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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기적' 퍼블리싱 기회 놓친 아쉬움, 인수합병으로 풀다

중국 모바일게임 투자의 큰손 아워팜 스티브 후 CEO 인터뷰

임상훈(시몬) 2015-09-07 16:44:06

올해 초까지 나는 ‘아워팜’이라는 회사를 몰랐다. 짬밥 꽤 된 게임 기자치고 참 무식했다. 아워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 기사를 쓰면서부터였다.


[단독] 웹젠, '전민기적' 로열티 하루에 1억씩 들어온다

 

아워팜(Ourpalm)은 원래 2004년 이동통신사 SP(서비스 제공업체)로 베이징에서 출발했던 회사다. 이후 웹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만들었다. 2012년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인수합병을 잘하며 커왔다.

 

※ 참고 : 중국 이동통신사 SP를 우리나라 이통사 콘텐츠 제공업체와 비슷하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통사의 통제력이 절대적이었던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의 SP는 휴대폰 콘텐츠의 플랫폼 역할까지 하며 자체적인 영향력과 브랜드를 가졌다. 힘을 키울 수 있는 배경이었다. 아워팜, 추콩, 쿤룬 등 현재 잘 나가는 중국의 모바일게임 업체 중 SP 출신이 많은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 머니다. 아워팜의 존재가 바다 건너까지 전해진 건 돈을 잘 번 <전민기적> 때문이다. <전민기적> 개발사인 베이징 천마시공을 인수하면서 아워팜 매출도 부쩍 뛰었다. 8월 말 AppAnnie(iOS) 기준으로 중국 모바일게임 회사 4위다. 텐센트, 넷이즈, 바이두 바로 아래다.

 

 

<전민기적>과 천마시공의 인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최근 한국에도 들른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투자와 인수처 물색 때문이라는 풍문이었다. 궁금한 게 더 많아졌다. 차이나조이에서 아워팜의 CEO 스티븐 후(Steven Hu)를 만났다. 영어를 알아 듣기 쉽게 잘 했다. (매우 출중한 능력이다.) 호방하면서도, 합리적인 관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인터뷰가 '아워팜은 이렇구나' 차원에서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국 퍼블리셔와 투자사의 '시장에 대한 생각'과 '한국 회사에 대한 인식' 등을 읽어주기 바란다. 알아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상하이=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전민기적> 퍼블리싱 기회 놓치면 어때, 인수합병하면 되지  


아워팜은 천마시공의 지분 80%(약 18억 위안, 약 3,333억 원) 인수 이후 비교적 최근에 한국에 알려졌다. <전민기적>이 큰 성공을 거두자 개발사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는데, 그 과정이 궁금했다.


스티븐 후 대표: 사실 <전민기적>은 론칭하기 1년 전, 오래 전부터 인수에 관심 있었다. 데모 스테이지를 플레이하고 그 게임을 사랑하게 됐다. 퍼블리싱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킹넷이랑 계약한 상태였다. 아깝게 퍼블리싱할 기회를 놓쳤다.

 

 

우리는 개발팀을 잘 알고 있었다. 게임이 iOS 탈옥 마켓(XY.com)에서 소프트론칭을 했을 때 다운로드가 많고, 리텐션(retention, 잔존율)과 결제율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히트칠 것을 처음부터 파악했다. 천마시공과 바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공식 론칭 전부터 M&A를 논의했다. 게임이 얼마나 잘 될지는 알 수 없었다. 1억 위안(약 180억 원)이 될지, 2억 위안이 될지, 3억 위안이 될지. 하지만 잘 되리라는 것만은 확신했다. iOS 버전을 론칭할 때 이미 텀시트(term sheet, 계약조건을 기재한 서류)에 사인했다.


거침없는 스피드였다. 그런데, 아워팜보다 <전민기적> 퍼블리셔인 킹넷이 더 자세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개발사 M&A에 반대나 반발, 혹은 경쟁이 없었을까?


스티븐: 킹넷은 퍼블릭 컴퍼니(주식시장에 상장한 회사)가 아니다.  돈이 많지 않았다. 인수하고 싶어도 못 했을 것이다. 우리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충분히 인수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추고 있었다. 천마시공 지분의 80%를 우리가 인수하고, 킹넷이 20% 가져갔으니 두 회사 모두 잘 된 셈이다.


선전에 본사가 있는 아워팜은 지금까지 200여 타이틀을 개발 또는 퍼블리싱해왔다.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2014년 모바일 게임엔진 '유니티'에 투자해 국제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스티븐 후 대표는 벤치마크하는 회사로 EA를 꼽았다. 꾸준히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해온 궤적을 따라가려는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잘 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초기 투자도 잘 하지만, 성장 후엔 인수도 잘하지


아워팜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는 잘 모른다. 아워팜만의 장점이나 차별점은 무엇일까.


스티븐: 애플(iOS 플랫폼)과 안드로이드 플랫폼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아, 그런데 다른 회사들도 다 그렇게 이야기하겠지. (하하.)

 

우리는 퍼블리셔일 뿐만 아니라 투자사이기도 하다. 좀 더 공격적으로 접근한다. 작은 팀이더라도 좋은 게임이 있으면, 소싱과 동시에 초기 단계에서 엔젤로 투자할 수도 있다. 한 게임, 그리고 그 팀과의  관계를 더 밀접하게 진행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궁극적으로 좋은 구매자(a good buyer)이기도 하다. 개발사가 어느 정도 성장한 뒤 회사를 팔려고 할 때 잘 산다. 개발사가 우리를 좋아하는 이유다.

 

 

'a good buyer'. 단순하지만 강력한 표현이었다. 하긴 스티브 대표의 배경과도 맥락이 닿는다. 베이징대 정보과학과를 나온 그는 시나닷컴과 소후닷컴을 거쳐 2002년 공중망을 공동창업했다. 2009년 치밍 벤처파트너스(Qiming Venture Partners)라는 벤처캐피털 멤버가 됐다. 치밍은 2000년대 중반 중국행 러시가 이어졌던 미국 벤처캐피털이 세운 회사. 스티브 후의 그 시절 포트폴리오에는 '대륙의 실수' 샤오미도 들어있다.

 

그가 최근 한국에 가끔 온다고 풍문이 있었다. 투자에도 관심이 많다는 소문도 들렸다. 역시 '좋은 구매자'로서 투자나 인수합병이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소싱할 게임을 찾는 것일까.


스티븐:사업 담당과 투자 담당 임원 모두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 더 자주 하려고 한다. 소싱과 투자 둘 다 목적이다. 초기 단계 회사나, 성장 중인 회사, 상장사도 모두 검토 대상이다. 한국은 모바일게임 시장 중에 무척 큰 시장이다. 네 번째로 크다.


그래픽이나 기술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조만간 좋은 퀄리티의 게임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런 까닭에 퀄리티 좋은 게임과 회사를 동시에 찾고 있다.


한국 기자를 만났으니, 매너상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 수 있다. 아직 한국 모바일게임은 중국에서 확실한 성과가 없다. 반면 중국 게임들은 한국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워팜은 이를 어떻게 볼까?

 

스티븐:성공한 사례도 있다. <서머너즈 워>(아래 이미지)는 잘 됐다.

 

 

먼저, 중국 안드로이드 마켓이 파편화된 게 가장 큰 이유다. 50개가 넘는 채널은 외국 회사가 핸들하기에는 많이 힘들다.

 

아시아 사람들의 습성은 비슷하다. RPG와 TCG, MOBA(AOS) 장르의 게임을 좋아한다. 하지만, 결제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한국의 높은 퀄리티 게임도 낮은 ARPU(1인당 평균 결제액)을 기록한다. 그래서 빌링 시스템이나, 기획적인 요소, DB 구조적인 요소를 중국 시장에 맞게 수정하도록 개발사와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다.


나아지고 있는 과정이다. 큰 성공은 잘 모르겠지만 전망은 좋다고 본다. 로컬라이제이션이 어렵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앞으로 괜찮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우리가 회사나 게임을 찾을 때는 보수적인 편이다.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회사의 경쟁력을 인정하고, 향후 흥행 가능성도 높게 평가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이 투자할 게임을 찾는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이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 게임 자체의 문제보다는 사람의 문제로 느껴졌다.


한국 지사 설립에 관해서도 신중했다. 설립을 할 생각은 있지만, 아직 확실한 계획은 없는 상태.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정도 정보 수집이나 소싱을 위한 지사 설립 생각은 있다고 한다. 한국에 퍼블리싱을 하더라도, 베이징에서 직접 할 계획. 그렇다면, 공동개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스티븐:우리에게 공동개발할 능력이 없다. 공동개발에는 아주 많은 세부적인 협력사항이 필요하니까. 특정 개발사와 1~2개의 퍼블리싱 케이스를 먼저 갖고, 그 뒤 공동개발로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한국과 중국 개발팀이 함께 맞추어가는 긴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캐주얼 게임은 그나마 좀 쉬울 것 같고, 하드코어 게임은 그보다 힘들 것이다.

 

늘상 듣곤했던 '언제든지 협력 기회를 찾고 있다' 수준의 대답을 예상했는데, 살짝 허를 찔렸다. 이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합을 맞춘 경험이 없는 협업은 거시적으로 멋져보이더라도, 미시적으로는 미쳐버리는 일일 확률이 높다. 같은 언어를 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계속 크는 중국 시장, 새로운 유저층 공략과 IP활용이 필요하지


아워팜이 보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한 전망이 궁금했다. 특히 향후 위협에 대해서.


스티븐:지난 3년 동안 매우 급속하게 성장했다. 2년 전에는 100% 정도 성장했고, 작년에도 50% 가량 성장했다.


작년 중국 모바일 게임 매출이 280억 위안(약 5.1조 원) 가량 됐다. 올해 전반기 이미 200억 위안을 넘었다. 올해 말이면 당연히 400억 위안(약 7.3조 원)은 넘을 것이다. 올해도 5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내년은 모르지만, 30% 이상 성장하지 않을까? 이런 부분은 한국, 중국, 미국 시장과 다르다. 이미 매우 큰 마켓이고, 계속 성장할 것이다.

 

 

위협이라... 작은 회사들이 작년에 많이 설립됐다. 텐센트, 넷이즈 등의 직원들이 나와서 게임을 만들고, 인수되기도 하고. 그런 기회가 적어질 것 같다. 성공할 수 있는 장벽(barrier)가 높아질 것이다. 여전히 기회는 있겠지만, 하이 퀄리티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문을 닫는 작은 개발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다른 중국 지인으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텐센트와 샨다 출신들이 창업하면 프리미엄 대우를 받으며 투자를 잘 받았지만, 상당수가 '먹튀'로 판명나, 현재는 오히려 투자를 조심하는 경향도 있다는 이야기.

 

상하이에 있는 동안 지겹게 들은 IP를 제외하고, 요즘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가장 큰 이슈가 궁금했다.


스티븐:여자 유저를 대상으로 한 게임이다. 최근 그래픽 노블 스타일로 그냥 옷을 갈아입는 게 거의 전부인 게임이 나왔는데, 꽤 잘 됐다. 그 영역은 더 열려 있다.


하드코어 시장도 굉장히 큰 카테고리지만, 애니메이션이나 웹툰 기반의 게임도 관심을 받고 있다.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독자들은 10대의 1급성(생활수준이 좋은 큰 도시) 독자들이다. 그들은 카툰 캐릭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였다.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 업체와 계약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지만, 아직 공간은 많이 남아있다. <COC> 이후 시뮬레이션 게임도 기회 있을 것이고.


웹툰 IP가 유효한 것은 한국에서도 증명됐다. 웹툰보다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발달한 중국에서는 애니메이션 IP(지적재산권)에 대한 경쟁이 이미 치열한 느낌이었다. 아워팜 역시 IP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스티븐:​ 1차적으로는 온라인게임 IP에 관심이 많다. <미르의 전설> 등을 비롯해 중국에서 성공한 온라인게임의 50% 이상이 한국에서 왔을 것이다. <전민기적> 등에서 보듯, 좋은 IP는 중국에서 엄청난 힘이 있다. 10년 이상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인지도는 물론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돈을 지불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모바일 버전을 하기에 좋을 것이다.

 


온라인게임 다음으로는 카툰과 연예인 IP도 좋다. 중국에서 영향력이 크다. 하드코어 게임에는 어렵겠지만, 캐주얼 게임에는 어울릴 것이다. 물론 가격은 다르겠지만.


엔씨소프트와 IP에 관해 이야기해봤는데, 보수적이더라. 한국에서도 시장 영향력이 큰 상황이니 야심도 컸다. 모바일 버전을 직접 하고 싶어할 것이다. 웹젠도 천마시공와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는 그랬다. 게임이 충분히 좋게 나와서 진행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는 넷마블과 협력하고 있다. <스톤에이지> IP를 활용한 모바일 버전을 3달 전에 퍼블리싱했다. 시장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여전히 수정 중이고, 다음 버전을 다음 달에 출시할 예정이다. <스톤에이지>는 약간 오래 됐지만 여전히 유명하다. 넷마블은 스스가 자기 버전을 만들고 있고, 텐센트가 론칭할 것이라고 하더라.


스티브 대표는 최근 IP 시장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온라인게임 IP를 가져 오려고 했는데, 가격이 올라갔다고 한다. 많은 업체가 관심을 가져 과거보다 높은 가격 수준에서 협상하고 있는 게 요즘 상황. 그는 "그게 시장이다"고 말했다. 아워팜의 향후 1년, 그리고 5년 후 목표가 궁금해 물어봤다. 역시 IP가 이슈였다.


스티븐:요즘은 콘텐츠 소스가 되는 영화나 TV 제작에 투자하려고 한다. 쿵후 스토리를 담은 애니메이션에 처음 단계부터 1억 위안(약 182억 원)을 투자했다. 에니메이션 자체로는 돈을 못 벌었지만, 모바일게임으로 나와서 돈을 많이 벌었다.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IP에 확신을 가지고 2번째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런 케이스처럼 성공한 IP를 사는 게 아니라, 처음 단계부터 개발하는 쪽에 더 많이 투자할 예정이다.


5년 후는 너무 멀다. 모바일게임에 포커스할 것은 확실하다. VR(가상현실)과 콘솔은 아직 모르겠다. 게임을 중심에 놓고,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그 주변으로 투자를 확대할 것이다. 다른 계획은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우리 힘만으로 하기 어려울 때는 투자나 JV(조인트벤처) 방식으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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