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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간 다듬은 오프닝부터 사심 가득한 TS까지, ‘갓오하’를 있게한 것들

와이디온라인에게 듣는 <갓 오브 하이스쿨> 개발/서비스 이야기

김승현(다미롱) 2015-06-10 11:18:40

모바일게임 <갓 오브 하이스쿨>의 열기가 뜨겁다. 5월 21일 출시된 게임은 출시 일주일 만에 구글 매출 순위 10위를 기록함은 물론, 그 이후로도 2주 넘게 10위권 안에 머물고 있다. TV나 지하철 광고 같은 대규모 마케팅 없이, 오직 원작 웹툰의 배너로만 끌어 올린 성적이다. 출시 전, <브레이브 프론티어> 등 다른 턴제 RPG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우려를 샀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물론 이럴게 되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세상에 계획대로 오픈 일정을 밟아간 게임이 어디 있겠냐 만은, <갓 오브 하이스쿨>은 그 중에서도 특히 부침이 많았던 게임이다. 준비했던 마케팅은 외부 문제로 취소됐고 오픈 전에는 같은 IP를 사용한 게임이 CBT를 시작해 유저들에게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게임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관계자들은 원작 재현과 팬심, 그리고 개발자의 덕심(?)을 꼽았다. 

 

과연 <갓 오브 하이스쿨>은 어떻게 탄생하고 서비스되었을까? 게임을 개발/서비스하고 있는 김동균 PD와 하석호 PM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오른쪽부터 와이디온라인의 김동균 PD, 하석호 PM

 

■ 튜토리얼 다듬는데만 반 년, 원작 팬을 사로잡아라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의 힘이라고 할까? <갓 오브 하이스쿨>의 흥행에는 원작 팬들의 힘이 컸다. 실제로 현재 게임 유저의 절반 이상은 원작을 접했던 이들. 이들은 게임 <갓 오브 하이스쿨>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갓 오브 하이스쿨>의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하석호 PM은 게임의 SD 캐릭터를 꼽았다. 원작이 8등신, 아니 9등신에 가까운 거친 화풍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의견이었다.

 

“정확히는 SD 캐릭터 자체라기보다는 SD 캐릭터가 보여주는 움직임을 좋아하더군요. SD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과장되고 만화적인 연출이 잘 살아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초기부터 철저하게 원작 팬, 그 중에서도 2D 그래픽을 선호하는 이들을 목표로 만든 작품이다. 여기에는 개발자인 김동균 PD와 원작자 박용제 작가의 바람이 있었다. 웹툰이 뜨기 전의 박용제 작가, 그리고 스튜디오를 막 차렸던 김동균 PD에게는 각각 꿈이 있었다. 박 작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다른 매체에서도 살아 움직이길 바랬고, 김 PD는 한국과 일본에서 먹힐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두 사람은 한 학교의 강단에서 만나 바로 의기투합해 손을 잡았다.

 

박용제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원작의 IP를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선 그만큼 원작의 만화 같은 느낌을 살리는데 중점을 둬야 했다. 더군다나 김동균 PD가 꿈꾸는 일본 진출을 위해선 유저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기존 턴제 RPG의 틀을 크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 <갓 오브 하이스쿨>이라는 IP의 재현은 나름대로 게임의 차별성이 될 수 있었다.

 

때문에 김동균 PD는 박용제 작가에게 캐릭터 콘티를 부탁함은 물론, 아예 박 작가의 제자들을 아티스트로 고용해 원작의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 게임이 당시 유행이었던 3D 그래픽이나 2D 스켈레톤 애니메이션 대신,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으로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구현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 스켈레톤 애니메이션: 신체 관절을 따로 그린 후, 이를 졸라맨과 같은 가상 인형 위에 입혀 움직임을 재현하는 방식.

 

※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 연속되는 이미지 여러장을 빠르게 보여줘 캐릭터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방식. 

 

“웹툰이 원작인 만큼, 캐릭터들의 생동감과 원작의 강점인 역동적인 연출에 특히 신경썼습니다. 때문에 3D와 스켈레톤은 고려도 하지 않았죠. 둘 다 개발이 편하긴 하지만, 3D로는 아무리 해도 2D 특유의 느낌을 살릴 순 없고 관절을 움직이는 스켈레톤 방식으로는 발차기 한 번에 발이 채찍처럼 휘는 것 같은 만화식 연출을 사용할 수 없으니까요.” 게임을 개발한 김동균 PD의 이야기다.

 

이외에도 원작 구현을 위해 여러 고민이 있었다. 캐릭터들에게 생동감을 넣기 위해 캐릭터 상태 별로 다른 표정과 스탠딩 포즈를 넣은 것은 물론이고, 개발 당시 아직 성격이 확정되지 않은 캐릭터는 직접 박용제 작가 작업실에 쳐들어가 설정을 캐묻기도 했다.

 


 

이러한 재현 중 백미는 바로 게임의 오프닝이자 튜토리얼 부분이었다. 오프닝에서 보여준 제갈택과 진모리 일행의 결전은 게임을 개발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첫 장면으로 내정된 부분이었다. 그렇게 초기부터 잔뜩 비중을 담았던 오프닝이었지만 구현이 쉽진 않았다. 오프닝이자 튜토리얼을 겸하는 장면인 만큼, 단순히 원작을 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기능적 설명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원작을 제대로 살리려고 길이를 늘렸다가 몰입도 문제로 줄이기도 했고, 임펙트를 위해 연출이나 특수효과를 잔뜩 넣었다가 저 사양 스마트폰의 부하 때문에 다시 빼기도 했다. 지금과 같이 전투와 애니메이션이 교차되는 틀이 만들어진 뒤에도 한동안 부하를 줄이고 대사 순서를 바꾸는 등 고민이 계속됐다.

 

지난 겨울에 시작된 튜토리얼 작업이 모두 끝난 것은 오픈 직전. 튜토리얼을 다듬는데만 무려 6개월이 걸린 셈이다. 하석호 PM의 표현을 빌리면 방망이를 깎은, 아니 원목을 사포질 해 방망이로 만든 기간이었다. 이러한 하 PM의 핀잔에 김동균 PD의 대답은 간단했다.

 

“제갈택과의 결전은 원작의 하이라이트이고 튜토리얼은 게임의 얼굴이자 첫인상이죠. 아무리 다듬어도 모자란 작업입니다.”

 


 

 

■ 사고의 연속이었던 오픈 준비, 웹툰과 TS 캐릭터가 견인하다

 

그렇게 김동균 PD가 방망이를 사포질하는 가운데 하석호 PM은 예상외의 사건을 두 번이나 겪었다. 지금 보면 웹툰 연계 광고 말고는 마케팅이 거의 없었던 <갓 오브 하이스쿨>이지만 본래 계획은 그것이 아니었다. 직원들이 직접 발품 팔아 허니버터칩을 조달했던 <소울마스터> 마케팅처럼 이번에도 이색 마케팅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외부 문제 때문에 갑자기 취소됐다.

 

갑자기 생긴 업무 공백(?)에 또 다른 사건이 치고 들어왔다. 하필 비슷한 시기에 같은 IP를 쓴 <갓 오브 하이스쿨 with 네이버웹툰>이 CBT를 시작한 것. 이 작품은 부담스럽게도 사전등록만 56만 명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무리 게임의 화풍과 장르가 다르고 노리는 타깃도 달랐다지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석호 PM의 불안은 엉뚱한 형태로 적중했다. <갓 오브 하이스쿨 with 네이버웹툰>의 CBT가 시작되자 갑자기 와이디온라인에게 수백 통의 문의가 날아온 것. CBT 쿠폰이 먹히지 않는다는 사소한(?) 문의부터 왜 게임이 달라졌냐는(!) 웃지 못할 문의까지 별별 문의가 다 날아왔다. 같은 IP를 쓴 게임이 비슷한 시기 서비스 해 생긴 헤프닝이었다. 와이디온라인 운영진은 오픈 전부터 본의 아니게 CS 연습을 하게 됐다.

 

그리고 대망의 21일, 와이디온라인의 <갓 오브 하이스쿨>도 구글플레이에 론칭했다. 솔직히 시작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같은 IP를 쓴 경쟁작(?)이 CBT에만 37만 명이 몰린 반면, 와이디온라인의 <갓 오브 하이스쿨>의 첫 기록은 6만 여명에 불과했다. 생각지도 못한 외부 문제로 준비한 마케팅도 하지 못했던 입장에서는 입맛이 썼다.

 

다행히 첫날 이후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졌다. 가장 큰 공은 론칭보다 한발자국 늦게 진행된 웹툰 연계 광고였다. 공식 카페에 유입된 유저도 원작의 독자층인 10 - 20대 유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실제로 게임 유저도 원작을 접한 이가 절반에 달했다. 개발진이 심혈을 기울였던 2D 연출도 좋은 평을 받았다.

 

상승세에 쐐기를 박은 TS 캐릭터. 특히 호조사 박일아(박일표의 여성 버전) 캐릭터가 인기였다고….

29일 추가된 성반전 캐릭터(이하 TS 캐릭터)는 이런 상승세를 가속화시켰다. 주인공들의 성별을 반전시킨 TS 캐릭터는 사실 개발진이 반쯤 장난으로 던진 기획이었다. 원작 주요 인물 대부분이 남성다 보니 유저들에게 줄 주연급 여성 캐릭터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럴싸한 이유였지만 사실 김동균 PD가 회사 내부에서 서브컬쳐를 굉장히 즐기는 인물로 알려진 탓에 한동안 ‘사심’ 담긴 기획이라고 놀림받은 아이템이었다. 물론 IP를 사용한 게임으로써 원작의 캐릭터성을 함부로 비튼다는 위험에 대한 우려도 없진 않았다. 허나 이 기획은 원작자인 박용제 작가 또한 큰 관심을 보여 게임 적용이 확정됐다.

 

그렇게 추가된 TS 캐릭터는 예상 이상으로 반응이 뜨거웠다. 당장 TS 캐릭터 배너가 웹툰 하단에 개제된 이후, 이를 통해 유입되는 유저 수가 2배로 늘었다. TS 캐릭터가 공개된 후 2 ~ 3일 동안은 공식 카페 게시물 중 80% 가량이 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게임의 매출 순위 또한 이 때를 기점으로 10위권에 진입하게 되었다. 김동균 PD의 말을 빌리면 ‘덕심의 승리’였다.

 

“사실 TS 캐릭터는 약과(?)입니다. 사업팀에서 뜯어 말린 것중에 더 심한 것들도 많아요. 당장 '김정은' 캐릭터만 하더라도 본래는 국내외 국가 지도자를 패러디하자는 기획에서 시작된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사업팀에서 잘못하면 정치적인 문제 생긴다며 말려 김정은만 남게 되었죠. 다른데는 사업팀이 제안하고 개발팀이 말린다는데 어째 우리는 반대입니다” 김동균 PD의 아쉬움(?) 담긴 이야기다.

 


 

 

■ 남은 숙제는 보다 심화된 게임성

 

우여곡절 끝에 오픈에 성공한 <갓 오브 하이스쿨>은 저조했던 첫날 성적도 무색하게 현재 구글 플레이 매출 7위, 그리고 곧 100만 다운로드를 앞두고 있다. 

 

현재 김동균 PD의 고민은 화력 중심 게임성의 탈피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게임 특성 상 일정 수준으로 육성된 캐릭터만 있다면 역속성의 던전도 어려움 없이 깰 수 있는 구조다. 덕분에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는 쏠쏠하지만 전투 자체가 단조로워진다는 약점을 같이 안고 있다. 사실 화력 캐릭터 외에도 디버프나 버프에 특화된 캐릭터도 많은데, 쓰임새가 한정되어 있거나 못생겼다는(…) 이유로 유저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사실 일반던전은 화력으로 깨는 것이 원래 의도된 것이었어요, 그리고 PVP나 다른 콘텐츠는 화력 대신 기믹으로 승부하는 콘셉트였죠. 그런데 일반던전에서 그런 플레이를 선보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디자인에 문제가 있었는지 대부분의 분들이 다른 콘텐츠도 화력으로 밀어 붙이더라고요. 심지어 쓰라고 만든 캐릭터는 못생겨서 인기도 없고요. (웃음)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입니다. "

 

때문에 개발팀의 지상과제도 이러한 게임을 탈피하기 위한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일단 화력형 캐릭터 아닌, 버프나 디버프형 캐릭터가 필요한 신규 던전을 개발 중이며 추후에는 비주류 캐릭터의 밸런스도 다시 바로잡을 예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저들이 혹할만한 ‘예쁘고 멋진’ 서포터형 캐릭터도, 그리고 이들을 빨리 육성할 수 있는 비스켓(경험치 재료) 수급 수단 또한 곧 추가된다.

 

공식 카페에 올라온 개발자 노트

 

무과금, 소과금 유저를 위한 업데이트도 준비 중이다. 일단 뽑기로만 얻을 수 있는 ‘진’ 캐릭터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진 ‘개’(改) 캐릭터가 개발 중이다. 진 캐릭터가 뽑기로만 얻을 수 있었다면, 개 캐릭터는 일반 캐릭터를 진화시켜 얻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캐릭터 게임임에도 뽑기에서 엑스트라 캐릭터가 나올 확률이 너무 높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현재 <갓 오브 하이스쿨> 비출현 캐릭터의 뽑기 확률을 낮춘 상태다.

 

사업팀의 고민은 조금 다르다. 출시 전 문제가 되었던 외부 상황도 없어져 묵혀두었던 마케팅비를 다시 집행하려 마음먹은 상황. 그런데 기대 이상의 흥행 덕에 생각보다 마케팅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때문에 사업팀에서는 당장 집행할 마케팅 예산을 줄여서라도 <갓 오브 하이스쿨> 유저들에게 무언가를 주는 방향을 고민 중이다.

 

“사실 사업팀을 살린 것은 유저 분들이죠. (웃음) 때문에 페이백 이벤트나 유저 분들의 이름으로 한 기부 등 회사보다는 유저 분들, 혹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고민 중입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 같네요.” 최근 마케팅 외에 다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하석호 PM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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