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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메이플스토리2'가 추억을 선물하는 방법

박경재 실장, 사라진 캐릭터를 영상으로 다시 만나게 했던 작업 과정 공개

장이슬(토망) 2016-04-27 16:28:26

한 온라인게임의 CBT가 끝나고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TV에 광고가 나온다. CBT에서 내가 만든 캐릭터가 나와 “다시 만나요.”라고 말한다. 모든 CBT 유저에게 보낸 <메이플스토리2>의 영상 선물이었다. 

 

화제가 된 이 영상 선물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메이플스토리2> 사업기획에 참여했던 넥슨 모바일퍼블리싱실 박경재 실장이 '깜짝 선물'의 작업 과정을 밝힌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좀 더 특별하고 개인적인 선물을 주고 싶다

 

어떤 경험을 했건, 시간을 얼마나 들였든 간에 CBT 캐릭터는 기억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곧 사라질 캐릭터에 왜 공을 들이고 있나?' 상실감과 아쉬움만 강해진다. 캐릭터에 깊은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2>의 경우 상실감이 더 컸다. 개발팀은 유저가 이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로 했다. 

 

CBT 참여 아이템은 참가자 모두에게 같은 형태로 지급된다. 개발팀이 원한 것은 좀 더 특별하고 개인적인 것이었다. 누군가 놀이공원 기념사진을 말했다. 일부 놀이공원에서는 놀이기구를 탄 모습을 찍어 머그컵이나 엽서로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런 것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기념엽서. 사라진 순간을 떠올리는데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CBT 기념으로 유저의 캐릭터와 이름이 찍힌 기념엽서를 만들기로 했다. 아이디어 정리 차원에서 실제 엽서를 만들고 여러 부서에 보여주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 한 장의 엽서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1차 CBT 참여자의 수는 약 1만. 데이터베이스에서 캐릭터의 정보를 추출하고 이미지를 만들었다. 어디에나 합성할 수 있도록 배경 투명화 작업도 필요했다. 이렇게 캐릭터 이미지를 만들고, 엽서 템플릿에 합성해 바탕화면으로 쓸 수 있도록 다양한 해상도로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은 유저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그야말로 깜짝 이벤트인 셈. 특별히 서포터즈에게는 진짜 엽서로 만들어 발송했다. 내부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유저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유저들은 추억을 선물하고자 하는 의도를 이해해주었다. 블로그와 SNS에 기념엽서를 올려 게임을 플레이했던 경험, 추억을 나누는 유저가 있었다. 게임 유저는 아니지만 이를 공유해가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이 시점에서 <메이플스토리2> 팀은 확신했다. CBT 시간을 추억으로 여기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시간이 지나 2차 파이널 테스트를 진행했다. 끝나갈 무렵, 유저들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고민했다. 캐릭터 트레이딩 카드, 퀘스트 클리어 사진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이때 사업팀에서 농담 삼아 한 마디를 던졌다.

 

"1차는 사진이었으니 이번엔 영상을 할까요?"

 

시나리오를 생각해봤다. 내 캐릭터가 나와서 나를 보고 인사한다. 동영상 길이는 길지 않게, 단번에 끝까지 볼 수 있는 정도로. GM 캐릭터로 7초 정도 돌려보니 해볼 만하다고 의견이 모였다. 유저 한 명에게 줄 15초 남짓의 영상을 위해 <메이플스토리2>의 모든 개발 인력이 동원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열렸다.

 

 


 

 

■ 2차 기념 영상, 2주 안에 모든 것을 끝내라!

 

여러 이미지를 합성해서 동영상을 만드는 만큼, 작업은 더욱 복잡하고 정교해졌다. 캐릭터당 220개 스크린샷과 6분의 랜더링이 필요하다. FBT에 참가한 테스터는 약 8만 명. 내부 계획으로는 2주 안으로 완성해야 하는 상황. 어떻게든 시간은 줄이고 영상 퀄리티는 유지해야 한다! 사업팀이 전체 프로젝트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개발팀은 캐릭터의 모든 동작을 이미지로 처리하여 추출하도록 클라이언트를 뜯어고쳤다. 영상팀이 캐릭터의 동작과 배경 템플릿을 만들어 랜더링할 때 템플릿 중 하나를 골라 쓰도록 데이터베이스도 만들었다. IT팀은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아마존 웹서버와 클라우딩 기술, 내부의 윈도 서버를 동시에 500대를 가동하여 한꺼번에 랜더링을 진행했다. 덕분에 시간을 50배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 주자로 웹팀과 운영팀이 배턴을 받았다. 1차 선물 때 유저들이 SNS를 통해 영상을 공유했던 것을 떠올려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간단하게 공유해갈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꾸미고, 재생은 물론 영상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공유는 폭발적이었다. 

 

동영상은 테스터 중 약 30%의 유저가 받아갔다. <메이플스토리2> 팀의 예상보다 높은 수치였다. 테스터가 아닌 사람도 포함해 총 페이지뷰는 12만을 기록했다.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한 비용은 200만 원 정도였지만 그 이상의 높은 홍보 효과를 얻었기 때문에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남을 수 있었다. 

 

 


 


■ CBT는 잃어버린 시간? 추억하는 시간!

 

개발자가 CBT로 얻는 것은 많다. 의도한 대로 게임이 작동하는지 사전에 점검할 수 있고, 개발 중에는 몰랐던 버그 제보도 받는다. 유저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미리 볼 수 있다. 마케팅 입장에서는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반면 유저는 CBT 참여 보상 외에 특별한 혜택이 없다. CBT 플레이 기록은 밸런스 수정, 구조 변경 등의 이유로 사라진다. 애정을 쏟아 키운 캐릭터도 포함된다. 일부 게임에서 캐릭터 이름을 보존해주지만, 결국 대부분의 정보는 사라진다. 

 

박경재 실장은 'CBT 유저가 가장 중요한 유저'라고 설명한다. CBT 유저는 어떤 게임을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로지 기대와 애정으로 플레이를 한다. 게다가 게임이 나아갈 방향을 아낌없이 조언하는 파트너이다. 이렇게 중요한 유저에게 '클베 허탈감'을 조금이라도 덜 주고, 플레이를 다시 할 수 있는 동기를 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잊지 못할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 순간이 쌓이면 게임을 사랑하게 되는 지점에 도달합니다. 다른 게임에서 주지 못했던 선물을 통해 테스터 기간을 추억의 순간, 아쉬움을 달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 게임을 사랑하게 되는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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