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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지스타 2018] '팬에게 전하는 선물'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어떻게 개발됐나

네오위즈 백승철 실장이 이야기한 '디제이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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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그루잠) 2018-11-16 16:31:00

'팬 유저를 위한 타이틀'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부활을 알린 게임' 등 많은 수식어가 붙은 음악 게임이 있다. 작년에 출시된 네오위즈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100곡이 넘는 기본 수록곡, 콘솔 기기로 나온 리듬게임이라는 점 등은 많은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으며, '디제이맥스의 팬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는 기조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과정으로 제작됐을까. 지스타 2018 콘퍼런스 현장에서 네오위즈 백승철 실장이 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박수민 기자​

 



네오위즈 백승철 실장

 

 

# <디제이맥스>시리즈는 왜 팬들에게 사랑받을까?

 

백승철 실장은 2004년 게임 제작을 도와주면서부터 음악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14년 간의 기억을 훑으면서,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두터운 팬덤이 어떻게 생길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디제이맥스>가 팬덤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전통적인 음악 게임 유형’과 ‘콘텐츠’, 즉 곡의 퀄리티를 꼽았다. 

 

 

첫 번째로 ‘음악 게임 유형’. 백승철 실장은 “<디제이맥스>의 팬들은 전통적인 형식의 리듬 게임(여기서 전통적인 형식이란 건반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형태의 게임을 말한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 투 디제이>나 <비트매니아> 같은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 

 

그는 “<디제이맥스> 또한 이런 전통적인 리듬게임 방식(피아노 건반 타입)”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런 타입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피아노 건반 타입 게임은 고난이도의 노트 패턴을 표현하기 용이하고 플레이 방식이 직관적이라 진입 장벽이 낮다. 다만 오래 전부터 사용돼 온 방식이기 때문에, 게임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올드하다’는 단점을 꼽았다. 

 

 

다음으로 음악게임의 메인 콘텐츠라 할 수 있는 ‘곡의 퀄리티와 다양성’을 언급했다. 백승철 실장은 “음악 게임이니만큼 음악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디제이맥스> 시리즈에서 인기를 끌었던 곡을 6가지로 분류해 소개했다. 

 

 

1. 발랄한 애니메이션 스타일

애니메이션만의 귀여운 매력을 살린 스타일이다. BGA(백그라운드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등의 캐릭터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곡으로는 '시크릿 데자뷰' '레디 메이드 스타' 등이 있다. 

 

2. 감성적인 애니메이션 스타일

<디제이맥스> 팬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으라 하면 이 분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선율이 특징이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오프닝 같은 느낌이 강하다. 백승철 실장은 이 스타일에 인기곡이 가장 많이 포진해 있다고 봤다. 대표곡으로는 '바람에게 부탁해' '오블리비언' 등이 있다. 

 

3. 스타일리쉬 스타일

분류의 편의성을 위해서 '스타일리쉬'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로 마초 성향이 강하며, BGA또한 곡 분위기에 맞게 첩보 영화 같은 것이 많다. 인지도와 인기가 많고, 매번 빠뜨리지 않고 넣는 스타일이다. 대표곡으로는 '아웃 로'(Out Law), '킬러 비'(Killer Bee) 등이 있다.

 

4. 하드 락 스타일

장르 자체에 일렉트로닉 기타, 락밴드 사운드가 많이 들어간다. 보통 음악 게임에서는 락음악을 소재로 하지 않는 이상 잘 쓰지 않는데, <디제이맥스>에는 게임의 느낌을 살려서 꼭 넣는 편이다. 대표곡으로는 '롤링 온 더 덕'(Rolling on the Duck) 등이 있다. 

 

발랄한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대표곡 '시크릿 데자뷰'

 

5. 세련/모던 스타일

백승철 실장은 "곡이 빠르거나 재미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반적인 곡의 분위기가 트랜드하다는 특징이 있어, 가장 대중적인 곡들이 모여 있다. 대표곡으로는 'U.A.D' 등이 있다. 

 

6. 테크노/트랜스 스타일

음악 게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스타일일 것이다. 비트가 빠르고 전자음이 많아 신나는 느낌이 든다. 다른 게임의 테크노 스타일과는 다르게, <디제이맥스>만의 스타일을 녹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표곡으로는 'D2', '체인 오브 그라비티' 등이 있다. 

 

7. 펀(Fun) 스타일

난이도가 높은 곡들이 많으며, 템포가 빠르고 익살스럽다. 그래서 BGA도 개그 소재를 많이 사용한다. <디제이맥스>의 양념과도 같은 노래들이다. 대표곡으로 '쿵 브라더', '태권부리' 등이 있다. 

 

8. 몽환적인 스타일

꿈꾸는 듯한 감성이 특징이다. 플레이는 느려 재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곡이 주는 느낌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많다. 따라서 고수 유저들도 편안하게 들으며 플레이하곤 한다. 선호도가 높은 장르다. '디바인 서비스', '앤드 오브 문라이트', '블라이스' 등이 있다. 

 

 펀 장르의 대표곡 'Mulch'

 

백승철 실장은 “음악 게임에서 ‘음악’은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제이맥스>의 팬들이 다른 음악 게임을 선택하지 않고 <디제이맥스>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가지고 있고, 그 음악의 퀄리티가 높으며, 각 장르마다 <디제이맥스>만의 감성을 녹여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게임의 유형’과 ‘음악’ 외 다른 요소도 <디제이맥스> 팬덤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BGA’(백그라운드 애니메이션)와 ‘패턴’이다. 

 

백승철 실장은 “<디제이맥스>의 BGA가 다른 리듬 게임에 비해 상당히 퀄리티가 높은 편이다”라고 말하며 BGA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BGA가 주는 특정 감성과 화려함이 <디제이맥스>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 

 

백승철 실장이 선정한 '노래와 가장 잘 어울린 BGA' 온리 포 유(Only for you) BGA

 

또한 음악 게임의 실질적인 플레이를 구성하는 패턴의 중요성 또한 강조했다. 그는 “유저가 음악 게임에서 최종적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건 노트 패턴”이라고 말하면서, 노트 패턴의 수준이 음악 게임의 수준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백승철 실장은 이렇게 설명한 <디제이맥스>의 특징을 바탕으로 <디제이맥스>의 강점과 약점을 설명했다. 그는 먼저 <디제이맥스>를 제작할 당시 음악 게임 제작 경력이 있는 개발자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라 하더라도, 음악 게임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음악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반면 <디제이맥스>의 약점으로는 ‘확장성’을 언급했다. 그는 게임 장르의 특성상 다른 장르로 게임을 확장시키기 어려울 뿐더러, 최신작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경우에는 협소한 국내 콘솔 시장 또한 이런 확장성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봤다. 

 

그가 꼽은 <디제이맥스>의 정체성. 그는 <디제이맥스>시리즈 중에서 이걸 모두 지킨 게임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단순하면서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

 

# RESPECT FOR YOU,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어떤 마음으로 개발됐나

 

이어서 백승철 실장은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개발 과정의 일화를 소개했다. 가장 먼저, 그는 <디제이맥스>의 차기작을 준비할 때 수많은 생각과 수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7년 만의 차기작이었고, 이 차기작을 내놓았을 때 <디제이맥스>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고민 때문에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래서 결정된 것은 ‘오랫동안 기다려 준 <디제이맥스> 팬이 가장 기다렸을 법한 게임’ ‘그리고 그 팬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제작하는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그 게임이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다. 

 

 

완전히 새로운 타이틀을 만들기에는 부담스러운 작은 개발 규모도 이런 결정을 내리게 하는 이유가 됐다. 그는 “개발 시작 당시 개발 규모(인력)가 6명 정도였다. 출시 될 당시에도 10명 정도였고. 완전히 새로운 차기작은 개발하기 부담되는 게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도 ‘역대 시리즈를 정리할 타이틀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디제이맥스 리스펙트>가 ‘플레이스테이션4’를 선택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백승철 실장은 ‘주변에서 왜 비타 (VITA)같은 휴대용 기기를 선택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해 “기존 작품을 리마스터했을 때, 그 결과물을 큰 화면에서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비타 기기 자체의 키감, 용량 등의 한계도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마스터피스’로 만들어 소장가치를 높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때문에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DLC)도 작은 규모로 줄줄이 출시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타이틀을 온전히 판매하는 식으로 출시했다고 한다. 백승철 실장은 “곡도 알차게 구성하고, 스킨도 포함시키는 등 새로운 타이틀을 발매하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DLC 하나하나가 타이틀처럼 느껴지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어떤 방향으로 개발 됐을까. 백승철 실장은 ‘개발자의 욕심을 최대한 자제하고, 오직 팬이 원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개발자들은 작품 안에 ‘자신이 개발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기 마련인데, 이런 것들을 과감하게 쳐내고 ‘팬들에게 전하는 선물이라 생각’했다는 것. 때문에 그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수익에 연연하지 않았다. 백승철 실장은 최고의 수익이 ‘게임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개발 방향에 맞춰 게임의 비주얼 아트도 만들어졌다. 로고의 왕관은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에 대한 존경과 앞서 <디제이맥스>를 만들었던 개발자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았다. 또한 팬들은 게임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백승철 실장은 최대한 팬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게임을 만든 결과, 지켜진 것과 버려진 것, 새로 생겨난 것’이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새로 생긴 것은 그의 입장에서 놀라운 성과였다. 국내와 북미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대회를 열었고, 라이브 콘서트도 개최했다. 유저들의 ‘이런 기능도 넣어달라’는 피드백이 쏟아졌고, 이를 반영하자 더 많은 피드백이 날아들었다. 

 

연일 다른 플랫폼에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출시하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지난 1주년 때에는 팬들이 돈을 모아 지하철 홍대입구 역에 축하광고를 내주기도 했다. 백승철 실장은 이 광고에 대해 “그 광고를 개발진 모두가 가서 보고 왔다. 정말 즐거웠다”고 전했다. 

 

백승철 실장은 마지막으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을 말하며 컨퍼런스를 마무리했다. 그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통해 공연과 이스포츠 행사가 어우러진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게임을 통해 ‘듣는 음악’에서 ‘즐기는 음악’으로 음악의 범주를 확장시키고자 한다는 포부 또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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