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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간 중국게임과 부대낀 사람이 말해주는 중국, 그리고 중국게임

다음카카오 이승원 중국게임사업총괄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5-08-01 18:08:38

그가 중국과 연을 맺은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이제는 중국말도 한국어처럼 귀에 들어오고, 중국어로 걸려온 스팸전화도 능청스럽게 대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추상화처럼만 보였던 중국게임계의 흐름이 이제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7년, 컴투스에서 중국, 그리고 중국게임계와 처음 접촉했던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변화다. 다음카카오의 이승원 중국게임사업총괄의 이야기다.

 

중국 게임계가 변했다는 소리가 매년 들린다. 철통과도 같았던 중국 게임 시장이 조금씩 문을 열고 있고 열린 문 틈으로는 이제는 한국 게임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중국 게임이 엿보인다. 많은 업체가 방대한 중국 시장을 노리지만, 정작 중국 게임과 게임 시장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지금의 중국 게임, 중국 게임 시장은 어떤 상황일까? 그리고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 게임계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올해로 8년째 중국 게임계와 함께 일하고 있는 다음카카오 이승원 중국게임사업총괄을 만나 물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다음카카오 이승원 중국게임사업총괄

 

중국 밖에서 중국 시장에 대해 알기란 쉽지 않다. 중국에서 생활하고 중국 게임과 수년 간 접해온 입장에서 중국 시장은 어떤 곳이라 생각하는가?

 

이승원 총괄: 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의 시장이 아닐까? 얼마 전 한 조사자료를 읽었는데, 거기엔 올해 중국 안드로이드 게임 시장이 65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라. 

 

여기에 더 놀라운 것은 중국 게임시장의 성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도 경제 성장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나라다. 경제성장은 그만큼 더 많은 소비계층을 만들고, 이들 중 일부는 자연스럽게 게임과 같은 문화콘텐츠를 소비하게 된다. 더군다나 게임이 경제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 게임시장의 성장은 한참 남았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 시장을 노리는 한국 게임계도 굉장히 많이 늘었다. 과거 온라인게임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었고, 모바일게임이 대두된 이후부터는 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승원 총괄: 한국 업체 입장에서는 당연히 공략해야 하는 시장이다. 단순히 시장 규모를 떠나, 중국만큼 한국 게임이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많지 않다. 

 

중국 시장의 가장 큰 강점은 한국과 문화적 동질감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게임이 다른 국가에 진출하려면 해당 문화권에 걸맞은 콘텐츠 조정이 필수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이 과정이 매우 쉽다. 실제로 과거 한국 온라인게임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과 중국이 문화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 많아 수정할 것이 적거나 없었다는 것이 가장 컸다.

 

차이나조이 2015 B2B관에 참가한 한국공동관과 스마일게이트

 

 

하지만 모바일게임 시대가 된 이후에는 온라인게임만큼의 흥행작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캐주얼 게임과 미드코어 게임 모두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업계가 기대했던 것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과거의 문화적 동질감이 옅어진 것일까?

 

이승원 총괄: 문화적 동질감은 그렇게 쉽게 옅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초창기와 달리, 두 국가의 시장이 걸어온 길이 달랐고 두 국가의 유저들이 경험한 게임이 달랐다. 나는 이 차이가 그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캐주얼 장르를 살펴보자. 카카오톡 덕에 2년 간 캐주얼시장이 여물었던 한국과 달리,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처음부터 웹게임을 기반으로 한 코어 장르가 강세를 보였다. 물론 위챗을 기반으로 캐주얼게임이 커오긴 했지만 그 시간은 반 년도 채 안 됐다. 시장 발전속도는 빨랐지만, 너무 빠른 발전 속도 탓에 캐주얼 시장의 풀은 충분히 넓어지지 못했다. 이를 모르면 국산 캐주얼게임의 성적이 당연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23일 소프트 오픈을 한 <슈퍼스타 SM타운>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국 캐주얼게임 시장의 덕을 본 케이스다.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이 소재인 만큼 한류에 관심 많은 10대 후반 여성들을 노린 타이틀인데, 중국 마켓에서는 이것이 캐주얼 유저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라 보고 많이 도와주더라. (웃음)

 

23일 추콩을 통해 중국 소프트 오픈을 실시한 <슈퍼스타 SM타운>

 

 

 수정 사항만 몇 개월? 계약만 하고 말려 죽인다? 중국 게임계를 이해 못한 소리

 

그렇다면 코어 장르는 어떤가? 한국과 중국 모두 모바일 RPG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승원 총괄: 이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한국과 중국의 모바일 RPG가 어떤 흐름을 거쳐 발전했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한국의 모바일 RPG는 캐주얼 장르가 점점 미드코어로 발전한 케이스다. 스마트폰 초창기, <애니팡>이나 <원드러너>같은 캐주얼게임이 인기를 끌었고, 이후 나온 모바일RPG는 모바일 캐주얼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을 끌어오기 위해 접근성이나 진입장벽에 많이 신경을 썼다. 콘텐츠의 볼륨은 그 다음 문제였다.

 

반면 중국의 모바일RPG는 처음부터 코어 유저를 노렸다. 중국의 모바일 RPG는 웹 RPG가 모바일로 옮겨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중국의 웹 RPG는 화려하지 못한 그래픽을 만회하기 위해 정교한 성장 시스템과 방대한 콘텐츠를 무기로 내세웠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모바일 RPG로도 그대로 이어졌다. 결국 양국의 모바일 RPG의 시작점이 달랐기 때문에 여기서 문화적, 아니 문법적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중국의 모바일 RPG는 웹 RPG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미지는 2014년 공개된 웹 MORPG <빙화파괴신>.

 

 

그렇다면 한국에서 흥행한 작품이 중국에서 잘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일반적으로 흥행궤도에 오른 작품은 이후 밸런스나 콘텐츠 볼륨이라는 측면 또한 보강되지 않은가.

 

이승원 총괄: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은 게임을 이끌어가는 운영이나 게임을 안내하는 UI 등의 각론 또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UI나 시스템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해당 장르가 초기에 추가하는 것이 다르다면 게임을 이끌어가는 운영 방법 또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한국이 중국 게임시장을 단순히 과거 온라인게임 시절의 이미지로만 바라보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출석보상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 퍼블리셔가 한국 개발사에게 게임에 출석 보상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고 가정하자. 요청 받은 한국 개발사는 당연히 한국처럼 특정 날짜에 특정 보상이 지급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중국 개발사가 원하는 것은 중국에서 흔히 쓰이는 ‘운영자가 자유롭게 출석보상을 조정하거나 이벤트를 추가할 수 있는 툴’이었다. 

 

양국 게임의 차이에서 오는 사소한 오류지만, 모바일게임 현지화 작업에서는 이런 자잘한 오류가 수도 없이 발생한다. 심할 경우 이 때문에 3 ~ 4개월을 날리기도 한다. 여기에 중국 특유의 다양한 마켓 대응까지 감안하면 이미 그 게임은 시기를 놓치게 된다. 잦은 수정 때문에 서로 기분 상한 상태에서 이렇게 현지화 시간까지 늘어지면 십중팔구 계약이 깨지게 된다. 여기까지 오면 이성이나 논리 문제가 아닌 감성의 문제다.

 


 

 

실제로 한국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잦은 수정 요청으로 중국 진출이 막혔다는 이야기가 종종 오간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것을 ‘중국 개발사가 한국 게임 말려 죽이려고 계약만 한 채 시간 끈다’라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이승원 총괄: 서로간의 오해가 쌓여 그런 이야기가 생겨나는 것 같다. 8년 간 지켜본 중국 게임사들은 굉장히 개량적으로 게임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이들이다. 한국도 게임을 개발할 때 개량적인 방법을 사용하지만, 중국은 특히나 이 방법이 발달한 국가다. 인구가 많고 마켓도 다양하다 보니 한국과 달리 CBT를 여러 번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 이는 곧 차근차근 수많은 CBT 데이터를 모아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중국 게임사는 담당 PM이 자신이 소싱한 게임에 목을 거는 구조다. 때문에 그 어떤 PM도 일부러 특정 게임을 말려 죽이려고 마음에 없는 계약, 가능성 없는 계약을 하지 않는다. 만에 하나 회사에서 그것을 바라더라도, 자신의 커리어가, 아니 회사생활 자체가 망가지니까.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성공경험을 가진 개발사가 중국 퍼블리셔의 너무 잦은 요청 때문에 감정적인 상처가 켜져서 불발 사례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대부분의 개발자들도 중국 업체의 요청이 합당하다는 것은 이성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만들고 성공시킨 게임이 제 3자(?)에 의해 자꾸 수정되는 것을 달가워할 개발자 또한 많지 않다. 결국 이성과 감성의 싸움에서 감성이 이기게 되면 대부분 계약이 불발되게 되더라. 실제로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콘텐츠만 좋으면 성공은 따라온다’라는 생각이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콘텐츠보다는 주변 시스템에 더 집중된 느낌이다.

 

이승원 총괄: 게임업계에 있는 사람치고 콘텐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시스템이 훌륭한 게임도 재미가 없으면 망하니까. (웃음) 하지만 반대로 아무로 콘텐츠가 훌륭해도 여기까지 안내해 줄 시스템이 부실하면 성공 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나 다른 문화권에서는 더더욱. 

 

중국의 모바일게임 대부분은 처음부터 로그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게임을 하다가 은근슬쩍 로그인하게 요구한다. 대부분의 개발사가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이것이 중국 유저들에게 그만큼 적합하다는 것이 아닐까? 과거 중국에서 성공했던 온라인게임도 모두 중국 퍼블리셔에 의해 현지화를 거친 타이틀이었다.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과 자부심 못지 않게, 현지화의 필요성도 결코 작지 않다.

 

<부루마블>이 없는 중국에서 접근성 개선 등을 통해 iOS 최고매출 5위를 기록한 <모두의 마블>

 

 

올해 2월, 다음카카오가 중국에 특화된 SDK와 중국 마켓과의 연결통로를 무기로 퍼블리싱 타이틀을 중국에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SDK와 마켓 못지 않게 현지 사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할 것 같은데.

 

이승원 총괄: 물론이다.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은 2월 발표한 시스템적 부분과 함께 다음카카오 중국게임사업팀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중국에는 중국 현지에는 중국 퍼블리셔처럼 운영하는 운영팀과 중국 게임계를 10년 이상 경험한 인력이 주축인 글로벌팀이 존재한다.

 

운영팀이 중국 현지 유저와 업체의 입장에서 수정해야 할 점을 발견하면, 글로벌팀에서 자신이 그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개발사를 이해시키는 모델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개발사가 중국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계약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막고 최대한 양자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앱 마켓, 다시 한번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된다

 

SDK 제공이나 마켓 대응은 다음카카오 외에도 이미 중국 내 다른 업체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체와 다음카카오의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승원 총괄: 역시 한국어가 아닐까? (웃음) 사실 제대로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100개에 가까운 마켓에 대응해야 한다. 허나 마켓마다 전부 개발 툴이 다른데, 이 중 한국어는커녕 영어로 매뉴얼메 제공하는 것도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중국의 대행업체를 쓰면 그래도 영어 매뉴얼 정도는 나오겠지만, 세세한 내용을 문의하기엔 한계가 많다.

 

여기에 우리 툴은 국내에 알려진 카카오톡 게임하기 툴과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국내 개발사로서는 적응하기도 쉽다 한국어 매뉴얼과 친숙한 시스템을 통한 높은 접근성이 우리 강점이다. 여기에 추가로, 중국업체들은 다음카카오를 한국의 주요 플랫폼홀더로 대접하기 때문에 퍼블리싱이나 마켓 입점 등의 이야기를 다른 대행업체보다 꺼내기 쉽다는 강점도 있다.

 

 

여전히 중국에서는 360이나 바이두와 같은 거대 마켓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대형 마켓이 중소 마켓의 영역까지 차지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다음카카오가 내세웠던 마켓 대응이나 SDK 지원의 강점이 퇴색되는데….

 

이승원 총괄: 지난해만 하더라도 그런 생각에 동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에서는 지금 샤오미를 위시한 싸고 성능 좋은 중저가 휴대폰이 급격하게 보급되고 있다. 휴대폰 판매량은 이미 샤오미가 1위를 차지한 지 오래고, 휴대폰 판매량이 많아진 만큼 샤오미 마켓 등 중소마켓의 영향력도 커졌다.

 

사실 바이두 등 대형마켓이 성공한 요인은 PC시절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마켓 규모를 확대하고 이 덕에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갖춘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샤오미 등 중저가 제조사가 마켓 연합전선을 만들어 개발사들과 거래한다. 스마트폰을 사면 당연히 처음에는 해당 제조사의 마켓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 제조사 마켓에 예상했던 것보다 UI도 편하고 제품도 풍부하면 어떻게 될까? 점점 대형 마켓을 찾지 않게 된다.

 

이것이 지금 중국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실제로 지금 중국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켓을 보면 상위 5개 마켓에 단말기 업체의 마켓이 진입했다. 10위군이나 20위권으로 시야를 넓히면 이 비율은 더욱 커진다. 결과적으로 기존 대형마켓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중소 마켓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한 셈이다. 그래서 다음카카오도 2월 발표했던 8개 마켓 대응 전략을 30 ~ 50개 마켓 대응으로 바꾼 상태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빌드 관리가 더욱 까다로워지겠다. 그렇다면 아예 애플 앱스토어 하나만 있는 iOS에만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이승원 총괄: 확실히 빌드관리는 편해지겠지만 매출은 떨어질 것이다. (웃음) 그렇지 않아도 중국에 좋은 예가 있다. 중국은 전세계적으로 <클래시 오브 클랜>보다 <붐비치>의 매출이 높은 유일한 국가다. 그리고 <클래시 오브 클랜>은 iOS만 지원하고 있고 <붐비치>는 두 OS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클래시 오브 클랜>을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은 이미 애플 앱스토어 1위를 기록했던 게임이다, 하지만 그 이후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더라. iOS만 지원하기 때문에 입소문이 퍼지는 시점에서 이를 받아줄 유저층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반면 <붐비치>는 iOS는 슈퍼셀이 관리하고 안드로이드 OS와 마켓은 쿤룬이 관리하는 식으로 이원화 해 입소문 흥행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많은 매출, 긴 흥행을 위해선 안드로이드 OS, 정확히는 중국의 안드로이드 마켓을 충실히 지원해야 한다.

 

중국 안드로이드 마켓을 지원하지 않아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클래시 오브 클랜>

 

 

 모바일에 시작된 IP 전쟁, 흥행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

 

올해 차이나조이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이 <원피스>, <나루토> 등 인기 IP가 모바일로 개발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발표가 크고 작은 업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있더라.

 

이승원 총괄: 사실 중국 게임계가 IP를 주목한지는 꽤 됐다, 다만 그동안은 중화권 밖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IP가 많아 밖에는 잘 부각되지 않았었다. 올해는 <나루토>나 <원피스> 등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IP가 대거 등장해 외국인들에게도 부각된 것이고.

 

이러한 IP 선호는 중국 게임계에 자본이 집중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마 지금 한국에서 모바일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어지간한 흥행작 개발 경험이 없는 한, 엔젤투자로 1 ~ 2억 원을 받는 것이 다일 것이다. 대표의 경험이 많다면 10억까지는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중국은 이 규모가 다르다. 만약 흥행작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투자를 받으면 사실상 백지수표를 내어준다. 그리고 프로토타입이 나오면 또 투자한다. 게임 하나에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가 다르다. 사정이 이러나 이 많은 돈을 제대로 회수하기 위해 마케팅비도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한국처럼 마케팅에서 밀리면 게임이 보이지도 않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중국 특유의 많은 마켓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부추겼고.

 

CMGE 부스에서 <원피스>와 <나루토> 캐릭터의 코스튬플레이를 준비하고 있는 모델들.​

 

 

결국 조금이라도 더 쉽게 주목받기 위해 IP를 사용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원피스>나 <나루토> 등의 IP는 어지간한 회사에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가. 이러한 IP가 단순히 홍보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이승원 총괄: 한국에서 한참 온라인게임 붐이 일 때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그려졌다. 그때는 게임사가 열심히 상장준비를 하며 자본을 불리던 시기였으니까. 지금 중국 모바일게임계가 당시 한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최근 몇 년 간 IP이용 게임이 거둔 높은 성적도 도화선이 되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본 따 만든 <마스터탱커>는 중국에서 2013년 기준 3,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그 뒤에는 오락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IP를 이용한 게임이 나와 흥행에 성공했고, 지난 겨울에는 여배우 ‘판빙빙’의 초상권을 빌린 게임이 흥행을 이어갔다. 판빙빙은 이제 영화 출연료보다 게임 로열티로 더 많은 돈을 벌 정도다.

 

이처럼 IP 이용 게임이 계속 흥행하니 개발자나 투자자는 자연히 유명 IP 찾는 것을 성공의 조건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퍼블리셔나 마켓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중국 사업자는 퍼블리싱, 혹은 마켓 입점 타이틀을 심사할 때 IP 이용 유무에 따라 점수를 따로 매길 정도다. 한국에서 카카오톡 이모티콘이나 TV 광고가 흥행공식처럼 여겨졌던 것과 비슷한 사례다.

 

 

 

바람직한 사례는 아니지만, 예전처럼 무단으로 IP를 사용한다는 방법도 있다.

 

이승원 총괄: 지금도 그런 것이 없진 않을 것이다. (웃음) 하지만 중국 게임계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러한 ‘산자이’ 게임도 점점 등장하기 힘들어졌다. 그동안 산자이가 가능했던 것은 2가지 이유 덕분이었다. 먼저 중소 게임사라면 어떻게든 1 ~ 2년만 버틴 다음 회사를 버리고 잠적하면 안전하게(?) IP를 이용할 수 있었다. 또한 중국법 자체가 자국 법인에게 우호적이기 때문에 해외 IP 홀더가 적극적으로 제재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게임계가 성장하며 거대 게임사를 중심으로 직접 원작자와 IP를 계약하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거대 게임사는 중소 게임사처럼 빠듯이 벌고 잠적하는 것이 안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또한 거대 게임사 입장에서는 아예 IP를 가져온 다음 자기가 다른 기업에 소송을 하면 중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편하게(?) 무단사용자를 일소할 수 있다. 

 

IP를 가진 게임사 입장에서는 아예 정당하게 계약하는 것이 경쟁자(?)를 정리하기 더 쉬운 셈이다.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내부경쟁으로 문제가 자연히 해결되고 있는 셈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도용 논란을 일으켰던 <마스터탱커>는 기록적인 흥행 덕에 블리자드와 정식으로 IP 계약, 이후 후속작 <마스터탱커 2>(한국명: 탑 오브 탱커)까지 출시했다.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이 이렇게 치열하다면 다음카카오 또한 고민이 많겠다. 3월에 발표하기론 <슈퍼스타 SM타운> 외에도 5개의 작품을 올해 중 중국에 출시한다고 밝혔었는데.

 

이승원 총괄: 정말 많다. 아무리 예측을 해도 항상 예측 이상으로 변하는 시장이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 다만 올해 라인업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고민하지 않아도 게임이 성공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게임 출시 목적 자체가 흥행보다는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중국 게임 시장은 한국에서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많이 변화했고 또 많은 부분 달라졌다. 다음카카오가 개발사의 중국 진출을 돕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이렇게 달라진 시장에서 다시 한번 한국 게임이 성공할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당장 홈런을 쳐 점수를 만들기 보다 어떻게든 볼을 골라내며 진루하는 것이 목표다. 적어도 한국 개발사가 한국에서 유치한 유저 수만큼 중국에서도 얻어낸다면, 기존처럼 중국 유저나 중국 게임계의 특성을 몰라 콘텐츠도 제대로 못보여주는 일은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가 올해 바라는 목표는 딱 그정도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본사와 지사 직원들이 업체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하고 있고. (웃음)

 

차이나조이에서 한국 모바일게임이 메인 타이틀이 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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