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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FAQ] '롤토체스'는 이제 저작권 위반으로 소송당할까요?

FAQ로 풀어본 <팜 히어로 사가> 판결이 내놓은 게임 창작과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법률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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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상(무균) 2019-07-03 11:46:57
지난 6월 27일 액티비젼 블리자드의 자회사이자, <캔디 크러쉬 사가> 개발사로 유명한 킹닷컴의 소송은 킹닷컴이 '일단' 승리했다. 지난 2014년 킹닷컴은 자사의 게임 <팜 히어로 사가>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 <포레스트 매니아 for kakao>(이하 포레스트매니아)가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심은 킹닷컴이, 2심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가 이겼지만, 이번 대법원은 '저작권법'을 근거로 킹닷컴의 손을 들어주며 게임계의 시선을 끌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게임의 '저작권'에 대한 법적인 분쟁은 새로운 국면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에서 궁금할법한 이야기를 FAQ 형식으로 정리했다.  

 

※ 본 기사는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사법연수원 32기, 법무법인 세종)​의 감수를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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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표현 방식 유사하면 저작권 침해" 대법원 판결, 어떻게 볼 것인가?

 

 


 

 

이제 매치-3-게임(match-3-game) 방식의 퍼즐 장르는 '킹닷컴'만 만들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판결은 원고 킹닷컴의 <팜 히어로 사가> 게임 내용 중에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창작적 표현’은 무엇인지, 피고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의 <포레스트 매니아> 게임 내용 중에 원고의 창작적 표현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있는지에 관하여 판단을 하였을 뿐이고, 이러한 판결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소송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에게만 미칩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원고 킹닷컴에게 매치-3-게임 방식의 퍼즐 장르 게임에 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취지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여전히 매치-3-게임 방식의 퍼즐 장르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단순히 장르가 동일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기존 매치-3- 퍼즐 게임들이 서비스 정지나 법적 분쟁에 빠질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게임 규칙'이나 '게임 아이디어'의 저작권을 지켜주는 판결이라는 데,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판결이 ‘게임 규칙’이나 ‘게임 룰’ 혹은 ‘게임 아이디어’를 저작권의 보호 대상에 포함했다고 보는 것은 이번 판결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게임물의 창작성 여부를 판단에서는 게임의 내용을 이루는 각각의 구성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선택, 배열되고 조합됨에 따라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그 게임물 자체가 다른 게임물과는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게임의 구성요소들 선택, 배열 및 조합이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 창작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개별적인 요소들만 저작권법의 보호가 된다는 기존의 판례를 변경해서 게임에서 보호되는 ‘표현’의 범위를 확장한 것입니다.  

 

원고 게임물*은 개별 구성요소의 창작성 인정 여부와 별개로 특정한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이 선택 · 배열되고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어 선행 게임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게 되었다.

- 대법원 판결문 일부 인용

 

결국 피고 게임물*은 이러한 개별적인 요소들이 원고 게임물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어우러져 사용자에게 원고 게임물에서 캐릭터만 달라진 느낌을 주고 있다. 

 

(중략) 피고 게임물은 원고 게임물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가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유기적인 조합에 따른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으므로, 양 게임물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 대법원 판결문 일부 인용

 

(참고. 판결문에서 원고 게임물은 <팜 히어로 사가>를, 피고 게임물은 <포레스트 매니아>를 말한다.) 

 

▲ 단순히 겉모습만 닮아서 '표절'이라는 것은 아니다. 두 게임은 업데이트 순서, 규칙 등이 모두 같은 수준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추가된 <전략적 팀 전투>(이른바 롤토체스)는 괜찮을까요?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나요?

두 게임의 장르가 같기는 하지만 게임의 장르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지는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번 판결의 핵심은 게임의 구성요소들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이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된다는 것이지, 게임 장르가 유사한지를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 

 

게임의 장르는 여전히 ‘아이디어’의 영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전략적 팀 전투>와 <오토체스> 사이에 게임의 구성요소들 선택, 배열 및 조합이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토체스>와 달리 <전략적 팀 전투>는 한 영웅이 빠르게 특별한 효과가 있는 아이템을 3개까지 착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토체스>와는 세부적으로 다른 방식의 게임 플레이가 전개됩니다. 또 <오토체스>는 4X8 사각형 타일 맵이지만 <전략적 팀 전투>는 3X7 육각형 타일 맵에서 진행되며, 경기 중간 특유의 '공동 선택' 시스템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유저가 게임을 즐기다 보면 각 게임 마다 서로 '다르다는' 점을 느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전략적 팀 전투>와 <오토체스>의 관계는 게임의 규칙이나 여러 세부적인 시스템들마저 거의 유사하다고 판단된 <포레스트 매니아>, <팜 히어로 사가>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 '오토체스'는 특별한 효과가 있는 아이템을 만들기 쉽지 않지만, '전략적 팀 전투'는 해당 아이템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전략적 팀 전투 유저들은 캐리가 가능한 영웅에 아이템을 모으는 편이다. 물론, 사진의 트리스타나처럼 하면 안 된다.

 

▲ 두 게임 역시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살펴보면 게임 자체가 다르다. '오토체스'(위)와 '전략적 팀 전투'

 

이제 MMORPG나 다른 장르에서도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될까요? 

 

이번 판결은 게임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서 새로운 판단기준을 정립하였다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임 제작사들이 다른 게임 제작사를 상대로 유사한 분쟁을 제기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러한 게임 제작사 중에는 MMORPG 등 다른 장르의 게임 제작사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번 판결의 대상이 된 매치-3-게임 방식의 퍼즐 장르 게임은 MMORPG 등 다른 장르의 게임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구성요소(규칙, 특징 등)의 수가 적고, 그 구성요소들의 선택, 배열 및 조합도 간단하였기 때문에 침해가 인정되었을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MMORPG 등 다른 장르의 게임과 관련하여서도 유사한 소송이 제기될 수 있지만, 캐주얼 퍼즐 게임보다는 상대적으로 구성요소의 수가 많고, 그 구성요소들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 표현을 특정하거나 그 표현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에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일부 게임 요소가 아닌, 게임 구성 요소 선택, 조합 등을 MMORPG에서 따지긴 쉽지 않다. 
심지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같은게임을 모르는 사람에게 소개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럼 게임계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번 판결은 게임 구성요소들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이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고, 이를 그대로 차용하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한다는 점을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인지 여부를 나누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이디어와 표현 사이의 ‘경계’에 있는 부분까지 ‘표현’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게임에 대한 저작권법상 보호 범위를 넓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인 결론은 달라질 수 있으나, 게임 구성요소들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단순히 캐릭터나 일부 시각적, 음향적 효과만 변경한 유사 게임들은 앞으로 저작권 침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결국 게임 제작사들은 향후 기존의 게임을 참고하여 새로운 게임을 제작하고자 할 때 기존 게임에서 참고하자 하는 부분이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 부분인지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포레스트 매니아>는 <팜 히어로 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한 게임인 것으로 완전히 결론이 난 것인가요?  

 

대법원에서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하였으므로, <포레스트 매니아>가 <팜 히어로 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는 원심법원에서 다시 심리하여 판단될 것입니다.  다만,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대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에 따라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포레스트 매니아>와 <팜 히어로 사가>의 실질적 유사성은 그대로 인정되어 저작권 침해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 1심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포레스트 매니아> 게임서비스 중단을 명령하고 "11억6811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원심은 원고 게임물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가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 · 배열 · 조합에 따른 창작적 개성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원고 게임물과 피고 게임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게임 저작물의 창작성과 실질적 유사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대법원 판결문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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