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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개발? 팀원 모두가 동의하는 게임 만들기”

파비욘드더게임 최윤석 이사, 바른손게임즈 원성연 실장

김진수(달식) 2014-01-10 16:13:34
인디 게임 <암중모색>으로 인디케이드 2010에서 심사위원 대상에 해당하는 ‘Jury Award for Overall Excellence’를 수상한 팀 아렉스, 그들이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표방하며 파비욘드더게임이라는 법인을 설립해 <롤링플래닛 for Kakao>를 들고 나왔다. 

그들은 법인 설립의 이유를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게임을 만드는 인디 정신을 지향하면서도 월급을 받고 살겠다는 일종의 ‘덕업일치’를 위함이다. 그리고 파비욘드더게임의 첫 번째 선택은 2007년에 내놓은 <런 도로시>를 대대적으로 수정한 <롤링플래닛 for Kakao>(이하 롤링플래닛)이었다.

인디 게임을 지향하는 그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명료했다. ‘개발팀 모두가 동의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끝없이 수정하는 반복 개발로 게임을 완성하고 있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왼쪽부터 파비욘드더게임 최윤석 이사, 바른손게임즈 원성연 서비스전략실장


 “원하는 게임을 만들며 먹고살기 위해 법인을 세웠다”


만나서 반갑다. 먼저 파비욘드더게임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최윤석 이사: 파비욘드더게임은 2003년 결성된 팀 아렉스라는 인디 게임 팀에서 시작된 회사다. 2007년에는 <런 도로시>라는 게임을 만들었고, 같은 해에 <수사기록>이라는 게임도 냈다. 두 게임 모두 PC기반의 무료 게임이다.

이후 2010년에 발표한 <암중모색>이 인디케이드 2010에서 ‘Jury Award for Overall Excellence’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13년에는 <파툼>이라는 웹 게임도 론칭했고, 이제 모바일 플랫폼으로 <롤링플래닛>을 출시하게 됐다.


파비욘드게임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는데, 법인 설립 목적은 무엇인가?

최윤석: 처음에는 투자 때문이었다. 웹게임 <파툼>을 개발하고 내놓을 때 투자가 필요했고,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법인을 설립해야 했다. 비즈니스적인 부분에서도 법인 설립하는 게 유리하더라. 법인 설립을 통해 게임으로 돈을 벌며 살고 싶었고. 그래서 팀 아렉스에서 전업으로 개발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였다.

인디케이드 2010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암중모색>.


그럼 법인 설립이 인디 게임으로 밥 먹고 살기 위한 첫 걸음으로 볼 수 있겠다.

최윤석: 그렇다. 어떻게 보면 붕가붕가레코드(인디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이 소속된 인디 음반 레이블)의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같은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한국에서는 ‘인디’라는 말의 정의가 모호하다. 법인을 세웠다고 인디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인디라는 단어가 일종의 정신을 의미하는 것 같다. 우리는 게임을 개발하며 먹고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즐겨줬으면 좋겠다.

체 게바라 평전을 보니, ‘당신의 책이 대형 출판사로 나가며 상업성을 띄는 게 불만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상이 널리 퍼진다면 긍정적이다’고 답변한 내용을 보니 와 닿기도 하더라.

원성연 실장: 보충하자면, 파비욘드더게임은 인디 게임의 정신을 시장성을 보고 그에 맞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거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만드는 게임도 그렇고.


인디 게임을 표방하는 이상, 퍼블리싱 계약을 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했을 것 같다.

최윤석: ‘먹고사니즘’이라고나 할까? 결국 인디 게임을 개발하며 월급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더 많은 사람에게 게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바른손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하고 카카오게임 플랫폼을 선택한 것도 더 많은 사람이 우리 게임을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결국, 지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게임만 잘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들고 나서도 스토어 심의를 받거나 카카오 연동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또 바른손게임즈의 체계적인 QA를 받게 되면서 배운 것도 많다.


그럼 바른손게임즈가 파비욘드더게임과 계약을 맺은 이유는 무엇이었나?

원성연: <롤링플래닛>이 바른손의 이미지와 잘 어울릴 것으로 판단했다. 바른손 그룹의 강점이 팬시 상품이니, 캐릭터가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바른손 그룹의 인프라를 활용해 완구나 팬시 등을 내는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바른손게임즈가 모바일 퍼블리싱에서는 후발주자라는 고민도 있었다. 다른 기업들이 다 하는 형식의 게임으로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니까. <롤링플래닛>은 기존 게임과 다른 방식이기도 하고, 독특한 캐릭터가 있다. 또, 바른손게임즈의 온라인 게임 노하우를 접목해 비즈니스 모델 등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계약하게 됐다.




“게임 만드는 비결? 모두가 동의할 때까지 반복 개발”


법인 설립 이후 생긴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최윤석: 사무실과 회의실이라는 공간이 갖춰지니 좋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다. 팀 단위로 작업할 때는 막연히 ‘팀이 깨지면 어쩌나’하는 걱정과 수익도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는 수익도 고려하고 있으니 회사가 장래를 어느 정도 책임져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불안감이 없어졌다. 덕분에 개발하며 육체적으로 힘든 건 똑같은데, 정신적으로는 편안해졌다.(웃음)


게임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윤석: 스토리나 콘셉트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파툼>도 스토리가 많은 웹 게임이었고, <수사기록>도 어드벤처 게임이다. <암중모색>은 아예 스토리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게임이고.

우리는 게임을 만들며 ‘무조건 다른 게임과 달라야 한다’ 같은 고민은 많이 하지 않는다. 그냥 개발자들이 마음에 들 때까지 만들고, 그게 다른 게임과 비슷하다면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저 개발자들이 만족할 때까지 만들고 테스트하는 작업을 반복할 뿐이다.


<롤링플래닛>의 원작 <런 도로시>는 스토리에서 출발한 게임 같지 않은데?

최윤석: <런 도로시>의 첫 콘셉트는 떨어지는 종이 인형을 스테이플러로 찍는 게임이었다. 막상 프로그래머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니, 재미가 없더라. (웃음) 게임 목적도 모르겠고, 스테이플러를 이용해 종이 인형을 찍는 게 잔인해 보이기도 하고….

이후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바꿔서 다시 만들고 하면서 가다듬었다. 원래는 좌우로 이동하는 데 제약이 있어 답답했는데, 땅을 원형으로 바꾸면서 해결했다. 떨어지는 종이 인형은 돌로 바꿔보고, 떨어지는 운석을 피하기만 하니 억울해서 무적 아이템인 왕관도 집어넣고. 지금 설명하면 간단하지만, 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고생하면서 개발했다.

좌우로 이동하며 떨어지는 운석을 피하는 게임 <런 도로시>.


그렇게 치를 떨면서도 반복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슨 장점이 있던가?

최윤석: 반복 개발이야말로 파비욘드더게임과 다른 팀의 차이점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멍청한 건데,(웃음) 다들 실제로 돌아가는 걸 봐야 판단이 서고, 프로그래머도 구현해봐야 속이 풀리는 타입이다. <암중모색>도 스테이지마다 반복 개발을 했는데, 만들어놓고 버린 내용이 70~80%에 이를 정도다.

그럼에도 반복 개발을 하는 이유는 ‘모두가 동의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복 개발 과정에서 개발팀 모두의 의견이 들어가는 만큼, 결과적으로 이견이 없는 게임이 완성되니까.




“원형탄막회피, 코믹하고 엽기적인 분위기가 핵심 콘셉트”


<롤링플래닛>은 모바일 플랫폼 도전작이기도 한데, <런 도로시>의 방식을 가져온 이유가 있나?

최윤석: 가장 먼저 어떤 게임을 모바일로 옮겨야 효과적일까를 고민했다. 개발팀 내부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런 도로시>를 모바일로 옮기자는 의견이 모아지더라. 그렇다고 <런 도로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고, 콘셉트도 바꾸고 난이도를 낮추는 등 많은 요소를 바꿨다.


<롤링플래닛>은 대중적인 방향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대중성을 위해 변경한 부분은 무엇인가?

최윤석: <롤링플래닛>은 행성으로 떨어지는 운석을 피해 좌우로 이동하며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런 도로시>와 같다. <런 도로시>의 도로시 대신 귀여운 2등신 동물 캐릭터를 내세우면서 어렵던 난이도를 확 낮췄다. <롤링플래닛>은 운석이 떨어지는 패턴이 어느 정도 보이기에 반복해서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해서 피할 수 있게 했다.




캐릭터 디자인도 독특하게 느껴진다.

최윤석: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한국 게임처럼 보이지 말자’였다. 익숙한 그래픽 스타일로 하면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외곽선도 빼고, 2등신이나 1등신으로 비율도 조절했다. 그러면서 코믹하고 엽기적인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다.

원성연: 바른손게임즈에서 QA를 할 때도 <롤링플래닛>의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예를 들면 카카오톡 메시지로 친구에게 자랑할 때도 ‘따라올 테면 따라와봐’ 같은 식으로 사소한 부분까지 발랄하게 만들었다.


<롤링플래닛>은 고득점을 위해 결국 좌우로 운석을 오래 피해야 하는 게임인데, 플레이 패턴이 단조로워지지 않을까?

원성연: 펫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 스타일을 다양화하고자 했다. <롤링플래닛>의 펫은 보너스 능력이나 추가 점수를 얻는 등의 효과를 주고, 각 옵션은 펫마다 전부 다르기 때문에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적절한 펫을 선택해야 한다.

최윤석: 그리고 <롤링플래닛>은 떨어지는 운석을 피하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 게임이라 한 판에 오래 플레이하기는 힘들 것 같다. 오래 진행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캐릭터의 체력 때문에 한 판을 길게 즐기기 힘들다. 짧은 시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플레이하는 게임으로 디자인했다.


획득하면 운석을 방어해주는 구름 아이템.
 

떨어지는 알파벳을 모으면 별이 쏟아지는 피버 타임이 시작된다.


<롤링플래닛>의 성적 기대치는 어느 정도인가?

원성연: 목표야 당연히 크다. 인기순위 1위?(웃음) 개발사도 그렇고, 바른손게임즈도 <롤링플래닛>을 통해 모바일 시장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으면 한다. 인기순위 1위를 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최윤석: 요즘 모바일 캐주얼 게임이라고 하면 러닝이나 비행슈팅 게임들이 대부분인데, 이제 슬슬 그런 게임들이 식상할 거라 생각한다. <롤링플래닛>은 ‘원형탄막회피게임’이라는 독특한 장르이니, <런 도로시>를 재미있게 즐겼던 분들이나 런 게임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이 즐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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