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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스마트폰’에 걸맞은 게임을 만들어라!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스퀘어에닉스 개발진이 말하는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 개발기

김승현(다미롱) 2014-04-11 01:10:22
시리즈 최고의 인기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의 플랫폼 변경 이식, 출시 이후 10년이 지나며 팬들의 추억은 미화된 상태, 이식한 기존의 플랫폼과는 화면부터 조작 방식까지 다른 기기. 모두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이 헤쳐나가야 했던 어려움이다.

스퀘어에닉스는 2013년 12월 <드래곤퀘스트 8>의 모바일 버전을 공개했다. <드래곤퀘스트 8>은 2004년 PS2로 출시돼 400만 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한 작품. 스퀘어에닉스는 이를 10년이 지난 뒤 스마트폰이라는 전혀 새로운 기종으로 이식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은 출시 2달이 지나도록 일본 양대 마켓에서 게임 다운로드 순위 10위권을 유지했다.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은 2,800엔이라는 가격으로 유료 출시된 게임이었다. 

과연 스퀘어에닉스는 어떻게 이식의 어려움을 헤치고,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을 성공적으로 띄울 수 있었을까? 4월 10일 유나이트 코리아 2014에서 있었던 관련 강연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하타 케이스케 테크니컬 디렉터

"<드래곤퀘스트 8>의 모바일 버전 개발은 스마트폰의 급격한 발전 덕분이었다" 스퀘어에닉스의 ‘하타 케이스케’ 테크니컬 디렉터는 유나이트 코리아 2014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밝혔다.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콘솔 게임기를 주요 플랫폼으로 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게임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스퀘어에닉스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이미 일본 스마트폰 보급률은 50% 이상. 단일 기기로는 콘솔 못지않은 수치다. 

더군다나 최근의 스마트폰은 듀얼코어 CPU와 GPU, 1GB 이상의 메모리, 64GB 이상의 스토리지 등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성능만으로 따진다면 과거 PS2 등의 콘솔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기기의 보급률과 성능, 여기에 모바일이라는 휴대성을 따져도 충분한 시장은 형성된 상태다.



스퀘어에닉스는 이에 <드래곤퀘스트 8>의 모바일 버전을 계획했다. 성장이 정체된 콘솔 시장과 달리, 스마트폰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 터치 기반의 스마트폰 특유의 UI도 이미 <확산성 밀리언 아서> 등으로 경험한 바 있고, 최근에는 각종 스마트폰용 컨트롤러가 출시돼 콘솔과 같은 느낌을 제공할 수도 있었다.  

심지어 스마트폰 게임 사업이 성장하면 이를 이용해 역으로 스마트폰 게임을 콘솔로 이식하는 것도 계획했다. 그리고 그 대상으로 <드래곤퀘스트 8>을 선택한 까닭은 게임의 퍼포먼스가 스마트폰으로 이식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식할 작품이 정해지자 컨버전할 엔진을 골라야 했다. 여러 엔진이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엔 유니티 엔진이 선택됐다. 컨버전 작업이 용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드래곤퀘스트 8>은 유니티에서 쓰이는 C#의 형제라고 할 수 있는 C++로 개발된 게임이었다. 

두 언어 간 유사성이 크기 때문에 원작의 데이터를 유니티용으로 변환하기 쉬웠다. 유니티 자체가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해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을 동시에 관리하기도 쉬웠다.




리소스를 최적화해라! <드래곤퀘스트 8> 컨버전 잔혹기


엔진이 정해지자 본격적인 이식 작업이 시작되었다. 최우선 과제는 PS2용으로 설계된 <드래곤퀘스트 8>의 퍼포먼스를 스마트폰에 최적화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아져도 게임 전용으로 개발된 PS2에 비해 뒤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이는 기기 자체의 성능 때문이기도 하고, 유저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 때문이기도 하다. 하나에 게임이 집중하는 콘솔 기기와 달리, 스마트폰은 게임은 물론 인터넷, 이메일, 전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함께 구동되는 기기다. 

때문에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 개발진은 몸으로 부딫혀가며 메뉴얼의 성능과 실제 성능의 차이를 알아내야 했다. 이 과정은 말 그대로 <드래곤퀘스트 8> 이식 작업의 잔혹기였다. PS2의 데이터를 불러와 변환하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가장 많은 고생을 한 것은 그래픽 파트였다. 



그래픽은 게임 중 가장 많이 메모리와 용량을 잡아먹는 부분이다. 또한, PS2 버전과 스마트폰 버전은 각각 다른 화면비율을 사용했다.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 개발팀은 그래픽 부하를 줄이기 위해,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 걸맞은 화면을 연출하기 위해 오브젝트의 모델링부터 색상 수, 화면 배치, 시야각 등 모든 것을 고쳐야 했다. 

다행히 많은 부분은 프로그램 자동 변환이 가능했지만, 그럼에도 적지 않은 그래픽 데이터가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특히 필드의 오브젝트를 재배치하는 작업은 순수하게 디자이너의 센스가 필요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비됐다. 



프로그램팀은 프로그램팀 대로 바빴다.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그대로 이식하고, 사용할 수 없는 데이터는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스마트폰에 걸맞게 수정작업을 해야 했다. 기획 의도를 알아보기 쉬운 그래픽 작업과 달리, 프로그래밍 작업은 이전 개발자들의 의도를 알기 힘들어 막혔던 부분도 많았다.

의외의 복병은 데이터 전송 시간이었다. PS2용 <드래곤퀘스트 8>은 DVD 1장 분량의 용량을 자랑했다. 최근에는 USB 메모리 하나로도 커버할 수 있는 용량이지만, 이를 매번 옮기는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다. 

개발팀은 데이터를 작업용 PC로 옮겨 모바일용 빌드로 변환하고 다시 테스트를 위해 모바일 기기로 옮겨야 했다. 온갖 방법으로 데이터를 줄여도 여전히 데이터 전송 시간은 길었다. 그런데 이 난관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해결되었다. 

노트북을 바꾼 직원 한 명이 SSD의 효율성을 깨달은 덕분이었다.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의 프로그래밍 작업을 담당했던 이토 슌스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은 간단했다. “개발자들은 꼭 회사와 협상해 좋은 PC를 확보하십시오”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 프로그래밍 작업을 담당한 이토 슌스케


단순 이식을 넘어 ‘스마트폰’에 걸맞은 게임을 만들어라


PS2의 데이터를 모바일로 변환하는 와중에 모바일 버전 기획도 진행되었다. 스퀘어에닉스는 단순히 PS2 버전을 그대로 모바일에 옮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스퀘어에닉스가 보기에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는 3DS나 PS Vita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와는 다른 무언가였다. 

“스마트폰은 게임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활용되는 기기입니다. 스마트폰을 소지한 이들은 휴대용 게임기 유저와 다른 플레이 패턴을 보이죠. 일례로 콘솔 유저와 달리, 스마트폰 유저는 게임이 조금만 불편해도 삭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유저 인터페이스(UI) 설계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담당했던 켄지 타츠타의 이야기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임, 스마트폰에서 가볍게 돌아갈 수 있는 게임, 출퇴근길에 전철에서 할 수 있는 게임, 한 손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플레이하면 조작이나 디자인에서 스트레스받지 않는 게임. 스퀘어에닉스가 생각하는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의 모습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갔다. 

그 결과,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은 시리즈 최초로 세로 화면에 도전했다. 가로 화면으로는 다른 휴대용 게임기와 다를 바 없고, 출퇴근 중 한 손으로 플레이하기도 힘들다는 고민 끝에 나온 결과였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피쳐본을 사용하던 습관이 남아있어서 세로 화면을 중시하는 이유도 있었다.



새로 화면으로 결정되면서 게임의 UI도 간결하게 바뀌었다. 화면 하단의 가상패드는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 그 누구도 불편하지 않게 위치를 조정할 수 있었고, 기존에 특정 버튼을 누르거나 메뉴를 선택해야 했던 액션도 대폭 간략하게 변했다. 

NPC와의 대화는 NPC 근처에 가면 자동으로 진행되고, 조사 등의 액션도 화면에 ‘말풍선’ 등의 마크가 나오는 식으로 해결됐다. 유저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PS2 버전에 없던 자동이동이나 네비게이션과 같은 기능도 추가됐다. 

전투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었다.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은 ‘작전’이라는 메뉴를 이용해 인공지능 전투를 할 수 있다. 한 손으로 터치를 계속 할 때 쌓이는 피로를 줄이기 위한 의도였다. 이외에도 전투시 필요한 메뉴는 모두 화면 하단에 배치하거나, 작전 커맨드를 이용할 때 유저가 이전 전투에서 사용한 명령을 기본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등 전반적으로 조작의 피로를 줄이는데 주력했다.


모비일 버전에서는 NPC 주변에 대화 가능한 범위가 보이고, 접근하면 자동으로 대화가 진행된다.


뼈 아픈 실책, 오토 세이브의 부재


물론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의 모든 부분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세이브’였다. 콘솔과 달리 스마트폰은 항상 여러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며, 이 과정에서 메모리가 부족할 경우 이전 애플리케이션이 강제 종료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은 이 부분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게임 중 잠시 메일을 확인하러 갔던 유저가 게임이 강제 종료된 것을 발견했다. 모바일게임을 즐기다 보면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유저는 게임을 다시 실행시켰다. 다시 실행된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은 유저가 이전에 세이브했던 지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유저는 수 시간 분량의 플레이를 날렸다. 오토 세이브가 없었기에 생긴 일이었다. 

<드래곤퀘스트 8> 모바일 버전이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출시 후 3 ~ 4개월이라는 시간이 소비되었다. 게임 자체가 탄탄했던 덕에 평점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지만, 스퀘어에닉스는 이 때문에 게임의 해외 수출 계획을 수 개월 동안 동결시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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