모바일게임은 시간을 들인 만큼 좋은 사운드가 나오기 마련이다.

(온라인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기간이 짧은 모바일게임도 전문 사운드 스튜디오에 작업을 맡길 때는 최소한 출시 3개월 전부터 작업을 진행한다. 모바일게임은 손가락으로 즐기기 때문에 사운드를 넣고 휴대폰으로 테스트하며 효과음의 길이나 타이밍을 계속 다듬어야 한다.

3개월의 작업 시간이 주어지면 첫 달에는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아 음악 등을 제작하고, 둘째 달에는 수정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운드 출력 타이밍 및 소리를 다듬는 완성 단계를 거친다. 완성 단계에서 최적의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수십 번의 테스트 과정을 거쳐 하나의 소리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김 대표는 개발 막바지에 사운드 제작을 의뢰할 경우, 충분히 수정작업을 거칠 수 없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충분한 작업시간이 있어야 그만큼 게임에 어울리는 최적의 소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를 믿고 맡겨야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다”


사운드가 없는 게임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개발사가 자금 사정상 별도의 사운드 팀을 꾸리기도 쉽지 않고, 기획자 등의 개발자가 직접 사운드를 만들 수 없기에 사운드 스튜디오 등에 작업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사운드 외주를 줄 때 어떻게 해야 좋은 사운드를 얻을 수 있을까? 사운드 제작자들도 창작자인 만큼, 게임에 가장 적합한 사운드의 분위기, 악기 등을 디렉팅할 수 있기에 믿고 맡기면 된다. 다만, 사운드 기획을 해서 전달할 경우 글보다는 샘플을 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펑크’(Punk) 풍의 곡을 써 달라고 글로 전달하면 개발자와 사운드 제작자가 생각하는 펑크의 느낌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참고가 될 만한 음원을 첨부해 주는 게 좋다. 느낌에 대한 개인차를 최대한 줄이고 적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김 대표는 “사운드 스튜디오는 사운드에 있어서는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다. 전체 예산을 정해주고 믿고 맡기는 게 가장 좋은 결과물을 얻는 방법이다. 개발자가 게임 개발의 전문가라면, 사운드는 사운드 전문가를 믿고 맡겨 달라. 신뢰하는 만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사운드에 공을 들인 <화이트 아일랜드>.

그 만큼 사운드도 오랜 기간 다듬어야 했지만, 소리를 통해 게임의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사운드 스튜디오 입장에서 가장 좋은 작업은 사운드 제작자들의 창의성을 보장해주고, 개발자들과 교류하며 영감을 주고받는 것이다. 한 예로, 수파사운드와 게임앤사운드가 작업했던 <러스티하츠>의 경우, 인트로에 피아노 곡을 넣었더니 개발사에서 UI를 편집해 주인공이 걷는 모습을 음악과 맞추기도 했다.

수파사운드가 사운드 디렉팅을 맡은 <플러피 다이버>는 캐주얼 게임에 어울리는 느린 박자의 음악을 사용했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원하는 핫독 스튜디오의 요청에 따라 재즈 풍의 음악으로 교체하면서 물 위를 넘나드는 게임 플레이와 음악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 재즈 보컬리스트와 수차례 재녹음하기도 했다.


수파사운드가 사운드 디렉팅을 맡은 <라인 플러피 다이버>. 디렉팅 작업 전에는 일반적인 캐주얼 게임의 느낌이었으나, 재즈 풍 음악을 넣어 ‘엄마를 찾는 하프물범’이라는 스토리와 독특한 분위기를 살렸다.


모바일게임을 위한 사운드 라이브러리


사운드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최근의 모바일 열풍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게임이 많아지면서 사운드 작업도 비례해서 늘어났다. 하지만 소규모 개발사가 많아 적은 자본으로 촉박한 시간 안에 음원을 만들어야 한다. 제작 단가가 온라인게임에 비해서 낮다는 점도 고민이다.

그래서 수파사운드는 전 세계 중소 개발사를 대상으로 모바일게임을 위한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이는 스튜디오에서 미리 작업해 둔 효과음이나 배경음악을 열람하고 원하는 음원을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음원을 제작하는 것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사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수파사운드는 아예 모바일 게임용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표방하며 분위기나 게임 장르별로 구분해 개발자들이 자신의 게임에 맞는 음원을 쉽게 찾아보도록 하고 있다.


수파사운드 홈페이지에서 게임 장르별로 음원을 열람하고 라이선스를 살 수 있다.

물론, 라이브러리 시스템이 가진 맹점도 있다. 사운드 라이브러리는 중복해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효과음이나 배경음악을 다른 게임에서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즉 다른 게임에 동일한 배경음악이 흐르거나 효과음이 같은 경우가 생기면 표절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수파사운드는 라이브러리 시스템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이 판매된 음원이나 일정 이상 흥행한 게임이 생기면 해당 음원의 판매를 중지한다. 더불어 라이브러리 음원과 제작 음원을 섞어 쓰는 방식을 추천하고 있다. 게임의 특징을 드러내야 하는 인트로나 메인 사운드는 제작한 음원을 쓰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음원은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개발사에서는 게임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음악이 필요하기에 중요한 음악은 따로 제작하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음원을 라이브러리에서 구매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라이브러리 혼합 방식의 장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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