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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5] ‘던전 999F’ 개발을 통한 1인 개발 포스트모템

유니티 에반젤리스 겸 문틈 대표 지국환의 강연

트롬베 2015-05-21 13:07:28
<던전 999F>는 결혼 청첩장을 게임으로 만들어 유명해진 유니티 코리아의 에반젤리스트 겸 모바일 게임 개발사 문틈 지국환 대표의 최신작이다. 
 
“개발자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청첩장이라니 부끄러워서 서둘러서 만들었다”는 <던전 999F>는 회사 생활을 하며 동시에 개발한 게임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게임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며, 무엇이 필요한지 <던전 999F>를 개발했던 경험을 토대로 회사원 1인 개발자를 위한 포스트모템 강연이었다.




■ “저는 낮에 회사에서 위축되어 있다가 저녁에 집에 가면 활개 칩니다.”
 
20일, NDC 15의 2일 차 강연 ‘던전 999F 포스트모템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1인 개발자로 살기’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 문틈의 지국환 대표의 농담으로 시작됐다.
 
이어 자기소개를 하던 지국환 대표는 주변 사람들이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살 것이냐’는 질문을 한다며, 맥을 띄웠다. 그는 “나도 모르겠다”라며 “낮에는 회사 생활, 밤에는 1인 개발자로 활동하는 것에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던전 999F>를 개발하기 전에 3번의 창업과 실패를 거듭하던 지국환 대표는 실패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는 경험이 부족하여 실패했고, 경험을 쌓고 두 번째 창업했을 때는 자금이 없어서, 투자를 받아 세 번째로 창업했을 때는 스타트업 붐이 일어 인력이 없었다.
 


그렇게 세 번의 실패를 겪고 세월을 보내던 그는 유니티 공모전을 통해 입사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와이 여행권을 준다고 해서 응모했거든요. 그런데 여행권을 받으려면 입사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6개월 뒤에 괌 가족 여행권으로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공모전, 3명 응시했다지 뭐에요”
 
그렇게 입사한 유니티에서 지국환 대표는 낮에는 유니티 코리아의 에반젤리스트로, 밤에는 모바일 게임 회사 문틈의 대표이자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 활용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활용하는 것이 1인 개발의 노하우

유니티에 입사 한 후 1인 개발이 할만한 일인지 고민을 많이 했던 지국환 대표는 자신 외에도 회사 생활을 하며 1인 개발을 하는 개발자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그들의 대단함을 깨닫는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을 개발할 때의 규칙을 정했는데, ‘모든 작업은 효율적으로 할 것’, ‘재활용 가능한 자원은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던전 999F>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캐릭터’였다. 캐릭터 외형을 스케치하고, 모델링, 애니메이션, 렌더링을 마친 뒤 얼굴에 이목구비를 넣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두고두고 재활용할 수 있다. 헤어스타일 바꿔주고, 옷 바꿔주고, 이목구비만 바꿔주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캐릭터를 찍어 낼 수 있게 된다.
 
몬스터의 경우도 비슷하다. <던전 999F>에 나오는 몬스터는 슬라임이 전부인데, 개발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캐릭터와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치고, 색깔만 바꿔줬다. 맵은 유니티에서 제공하는 유니티 에셋 스토어에서 샀다고 밝힌 그는 “모든 일을 혼자 할 필요는 없습니다. 30달러만 투자하면 질 좋은 맵을 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 퀄리티의 맵을 외주 주면서 30달러 준다고 그러면 뺨 맞습니다.”
 






그렇게 캐릭터와 몬스터, 맵을 해결하고 만들어진 첫 게임은 당시 유행하던 클리커 방식의 게임이었다. 화면을 터치하면 캐릭터가 위로 올라가고 근처에 있는 슬라임과 싸우는 방식이었다.
 
주변의 1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해 봤더니 게임은 잘 만들었지만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캐릭터가 왜 위로 올라가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고, 슬라임을 잡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첫 게임을 만들면서 들었던 2달이 날아갔지만, ‘나만 재미있는 거 아닐까?’라는 의문은 확실히 해결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첫 게임을 테스트해 줬던 주변 사람들이 많은 피드백을 줬다. ‘점프를 없애고 슬라임을 잡을 때마다 점프시키기’, ‘슬라임과 부딪힐 때마다 HP가 깎이게 하기’ 등 다양한 의견을 받았지만 싹 다 무시했다.
 
“게임이 재미없으니까 그냥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싶었어요. 누가 뭐라고 하던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1인 개발의 장점입니다.”







강력한 주인공의 원맨쇼 보다는 두 사람의 주인공이 나오는 버디 무비를 좋아해서 캐릭터를 두 명을 넣었고, 두 가지 타입의 게임이 나왔다. 두 명의 캐릭터가 등을 맞대고 싸우는 타입과 두 개의 가상 스틱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조작하는 타입이었다.
 
한 외국 포럼에 시험 삼아 두 개의 가상 스틱으로 조작하는 타입의 영상을 올려봤더니 반응이 좋지 않았다. 외국 포럼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좋지 않아 그 방식은 포기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나온 것이 지금의 <던전 999F>와 비슷한 방식의 게임이었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초기 버전의 <던전 999F>의 슬라임은 색깔과 능력치만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색깔마다 다른 패턴을 만들었더니 게임이 훨씬 재미있어졌다. 지국환 대표는 “수치 놀음을 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패턴을 구상하는 쪽이 더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하며, “숫자의 변화보단 움직임의 변화가 게임을 더 풍부하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던전 999F>는 40종류의 슬라임이 등장하며, 100층 단위로 능력치가 바뀐다. 종류가 많다 보니 작업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최소화시키기 위해 능력치 테이블을 수식으로 변경했다.
 
수식으로 변경하니 다른 것도 만들기 편해졌다. 스테이지 진행, 레벨, 캐릭터 능력치 등 모두 수식으로 대체했다. 단점이라면 수포자, 즉 수학에 약한 사람은 그래프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지만 지국환 대표는 인터넷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시 전후로 뭐든지 부족하다. 시기를 잘 따질 것

그렇게 만들어진 <던전 999F>를 시간에 쫓겨 일단 출시했다. 4월 중순 이후로는 회사 업무가 많아서 4월 이전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었다.

급하게 출시한 <던전 999F>는 버그가 계속 발생했고, 결국 게임 진행이 안 되는 심각한 버그도 발견됐다. 하루 만에 4점대 평점이 3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출시 이틀 뒤엔 일본 출장, 돌아온 다음 주엔 유나이트 행사, 행사 끝나면 가족과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회사 일이 바빠서 전혀 손댈 수 없었고, 유저들의 불만은 쌓여만 갔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회사 일이 아니므로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 지국환 대표는 출시 후 적어도 한 달 정도 일정을 확인하라고 전했다.



이어서 지국환 대표는 1인 개발을 하면서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루 24시간을 회사일 8시간, 잠 8시간, 개인 시간 8시간으로 가지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식사, 출퇴근 시간 등을 합치면 남는 시간이 얼마 없다.
 
둘째, 1인 개발이니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출시 후 인력 부족이 심각한데, 홍보 이미지 제작, 유저의 메일, 리뷰 대응, 버그 수정 등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국환 대표는 마켓에 올려놓고 그저 잘 팔리기만을 바라면 안 된다.
 
셋째, 자아도취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게임을 주변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한다면 정말 재미없다는 것이다. 특히 주변인들이 말했던 개선사항 대부분은 출시 후 유저리뷰로 돌아오기 때문에 게임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먼저 수정하는 것이 좋다.
 
넷째, 멘탈 수습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다가도 진척이 없으면 불안해 지고, 게을러질 수 있다. 지국환 대표는 혼자서 묵묵히 개발하지 말고, 주변 사람에게 최대한 알리는 것을 추천했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1인 개발자의 게임을 플레이해 보세요. 뭐, <던전 999F>같은 거 말이죠.”
 
마지막으로 모든 비난은 자신에게 온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1인 개발이기 때문에 모든 항의와 진상을 다 받아줘야 한다. 하지만 어디에든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잘 넘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1인 개발의 가장 큰 매력

첫째, 1인 개발은 모든 수익을 차지할 수 있다. 대부분 성공하지 못해서 수익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적게 벌었다고 누군가를 탓하고 사이가 나빠질 일도 없다.
 
둘째, 누군가의 작업을 기다리거나, 누군가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의 작업을 기다리거나, 의견교환, 리소스 전달 등 낭비되는 시간이 0에 가깝다는 것이다.
 
셋째,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게임 이름, 배경음악, 등 개인의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 있고, 취향이 다른 개발자와 다툴 필요도 없다.
 
끝으로 지국환 대표는 주변에서 자주 물어보는 질문과 현장에서 받은 질문으로 Q&A를 진행했다.
 

Q.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가요?

A. 지금 생활이 나쁘지 않다. 사실 회사 일도 꽤 재미있게 하고 있다.

 
Q. 1인 개발이라는 게 누구나 가능합니까?
A, 그렇다. 누구든 특기가 있다. 기획자라면 기획이 중요한 게임을, 그래픽 디자이너라면 그래픽이 중요한, 프로그래머라면 그와 관련된, 음악가라면 음악이 중요한 게임을 만들면 된다. 
 
어정쩡하게 전부 잘하려고 하면 지력 올린 전사, 힘 찍은 마법사와 다를 것이 없다.
 
Q. 뭘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A.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선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구글 검색을 통해 배울 수도 있고,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할 수도 있다. NDC와 같은 콘퍼런스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뭘 만드느냐다. 하지만 이것도 다 정해져 있다. 우리가 생긴 것이 다 다르듯이 마음속 어딘가에 만들고자 했던 게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기존의 게임과 비슷하거나 같다고 해서 겁내지 마라.
 
Q. 정말 회사에서는 하지 않았나?
A. 솔직히 하긴 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내 자리가 입구 근처에 모니터도 지나다니면서 잘 보이는 자리다. 사람들이 오가면서 다 볼 수 있어서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다.
 
Q. 주말에 개발하는 데 시간을 보내면 언제 스트레스를 해소하나?
A. 지금의 직장에서 일하는 것은 꽤 즐겁다. 오히려 집에서 쓸쓸할 때도 있다.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회사에 숨길 필요는 없다. 그래야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다.
 
Q.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할 생각은 없나?
A. 언제든 엔진을 갈아탈 수는 있다. 확실히 언리얼 엔진으로는 방대한 게임을 만들 수 있지만, 그만큼 사람도 많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유니티 엔진은 1인 개발자에게 딱 맞는 엔진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유니티는 에셋 스토어가 상대적으로 더 잘 구축되었다. 언리얼과 유니티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한다.
 
Q. 초기 자본은 어디서 구했나?

A. 초기 자본이라고 할 것은 딱히 없었다. 회사 월급이 자본금이다. 집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따로 더 나갈 비용도 없었다. <던전 999F>의 경우 외국어 서비스를 해서 텍스트 번역 외주에 가장 많은 돈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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