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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정말 게임이 문제인가?" 게임질병코드의 본질을 이야기하다

'게임질병코드, 사회적 합의 방안모색'으로 주제발표 나선 이장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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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상(무균) 2019-08-21 12:37:04

오늘(20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게임 질병코드 분류, 사회적 합의 방안은?'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이장주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 이사,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 김지연 게임스마트중독시민연대 정책기획국장, 이지훈 한국게임학회 법제도분과위원장, 김규호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 대표, 그리고 김성회 유튜버 크리에이터가 참석했다. 

 

토론회에 앞서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개회사를 전했고, 이장주 이사가 '게임질병코드, 사회적 합의 방안모색: 누구의, 무엇을 위한 합의인가?' 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 관련 기사

 

- "정말 게임이 문제인가요?" 게임질병코드의 본질을 이야기하다 (현재 기사)

- "잘못은 게임사다?" 입장차이만 확인한 게임 질병코드 정책 토론회

 

주제발표에 나선 이장주 이사는 사회문제로서 게임이용장애가 명확하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먼저,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또는 해결하지 않았을 때보다 해결할 때 더 이득인지 증명이 필요하다며 '입증 책임'을 설명했다. 새로운 제도가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수 있으니 문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장주 이사는 최근 게임 질병코드와 관련된 많은 토론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잡음이 나오는 이유로 문제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점을 꼽았다.

 

▲ 이장주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 이사

또 산업 논리와 의학적 논리는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이용자 논리가 계속해서 빠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과거 1인 가구라는 말이 없거나 큰 사회 문제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공식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며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입증됐는지 반문하며, 물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물 역시 잘 사용하지 못하면 위험한 것이라며, 주변에도 위험한 게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류는 언제나 경험과 생활을 통해 잘 다뤘으며, 게임은 단순히 세상에 나타난 지 얼마 안 됐기에 생기는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장주 박사는 도파민 역시 기쁘거나 성취감을 느낄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크게 과장할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서 게임이용장애는 병인론(병의 원인을 따짐), 병리론(병의 진행 과정 및 생리적 변화를 따짐) 모두에서 근거가 확인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원인과 과정이 없어서 술이나 도박이라는 은유를 계속해서 빌려오는 것이며, 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장주 이사는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면 장애나 질병으로 여길 수 있지만, 여전히 게임은 해당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흔히 청소년들이 건강을 해친다고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청소년 스트레스는 지속해 낮아지고 있다. 또 청소년 흡연과 음주도 줄어드는 경향 역시 확인됐다.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충격적인 사건들 역시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어서 이장주 이사는 만약에 게임으로 생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심각성 역시 높지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 심각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꼭 의료화가 답인지 반문한 뒤, '피터 콘래드'의 저서 '우리는 어쩌다 환자가 되었나'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피터 콘래드는 그의 저서에서 현대인들은 게임을 많이 한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성적이 떨어지거나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게임을 줄이는 것이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게임을 줄이고, 성적과 연봉도 올라야 소위 '치료'가 된 것이냐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서 이장주 이사는 게임에 대한 잘못된 접근은 오히려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숨길 수 있는 '도피처'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낙인 효과'가 더 심각한 문제라며 힘주어 말했다. 단순히 '게임 중독'이라고 말하는 것과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인 '6C51'은 다르다며, 이는 게임을 규제하거나 단순하게 못하게 하는 것 이상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장주 이사는 6C51로 특별한 '개체' 취급을 하기 시작하면, 사회적 낙인(고정 관념, 편견 등) · 구조적 낙인(규칙, 정책, 절차 등) · 자기 낙인(가치평가절하 등)이 따라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게임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 대해 '왜 걸렸는지' 궁금하기보다는 '걸렸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장주 이사는 '강요된 여가'라고 설명했다. 2019년 청소년 여가활동 상위권에는 TV 시청, PC게임 및 인터넷이 있다. 그는 요즘 청소년들에겐 시간이 많지도 않고 여가활동을 즐길 기회나 시간 자체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게임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만을 즐긴다고 누군가를 몰아세우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 이장주 이사는 주제 발표에 이어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또 게임은 사회에서 해결해주지 못하는 많은 욕구들을  충족시켜준다. 이장주 이사는 게임을 통해 '자아 통합', '자기가치확인', 그리고 '사회적 유대감'이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통해서 자기가 얼마나 가치 있는 지 알 수도 있으며, 유대감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청소년기 아이들은 가장 인정 받고 싶어 하는 시기다. 이장주 이사는 '사랑받고 싶은 시기'라며 게임에서 이를 확인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부모가 단순히 '게임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혼낸다면 큰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런 상황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을 단순히 장애로 치부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사회가 먼저 건강한지 살펴보고, 그 다음 게임과 관련된 문제를 살펴보는 게 옳은 순서라고 덧붙였다.

 

"정말 게임이 문제인가요?"

 

이장주 이사는 주제발표를 마치기 전, 청중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는 청소년들에겐 게임은 이미 주류가 아니라며,  그 자리를 유튜브나 SNS 등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유튜브를 자주 본다고 '유튜브이용장애'를 만들 수는 없다. 여기에 다른 콘텐츠들과 게임들이 융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게임들을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잣대'를 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형광등을 전깃불이라고 부르지 않는 지금 와서 뒤늦게 전깃불을 주제로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주 이사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논리를 바탕과 기준이 있고, 불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면, 스스로부터 게임이용장애 도입에 앞장서서 찬성하겠다고 말하며 주제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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