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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게임반대는 교육논리.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게임인재단 설립식에서 만난 남궁훈 이사장

안정빈(한낮) 2013-11-29 20:40:27
“게임반대는 교육논리잖아요. 백날 게임의 긍정적 효과를 어필해 봐야 학부모들의 사고를 바꿀 순 없어요. 학부모들에게는 공부를 방해하는 모든 게 나쁜 것이니까요. 대신 게임이 아이에게 현실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죠.” 게임인재단을 설립한 남궁훈 이사장의 이야기다.

게임인재단은 29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설립식을 가졌다. 설립식에는 남궁훈 이사장을 비롯해 이사진에 포함된 넵튠의 정욱 대표 등이 참가했다.

남궁훈 이사장은 설립식에서 게임업계가 헤쳐 나가야 할 몇 가지 ‘현실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무작정 게임이 문화라고 외치기보다는 다른 문화와의 교류를 통해 먼저 문화인들 사이에 끼어들어야 하고, 게임의 긍정적 효과만 어필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게임이 이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인재단의 목표인 ‘게임인이 존경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이 모든 연장선상에 있다고 판단했다. 게임인들의 큰 꿈을 그리고 싶다는 남궁훈 이사장을 설립식 현장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안정빈, 송예원 기자



게임인재단 남궁훈 이사장


TIG> 재단 설립을 축하한다. 원래 목표는 게임학교 설립이 아니었나?

남궁훈 이사장: 맞다. 처음에는 교육재단을 구상했다. 고등학교재단이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재단설립도 굉장히 오래 걸리고, 법적으로도 재단 설립 후 6개월 안에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부지나 교육부 인가 문제도 있고. 그런데 알다시피 당장은 여건이 안 된다.

그래서 게임업계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이렇게 게임인재단을 세우게 됐다.


TIG> 그럼 원래의 학교 설립 꿈은 여전히 갖고 있는 건가?

그렇다. 게임인재단의 목표 중에는 꿈나무 육성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 안에 고등학교 설립이라는 목표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 설립이라는 걸 진행하려면 팀 내에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게임인재단 내의 팀과 같이 고등학교 설립도 준비할 생각이다. 게임인재단이 교육사업으로 가는 발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TIG> 위메이드 대표로 재직할 당시에는 손인춘법 등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게임산업이 스스로 어떤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야 한다 보나?

내가 1세대 게임인으로 불리는데, (경력) 나이로 따지면 이제 겨우 16살이다. 게임업계의 업력이 16년 정도밖에 안 되는 셈이다. 그러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청소년 육성만 봐도 다른 산업계를 보면 다양한 단체가 사회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관련업계에 유리하도록, 혹은 그 업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등을 가져간다. 그에 비해 게임업계는 그런 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TIG> 비슷한 일을 하는 단체가 없는 건 아니지 않나?

K-IDEA 같은 곳도 있지만 현업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어떤 기업이 나서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스스로 불안해하는 점도 있다. 예를 들어서 게임업계는 언제나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어떤 대표이사가 그 경쟁 속에서 게임산업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만약 업계를 위해 일하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회사 성적이 안 좋아진다고 생각해 보라. 당장 주주들부터 자기사업이나 잘하지 나댄다고 그럴 거 아닌가? 대표를 잘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을 거고.(웃음) 나는 이제 자유로운 몸이니까. 게임산업 공통의 이익을 위해서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TIG> 역할이 비슷한 게임문화재단이 위태롭지는 않을까?

콘셉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게임문화재단은 여성가족부 요청으로 시작해서 과몰입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게임인 재단은 중소/인디 개발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중심이다.

게임문화재단, 게임개발자협회 등 다양한 단체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협력하면서 전반적으로 게임산업이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바일 시대는 저변 확대에 좋은 시기다. 많은 이들과 꿈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


TIG>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생각하고 있는 건가?


타이밍이 좋다.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생겨난 장점인데, 마치 핵 분열이 일어난 것 같다. 작은 회사도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기니까. PC온라인 시절에는 작은 회사는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는 작은 회사들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왔으니까.

저변이 쫙 깔려야 산업이 건강해지는 법인데 우리가 주목하는 곳도 이쪽이다. 피라미드처럼 저변을 쌓는 것. 위메이드에서 모바일 사업을 해오면서 나만해도 배운 것들이 많다. 대기업에서 익힌 비즈니스 노하우들을 작은 회사들이 빠르게 배워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일단 산업을 떠나서 내가 배운 걸 썩히기 아깝더라. 내 노하우를 게임 산업이 나눠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게임인재단에서 주요 산업으로 중소 개발사 지원을 발표한 거다.


TIG> 카카오 무심사입점과 쿠폰 지원 등 다수의 기업들이 힘을 합쳤는데,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웃음) 어디 가서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고 그냥 찾아가서 ‘이런 걸 할 거다’ 그랬더니 다들 흔쾌히 도움을 줬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도 처음에는 1,000만 원 정도만 지원해 달라고 했는데 이야기를 듣더니 ‘그럼 무심사 입점을 해줄게’라고 도와주고, NHN 이준호 박사도 서버와 네트워크는 자신이 맡겠다고 응해줬다. <쿠키런>과 <애니팡>도 쉽게 도움을 주고. 다들 흔쾌히 돕겠다고 밝혔다.




TIG> 힘내라 게임인 상 등이 있는데 매달 뽑는 건가? 예산도 많이 필요할 듯하다.

매월 뽑는다. 재단 예산은 현재 21억 원을 확보한 상황이다. 위메이드에서 이야기할 부분인 것 같은데 위메이드가 많은 부분을 지원했다. 일반적으로 재단들은 건물을 사서 임대료를 받고 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수익 모델이 불안한 편인데, 1차적으로는 게임업계 관계자를 만나면서 영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재단에서 도움을 받았던 업체 중 성공하는 회사가 나오면 반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이런 선순환적 구조가 이상적이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TIG> 장학금 지금은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고민 중이다. 학생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산을 주고 학교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장학금 금액 등도 정해지지 않았다. 자금을 어디에 가중을 두고 어떻게 운영할지 세분화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차후 발표하게 될 것 같다.




TIG> 온라인게임 개발사에는 혜택이 없나?

인원 면에서 굉장히 까다롭게 보고 있다. 20~30명 이하로. 의견 나온 것 중에는 1월 중소 개발사, 2월은 인디 게임사 이런 아이디어도 있다. 내부적으로 토론 중이다. 작은 규모의 개발사에 대한 예상하고 있는 관계로 미안한 얘기지만 온라인게임 개발사에 대한 지원은 어려울 것 같다.


TIG> 게임인재단의 인원이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재단 인력이 6명 정도 되는데 인건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향후 인력 확장도 생각 중이어서 무시 못할 것 같다. 나는 연봉도 못 받는다. 재단이 예산을 쓰는 데도 제약이 많아서. 인건비에 대해 고민이 있다. 돈을 쓸 고민은 쉬운데 버는 게 어렵더라.


TIG> 게임인 양성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나?

위메이드에서 주니어스쿨을 운영했었는데 정말 반응이 좋았다. 진짜 게임인이 되면 무엇을 하는지 체험하기 전에는 모르지 않나. 그래서 실제 게임회사에 보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활발하게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강의도 들어 보고, 만나 보고. 그럼 학생들에게는 위메이드 직원이 그들의 꿈이 된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호응이 좋고, 강의에 나선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자신이 누군가의 꿈이라는 게 동기부여가 된다. 내가 좀 더 모범이 되어야겠다. 멋있어져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예전 꿈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역할도 해줬다.

일단 많은 게임사가 이걸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 생각해서 다른 회사들에도 이런 활동을 엮어줄 생각이다.




 “게임이 문화로 인식되려면, 게임인들이 먼저 문화에 뛰어들어야 한다”


TIG> 게임이 문화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반인 인식재고 같은 문제도 있다.

사실은 산업 자체가 조금 위기 상황이다. 음악, 영화, 방송 등의 다른 문화산업이 마치 <독수리 오형제>처럼‘우리가 도와줄게’하고 거들고 해주면 좋은데,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그런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틀린 게 없다.

게임산업이 다른 누군가와 교류가 있었나? 없었다. 사실 문화산업에서 우리를 같은 팀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게 먼저다. 예술, 영화, 미술 등의 다른 문화산업과 교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TIG>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쉬운 것부터 풀어보려고 한다. 김수로 씨와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수로 씨가 <김수로 프로젝트>라고 공연을 많이 준비 중인데, 게임업계 직원들이나 우리가 인증한 회사 명함을 주면 할인해주는 식이다.

공연계에서 보면 게임업계는 되게 좋은 마케팅 타깃이다. 다들 젊고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다. 그럼 이것부터 해보자. 공연 전반에 게임회사 직원할인을 해준다면 우리도 뭔가 대우를 받는 느낌이 들지 않겠나? 공연업계에서는 업계대로 좋아할 것이고. 이후에는 공연 제작에 같이 참여하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다.

위메이드에서 문화회식이라는 걸 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좋더라. 어떤 날은 오후 5시에 회사를 마치고 대학로로 가는 거다. 가서 공연도 보고 즐기고. 대신 좌석 같은 것을 할인율 높게 적용해서 원래 직원들이 느끼는 가치는 2만 원인데 게임회사에는 1만 원만 받는 식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싼 가격으로 높은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거다.

이처럼 가치를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우리가 문화인이라고 말만하지 말고 문화계에서 같이 공조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TIG> 게임산업 자체가 다른 문화와 교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건가?

일단 생각만 하고 있는데 대학로가 옛날에는 차 없는 도로여서 주말에는 도로를 차단하고 가족들이 많이 와서 즐기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강남개발, 분당개발 이어지면서 생활문화권이 남쪽으로 계속 이어지고, 이제는 대학로 가려면 무슨 지방에 가는 것보다 더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단순한 내 생각이긴 한데 주말에 거길 다 비워두고 도로 막고 게임 대회를 여는 거다. 그럼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지 않겠나. PC게임 대회, 가족 대상의 모바일게임 대회 등도 열고. 그렇게 대학로를 우르르 채워버리는 거다. 게임으로. 그러면서 문화의 중심인 대학로를 게임이 차지한다는 인식을 주는 거지. 물론 아직은 김수로 씨와 둘이서 이야기하는 정도다.(웃음) 

다른 예를 들면 미술 쪽도 대학생들이 미술품 내면 평생 하나 팔기도 어렵다. 그런데 게임회사 빈 공간이 많지 않나? 그래서 이 공간들을 활용해 학생들이 미술품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게임회사 지원받아서 전시하고 판매도 하고. 그러다 보면 임원들도 살 만한 것도 있고. 대학생 졸업수준이면 사실 생각보다 별로 안 비싸다. 그런 문화 교류의 기회들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

말로만 우리도 문화라고 외치지 말고, 게임산업 덕분에 미술도 크고, 영화도 크고, 음악도 크고. 그래야 문화산업 내에서 우리가 위치를 가질 수 있다.




 “현재의 게임논리로는 중독법 문제 풀 수 없다. 현실적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TIG> 중독법도 이슈다. 학부모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나는 이게 게임의 문제인가? 그럼 게임을 알고 나면 학부모들이 자녀가 게임하는 걸 좋아할까? 생각한다. 학부모들은 공부에 방해되면 무조건 적으로 생각한다. 사실 게임보다는 교육의 문제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분들을 설득할 논리가 없느냐? 그건 아니다. 교육은 대학에 가려고 하고, 대학은 취직을 하려고 한다. 그럼 게임회사 취직은? 그렇게 취직이 되면 되는 거 아닌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게임은 바로 취업된다. 연봉과 대우도 괜찮다. 이런 걸 알리면 자연스럽게 반대가 줄어들 거다.

옛날에 그런 말이 있었다. 너 공부도 안 되는데 기술이나 배워라. 근데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오면서 그런게 없어졌다. 그럼 이제는 너 공부도 안 되는데 그냥 게임이나 해라.’ 이 정도 말이라도 나오면 되는 거 아닌가?


TIG> 학부모의 교육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인가?

결국 게임을 통해 자녀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지 인식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인데, 그 부모님은 게임을 굉장히 좋게 본다. 그들에게는 게임이란 밖에 못 걸어 다니는 아이들이 평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니까. 그래서 이들의 부모님은 게임을 보고 너무 고맙다고 한다. 그런 쪽을 공략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이런(중독법 논란) 일이 벌어지면 장애인 단체에서 일어나서 우르르 반대하는 거다. 게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 하고. 이런 게 지금의 게임업계에 필요한 접근방식이 아닌가? 사실 학부모님들도 아실 거다. 만화책 불태우고 게임을 막아봐야 자녀들이 공부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TIG> 특성화 고등학교를 세우려던 것도 같은 생각에서인가?

결국은 교육의 문제다. 게임이나 일반적인 인식의 문제가 아니다. 대화해 보면 무슨 논리를 내세우든 우리 아들이 공부해야 하는데 게임을 하고 있으니까 싫은 거다. 긍정적인 효과고 뭐고 의미가 없다. 만약 종교활동을 열심히 하면 그것도 싫어할지 모른다. 공부만 하라는 거지.

긍정적인 효과만 강조하고. 일반적인 이야기만 해서는 이 논리를 이길 수가 없다. 신의진 의원과의 논리 싸움도 못 이긴다. 그 뒤에는 공부만 하면 된다는 학부모님들의 마치 종교와도 같은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종교를 어떻게 이기나. 다른 방향으로 공략해 나갈 필요가 있다.


TIG> 마지막으로 게임인재단이 출범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위메이드에서 <윈드러너>가 대성공을 거둘 때만 해도 앓던 이가 싹 빠진 느낌이었다. 한시름 놨다. 밥값 했네. 같은 느낌. 지금 (게임인재단) 사업은 마음이 불편해서 시작한 일이기도 한데, 지금도 생각보다 마음이 편하진 않다. 생각보다 조심스럽고, 책임감도 느낀다. 매출 부담이 없고 눈치가 보이거나 하는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부담감은 오히려 지금 더 큰 것 같다.


왼쪽부터 게임인재단 임지훈 감사, 정욱 이사, 남궁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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