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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5] 이은석 “AI의 디스토피아 ‘로봇 경제’, 온라인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이은석 디렉터 ‘pay-to-skip: 온라인 게임 속 로봇 경제와 내몰리는 인간’ 강연

김진수(달식) 2015-05-20 23:41:34

최근, 인공지능(이하 AI) 분야가 미래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매우 주목 받고 있다. AI에 관해서는 ‘기술적 특이점’ 같은 개념도 제시되었고, IBM이나 구글처럼 AI연구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회사들도 있다.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AI의 세상은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보인다.

 

AI가 발달한 미래에 관해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기도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AI에게 인간이 일자리를 잃는 디스토피아’를 내다보기도 한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바로 ‘작업장’과 ‘봇’이 활동하면서 MMORPG의 경제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NDC 15에서 넥슨코리아 왓 스튜디오의 이은석 디렉터는 ‘pay-to-skip: 온라인 게임 속 로봇 경제와 내몰리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AI로 인한 디스토피아’가 벌어지고 있는 게임의 현상들에 대해 살펴보는 강연을 했다. 왜 게임 내에서 봇이 문제가 되는지,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지 심도 깊게 들어볼 수 있는 강연이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넥슨코리아 왓 스튜디오 이은석 디렉터

 

 

■ 인간과 로봇의 미래는? 이은석 디렉터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디스토피아 될 것"

 

이은석 디렉터는 강연에 앞서 몇 가지 당부를 했다. 오늘 진행하는 강연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이야기가 포함되며, 아이템 현금거래 등에 대한 ‘당위성’이 아닌, ‘현상’을 다룬다는 이야기다.

 

그는 먼저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화두로 꺼냈다. 인간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인형에 대한 오랜 환상을 가져왔으며, 과거부터 21세기라는 단어는 힘든 일을 기계에게 맡기고 풍요를 누리는 인간을 상상해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스페이스 오딧세이>, <터미네이터> 등 AI들의 반란 같은 어두운 미래를 다루기도 했다.

 

과거 AI 연구는 다른 IT분야에 비해 더디었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연구 및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퀴즈쇼에 등장해 인간 챔피언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인간의 언어를 듣고, 분석해서 답을 찾은 뒤 해답을 내놓는 퀴즈 로봇은 한 사례일 뿐이다.

 




 

현재 무인 자동차에 대한 연구는 매우 활발하며, 기사를 쓰는 봇이 등장해 영미권 미디어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사실 위주의 속보라면 사람보다 봇이 더 빠르게 기사를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은석 디렉터는 여기서 AI의 발전에 따른 미래에 대해 “기계의 발달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 위협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무인화, 자동화로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점차 사람이 필요없어져서 고용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ATM의 경우가 한 예다. 60년대 후반 등장한 ATM은 기계 한 대가 은행 출납계원 37명 몫의 일을 해낸다. 1980년 100만여 명이었던 미국의 은행원 수는 1995년 50만 명으로 줄었다. 앞으로 점차 쉬운 일일수록 기계나 AI가 일을 대체하면서 직업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런 일자리 대체 현상은 결국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두고 로봇과 임금, 생산성 경쟁을 하고, 결국 총 생산은 늘어나지만 최상위가 대부분 가져갈 것이라는 게 이은석 디렉터의 견해다.

 

“예전에도 그랬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그에 따른 반론도 있다. 이제는 변화가 너무 빠르고, 직업 전환에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이 생에 겪을 패러다임 변화는 너무 빨라지고 있다.

 

그럼 AI를 만드는 프로그래머는 직업이 안전할까? 이미 프로그래밍도 봇으로 대체하려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고, 스스로 학습하는 AI를 만드는 날, 프로그래머가 마지막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바로 ‘기술적 특이점’이다.

 

기술적 특이점이란, 미래학에서 미래발전의 가상 지점을 뜻하는 말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게 되는 시점이다. 대표적으로 구글에서 AI를 연구하는 레이 커즈웰이 주장하는 이론으로, 그는 “AI가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점이 되면 기술적 특이점이 온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 게임 내 인간과 봇, 시간과 돈을 대체하는 불공정함

 

이은석 디렉터가 AI와 미래, 기술적 특이점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계’에 대한 이야기를 게임과 접목시키기 위함이다. 그는 온라인게임은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며, 현실보다 이탈이 쉽기에 구성원들이 재미를 느껴야 하는 숙명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상사회는 무엇보다 ‘공정성’이 중요해진다. 게임 속 세계는 현실에 비해 출발선이 동일하고, 기회도 균등해 보여 참여하게 된다. 그래서 구성원의 재미와 공정성을 위해 사람의 노력과 재능(컨트롤)만 인정하며, 로봇의 동원은 ‘반칙’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 수 많은 온라인 게임들은 계정을 탈취하거나 작업장의 골드 파밍을 위해 봇을 동원하고, 개발자들은 그들과 싸워야 한다. 이은석 디렉터도 <마비노기 영웅전> 론칭 이후 몇 달간 콘텐츠를 만드는 데 써야 할 개발력을 중국발 작업장을 막느라 소요했던 경험이 있다.

 

이런 문제는 RPG의 주 특징인 ‘성장’에서 기인한다. 유저는 난관을 거치며 성장하게 되는데, 난관 극복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보상으로 재화와 지위를 얻게 된다. 더불어 실력이 낮은 유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지는 않지만, 시간을 들이면 그에 걸맞는 발판(보상)을 준다.

 

결국, 유저가 게임과 주고받는 것은 비용과 편익의 교환이다. 노력과 돈을 들여 재미와 게임 내 재화나 지위를 얻는다. 게임을 하려면 시간이나 돈이라는 비용이 드는데, 사람은 자신이 가진 시간과 돈 중 적은 쪽에 민감해진다. 결국 시간이 적은 사람이라면 돈으로 메꾸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긴다. 

 


 

여기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지위를 얻고 싶은 유저들이 많다면 ‘현금 거래’라는 현상이 생긴다. 게임 밖의 재화를 동원해 게임 내 재화를 얻는 것이다. 게임 속 지위를 유지하고 과시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게임이 노동이 되어버렸고,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음지에 전문적인 ‘작업장’이 생겼다.

 

과거에는 개발도상국의 인력이 동원되어 작업장에서 골드를 파밍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가상현실인 게임은 육체가 필요없기에 봇이 활동하기 더 좋은 공간이다. 따라서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노동집약적 작업장 대신 봇이 게임에서 사람의 활동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계가 노동력을 대체하는 과정이 게임에서 고스란히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봇들이 가진 비용은 시간이다. 다량의 봇을 동원하면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더 크게 입는 쪽은 돈이 적어서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실제 유저’다. 봇이 사람의 시간 자원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게임 밀도를 대폭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결국, 봇이나 작업장의 활동은 게임 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인플레이션과 평가절하다. 게임머니의 가치가 떨어져 아이템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 인플레이션이고, 게임머니의 가치가 떨어져 현금으로 교환하는 일종의 ‘환율’이 떨어지는 게 평가절하다.

 


 

개발자들은 이 때문에 ‘재화 하수구’를 만들어 경제 상태를 밸런싱한다. 게임 세계에서 생성되는 자원을 조절하고, 또 게임 속에서 포션 가격이나 수수료 등으로 소멸할 골드를 조절한다. 문제는 봇 작업장이 게임 내 거시지표를 왜곡한다는 점이다.

 

실제 사례도 있디. 하루에 서버 전체에 100억골드씩 자산이 증가하는 게임이 있었다. 운영팀은 쌓여가는 자산량을 고민하면서 재화 하수구를 만들었다. 어느날 기술 개발로 봇 작업장을 대량 차단했는데, 이 때부터 서버 전체의 자산은 하루에 -5억 골드씩 감소했다. 실제 유저는 하루 5억 골드를 손해보고 있었고, 봇은 하루 105억 골드를 벌어들이고 있던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나, 이런 경우 게임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게임 유저들이 재미를 잃게 된다. 그렇다고 게임에서 지루한 부분을 없앤다고 해결될까? 그럼 봇은 그 다음으로 밀도가 낮은 부분에 투입될 게 뻔하다. 결국은 게임의 모든 부분이 돈을 내면 건너뛸 수 있는, ‘Pay-to-Skip’이 될 것이라는 게 이 디렉터의 생각이다.

 

그는 ‘작업장과 유저는 공생관계’라는 인식에 대해 오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봇은 게임의 거시적인 경제지표를 망치고, 게임 내 재화의 양극화를 가져온다. 결국 게임을 망치는 존재이고, 꼭 막아야 한다는 게 이 디렉터의 결론이다.

 




 

 

■ 봇 문제의 해결 방안은 있을까? “하지만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게임 내 봇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상당히 다양하고, 많은 방법들이 고안되어 게임 내에 적용된 바 있다.

 

클라이언트에서 차단하는 경우, 생각보다 한계가 있다. ‘오토마우스’의 경우, USB 마우스로 인식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에서 잡아내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플레이 시간을 짧게 하는 방안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선불제 게임이 많이 팔리지 않는 한국 시장에서는 답안으로 채택하기 힘들다.

 

성장이나 재화가 축척되지 않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다. 여성가족부가 제시한 ‘청소년인터넷게임 건전 이용제도 대상 게임물 평가 계획안’처럼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재미도 함께 없어질 것이기에 채택할 수 없다.

 


 

유저간 거래가 안 되게 하는 게임들도 있다. AOS나 스포츠게임 등에서는 작업장의 존재 이류를 없애기 위해 게임 내 재화 거래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MMORPG에서도 귀속 아이템이나 업적 등 거래할 수 없는 재화를 만들기도 한다.

 

MMORPG라면 1:1거래를 막는 방안도 있다. 1:1거래를 없애고 경매장에서 게임 시세로만 아이템을 거래하게 만드는 경우다. ‘일방적인 증여’를 차단해 현금 거래를 억제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MMORPG에서 사람끼리 도움을 주고 받기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다. 또 아예 계정을 거래하거나 대신 육성해주는 방안도 등장한다. 자본주의는 뭐든 사고 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본인인증이나 캡챠 같은 방식으로 사람임을 인증하게 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작업장에서는 인증만 사람이 대신 하게 하거나, AI가 발달해 이런 방패를 무력화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유저의 ‘신용도’를 체크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유저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인간 플레이어로 활동해왔는지를 확인해 거래 제약을 점차 풀어주는 방식이다. 넥슨 같은 대형 퍼블리셔라면 게임 간 교차 검증도 가능하다. 하지만 신규 유저에게 거래 제약이 많아진다는 단점도 있다.

 

유저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봇을 걸러내는 ‘AI’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봇으로 봇을 대응하는 형태다. 현재 게임사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고,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는 게 이 디렉터의 생각이다. 다만 서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되어 공진화하는 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귀찮아서 안 하게 만들거나, 여러 봇 중 재화를 보관하거나 거래하는 ‘핵심’을 잡아 타격하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 골드가 모인 순간 ‘일망타진’하면 효과가 좋다.

 

아예 다른 방식의 해법도 나올 수 있다. 인간이건, 봇이건 유저가 많아질수록 재미있어지는 게임이라는 발상이다. 아직은 사례가 한정적이고, 경쟁이 들어간 게임의 경우 봇이 결국 ‘돈을 주는’ 인간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어진다.

 

이 디렉터는 “완벽한 방법은 없어도 게임 개발자는 봇을 계속 막아야 한다”며 게임 내 경제와 재미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봇을 막을 방법, 그리고 게임 속 양극화의 대안을 함께 연구하자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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