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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바람의 나라 박웅석 디렉터 "유저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표"

장이슬(토망) 2016-04-27 21:59:24

강연이 끝나자 질문이 들어왔다. "오랫동안 <바람의 나라> 팀에 계시는 이유가 뭔가요?" 박웅석 프로젝트 디렉터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만들다보면 정말 제 아이 같아요. 정이 생깁니다. 계속해서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바람의 나라>는 어느새 스무 살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박웅석 디렉터를 포함하여 <바람의 나라> 개발팀에게는 여전히 좌충우돌 성장기 어린이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 어린이가 더 자라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바람의 나라>, 변화의 순간들

 

게임은 하나지만 기억하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 박웅석 디렉터는 대문 역할을 했던 로그인 화면을 하나씩 보여주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온 <바람의 나라>는 20주년을 맞아 원작자인 김진 작가의 특별 일러스트와 BI를 공개했다.

 

 

▲ 20주년 기념 BI


 

▲ 20주년 특별 일러스트

 

  

박웅석 디렉터는 <바람의 나라>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 여섯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부분무료화 도입이었다. 이전의 요금제는 5레벨까지는 무료고 계속 게임을 이용하려면 다달이 이용권을 결제해야 했다. 그래서 캐릭터를 5레벨까지 키우면 새 캐릭터로 옮기면서도 계속 게임을 하는 유저가 많았다고.

 

"정액제에서 부분무료로 전환하면, 명확하게 어떤 부분을 제공하고 어떤 것을 어떻게 진행을 할지 계획을 세웁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우려가 있었죠. 다행히 성공적으로 정착시켰고, 지금도 이런 방침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꼽은 것은 서버 통합이다.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죠." 하지만 서버간 인원 격차를 줄이고 모든 유저가 원활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3D 애니메이션 도입에 대한 반응도 인상깊은 순간으로 꼽았다. 최신의 기술과 트렌드에 맞춰 <바람의 나라>가 시도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제가 이걸 하면서 욕을 진짜 많이 먹었어요. 이게 정말 바람이냐고." 2D 온라인게임의 대표작이니만큼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바였다. 

 

디렉터가 당황한 것은 새 인트로 화면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이었다. 유치하고 창피해서 게임을 켤 수가 없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인트로는 교체되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이펙트 등 소소한 곳에서 3D 그래픽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바람의 나라>는 15주년 기념으로 '천인'이라는 새 캐릭터를 만들었다. 천인은 4년 전에 기획한 캐릭터였지만 여러 시도를 하며 개발하다보니 공개가 늦어졌다고.기존에 존재하는 클래스의 특징을 조금씩 섞은 혼합형 캐릭터로, 역시 유저들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다섯 번째로 박 디렉터의 기억에 남는 것은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에 등재된 것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고 매년마다 새로 갱신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가 꼽은 것은 1996년 버전 <바람의 나라> 복각 프로젝트였다. <바람의 나라> 현재 팀은 개발 초 데이터를 전부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 여러 곳을 수소문하며 백업 데이터를 찾았지만 결국 과거 게임 잡지와 부록을 찾아보며 처음부터 만들었다고 한다. 






■ 20년된 온라인게임이 라이브 서비스를 하는 방법

<바람의 나라>는 2003년 그래픽을 일신했다. 컬러톤, 도트, 리터치 전부 다 새로 만들자 유저의 호불호가 갈렸다. 한 쪽에서는 녹색이 잘 안 보인다, 내 캐릭터가 뭔지 구분이 안 간다, 칼질을 하는데 칼이 안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호평하는 쪽에서는 더 산뜻하다, 쾌적하고 가독성이 좋아졌다는 의견을 냈다. 그래서 <바람의 나라>는 단 한 번의 리뉴얼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개선 작업을 하는 중이다. 

"UI 리뉴얼. 정말 뼈아픈 기억이 하나 있어요. 용 그림이 있잖아요. 여기에 용이 반짝이는 이펙트가 들어갔는데 '게임이 느려졌다'는 유저 의견이 생긴 거에요. 절대로 시스템 상으로는 느려지지 않았는데, 용 이펙트 하나 때문에 느려졌다, 부정적인 동향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걸 뺐습니다. 하루 만에." 

메인 업데이트 연 5회, 서브콘텐츠 리뉴얼 연 50회. 20년 된 온라인게임은 지금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고치거나 도입해본다. 유저의 반응이 좋지 않다면 과감히 빼는 것도 고려한다. 강연 내내 박 디렉터가 강조하는 것은 '공격적'이다. 단순히 업데이트를 쉴새없이 한다는 것을 넘어, 공격적으로 유저와 소통하는 것을 중심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UI 리뉴얼 일화처럼 항상 결과가 좋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바람의 나라>가 계속 변화를 향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박웅석 디렉터는 "MMORPG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유저와 함께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발맞춰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 바람의 나라, 아직도 서비스합니다

<바람의 나라>는 지금도 건재하다. 곧 20주년을 맞고, 30년까지 갈 것을 예상하며 밑작업을 하는 중이다. 더 많은 업데이트와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돌아온 것은 결국 유저였다. 게임을 만드는 것은 개발팀이지만,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아는 것은 결국 유저다. 게임을 정확히 아는 것은 결국 유저이기에, 보다 공격적으로 유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바람의 나라>를 거쳐갔다. 게임에서 배우자를 만났다며 결혼식에 초대한 유저가 있는가 하면 자녀와 함께 게임하는 유저도 있다. 유저는 순간을 기억하고, 기억을 추억한다. 기억은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게임 속에서 만난 사람이나 사소한 서비스에 머물 수 있다. 

"제가 운전하는 택시를 탄 유저분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저와 원탁 테이블에서 같이 토론한 분들은 <바람의 나라>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오래 개발을 하다보면 게임의 중심을 잃고 생각에 한계가 옵니다. 너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유저와 같이 성장하며 큰 그림을 함께 그려보면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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