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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부당해고라는 표현은 삼가달라' 성우 K씨 입장발표

디스이즈게임 2016-07-19 23:50:03

메갈리아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되며 <클로저스>와 <최강의군단>에서 연이어 하차한 성우 K씨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K씨는 "자신은 평소 가진 성차별에 대한 반대신념에 기반해 메갈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소송 프로젝트를 후원하게 됐으며, 소위 말하는 '미러링'이라는 행위에 대해서는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메갈리아 페이스북은 미러링을 배제한 커뮤니티 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후원을 결심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클로저스>의 성우 하차에 대해서는 "섣부른 판단과 행동으로 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입힌 명백한 자기 잘못"이라며 선을 그엇다. 또한 "이미 두 달 전 신규 캐릭터 녹음을 마쳤고, 정당한  대가를 받은 만큼 부당해고라는 표현을 삼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아래는 K씨의 블로그에 올라온 입장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트위터에 글을 올릴까 하다가, 분절되어 퍼날라지는 트윗타래보다는 완결된 하나의 글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블로그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멘션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들어, 더 이상 멘션으로는 답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메갈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소송 프로젝트에 후원해 티셔츠를 받았고, 그것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 행위들은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반-성차별에 대한 신념에 기반해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소위 ‘미러링’이라는 행위에 대해서는 편한 감정보다 불편한 감정이 더 큽니다. 혐오에 혐오'만으로'대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앙갚음이 불러오는 결과에 회의적인 편입니다. 메갈리아 페이스북 페이지는 최대한 미러링을 배제한 커뮤니티 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들어 알고 있는 와중에, 유독 이 페이지만 자꾸 신고당하고 삭제당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장의 페미니즘으로 세상과 맞서다
여성혐오 컨텐츠를 방조하는 페이스북 코리아에 이의를 제기하는 민사소송 자금 마련 패션 프로젝트

위의 링크는 제가 후원금을 내고 티셔츠를 구입한 곳입니다. 저는 이곳에 적힌 글만으로 메갈리아 페이지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이 된다고 판단했고, 큰 고민 없이 티셔츠를 신청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이런 일로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께서 지적해주신 대로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지도 않고 무언가를 하느냐'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습니다. 명백히 제 잘못이고, 제 섣부른 판단과 행동으로 많은 분들께-특히 제작사인 나딕게임즈와 퍼블리셔인 넥슨에-큰 상처를 드렸습니다. 또한 차라리 그대로 가만히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좋게 보아주신 분들께도 실망스러운 모습 보여드려 면목 없습니다.

제가 페미니즘에 대해서 자각한 것은 삼사 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덜 성차별적인 공기 속에서 자란 탓도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단 한 번도 저에게 ‘여자애가 왜 그러냐’라는 말씀을 하신 적 없고,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 형제와 차별하신 적도 없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음에 항상 큰 자부심이 있었고 아버지께서도 저를 많이 아껴 주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네가 여자이기 때문에 영정 사진이나 납골함을 들 수 없다. 장남인 막내와 작은아버지들이 들어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서 ‘왜?’가 떠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 작은 부당함에 대한 의문이 모였고 그렇기에 성평등의 한 갈래를 지지합니다. 저의 공부는 많이 부족하고 그런 부족함이 이런 일을 예상치 못하게 커지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탓이 가장 큽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일에 있어 회사 측은 저를 많이 배려해주시고 걱정해주셨습니다. 또한, 저는 이미 지난달쯤 녹음을 마쳤고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부당해고라는 표현은 삼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로 인해 생기는 오해와 비난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은 당연함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배우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그 힘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모자라기에 늘 많이 배우며 신세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제 생각이 잘 전해질지 자꾸 고쳐 쓰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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