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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유니티짱, 대머리 남자만 보기 싫어 만들었다”

유니티 재팬 개발자들이 말하는 ‘유니티짱’ 개발기

김승현(다미롱) 2014-04-11 01:11:03
‘유니티짱’이 지난 7일 정식으로 론칭했다. 

유니티짱은 지난해 12월 최초로 공개된 유니티 엔진의 의인화 캐릭터다. 유니티짱은 등장 직후 게임 엔진사가 공개한 첫 공식 ‘의인화’ 캐릭터라는 점에서, 그리고 동인활동을 권장하고 유니티 스스로도 코믹마켓 등 동인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9일에는 공개 3일 만에 2만 5천 명의 개발자가 데이터를 내려받아 그 위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러한 유니티짱의 인기는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유나이트 코리아 2014 행사에서 있었던 유니티 재팬의 ‘히로키 오마에’ PD와 ‘코헤이 쿄노’ 테크니컬 아티스트(TA)의 강연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오른쪽부터 히로키 오마에 PD와 코헤이 쿄노 테크니컬 아티스트

신나지 않았던 게임 개발, ‘미소녀’가 있다면 다르지 않을까?


유니티짱 공개 당시, 국내에서는 ‘마도베 나나미’(일본의 윈도우 7 홍보 캐릭터)의 선례를 예를 들어 ‘일본다운 마케팅’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원작자들도 강연장에서 유니티의 다른 캐릭터 에셋과 유니티짱의 에셋을 비교하며 “이것이 일본이다”라며 농담 반 진담 반의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실제 유니티짱의 탄생 과정은 훨씬 간단했다. 유니티짱은 두 개발자의 무료함과 취향(?) 덕분에 탄생한 캐릭터였다.



2년 전, 유니티 재팬의 히로키 오마에 PD는 유니티 커뮤니티에서 게임 개발이 재미가 없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글을 올린 사람은 현재 유니티짱의 테크니컬 아티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코헤이 쿄노. 그는 유니티에 흥미가 있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참고할 에셋이 ‘대머리 남자’ 밖에 없어 도무지 의욕이 나지 않는다는 고민 글을 커뮤니티에 올렸었다. 

이에 공감한 히로키 PD는 코헤이 TA를 찾아갔다.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그 둘은 개발자라면 누구라도 보고 ‘기세’를 높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유니티짱’의 시작이었다. 역시 일본다운 발상의 시작일 수밖에 없었다.




유니티짱? 쉬운 캐릭터, 그리고 ‘꽂힐 만한’ 캐릭터가 목표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 코헤이 TA는 직무 특성 상 그림에 조예가 깊었고, 그동안 적지 않은 브랜드 캐릭터를 만들어 왔다. 또한 코헤이 TA는 하는 일 자체가 그림을 그래픽으로 바꾸는 일이고, 히로키 PD는 프로그래머로 시작해 PD까지 오른 덕에 프로그래밍적인 이슈도 없었다.

그러나 프로토타입부터 난관이 시작됐다. 아무리 캐릭터를 만들어도 두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캐릭터가 못생기거나 어설픈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도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엔 예쁘기만 하고 개성 없는 캐릭터였다.



캐릭터 기획단계부터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유니티짱은 본래 아마추어 개발자라도 즐겁게 유니티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캐릭터가 목표였다. 역할을 생각하자 답이 나왔다. 바로 '흔들림'이었다. 유니티 에디터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이니만큼, 움직임과 흔들림을 강조해 보았다.

“프로토타입 캐릭터는 옷이 타이즈에 가깝다 보니 움직이는 맛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유니티짱은 긴 양갈래 머리나 치마 등 나풀거릴 요소가 많습니다. 덕분에 움직임이 화려하고 조종하는 맛이 있죠.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은 캐릭터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활발한 아이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유니티짱에게 ‘캐릭터성’이 생긴 것이죠.” 코헤이 TA의 말이다.



캐릭터의 디자인도 한층 간결해졌다. 프로토타입의 경우 너무 ‘프로’의 자세로 디자인한 것이 문제였다. 유니티짱은 기본적으로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캐릭터였다. 하지만 코헤이 TA의 그림은 아마추어들이 접근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그리기 힘들었다. 그들의 목표였던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래서 새로운 유니티짱은 옷에서 복잡한 무늬는 배제하고, 최대한 간결한 복장으로 디자인되었다. 의상의 색상도 유니티의 상징인 파란색과 그 보색인 황색 2가지 톤으로 구성했다. 간결한 디자인으로 누구나 쉽게 따라 그릴 수 있게, 색 구성만 보아도 유니티짱임을 알아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물론 유니티짱이 100% 치밀한 설계에 의해 탄생한 것은 아니다. 코헤이 TA의 아쉬움에서 시작된 캐릭터인 만큼, 그의 개인적인 취향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대표적으로 유니티짱의 옷 속에 숨겨진 ‘학교수영복’(일명 스쿨미즈)이 대표적이다.

“유니티짱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입니다. 아무래도 치마(?)가 짧아 수영복을 넣으려 했는데, 비키니를 넣으니 너무 야해 보이는 거에요. 그래서 덜 야한 학교 수영복으로 바꿨죠. 덕분에 거친 움직임에도, 심지어 물에 빠져도 걱정없는 완벽한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웃음)”




“내 이름은 오오토리 코하쿠. 별명은 ‘유니티짱’이야!”


유니티짱의 디자인이 완성되자 설정 작업이 시작되었다. 유니티짱의 본명은 ‘오오토리 코하쿠’(大鳥こはく), 입학 후 다양한 동아리와 교류한 덕에 ‘유니티짱’(unity, 단합)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설정이다. 이외에도 좋아하는 음식, 가족관계, 성격, 취미 등 다양한 것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단순한 캐릭터 에셋에 이러한 배경이 추가된 이유는 2가지였다. 하나는 보다 실감 나는 캐릭터 묘사를 위해서였다. 유니티짱의 디자인을 담당한 코헤이 TA의 이야기는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그 캐릭터의 성격이나 취향을 알지 못하면 어떻게 그 캐릭터의 얼굴이나 표정을 묘사할 수 있을까요? 유니티짱이 맛있는 것을 먹을 때의 표정, 한참 기세가 올랐을 때의 표정, 화났을 때의 표정 모두 이러한 설정 작업 덕분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개발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히로키 PD는 유니티짱을 일컬어 ‘조립할 수 있는 프리 에셋’이라고 평했다. 

“개발하다 보면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캐릭터 모델링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개발자들에겐 캐릭터의 기본적인 설정조차 큰 난관이죠. 그래서 유니티짱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친구가 있고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준비했습니다. 모델링이든 설정이든 쓸만하다 싶으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설정이 마음에 들면 더 발전시켜도 됩니다. 그것이 유니티짱의 모토입니다.”



유니티 재팬은 유니티짱의 데이터를 4월 7일 온라인에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는 유니티짱의 3D 모델링과 쉐이더, 그리고 24가지 모션과 12개 포즈, 8개 표정, 45가지 음성이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는 ‘유니티짱 라이선스’라는 정책 아래에서 배포된다.

유니티짱 라이센스는 기본적으로 오픈소스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와 유사하다. 연 1,000만 엔(한화로 약 1억 205만 원) 이하 수익을 거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니티짱의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1,000만 엔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사람이라도 유니티 재팬과 협의하면 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유니티 이외의 다른 엔진에서 데이터를 사용해도 문제없고, 유니티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캐릭터를 만들더라도, 유니티짱 라이센스만 승계하면 문제없다.



하지만 유니티짱 라이센스가 모든 것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단 하나, 유니티짱의 캐릭터성을 훼손하는 것만은 금지되어 있다. 유니티짱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이는 유니티짱을 음란물이나 정치적인 표현물에 사용할 수 없다. 캐릭터의 ‘인격’이 심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히로키 PD는 이에 대해 “오픈소스 기술로 스팸메일을 보낸다더라도 스팸을 사람을 욕하지 그 기술을 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는 다릅니다. 콘텐츠에서 캐릭터가 나쁘게 묘사되면 그것은 바로 캐릭터 이미지 자체에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는 많은 이들이 유니티짱을 사랑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성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유니티짱 라이센스는 이러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유니티짱 다운로드 국가 중 2위


다음은 히로키 오마에 PD와 코헤이 쿄노 테크니컬 아티스트와의 미니 인터뷰다.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회사의 공식 캐릭터가 되었다.

히로키 오마에: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는 개발자 다수가 아마추어 개발자다. 어떤 이들은 유니티 엔진을 만지며 자신이 뭘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기도 한다. 유니티짱을 기획하다 보니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생각이 미치더라. 실제로 코헤이 쿄노 테크니컬 아티스트도 (조금 다른 이유지만) 그랬던 경우고.

그래서 되도록 많은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을 잡았다. 유니티짱을 만들면 만들수록 보이지 않던 이득들이 보이더라. 강연에서 말한 '지루하지 않은' 개발도 그렇고, 아까 말한 '영감'도 그랬다. 또 유니티짱은 100% 소스와 모델링이 공개되기 때문에 누구나 분해하고 공부할 수 있다. 초보 개발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유니티짱은 기본적으로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누구나 라이센스 걱정 없이 유니티짱이 ‘미쿠미쿠 댄스’를 추게 하거나, ‘오큘러스 리프트’용 콘텐츠에 등장하게 할 수 있다. 부디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유니티짱의 아버지로서, 어떤 점이 유니티짱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는가? 

코헤이 쿄노: 얼굴이 아닐까? 단순히 예쁜 캐릭터라는 의미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캐릭터는 아이돌 연예인처럼 예쁜 표정만 짓는데, 유니티짱은 굉장히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웃을 때는 당당하고 화낼 때도 거침없다. 이렇게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것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번 달 7일에는 에셋이 온라인에 공개되기도 했는데, 지금까지의 성과가 어떤가?

히로키 오마에: 출시 3일만에 다운로드 수가 25,000명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벌써 유니티짱을 이용한 게임까지 등장했다. 데이터 공개 전에도 많은 2차 창작 일러스트가 생산되더라. 유니티짱을 만든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하다. 

코헤이 쿄노: 참고로 유니티짱 다운로드를 가장 많이 한 국가 중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일본에 이어 2위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 드린다.


일본에서는 코믹마켓(동인행사)에 참석하는 등 굉장히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혹시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서도 이와 유사한 프로모션을 할 계획이 있는가?

히로키 오마에: 유니티짱은 기본적으로 창작자들을 돕기 위해 탄생한 캐릭터다. 만약 한국에도 그런 행사가 있다면 당연히 참석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일본인이기 때문에 한국의 동인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아마 구체적인 답은 유니티 코리아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행사의 목적성만 맞는다면 유니티짱의 참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유니티 코리아가 잘 조사해 정식 데뷔를 시킬 것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도 유니티짱의 반응이 좋은 만큼, 조만간 유니티짱의 데이터나 라이센스 정책도 한글화가 될 예정이다. 혹시 유니티짱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참고해 달라.
 



유니티짱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히로키 오마에: 기본적으로 더 많은 옷과 목소리, 동작 등을 계속 추가할 계획이다. 유니티짱과 관련된 게임개발 대회나 동인행사, 캐릭터 상품도 기획 중이니 기대해 달라. 이와 함께 유니티짱 외에도, 아직은 그림이나 설정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니티짱의 가족이나 친구들도 천천히 추가할 계획이다.

아, 만약 우리 설정 자료 중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든 먼저 만들어도 좋다. 우리는 개발자들과 유니티짱의 세계를 같이 늘려나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코헤이 쿄노: 유니티짱 데이터를 공개하고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줘 놀랐다. 유니티짱이 별명(unity)처럼 양 국을 잇는 가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히로키 오마에: 잘 부탁드립니다. (宜よろしくお願ねがいし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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