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게임인

“모던워페어 개발 경험, 한국과 공유하고 싶다”

인피니티 워드 오태훈 수석 디자이너 인터뷰

이터비아 2011-10-29 16:56:55

세계 FPS 게임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최신작 <모던 워페어 3>의 발매가 임박했습니다. 게이머들은 11월 9일을 기다리고 있죠.

 

<모던 워페어 3> 발매를 앞두고 개발사인 인피니티 워드의 오태훈 수석 아티스트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게임 아트 경진대회인 도미넨스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팀을 구성해 팀을 도미넨스워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모던 워페어> 시리즈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이제는 어엿한 인피니티 워드의 간부가 된 오태훈 수석 아티스트를 29일 롯데월드에서 열린 Xbox360 인비테이셔널 2011 현장에서 만났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인피니티 워드의 오태훈 수석 아티스트.

 

■ “주어진 일은 어떤 업무든 열심히 했다”

 

어떻게 인피니티 워드에 입사하게 됐나? 어렸을 때 게임을 무척 좋아했다. 게다가 부모님이 게임을 많이 하는 나를 나무라지 않고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다. 물론 성적은 내려갔지만(웃음). 나 역시 11년 전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었고, 그 곳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하고 운좋게 인피니티 워드에 입사했다.

 

당시에 인피니티 워드는 전체 직원이 26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였다. 게다가 마침 그때 블리자드에서도 오퍼가 있었다. 그래서 꿈에 그리던 곳에 갈 것인가, 인피니티 워드에 갈 것인가 고민했었다.

 

그런데 그 26명의 눈빛에서 남들과는 다른 뭔가가 보였다. 그래서 여기서 시작하고 싶다는 결정을 내렸고, 지금까지 회사에 남아 일하고 있다. 인피니티 워드가 내겐 첫 직장이다.

 

 

입사했을 당시엔 뭘 했었나? 총을 만드는 건 중요한 파트다. 그래서 처음부터 맡지는 않았다. 컵 같이 소소하고 아주 간단한 것부터 시작했다. 총을 만들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 총을 만드는 사람이 갑자기 휴가를 가는 바람에 내가 만들게 됐다.

 

총을 맡은 첫날, 밤을 새워 세 가지 총를 만들어 제출했는데 그중에서 하나가 낫다고 했다. 그런데 영어를 잘 몰라서 그 하나에 변화를 줘서 또 세 가지를 만들었다. 그랬더니 은근히 총을 잘 만든다고 인정받았고, 계속 다른 총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결국엔 총을 만들던 사람이 컵을 만들게 됐고, 난 총을 만들게 됐다.

 

오태훈 수석 디자이너는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총기 제작을 책임지고 있다.

 

 

미국 개발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개발자들과 교류가 있나? 많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신기한 건 다들 한 번 들어가면 정말 잘한다는 거다. 솜씨도 좋고 뭘 만들어도 잘 만든다. 하지만 개발사로 들어오는 루트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 바로 와서 취직하기가 힘든데 특별히 그걸 묶어주는 커뮤니티는 많이 없다.

 

지난 2007년 도미넨스워에서 내가 1위를 했을 때는 영국팀에 속해 있었다. 이후 그 대회를 한국에 소개해 한국팀을 만들었고 이듬해에 한국 사람이 1등을 했다. 그것을 통해 한국 개발자와 소통하고 연락해서 나름대로 미국에서 배운 것을 공유하는 등 많은 연계 활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되면 국내 개발사를 구경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한국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2007년 도미넨스워 2에서 우승을 차지한 오태훈 씨의 작품.(출처: 태훈오닷컴)

 

 

인피니티 워드의 복지는 어떤가? 복지는 아주 잘 돼 있다. 개발자가 힘들지 않고 즐겁게 일하도록 배려한다. 어제 입사한 직원이라도 의견을 내놓는 보드에 생각을 올리면 당연히 참고한다. 모두 격차 없이 비슷한 위치에서 개발하고 있다.

 

대신 우리 회사에는 법칙이 있다. 이를 어기면 다음날 짐을 싸고 나가야 한다. 그것만 지키면 자유가 보장된다. 언제 출근하든 8시간 일하고 퇴근하면 된다.

 

항상 파티가 있고 프로젝트가 끝나고 할 일이 없으면 집에서 쉰다. 그러다 정 급한 일이 있을 때 전화가 오면 그 일만 하고 돌아간다우리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법칙이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뭔가? 다른 회사와 접촉(컨택)하면 안 된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에서 오류나 버그를 만들면 안 된다.

 

그리고 충실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안 된다. 일을 할 때 참고할 만한 게임을 하는 건 상관없지만, 아무리 회사가 자유롭다고 해도 근무시간 내내 하면 안 되지 않나.

 

 

업무가 밀리터리에 집중된 듯하다. 원래 관심이 많았나? 아니면 일 때문에 하게 된 건가? 사실 난 밀리터리에 관심이 없었다. 군대도 한국에서 현역으로 복무했지만, 다시 가기는 싫다. 총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지 총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에 관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모던 워페어 2>에서 대포를 만드는데 거기에서 쓰는 포신 닦는 도구를 ‘Plunger’라고 부른다.

 

그걸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내가 포병 부대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영어를 잘 못하다 보니 다른 Plunger, 즉 한국말로 막힌 변기를 뚫는 ‘뚫어뻥’을 만든 거다. 그것도가지 디자인으로…. 덕분에 뭐든지 시키면 최선을 다한다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인피니티 워드 입사를 꿈꾸는 한국인이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직책을 구한다는 공지가 나가면 하루에 적어도 30명씩 지원한다. 거기서 발탁돼 인터뷰까지 오기가 정말 힘들다.

 

개발자라면 다 오고 싶어하는 회사라서 입사하려면 정말 뛰어난 실력자가 돼야 한다. 나는 정말 오래 전에 지원해서 운이 좋게 된 것이다. 게다가 요즘 미국 경제가 안 좋아서 너무 많은 사람이 지원하기 때문에 그만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도 미국 개발사에서는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이미지가 있다. 때문에 실력과 함께 나는 준비된 사람이다. 영어는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있으면 된다.

  

 

상상 속의 무기를 만들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건 뭔가난 로보트를 아주 좋아한다. 도미넨스워에서 1등을 했던 작품이 로보트였다. 물론 내가 그런 걸 좋아한다고 해서 회사에 영향력은 못 주겠지만, 만들 수 있다면 정말 멋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총 시리즈 중에 콘셉트 총이 있다.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그런 총이 게임에 들어가긴 어렵다.

 

 

<모던 워페어> 외에 과거에 재밌게 즐긴 FPS 게임이 있다면? 여러 게임이 있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제일 재미있게 즐겼다.

 

오태훈 씨가 작업한 <모던 워페어 2>의 총기와 장갑차.(출처: 태훈오닷컴)

 

 

■ “<모던 워페어 3>, 미디어 용량 100MB도 안 남겼다”

 

전작이 대단하면 뛰어넘기 힘든데, 어떤 노력을 했나? 우리가 가진 큰 그림이 끝났으니 새로 하자는 게 아니라 이미 계획된 것들을 진행했다.

 

개발 중 작업에서 “이건 다음 게임에 쓰자”고 미리 준비하는 콘텐츠들이 있다. 전작과 비슷하면 재미없으니까 모두 다음 게임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엔진과 퀄리티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Xbox360의 하드웨어는 안 변했지만 게임엔진이 변해서 더 실감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 타임이 있다. 거기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고, 그 시간은 전작과 비슷할 것이다.

 

 

3편에선 전작과 비교해 어떤 무기들이 추가됐나? 추가된 건 많이 있지만 정확한 이름과 숫자를 말하진 못하고 40~50개 정도다. 그리고 총은 사실 전작의 것을 써도 되지만 모든 총을 다시 만들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필요한 모든 총을 구입해서 참고했다.

 

 

 

사실적 총기묘사도 좋은데 너무 리얼하면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모던 워페어>는 총을 쏘는 게임이라서 총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내 사무실 벽면은 모두 총으로 장식돼있다. 쏘기도 해 봐야 한다. 가장 실제 같은 총을 만드는 게 팀의 목표라서 최고의 퀄리티로 만들어야 한다.

 

 

요즘 게임들은 근접 무기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3편에서는 보완된게 있나? 근접 무기가 추가된 건 없다. 전작과 똑같다. 조금은 다른 스타일로 바뀐 건 있지만 2편의 무기 그대로 갈 것이다.

 

 

<모던 워페어>1편부터 스토리라인이 부각됐다. 3편에선 연결되는 부분이 있나? 물론이다. 배경이 되는 무대가 세계화됐다. 그리고 몇 명의 그룹이 서로 승강이하다가 세계적인 전쟁으로 커지게 된다. 스토리가 어떻게 연결되고 끝나는지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

 

 

총에는 많은 부품이 있는데 그중 가장 디테일한 곳은 어디인가? 일부 총은 앞 부분이 너무 작아서 왜곡돼 보이는 게 있다. 그래서 좀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크게 만든다. 그리고 총의 가늠자 부분을 중점적으로 디테일하게 만든다. 그 뒷부분(개머리판 등)은 신경 안 쓴다. 그리고 총의 왼쪽 면은 신경쓰고 반대쪽의 안 보이는 부분은 비어 있다고 보면 된다.

 

총에서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곳이 바로 가늠자 부분이다.

 

 

미디어의 용량을 어느정도까지 사용했나? 인피니티 워드는 미디어를 2장으로 만드는 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빈 공간이 100MB도 안 남도록 최대한 사용했다.

 

 

전작의 ‘노 러시안 미션에 대해 말이 많았다. 내부에선 어땠나? 학살처럼 보여서 이슈가 많았다. 그래서 게임 속에서 다음 내용이 크리티컬하니 할래?’라고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게임 내에 심각한 부분이 있다고 명시한다. 이는 법적 부분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미션을 넣은 건 폭력을 표현하고자 만든 게 아니라 스토리 진행상 필요해서다. 얼마나 상대가 악한지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난 그걸 선호하지 않는다. 사실 더 나쁜 스토리도 많았지만 줄이고 줄여서 넣은 게 그 미션이다.

 

참고로 우리 게임은 폭력적인 게임이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게임이다. 폭력을 중시하거나 부각시키는 걸 가장 조심한다. 전쟁이라는 것 때문에 잔인한 부분이 노출될 수 있지만 우리 게임의 큰 요소가 아니고 중점으로 하는 회사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건 아닌데 인피니티 워드에 한국인이 있었다’, ‘이게 한국이 만든 것일 수도 있어라는 게 <모던 워페어 3>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게임을 다른 게임보다 더 좋아했으면 좋겠고, 한국인이 너무 잘해서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회사에서 한국에서 이렇게 인기가 좋아? 한국에 더 신경 써야겠구나!’라고 느끼고 차기작에서 한국의 무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