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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현 대표 인터뷰 “규제부터 만드는 한국,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는 중국”

한중 오가며 한국 사업자들과 중국 시장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정동현 대표

반세이(세이야) 2016-08-10 16:05:59

차이나조이 행사 첫 날이었던 지난 7월 28일. 행사장 인근에서 링타이거의 정동현 대표(이하 정 대표)를 만났다. 한국에서 게임 개발을 하다가 지금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한국 게임 사업자들과 중국 시장의 가교 역할을 하는 그는 업계에서 유명한 중국 통(通)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몇 년 전부터 중국 게임시장이 급부상하며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화제다. ‘중국 개발사들은 게임을 어떻게 만든다더라’든가 ‘중국 정부는 공산당이라서 이렇다더라’ 등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이야기부터 연기처럼 피어올라 자취를 감추는 ‘루머’까지. 이번 기회에 정 대표에게 그가 직접 겪은 중국 게임업계, 그리고 중국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링타이거 정동현(Brandon Chung) 대표


정 대표가 운영하는 ‘링타이거(//www.ringtiger.com/)’는 2014년부터 중국 저장성 리쉐이시와 절강성의 자싱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한국 사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중국 지방 정부가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펼치는 각종 정책을 한국 사업자들에게 소개하고 그들이 회사를 원활하게 설립해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중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의 정책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좋은 사업자를 알아보고 주선해 줄 민간 사업자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링타이거는 이렇듯 중국 지방 정부와 한국 사업자들 사이를 연결하며, 실제로 한국 사업자들이 입주해 있는 리쉐이 ICT 센터의 관리를 맡고 있다. 


중국 내 크고 작은 플랫폼과 다수의 제휴를 맺고 있는 링타이거


그렇다면 중국 지방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책을 펼치는 이유는 뭘까? 자국 산업 보호가 철저하기로 소문난 중국이 외국인들에게까지 투자하면서 말이다. 최근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세와 실제로 출시되는 게임들을 보면 기술력이나 노하우 부족은 아닐 터. 정 대표에게 물어봤다. 


Q. 한국에서는 보통 지방 정부도 대기업의 생산 공장이나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힘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그런데 중국 지방 정부는 좀 다른 것 같다.
  
A. 정책 성과 측면에서 보면 똑같은 예산을 투입했을 때 스타트업의 성장 효율이 더 크기 때문이다. 중국 지방 정부는 대기업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큰 도시도 많고 땅도 넓어서 대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여러 도시에 지사를 둔다. 지방 정부가 지역 지사에 많은 도움을 줬다 해서 그것이 해당 지사의 성과가 되는 구조가 아니다. 회사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상해 지사에서 난 성과가 북경 지사의 성과로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중국 정부가 조금 앞서간다고 본다. 중국 정부도 기존에는 대기업 위주로 지원했다. ‘우리가 대기업 너희를 도와줄테니 고용을 창출하라’는 등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왔다. 그러나 그게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은거다.



대기업에 정부 예산이 편중되는 것에 대해 한국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처: 중소기업 뉴스 ☞ 보러가기)


Q. 그러고 보면 중국은 변화가 상당히 빠른 것 같다. 한국은 거의 모든 면에서 중국보다 규모가 작지만 신규 사업 영역이나 추세에 대한 법안 개정 등 변화에 빠르게 발 맞추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A. 한국은 뭘 해도 정부가 들여다 볼 수 있어서 그렇다. 신 사업이 발굴되면 그 사업을 정부가 검토한 뒤, ‘이 사업 영역에서는 이것, 이것만 해’라고 규제부터 만드는 상황이다. 중국은 워낙 사람이 많아서 통제가 안 된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사업자들 사이에서 VR 얘기가 슬슬 나온다 싶으면 일단 지켜본다. 그리고 사업이 커지면 ‘딴 건 다 해도 되는데 이것만 하지 마’식으로 규제한다. 한국은 화이트리스트, 중국은 블랙리스트 식 규제다. 

핀테크도 예를 들어볼까? 중국에서는 이미 알리페이가 대중화됐다. 한국에서는 핀테크 하려고 하면 금융 기득권(은행 등) 세력이 기함하며 들고 일어난다. 돈 내는 거(페이먼트), 그건 우리 영역이다 이거지. 이 과정에 정부도 한 몫 한다. ‘야, 핀테크 하려면 일단 금융위 거치고, 그 다음엔 이거하고, 또 이거하고...’ 이런 식이다. 일반 기업이나 스타트업은 그 벽을 쉽게 뛰어넘을 수 없다.

사족을 달자면, 핀테크가 앞서 나가다 보니 게임 내 결제 시스템도 중국이 조금 더 앞서 있다. 한 사업이 앞서나간다는 것은 그 사업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란 나라는 컨트롤이 안 되는 나라다. 계몽 같은 것도 의미가 없다. 거의 모든 규칙과 제도가 ‘너희 이것만 하지마, 이것만 안 하면 돼. 대신, 이거 하면 사형이야.’식으로 만들어진다. 정부는 그냥 지켜본다. 뭘 하든 민간 기업이 마음대로 하도록 두고,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만 규제한다.

8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
최근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들을 위해 국내 일부 업체들도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Q. 그런 분위기라면 중국이 창업을 하기에 확실히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지금 창업한다고 하면 너도 나도 말리는 형국이다. 한국 사업자들은 중국에서 창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나? 

A. 우리가 이 지원 사업을 알린 게 2014년부터였다. 그 때만 해도 한국 사업자들은 ‘약 팔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왜 가? 중국에 갈 이유가 어디 있어?’라는 식으로 반응했다. 작년에 알리바바가 상장한 뒤부터 ‘중국 항저우가 어디야?’라며 관심이 조금 생겼다. (링타이거가 항저우에 위치. 알리바바의 본사도 항저우에 있다.)

작년까지는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는데, 올해는 오히려 조금 위축됐다. 중국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시장임을 알고 좀 더 준비한 뒤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중국은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내면을 보면 아직 멀었다고 본다. 아직까지는 능력, 창의력, 근면성 부분에서 평균적으로 한국인들이 앞선다. 몇 천 명의 중국인들이 일하고 있는 공장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중 정말 일하고 있는 직원은 10%도 안 되는 것, 실제로 같이 일해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의 상장 이후, 항저우에 대한 한국 사업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Q. 노동 환경 자체는 한국보다 중국이 훨씬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국인 직원들은 왜 그렇게 일할까?

A. 중국의 교육 과정이나 성장 환경이 인재를 키워내기 어렵도록 돼 있다. 따라서 1~20년 뒤에는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대들은 돈의 흐름을 쫓고, 돈을 버는데에는 특화된 감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굳이 본인이 똑똑한 필요가 없으며, 똑똑한 사람들을 어떻게 써야 하는 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돈 있는 중국인들은 지금의 중국인들을 교화하거나 계몽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들도 이미 지금의 환경이 잘못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굳이 가르치고 투자하는 것 보다는 가진 돈으로 해외 인재를 데려오거나 해외 기업을 사 들이는 것이다. 


Q. 정말 위기가 올까?

A.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잘 모르겠다. 중국 기업들이 가진 돈이 적당히 많은 게 아니라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에. (웃음)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고 싶은데, 해외 기업은 본인의 컨트롤 영역 밖이라 불안하고 국내 기업은 믿음이 안 가는 것이다. 농담처럼 중국인들의 가장 큰 적은 중국인이라고 하는데, 은행이나 상점만 가 봐도 안다. CCTV가 절대 손님들을 비추지 않는다. 전부 직원들을 비추고 있다. 전반적으로 신뢰가 없는 사회다. 

그렇다 보니 주로 인맥을 통해 투자가 이뤄진다. 믿을만 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으니까. 그래서 ‘꽌시’같은 문화가 생긴 거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에게 호감을 사는 편이다. 한국인들은 성격은 나쁘지만(웃음), 일에 대한 열정이나 책임감, 창의성 등은 뛰어나다고 보니까. 아직까진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이 좋다.


중국에서는 투자를 받거나 할 때도 지인을 통해 소개받는 경우가 흔하다.


Q. 게임 개발만 놓고 보면, 텐센트같은 대기업들은 해외 개발사를 인수한 뒤 해당 개발사의 개발 문화를 그대로 존중해 주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은 그들을 믿을 수 있어서라기 보다 그것이 성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내려진 합리적 판단일까?

A. 텐센트는 많은 중국 기업들과 좀 다르다. 나는 텐센트가 개중에 가장 낫다고 본다. 게임을 보는 시선이나, 게임을 운영하는 노하우, 기업 문화 등이 좀 더 높은 차원에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인들은 서로를 잘 못 믿는다. 텐센트는 그 불신을 철저한 시스템과 꼼꼼한 프로세스로 극복했다. 구성원에 대한 불신이 좋은 쪽으로 발전한 케이스다. 

중국에서는 규모만 보고 회사를 판단해선 안 된다. 상장 회사고 직원 규모가 수 천 명씩 된다고 해도 굉장히 쉽게 상장이 폐지되고 망한다. 텐센트는 본인들 제품에 대한 기준이 확실하고, 주관적 판단들을 시스템으로 관리해 데이터를 만든다. 핵심 인재도 잘 붙잡아 둔다. 잘 하는 기업이고, 존경할 만 한 기업이다.

정 대표는 텐센트를 “게임을 보는 시선이나, 게임을 운영하는 노하우, 
기업 문화 등이 좀 더 높은 차원에 있다”고 평가했다.


Q. 중국 사람들 얘길 듣다보니 한국 사업자들은 중국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다. 낯선 환경이고 성향도 다르다보니 힘든 점도 많을텐데.

A. 일단은 생활적으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다. 오기 전에도 말씀을 드리는데, 중국 사람들은 한국처럼 일을 많이 하지 않는다. 보통 한국 분들은 주말에 할 일 없을 때 나와서 일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 생활은 그렇게 하시면 절대 안 된다고 말씀드린다. 주말에 어디 가서 개인 활동, 취미 생활도 하시고 중국인들과 어울리셔야 잘 지내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숙소 지원이 되다 보니, 주말에는 하루종일 숙소에 누워 계시다가 심심하면 일어나서 게임하시고 회사 나가서 일 하시곤 하는데 보통 한국에서도 본인 개인 생활을 열심히 하시던 분들이 중국에서도 잘 해내신다.

중국인들에게 일은 부차적인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 먼저고, 인생을 즐기기 위해 하루 8시간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나와 앉아있는다는 인식이 크다. 그래서 일에 대한 열정이나 책임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일이 우선인 한국인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한국 분들이 중국인들과 일하면 답답해 하시는 경우가 많다. 일에 신경쓰는 모습보다는 본인 삶에 더 신경쓰는, 곧 게임을 론칭해야 하는데 스케줄에 관심없는 모습을 보다 보면 속이 터지는 거지. 한국인들이 답답함을 토로하면 ‘너는 일하려고 사냐?’는 답변이 돌아온다. (웃음)

한국 사업자들께는 중국인 직원들을 가급적 뽑지 말라고 말씀드린다. 한국 분들끼리 열심히 하시라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취미 생활을 좀 즐기시라고 한다. 여기 저기 놀러다니고, 친구들 많이 사귀는 분들이 잘 지내신다. 전형적으로 개발만 하시던 분들은 2~3개월이면 향수병에 우울해 하시는 경우가 많다.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는 시간을 잘 활용해야 힘든 해외 생활을 잘 해 나갈 수 있다.


Q. 입주한 기업들 중에 가시적인 성과가 난 기업들도 있나?

A. 이 사업은 정부 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일종의 투자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가시적인 성과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과는 달리 중국인들은 투자를 할 때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성과를 위해 압박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다. 담보를 걸거나 보증 같은 제도도 존재는 하지만 투자보다는 대출받을 때 쓰이는 편이다. 

지방 정부는 리스크를 떠 안고 돈을 투자한 것이고, 한국 사업자들 역시 리스크를 떠 안고 본인의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것이고 성과가 없다면 정부는 돈을, 사업자는 시간을 잃는다.


Q. 약 2년 간 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A. 사실 처음에는 한국 사업자들에 대한 실망이 컸다. 다들 너무 모험을 기피하는 것 같아서. 작년부터는 국민대 게임 교육원 등 협력하고 있는 곳의 젊은 분들에게도 많이 소개를 했는데, 젊은 분들도 의지가 없더라. 그런데 시스템을 들여다 보니 그 분들이 의지가 없는 게 아니었다. 사회 시스템 자체가 의지를 꺾어놓고 있었다.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짊어지게 되는 학자금 대출의 굴레는 취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젊은이들을 내몰고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미 쇠사슬에 얽매인 사람들에게 ‘졸업하고 해외에 가서 도전을 해 봐라’라고 말 하는 것은 아주 웃긴 것이다. 지금 한국의 시스템이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다. 차라리 투자를 크게 받아서 한국에서 100% 장학금으로 운영되는 교육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미래를 보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젊은이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한국 상황. 정 대표는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고. 


Q. 중국에서 10년 정도 생활하며 사업했는데, 지금의 한국은 어떻게 보이나?

A. 한국을 많이 오가지만, 한국은 길거리에서도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느껴진다. 건널목에 서 있을 때면 사람들의 표정에서 ‘파란불에 길을 건너지 않으면 비난받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느껴진다. 마음에서 우러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압력에 얽매여 있는 것이다. 예전엔 일본인들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였는데, 지금은 한국이 그렇다.

중국인들은 남에게 피해를 줘도 상관없는, 오로지 내가 우선인 측면이 있다. 이기심과 개인주의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을 생각하면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 여기에 온 지 10년이 되었고, 한국에서 오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보지만 행복하기 위해서는 인생을 중국인처럼 살아야 겠다고 느낀다. 


링타이거가 운영하는 리쉐이 정부 지원 정책 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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