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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오픈이라도 하고 싶었다” 트릭스터 서비스를 되짚으며

엔트리브소프트 소환사가 되고싶어 인터뷰 ①

김진수(달식) 2015-04-21 09:38:38

세상에서 많은 일이 ‘입이 화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인터뷰를 작성하게 된 경위가 딱 그렇다. <소환사가 되고 싶어 for Kakao> 오픈을 앞두고 인터뷰를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겉핥기 식의 뻔한 인터뷰는 하기 싫었다.

 

그래서 “<트릭스터> IP를 활용한 게임이니, <트릭스터>에 관한 이야기부터 하고 싶다. <트릭스터>의 역사를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엔트리브소프트에 요청했다. <트릭스터>는 내가 단 한번도 플레이 해보지 않은 게임이었고, 과거 이야기를 하려면 어떤 게임인지 공부해야 했으니까.

 

이틀 뒤 필자에게 도착한 것은 장장 A4용지 11페이지에 이르는 자료였다. 자료를 읽을수록 <트릭스터>에 대한 개발자들의 애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개발자와 운영진이 애정을 가지고 10년 넘게 서비스한 게임을 되짚고 나서 그 IP를 모바일에서 이어가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길 정도였다.

 

이 기사에서는 <소환사가 되고 싶어> 이야기에 앞서, <트릭스터>의 서비스를 되짚어보겠다. <트릭스터>의 디렉터를 맡았던 오인근 개발팀장과 <트릭스터> 유저와 운영자, 기획자를 거친 김혜주 디렉터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10년 넘게 서비스가 이어진 게임이라 초기 기획 의도부터 개발과정을 모두 들을 수는 없어 게임 서비스 및 운영 위주로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소환사가 되고 싶어> 기사 목록

 

- “무료 오픈이라도 하고 싶었다” 트릭스터 서비스를 되짚으며 (현재 기사)

 

- “트릭스터의 IP를 모바일로 잇는다” ‘소환사가 되고 싶어’ 인터뷰

 


 

 

■ ‘게임 속의 게임’, 아기자기한 매력 내세운 MMORPG <트릭스터>

 

<트릭스터>는 2003년 4월 넷마블을 통해 <트릭스터AD>라는 이름으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유지한 ‘동화풍의 2D 온라인 RPG’로 이름을 알렸으며, 정서적인 부분을 위해 PK시스템이 아예 없을 정도로 당대 게임 중에서는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트릭스터>는 억만장자가 만들어 놓은 게임에 유저가 참여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각종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콘셉트 속에 녹아있는 스토리 요소들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업데이트 됐으며, 2011년 7월에 에피소드 6을 기점으로 그간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엔딩을 내보냈다. (개발자들은 여기에 이후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암시를 넣었지만, 눈치 챈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게임 콘셉트가 ‘게임 속 게임’인 것과 더불어 해당 게임에 참여하는 참가자(유저)는 모두 동물 귀와 꼬리를 달아 NPC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콘셉트를 사용했다. 따라서 유저 캐릭터는 각종 동물 귀와 꼬리를 단 캐릭터들로 구성되었다.

 

이런 설정에 맞춰 <트릭스터>의 캐릭터는 기본 9종류로 토끼, 물소, 양, 용, 여우, 사자, 고양이, 너구리, 곰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캐릭터는 플레이 특징에 따라 공격형, 마법형, 감각형, 매력형의 4가지 타입으로 구분되며, 각자 타입에 따라 공격 형태나 특화된 면을 가지고 있다.

 

트릭스터의 캐릭터들

 

엔트리브소프트 김혜주 디렉터가 <트릭스터>의 아트 디렉터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원래 <트릭스터>는 손노리 시절부터 개발하던 게임이었다. 실험정신이 투철했던 손노리가 픽셀 그래픽을 살린 온라인 RPG에 도전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도전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보니, 게임 개발에도 실험적인 시도가 들어갔다. 당시 2D 그래픽을 사용한 게임들은 좌우 2방향이나 4방향 정도를 사용했던 반면, <트릭스터>는 기본 4방향에 대각선까지 포함해 8방향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래픽 작업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선택이지만,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예쁜’게임을 위한 시도였다.

 

유저 개인의 공간 '마이캠프'

 

싸이월드가 대중화되기도 전에 넣었던 ‘마이캠프’ 역시 이런 도전의 일환이다. 유저들에게 가구 등을 배치하면서 꾸밀 수 있는 개인공간을 주고, 친구를 불러 놀 수 있게 했다. 오인근 개발팀장의 표현을 빌리면 ‘마이캠프에 들어간 그래픽 리소스를 빼내면 모바일 SNG정도는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소품을이 제작됐다. 결과적으로 많이 활용된 콘텐츠는 아니었지만, 이런 시도들이 하나 하나 쌓여 <트릭스터>만의 개성을 만들어냈다.

 

 

■ 땅을 파면 무언가 나온다! 드릴과 발굴, 카드 시스템

 

<트릭스터> 개발자들이 꼽은 게임 특징은 ‘아기자기함’외에 ‘드릴’로 땅을 파 아이템을 획득하는 시스템이다.

 

<트릭스터>에서 단축키 D를 누른 뒤 원하는 지점을 클릭하면 드릴이 작동하고, 땅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모든 드릴에는 수명이 있어서 사용할 때 마다 수명이 감소하고, 게임 내에서 추가로 드릴을 구하거나 부족하면 유료로 구매할 수도 있다.

 

‘드릴’도 개발자들의 정성이 묻어난 콘텐츠다. 흙, 진흙, 모래등 땅의 재질에 따라 각각 땅을 파는 소리와 이펙트가 다르게 출력됐다. 2D 게임이 기본적으로 시각적으로 다른 효과를 주기 위해서는 그림 한 장 한 장을 모두 그려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많은 공이 들어가는 작업이었던 셈이다.

 

사냥과 퀘스트를 통해 주로 경험치를 얻는 다른 MMORPG와 달리, <트릭스터>는 발굴 관련 퀘스트를 통해서도 경험치를 습득할 수 있었다. 비록 밸런스 문제로 나중에는 반복을 많이 요구하게 됐지만, 발굴 아이템으로 손쉽게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어서 유저 들은 중요한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즐겼다.

 

드릴 발굴 장면

 

카드 시스템도 개발진이 내세우는 특징이다. 유저는 발굴이나 사냥, 퀘스트로 250개가 넘는 카드를 습득할 수 있다. 개발팀은 스킬, 캐릭터, 몬스터, 레어, 기타 종류로 구분된 카드를 만들고, 카드를 모은 유저가 다른 유저와 카드 배틀을 벌일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했다.

 

아기자기한 매력을 내세운 <트릭스터>답게 카드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콘텐츠도 있었다. ‘트릭 포츈’ 시스템으로, 유저는 하루 한 번 ‘별을 보는 소녀 별희’가 선택한 3장의 카드를 할당 받고, 그 카드에 따라 각종 능력치가 상승한다. 그날의 운세가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추구한 셈이다.

 

카드 시스템은 개발자들이 많은 공을 들였지만, 다수의 유저가 플레이 한 콘텐츠는 아니었다고...

 

별을 보는 소녀 별희의 별점

 

 

■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MMORPG

 

넷마블을 통해 <트릭스터AD>로 서비스를 시작한 <트릭스터>는 2004년 9월, 최고 동시 접속자 수 1만 명을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 외에도 중국, 대만, 일본, 태국 등으로 수출해 장기간 서비스가 유지됐다.

 

<트릭스터> 유저로 시작해 운영자를 거쳐 기획자로 게임과 함께한 김혜주 디렉터는 조금 더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혜주 디렉터는 온라인 RPG치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임이라 접하게 됐다며 밝은 분위기에 걸맞게 유저들끼리 서로 돕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전반에 걸쳐 확산되어 있었다고 회상했다.

 

메갈로 폴리스 타운 광장의 모습

 

엔트리브소프트가 직접 담당한 운영 역시 이런 유저들과 호흡을 함께 했다. <트릭스터>는 아예 독수리 콘셉트의 운영자 전용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유저들과 함께 어울려 놀았다. 빠르게 날아가 유저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준다는 의미로 독수리 캐릭터를 사용하는 운영자들은 ‘대장 독수리’, ‘천재 독수리’같은 식으로 저마다의 이름을 가졌다. 각자 별도의 팬층을 가진 운영자들이 마을에 등장하면 서로 스크린샷을 찍기도 하는 등 운영자가 게임 속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운영자가 직접 진행하는 이벤트도 유저와 거리를 가깝게 만든 대표적인 예였다. 운영자가 직접 별도의 공간으로 유저들을 모아 진행하는 OX퀴즈 등 게임 내 소소한 이벤트들을 진행했고, 이벤트를 통해 운영자 캐릭터의 모습을 본 딴 ‘운영자 미니 펫’을 제공하기도 했다. 운영자 펫은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희귀한 아이템이기도 했지만, 운영자들이 유저들의 지지를 얻은 덕분이기도 하다.

 

운영자 버프

  

유저와 함께하는 문화가 정착되니, 운영을 담당하는 운영자들도 자연스럽게 애정을 가지고 게임과 유저를 대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유저 문의도 가급적이면 별도로 작성해 답변한다거나, 이벤트 등을 운영자와 유저들이 함께 즐기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트릭스터>의 운영을 담당했었던 김혜주 디렉터의 말에 따르면, 오프라인에서도 유저들과 끈끈한 사이가 이어졌다고 한다. 유저 간담회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유저들이 참여하기도 했고, 심지어 제주도에서 가족단위로 참가한 유저도 있었다. 매년 케이크를 만들어 보내준 유저부터,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내주는 유저들도 있었다.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유저와 운영자가 함께하는 분위기는 엔트리브소프트의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 <트릭스터AD>로 시작해 <트릭스터R>오픈, 그리고 통합까지

 

한편, 넷마블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트릭스터AD> 이후, 2007년에는 엔트리브소프트가 직접 서비스하기 위해 리뉴얼한 <트릭스터R>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트릭스터AD>와 <트릭스터R>을 통합해 <트릭스터>라는 이름으로 변경한 뒤 엔트리브소프트가 단독으로 서비스했다.

 

 

통합 과정에서는 두 회사로 나눠진 서비스를 하나로 이관한다는 점 때문에 떠난 유저도 있었고, 통합 자체도 쉽진 않았다. 당시로서는 퍼블리셔가 다른 서비스사에 유저 정보를 넘겨준다는 개념자체가 없던 때였고, 엔트리브소프트 입장에서는 유저 정보 중 최소한만 받아 이관하던 작업이라 실제 작업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이후에는 유저들이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정보 이관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기자가 인터뷰에서 만난 개발자들은 초기부터 개발하던 것은 아니라서 당시의 기획 의도 등을 상세히 알려주지는 못했다. <트릭스터R> 개발 의도와 상황은 당시 <트릭스터R>을 맡았던 문지성 PD의 인터뷰로 대체한다.

 

(☞관련기사: 전쟁 대신 문화를 꿈꾸는 RPG, 트릭스터R)

 


 

 

■ ‘유저가 하고 싶은 게임을 완성하자’ 하트 프로젝트

 

서비스를 이어오던 <트릭스터>는 2010년 8월, ‘하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에 들어갔다. 해당 시점에서 <트릭스터>는 7년째 서비스를 해 온 게임이었고, 그간 많은 콘텐츠를 추가했다. 하지만 그 많은 콘텐츠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신규 유저의 적응이 어려워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트릭스터> 개발진은 ‘유저들이 하고 싶은 <트릭스터>를 만들자’는 목표로 ‘하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리뉴얼을 진행했다. 개발진의 의도를 유저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유저들이 <트릭스터>의 바뀐 모습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1년여 간 진행된 리뉴얼 끝에 불필요한 맵은 축소하고, 초보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지역 동선은 간소화했다. 튜토리얼도 개선했고, UI도 추가된 시스템들에 맞춰 개선했다. 이 기간 동안 단순하게 기존 콘텐츠를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존 유저들을 위한 콘텐츠 추가, 기반 시스템의 밸런싱, 중 상급자용 콘텐츠 확장도 함께 진행됐다.

 


'하트 프로젝트' 소개 스크린 샷

 

 

■ <트릭스터>의 서비스 종료, “무료 서버라도 열어두고 싶었다”

 

<트릭스터>는 2014년 1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3D 온라인게임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2D MMORPG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도트 그래픽을 사용했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3D 그래픽보다 많은 개발인력이 필요한 구조였다.

 

점차 유저가 줄어들면서 <트릭스터>의 수익은 악화됐고, 회사에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처음에는 개발자 수를 줄여서 서비스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게임의 특성상 개발 인력이 줄어들면 서비스의 질도 떨어진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서비스 종료라는 결론을 내렸다.

 

개발자와 운영자들 역시 <트릭스터>에 애정이 많았던 만큼, 서비스 종료를 아쉬워했다. 마지막에는 남은 유저들을 위해 무료로 서버만 개방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정도였다. 실제로 부분유료화로 판매했던 모든 아이템을 무료로 구매할 수 있도록 개발까지 했으나, 운영 없는 <트릭스터>는 상상할 수 없다고 판단한 끝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트릭스터>를 좋아하던 유저들은 카페 등에 모여 재 오픈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비스 10년을 채우지 못한 일본 <트릭스터> 유저들은 (이미 서비스 종료된 게임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할 정도였다. 개발자 역시 서비스 종료를 못내 아쉬워했고, 그들의 아쉬움은 <트릭스터>의 IP를 잇는 모바일 신작 <소환사가 되고싶어>로 이어졌다.

 

트릭스터 한국 서비스 종료 당시

 

 

■ <트릭스터>의 시작과 끝

 

2003년 4월 넷마블 통해 <트릭스터AD> 서비스 시작

2007년 6월 에피소드 1,2 업데이트

2007년 7월 엔트리브소프트 <트릭스터R> 서비스 시작

2008년 6월 에피소드 3 업데이트

2008년 9월 <트릭스터R> <트릭스터AD> 통합, <트릭스터>로 이름 변경 후 엔트리브소프트 서비스

2009년 4월 에피소드 4 업데이트

2009년 7월 에피소드 5 업데이트

2011년 7월 에피소드 6 업데이트

2014년 1월 <트릭스터> 서비스 종료

 

※ 필자 주: 이 기사는 <소환사가 되고 싶어>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트릭스터>에 애정을 가진 개발자들이 모바일로 IP를 이어가기 위해 했던 노력과 고민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트릭스터>의 아기자기함을 보여주는 결혼 시스템. 개발자의 생각과 달리, 동성 결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일본 유저의 팬아트. 참고로 <트릭스터>의 일본 서비스는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종료됐다.


일본 서비스 종료 당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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