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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황성기 교수 “헌법 가치 어기는 게임규제, 자율규제가 답이다”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월례 포럼 개최

김승현(다미롱) 2014-04-18 16:31:26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황성기 교수가 정부와 여당의 게임규제 법안에 대해 비판했다. 헌법적 가치는 무시한 채 단순히 게임을 악으로만 밀어붙이며 무리하게 규제하려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18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문화콘텐츠 규제의 현황과 대안’ 1부 행사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날 행사는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개최한 첫 월례 포럼으로, 국내 문화 산업에 가해진 각종 규제안과 그 대안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게임 규제 법안 대부분이 헌법적 가치 침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황성기 교수

 

황 교수는 국내 대부분의 게임규제 법안은 게임 과몰입 치료를 대의명분으로 내세우며 ‘강력한 강제적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법안 대다수는 국가의 정신이자 법의 근간인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황 교수는 2011년 시행된 강제적 셧다운제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일명 중독법)까지 국내 게임 규제 정책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2011년 시행된 강제적 셧다운제는 위헌적 요소가 넘치는 법안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심야 게임 이용을 강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청소년의 문화향유권이나 사업자의 표현·영업의 자유, 가정과 부모의 교육·양육권을 침해한다. 특히 가정과 부모의 교육·양육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국가의 사적 개입을 당연시 할 수 있다는 논리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요소다. 

헌법적 가치를 차치하더라도, 강제적 셧다운제는 그 자체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이미 게임물 등급분류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중 규제함으로써 사회적·행정적 자원 낭비를 유도한다. 또한 강제적 셧다운제가 목표로 하고 있는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은 게임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가혹한 교육 현실에서 비롯된 문제다.

신의진 의원의 중독법도 문제가 많다. 신 의원은 게임을 알코올과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이를 위해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것은 법이 지켜야 할 ‘평등 원칙’과 ‘명확성 원칙’, 그리고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인터넷 등 미디어 콘텐츠는 마약이나 도박 같은 원칙적인 금지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게임 등의 미디어 콘텐츠는 법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중독법은 이를 다른 중독물질과 같이 취급하며 평등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법안 속 규제의 대상조차 명확하지 않다. 중독법은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라는 모호한 말을 사용함으로써 콘텐츠 그 자체를 규제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명확성 원칙’의 위반이다. 그리고 이러한 확대 해석 위험은 바로 ‘과잉금지 원칙’ 위반으로 이어진다.

손인춘 의원의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일명 매출 1% 징수법)과 박성호 의원의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매출 5% 징수법)도 온전하진 않다. 매출 1% 징수법은 인터넷게임중독 예방 및 치료 위해 업체 매출 1%를 부담금으로 징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재정조달 부담금은 그 특성 상 남용의 위험이 커 엄격한 법적 요건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게임과 게임 과몰입의 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인춘 의원의 법안은 자동차 사고를 막겠다고 자동차 제조사의 매출을 걷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을 가진다.

이는 박성호 의원의 법안도 마찬가지다. 매출의 5% 징수법은 그 목적과 대상인 콘텐츠 진흥과 콘텐츠 산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확실한 법안이다. 이는 그나마 게임 과몰입과 게임이라는 희미한 연관관계라도 있는 손인춘 의원의 법안보다 더 명확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국가는 규제가 아니라, 조정과 지원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문화콘텐츠 규제의 현황과 대안’ 1부 행사에 참석한 발언자들. 1부 행사는 게임과 만화에 대한 규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황 교수는 게임 규제가 합리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규제보다는 이용자와 시장, 그리고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자율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자의 자율성과 시장의 전문성, 그리고 국가의 힘이 합쳐져야만 효율적이고 정당한 게임 규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부모와 같은 이용자 자신의 자유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황 교수의 의견에 따르면, 한국은 자녀 교육과 통제 문제에 있어선 그 어떤 국가보다 국가 정책의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물론 생업에 바쁜 학부모에게 이러한 태도는 어떤 의미에선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부모로서 교육과 통제에 대한 자율성을 포기하고, 스스로 돈 벌어오고 먹여 살리는 기계로 전락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부모가 진정한 부모로 거듭나기 위해선 자식의 통제에 있어 단순히 국가가 제시한 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보고 이용하고 요구하는 자율성이 있어야만 한다. 

다음은 국가의 역할이다. 국가가 자율규제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게임 규제에 대한 욕구가 있고 시장은 이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 국가가 둘을 잇고 이에 힘을 실어 준다면 국가 스스로 정책을 집행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자율규제가 기능할 수 있다. 

자율규제를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할 필요도 없다. 법적으로 자율규제에 대한 근거와 지원만 마련해줘도 시장과 이용자는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다. 만약 국가가 추가로 자율규제 우수 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시장의 자율규제는 더더욱 빨리 정착될 것이다. 

이러한 토대 아래 자율규제 감시체제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감독 등만 더해도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효율적으로 게임 과몰입을 예방할 수 있다. 국가는 규제에 있어 간접적인 조정과 지원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황 교수의 의견이다.

마지막은 시장이다. 시장은 자율규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영역이다. 시장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용자들에겐 없는 자금과 단체가 있다. 시장이 이용자가 게임 이용을 조절할 수 있는 수단만 제공하고 알려도 자율규제는 한층 더 쉽게 진행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시장 자체가 이런 장치 없이는 게임이 성공할 수 없도록 하는 감시체계와 자율규제기구 등의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자율규제를 위해선 시장 스스로 이를 위한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미다.


‘게임중독’ 프레임 탈출 없이는 자율규제도 힘들다



김상우 게임·미학평론가

김상우 게임·미학평론가는 황성기 교수의 의견에 대해 원활한 자율규제 정착을 위해선 ‘게임중독’ 프레임의 탈출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황 교수의 발표 뒤 이어진 후속토론에서 “황 교수의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게임중독이라는 프레임 안에 만들어진 자율규제는 오히려 역공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가 이러한 우려를 제기한 것은 청소년과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극도로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한국 사회의 특징 때문이다. 이미 ‘게임중독’이라는 프레임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진 상황에서 게임업계가 자율규제를 하면 얼마나 시민들이 공감하겠느냐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게임업계는 게임중독 프레임이 활성화된 지 5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 동안 이를 반박할 담론을 알리지 못했다. 

김상우 게임평론가는 이 때문에 진정한 자율규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담론 연구로 게임중독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깨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2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하나는 현재 게임 과몰입 치유 기관으로 성격이 변한 게임문화재단의 재정립이다. 

게임문화재단이 게임 과몰입 치료가 아니라, 본래 목적이었던 게임에 대한 교육적·학습적 연구에 집중해 게임업계만의 담론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른 하나는 올해 상반기 중 시범운영에 들어갈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등급분류 뿐만 아니라 자율규제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임물 등급분류는 이용자들에게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게임 이용의 가이드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등급분류기관에 자율규제의 권한까지 줘 상승효과를 노리자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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