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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다지기는 끝났다, 부산 게임 생태계를 만들 차례”

부만사: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서태건 원장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3-12-10 14:03:25
[‘부만사’는?] 한국 제 2의 도시이자, 올해로 국내 최고의 게임쇼 지스타를 5회째 유치한 부산. 부산은 게임산업에 있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역이지만, 서울과 떨어진 지리적인 위치로 인해 자주 취재할 수 없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지난달 열린 지스타를 전후로 부산에 있는 다양한 게임업계 사람들을 만나보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름하여 ‘부산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마지막 인터뷰의 주인공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서태건 원장입니다. 부산의 문화 콘텐츠 산업 진흥을 꿈꾸는 서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서태건 원장


지방 게임사 진흥? 게임사 수준에 맞는 맞춤형 사업이 필수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디스이즈게임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서태건 원장: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서태건이라고 합니다. 90년도 ‘수퍼겜보이’ 사업으로 처음 게임과 연을 맺었으니 벌써 20년 넘게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네요.(웃음)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는 2010년부터 내려와 일하고 있어요. 진흥원이라는 이름답게 부산 지역 문화 콘텐츠 산업을 진흥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죠. 여러 문화 콘텐츠 중 특히 게임과 영상의 비중이 큽니다. 두 산업 모두 부산의 상징과 같으니까요.


게임산업 진흥이라고 하면 어떤 일인지 잘 상상이 되지 않네요. 예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대부분 다른 지역 진흥원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콘텐츠 종사자를 위한 장비나 시설을 대여해 창업을도와주고, 동서대학교나 부산게임아카데미 같은 교육기관을 지원하기도 하죠. 게임 관련 교육기관은 매년 취업률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뿌듯합니다.

또, 4년 전부터 부산에서 열리기 시작한 지스타를 빠트릴 수 없죠. 사실 부산 게임계는 서울 등과 비교하면 손색이 많았는데, 지스타 덕분에 기업 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부산 지역 게임과 게임사도 많이 알려졌어요. 시와 진흥원이 요 몇 년 동안 추진한 사업 중에선 가장 뜻깊은 사례라고 생각해요.(웃음)

그 밖에 e스포츠나 보드게임 지원 사업,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의 콘텐츠 업체 교류 사업,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 등 말로 하려면 너무 많네요.(웃음)


올해로 5년째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04년부터 6년 동안 공공기관에서 전국 단위의 게임 지원사업을 담당해 왔는데요, 2010년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으로 부임하며 지역 단위의 진흥사업을 하려니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전국 단위로 지원사업을 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지방에 와보니 현지 기업 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었습니다. 처음 왔을 때 부산의 게임 관련 기업이 30개 정도 됐을 거예요. 수 백, 수 천 개 기업을 봐 오던 입장에서 당황스러웠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했던 것처럼 무작정 지원사업을 시작해도 모수를 모으는 것조차 힘들더군요. 당시에는 부산 게임계에 전반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꾸준히 부산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부산 게임계 진흥을 책임지는 분이 그런 약점(?)을 가감 없이 말해도 되는 건가요?(웃음)

이젠 옛날 일이니까요.(웃음) 사실 지방이라는 위치 자체가 페널티였죠. 일단 활동범위 자체가 지역에 한정돼 있다 보니 (수도권에 주로 위치한) 다른 기업이나 기관과의 교류도 적고, 이는 다시 노하우 공유나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이어지죠.

그래서 고민 끝에 방향을 전환했어요. 일일이 기업들의 사정 파악하면서 어떤 것이 진정으로 필요한지 알아보고, 그에 따라 지원 계획도 전부 다시 짰어요. 물론 이런 노력은 다른 곳에서도 필요한 것이지만, 부산에서는 더욱 더 절실했죠. 아무리 고급 3D 인력을 양성해도 막상 개발사들이 플래시 인력을 원하면 말짱 도루묵이잖아요. 어찌 보면 기업별로 컨설팅을 해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네요.

플래시 인력이 필요한 회사가 많으면 관련된 커리큘럼을 기획하고, 우리 예산이 부족하면 다른 진흥원 사업을 연결해 주기도 하고. 지역에 회사가 적다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보다 집중적으로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이렇게 차근차근 공을 들이다 보니 이젠 벌써 게임 관련 기업만 60개가 넘었고, 남미에서 흥행하고 있는 <오퍼레이션 7>이나 요즘 한참 붐을 일으키고 있는 <포코팡 for Kakao> 같은 흥행작도 나왔습니다. 덕분에 부산 개발자들 모두 자신감에 차 있어요.


<포코팡>은 지스타 2013 야외부스에서 관람객들과 만났습니다.


2009년부터 부산으로 개최지를 옮긴 지스타도 부산 게임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습니다.

시의 자랑이고, 부산 게임계의 자랑이죠. 가장 큰 변화는 수도권이나 해외 업체들과의 교류가 부쩍 늘어난 거예요. 지스타에 와 부산 게임업체를 알게 되고, 이것이 인연이 돼 자연스레 비즈니스로 이어진 것이죠. 그렇다 보니 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개발자 간의 교류도 많이 늘었죠. 요즘에는 다른 지역 게임사가 주기적으로 부산에 찾아와 토박이 업체들과 미팅도 갖고, 타지에 본사가 있는 기업들도 부산에 지사나 독립 법인 등을 많이 세우고 있어요. 저는 업체가 지스타에서 쓰는 돈보다 이런 성과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까지 지스타 개최가 결정됐으니 이러한 영향은 앞으로도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게임물관리위원회(구 게임물등급위원회)와 게임물 민간심의기관도 부산에 입주하기로 결정됐으니 앞으로 더 많은 업체가 더 자주 부산을 찾지 않겠어요? 이대로 간다면 부산이 제 2의 게임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산업 생태계 구축 통해 부산을 게임의 도시로 만들겠다


3년 사이 부산 지역 게임사가 2배 가까이 성장했는데,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어떻게 이에 맞춰 나갈 계획인가요?

우리도 따라가려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죠.(웃음) 이제는 업체들이 바라는 것 자체가 달라졌거든요. 예전에 업체가 필요로 하는 지원 사업은 인력이나 기술력, 혹은 먹거리에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해외 마케팅이나 통역 및 번역, 퍼블리싱 등을 필요로 하더군요. 말 그대로 ‘노는 물’이 달라졌죠.(웃음) 덕분에 우리 진흥원도 그에 맞춰 하나 둘 사업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마케팅이나 해외 진출 지원사업이 주가 될 거라는 말인가요?

그것도 한 축이 되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생태계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산의 개발사가 많이 늘었지만, 허리 역할을 할 중견 개발사의 수는 많지 않아요.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것이 토양을 다지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중견 기업 육성과 타지 기업 유치 등으로 부산 게임계의 폭을 넓힐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그래픽 작업용 컴퓨터인 ‘워크스테이션’ 100대 가량을 1년 간 무상 대여하고 있고, 창업지원센터에 테스트베드를 운영하는 등 게임사가 보다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창업지원센터 내에 배치돼 있는 테스트용 모바일 기기.


부산 개발사들을 만나면 여전히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던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요?

정확히 말하면 숙련된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고 있죠. 부산은 신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곳이 아닙니다. 대학교에 게임 관련 학과가 4개나 있고, 부산게임아카데미에서도 매년 졸업생이 나오고 있죠. 졸업 인력을 부산에서 소화하지 못했던 적은 있어도, 신규 인력이 부족한 적은 없었습니다.

문제는 숙련 인력입니다. 기업이 크려면 사람이 좋아야 하는데, 적지 않은 개발자들이 부산에서 커리어를 쌓은 후 수도권에 진출합니다. 결국 숙련 인력을 구하려면 서울에서 데려와야 해요. 지금은 이를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부산 출신 개발자를 초청해 부산의 개발사나 학교와 교류하는 장을 만들거나, 앞서 말했던 수도권 기업을 부산으로 유치해 부산시의 개발자 풀을 넓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에요.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이러한 과정을 통해 200여 명의 개발자가 부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결국은 이것도 넓은 의미에선 생태계 구축의 일환이겠네요.


매년 40명 이상의 졸업생이 나오는 부산게임아카데미.


최근 중독법 등 게임규제와 관련된 이슈가 개발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국내 최대의 게임쇼가 열리는 부산에서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다른 어떤 말이 필요할까요?(웃음) 올해 부산시가 지스타에 15억 원을 들였죠. 지난해보다 2억 늘은 규모예요. 게임이 유해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겠죠. 오히려 부산시와 우리 진흥원은 게임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게임산업과 함께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최근 중독법과 관련된 논란을 보면 더더욱 안타까워요. 산업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를 편협된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있거든요. 진흥원도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상담자의 40%는 가정 문제고 20%는 장래에 대한 불안이 문제에요. 게임과몰입의 반수 이상이 사회적 환경이 문제인데, 중독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인과 관계를 신경 쓰고 있지 않죠.

물론 업체의 책임이 하나도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규제를 통해 해결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시선,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야 할 일이죠.


마지막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이번 지스타의 슬로건이 ‘Game Together, Dream Forever’였죠? 이 말처럼 이제는 게임을 통해 꿈을 이루고, 또 게임과 함께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날이 오기 위해서는 사회도 게임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해야 할 테고, 한국게임도 20살이 넘은 만큼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겠죠.

최근 게임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들려와 안타깝지만, 그 와중에 다행인 것은 게임을 아는 이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나이 먹어 가며 그런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자리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들이 그 자리에서 바른 인식을 퍼트리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그러니 개발자도, 연구자도, 그리고 우리 공직자도 더 나은 인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서태건 원장과 부산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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