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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너즈 워 “자동전투 RPG 속에도 매번 다른 고민을 넣고 싶었다”

<서머너즈 워> 이계의 틈 업데이트를 끝마친 정민영 PD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5-12-18 16:52:15

쉽고 빠른 모바일 RPG가 대세였던 2014년. 첫 공개 때부터 “우리는 어려운 게임”이라며 당당히 외친 괴짜가 있었다. 좋은 몬스터보단 최적의 세팅을, 강한 파티보단 최적의 로스터를 강조했던 게임. 이런 주류에서 벗어난 도전에 대다수의 게이머는 이 게임 대신 다른 쉬운 RPG를 선택했다.

 

하지만 일부 마니아들은 달랐다. 게임은 컬트적인 인기에 힘입어 출시 20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20위권 내에 상주하는데 성공했다. 그것도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제는 컴투스의 대표 RPG가 된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이하 서머너즈 워)의 이야기다.

 

유행은 흘러 이제는 강한 파티도 아닌, 강한 장비를 맞추는 게임이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서머너즈 워>는 이 흐름 속에서도 기존과 다른 고민이 필요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해 자신만의 색을 더욱 강화했다. 게임은 왜 이런 괴짜(?) 행보를 이어가는 것일까? 그리고 그 길이 향하는 끝은 어디일까? <서머너즈 워>의 정민영 PD를 만나 게임이 걸어온, 그리고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들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서머너즈 워>를 개발한 컴투스 정민영 PD

 

첫 공개 때 “우리는 쉽지 않은 게임이다”라고 당당히 밝혔던 것이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출시 20개월이 지났다. 그때의 생각은 여전한가?

 

정민영: 여전하다. (웃음) <서머너즈 워>는 확실히 올드한 게임이다. 애초에 개발 목표 자체가 옛날 RPG처럼 유저가 몸으로 부딪히며 공략을 찾아야 하는 게임이었으니까. 턴제라는 방식도, 다양한 몬스터를 모으는 수집형 RPG라는 틀도 그래서 만들어졌다. 덕분에 모바일게임 치고는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런 게임은 우리가 출시됐을 때도 드물었고 최근에는 더더욱 드물어졌다. 

 

그런 만큼 더욱 더 이런 게임이 하나쯤 필요하지 않을까? 최근 모바일게임 중 고민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얻는 게임은 찾기 힘드니까.

 

 

말한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유행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수집형 RPG에서는 더더욱.

 

정민영: 수집에 대한 접근이 달랐다. 당시 대다수의 수집형 RPG는 소수의 강한 몬스터를 얻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그 몬스터만 있으면 대부분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구조다. 유저들이 적응하기도 쉽고 특정 몬스터에 대한 소유욕을 불러 일으키기도 쉽다. 

 

<서머너즈 워>는 출발이 달랐다. ‘공략을 찾아내는 게임’이란 목표가 이뤄지려면 몬스터가 골고루 쓸모가 있어야 했다. 선택지가 많아야 고민을 하니까. 그러니 자연스럽게 조금 다른 형태의 수집형 RPG가 되었다. 몬스터 특성이나 상성에 따라 다 쓸모가 달라지니 최대한 다양한 몬스터를 모으는 방식으로.

 

덕분에 매번 밸런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아무래도 뽑기가 있는 게임이다 보니, 이것 만으론 유저들에게 고른 선택지를 주기 힘드니까. 그래서 낮은 등급 몬스터라도 어떤 식으로든 쓰이도록 만들고 있고. 실제로 2성 몬스터인 ‘헬하운드’나 ‘픽시’는 4~5성 몬스터 못지 않게 후반부에도 많이 쓰인다.

 

<서머너즈 워>가 출시 초기부터 강조했던 콘셉트

 

 

때문에 공식 카페에는 초보자들이 매일 “저는 어떤 것을 키워야 하나요”라고 질문을 올린다. 초반에 얻은 몬스터도 언제 어떻게 쓰일지 모르니까.

 

정민영: 진입장벽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를 듣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도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을 후하게 조정하거나 게임 내 가이드를 재조정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 다만 <서머너즈 워>가 추구하는 콘셉트 상 한계가 있고, 굳이 우리 특징까지 없애가며 진입장벽을 낮추진 않을 것이다.

 

사실 수치를 조종하면 초보자도 공략이나 고민 없이 일사천리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밸런스를 만들 순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서머너즈 워>가 추구하는 고민하고 도전하는 재미는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초보자들이 굳이 우리 게임을 즐길 필요가 있을까?

 

 

그런 특성 덕에 <서머너즈 워>는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지만, 한편으론 대중적인 흥행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이것이 아쉽진 않은가?

 

정민영: 처음부터 각오했던 일이다. 그리고 우리(개발진) 같은 마니아들은 어디든 있긴 있더라. <서머너즈 워>가 매출 1위는 많이 못했지만 TOP 10을 넘나드는 국가는 정말 많다. 유저 분들이 우리가 만든 문제를 풀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답을 내놓는 모습이 정말 좋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 레이드, 자동전투 RPG 속에도 매번 다른 고민을 넣고 싶었다.

 

지난 10일, 오랜만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이번에는 어떤 문제를 냈나?

 

정민영: 다른 업데이트처럼 그동안 안 쓰였던 몬스터들 속에서 쓸모를 찾아 보스를 공략하는 문제다. (웃음) 다만 기존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유저들과 합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업데이트의 핵심 콘텐츠인 ‘실시간 레이드’는 기존 다른 콘텐츠와 달리 3명의 유저가 같이 보스를 공략하는 방식이다. 3명이 같이 상대해야 하는 보스니 이전 싱글 콘텐츠와 달리 몬스터의 강함도 무지막지하고, 반대로 3명의 유저가 함께 싸우니 리더 효과도, 보스에게 가해지는 디버프도 3배다. 유저들은 이런 것을 고려해 전투 전 서로의 파티를 조율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야 한다.

 

 

기존과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공략이 나오면 유저 대부분은 이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실제로 ‘레이드’ 또한 현재 어느 정도 정석이 자리잡은 상태인데, 공략의 재미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정민영: 공략이 주는 재미는 크게 2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내가 남들보다 빨리 답을 찾아내는 재미고, 다른 하나는 이에 맞춰 적을 쓰러트리는 재미다. 이 중 답을 찾는 재미는 질문한 것처럼 소수의 유저들이 주로 누리는 즐거움이다. 실제로 레이드의 경우, 출시 2~3일 만에 고수 분들에 의해 핵심 공략이 밝혀졌다. 정말 우리 유저들은 당할 수 없다. (웃음)

 

하지만 이것이 답을 찾아내는 재미의 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깨기 위한 답이 밝혀지면 다른 유저들이 ‘빨리’ 깨기 위한 답을 찾으려 한다. 여기까지 밝혀지면 이제 수많은 유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몬스터로 던전을 공략하려 한다. 유저들은 이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답을 찾아냈다. 나는 이것이야 말로 우리 <서머너즈 워>가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기존 콘텐츠에서는 이런 예가 많다.

 

얼마 전 특이한 덱을 하나 보았다. <서머너즈 워>에서는 위력은 강하지만 발동이 한 박자 늦은 ‘폭탄’이라는 디버프가 있다. 몬스터들의 공격속도를 정밀히 맞춰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쓰이진 않는 효과다. 하지만 어떤 유저가 이를 깊이 연구해 순식간에 폭탄을 연속 발동시켜 상대를 쓰러트리더라. 이렇게 유행하는 스타일을 따르지 않더라도 나름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공략이다.

 

10일 업데이트 된 실시간 레이드의 전투 스크린샷

 

 

하나는 알겠다. 허나 자동전투 있는 모바일 RPG에서 공략에 맞춰 적을 쓰러트리는 것도 재미가 될 수 있을까? 유저가 개입할 요소도 적은데다가, 더군다나 레이드는 싱글 던전과 달리 무조건 자동전투이지 않은가?

 

정민영: 확실히 자동전투가 있는 모바일 RPG에서는 공략을 따라 적을 쓰러트리는 재미가 적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유저가 한 수, 한 수 고민하며 전투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성장이 끝나면 어지간한 콘텐츠는 자동전투만 돌리는 ‘파밍’의 무대가 되니까.

 

그래서 레이드에서는 ‘사전 조율’이라는 요소를 넣었다. 레이드는 유저 3명이 합을 맞춰야만 하는 콘텐츠다. 아무리 정석이 있더라도 레이드에서 만나는 유저들은 저마다 가진 몬스터가 다 다르다. 어떤 유저는 버프나 디버프 몬스터는 많은데 딜러가 없을 수도 있고, 어떤 유저는 몬스터들의 공격력은 강한데 이를 보조할 만한 몬스터가 없을 수도 있다. 이는 뽑기가 있는 게임에서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유저들은 레이드 대기창에서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며 서로 최적의 파티를 짜맞춰야 한다. 새로운 유저를 만나면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한다. 실제로 얼마 전에 본 어떤 파티는 한 유저의 대미지 기여율이 20%에 불과했는데도 레이드 보스를 아무 피해 없이 깼다. 한 명이 공격 대신 디버프에 집중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한 덕이었다. 이처럼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공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재미가 아닐까?

 

레이드 대기창의 모습. 다른 유저들과 채팅을 하며 파티 구성을 조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식의 콘텐츠 뒤에는 더 좋은 몬스터나 장비를 주기 마련인데, 기존 룬(장비)의 옵션을 바꾸는 ‘마법부여’를 보상으로 줘 특이했다.

 

정민영: 유저 편의성과 밸런스 차원에서 기획된 보상이다. 룬은 몬스터와 함께 <서머너즈 워> 공략의 핵심이다. 같은 몬스터라도 어떤 룬을 장비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저 간 개성은 물론 공략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룬은 기본적으로 랜덤 옵션이기 때문에 유저가 원하는 세팅을 맞추는데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줬다. 그래서 이번엔 제한적이나마 일부 옵션을 바꿀 수 있게 해 세팅의 편의성을 높였다. 세팅 난이도가 낮아진 만큼 이전보다 다양한 공략과 전략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레이드와 함께 추가된 ‘월드 보스’는 당초 이미지와 달리, 전투가 아니라 육성 평가에 가까워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있다.

 

정민영: 실망하신 분들도 많더라. 일단 월드보스 연출이 너무 단순하기도 했고, 또 본래 기획 의도를 잘 전달하지 못한 것도 있다.

 

월드 보스는 몬스터를 많이 육성한 유저들에게 보상을 주고, 또 그렇지 못한 유저들을 이런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만든 콘텐츠다. 우리는 보유한 몬스터가 많아야 공략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게임이니, 초보들을 자연스럽게 이런 방향으로 유도하고 싶었다. 어떤 몬스터든 30레벨까지만 키워놓으면 어떻게든 쓰임새가 생긴다는 뜻이니까. 메인 콘텐츠라기 보단 주춧돌의 의미가 강하다.

 

보상과 유도가 목표였던 만큼 콘텐츠도 간단한 방식으로 기획됐다. 같이 업데이트 된 ‘레이드’가 많이 고민해야 하는 콘텐츠이니 만큼 유저 분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싶었다. 다만, 이것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디어가 부족해 일부 유저 분들껜 다소 허무하다는 느낌도 드렸다. 이것은 계속 고민 중이다.

 

월드보스 이미지

 

 

■ 2016년, 수직적인 성장보다 횡적인 확장에 집중하겠다.

 

전반적으로 더 성장해야 할 것을 주기 보단 계속 다른 길을 찾으라고 권하는 느낌이다.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성도 그럴까?

 

정민영: 기존 몬스터의 쓰임새가 재조명되면 이 몬스터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키워야 하니 성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웃음) 이건 농담이고, 말한 것처럼 당분간은 파워 밸런스를 높이기 보다는 몬스터들의 쓰임새를 늘리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그것이 공략의 재미를 주고 싶은 우리 개발 방향과 맞는 것 같다.

 

실제로 2016년 초 업데이트 될 '이계 던전' 5종은 기존 던전과 다른 방식의 공략이 필요한 콘텐츠다. 기존 '죽음의 던전'이나 '용의 던전'처럼 던전 별 테마만 다른 것이 아니라, 이계 던전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공략이 필요한 방식이 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추가될 '실시간 PVP'도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 하고 있다. 그동안 <서머너즈 워>에서 최종 콘텐츠 역할을 해왔던 ‘아레나’는 비동기 PVP 방식이라 몬스터들 간의 먹고 먹히는 상성관계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실시간 PVP가 추가되면 이런 것이 개선되고 더욱더 많은 조합이 발견될 것이다.

 

 

수집형 RPG 대부분은 그런 것을 꿈꾸고 또 이야기한다.

 

정민영: <서머너즈 워>에서는 일반 던전, 죽음의 던전, 레이드에서 효율적인 몬스터가 다 다르다. 길드전이나 아레나는 상대 조합에 따라 물고 물리는 그림이 그려진다. 독자 분들껜 우린 그렇게 해왔고 또 2016년에도 그렇게 나갈 것이라는 말 밖엔 더 드릴 말씀이 없다.

 

물론 우리도 사람인 이상 일부 밸런스가 어긋난 몬스터가 생기기도 하고, 기획적인 이유로 좋고 나쁜 몬스터가 생기기도 한다.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2016년에도 유용한 몬스터를 늘리는 방향으로 계속 업데이트 해 나가겠다는 것뿐이다.

 


 

 

싱글 콘텐츠 대부분은 유저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무미건조한 자동전투 파밍이 되기 마련이더라. 내년 계획에 이런 부분에 대한 변화도 있을까?

 

정민영: 모바일 RPG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 아닐까? 특히나 우리는 처음부터 공략을 찾아내는 게임을 표방한 만큼 이에 대한 고민이 많다. 실제로 싱글 콘텐츠 중에는 극도로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한 ‘시험의 탑’ 말곤 대부분 자동전투로 귀결되고 있으니.

 

그래서 내년에는 시험의 탑처럼 유저가 정말 한 수, 한 수 신중히 고민해야 하는 수동전투형 던전을 추가할 예정이다. 다만 이것은 아직 구상이 끝나지 않아 구체적인 정보를 말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 

 

또한 이외에도 현재 '태생 3성 이하 아레나', 전세계 유저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글로벌 아레나' 등도 기획 중이다. 이계 던전과 실시간 PVP가 업데이트 된 후에도 계속 지켜봐 달라.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마디를 하자면?

 

정민영: 먼저 우리 게임을 플레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솔직히 쉽지 않은 게임이고 또 다듬을 것도 많은 게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즐겁게 즐겨 주시고, 또 우리가 낸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주시는 것에 매번 감사하다. 

 

<서머너즈 워>를 처음 기획했을 때 꿈꿨던 것 바로 '몬스터 군단'이었다. 몬스터 조합을 찾아내며 나만의 공략을 만들고, 그러다가 자연히 많은 몬스터를 육성하고 거느리는 모습을 꿈꿨다. 우리 딴에는 이것을 자연스럽게 이끌려고 했는데 유저 분들께서는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이 그림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도록 하겠다. 우리 <서머너즈 워>, 그리고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많은 사랑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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