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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트레이싱 의혹 받은 웹소설 삽화가, “법으로 해명하겠다”

지난 5일 해명 위한 생방송 진행, 네이버는 삽화가 교체 통보

전승목(아퀼리페르) 2014-01-06 18:11:22
트레이싱 의혹을 받고 있는 웹소설 삽화가 ‘CR’이 법적으로 자신의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네이버 웹소설 <엘리와 늑대의 메르헨>의 삽화가 ‘CR은 트레이싱 논란을 해명할 목적으로 그림 그리는 과정을 생방송했다. 방송은 CR 작가가 원래 예고한 4일 오후 6시보다 하루 늦은 5일 오후 6시부터 시작해 2시간 정도 진행됐으며, 일러스트레이터 커뮤니티 ‘방방곡곡, 창작을 배우는 사람들’(이하 방사)의 유저들이 주로 참여했다.


2시간 방송 끝의 결과는 법적 대응’ 선언

 

생방송 방식은 트레이싱 의혹을 제기한 유저 ‘00’의 요구대로 결정됐다. ‘00’은 의상 없이 캐릭터의 정면, 45도, 측면, 후면 일러스트를 그리는 ‘턴어라운드’ 작업 과정, 과거 CR 작가가 외주작업한 모바일 게임 캐릭터의 러프 스케치를 그리는 과정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는 ‘CR’ 작가의 기본기를 확인하고, 과거 작업물과 방송에서 그리는 그림체를 비교해 과거 작업물을 ‘CR’ 본인의 실력으로 완성했는지 가늠하기 위해 제시됐다. 이와 함께 ‘00’ 유저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CR’ 작가 PC의 시간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고, 듀얼 모니터로 다른 자료를 참고하며 그리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화면 해상도 설정을 보여달라는 요구도 했다. 생방송 채팅은 논의 끝에 활성화하기로 결정됐다.


의혹을 제기한 유저의 요청을 받아 ‘CR’ 작가가 그린 정면상.

5일 오후 6시, ‘CR’ 작가는 요청대로 턴어라운드와 게임 캐릭터 러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CR’은 캐릭터 윤곽선을 그리고, 부분적으로 인체를 수정할 때는 지우고 다시 그리거나 ‘리퀴파이’ 기능을 이용해 손발 및 종아리와 허리 너비를 조정했다. ‘리퀴파이’는 픽셀 위치를 조정하는 기능으로 일반적으로도 사진 보정을 위해 턱을 깎고 눈을 키우는 용도로 활용된다.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채팅창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여러 차례 변했다. 처음에는 ‘CR’ 작가에게 의혹을 잘 해명하는 방향으로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여러 유저들의 요구가 채팅창을 가득 메우자, 방송 매니저 역할을 하는 방사 유저들은 다른 유저들의 요구를 취합하고 ‘CR’ 작가에게 전달해 혼란을 줄이려 했다.


왼쪽은 CR의 소설 삽화에 등장하는 남주인공의 모습. 오른쪽은 생방송에서 재현한 모습.

시간이 지날수록 채팅창에 참여하는 인원들이 늘어났고, 방송 취지를 모르는 사람, CR 작가의 트레이싱 논란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어 혼란이 생겨났다. 일부 유저는 방송과 상관없는 채팅을 일삼았고, 방송을 진행하는 ‘CR’ 작가를 상대로 인식공격하는 유저도 나타났다.

채팅창이 혼란스러워지자 ‘CR’과 매니저 역할을 하는 방사 유저들은 채팅창을 끄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유저들은 채팅이 불가능해도 대화명을 바꾸면 의사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의사를 표시했다. 채팅창을 끈 뒤에도 자중을 요청하는 유저, ‘CR’에게 요구사항을 말하는 유저, 방송 취지와 상관없는 발언을 하는 유저들이 채팅창을 뒤덮었다.

‘CR’ 작가는 ‘00’ 유저의 요구에 따라 턴어라운드와 게임 캐릭터의 러프, 남성 캐릭터의 얼굴 등을 그린 뒤 방송을 종료했다. 방송 종료 전 CR 작가는 혼잡한 채팅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트레이싱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밝히겠다고 밝혔다. 당시 채팅 전문은 다음과 같다.

방송 중단하겠습니다. 맨 정신으로 힘드네요. 수고하세요. 카페에서 댓글 확인도 하지 않을 겁니다. 정말 모욕적이고 화가 나네요. 제가 트레이싱했단 것에 대해서 법정 앞에서 제대로 밝히겠습니다. 꼭 밝혀서 돌아올 테니 기다리세요. 수고하세요.

5일 오후 10시, 의혹을 제기한 ‘00’ 유저는 ‘CR’ 작가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00’이 공개한 메일 전문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십니까 총대님.(00을 지칭)
방사에 올린 수정글은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말대로 법적대응할 생각입니다. 전 절대 트레이싱을 하지 않았기에 어디 한번 진위 여부 따져봅시다. 원래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남기려고 했는데 방금 채팅으로 인한 모독감은 총대님께서 의도하신 바가 아니겠지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정말 해명 제대로 해보렵니다. 제가 트레이싱이 아니라면 반드시 사과해주십시오. 제가 트레이싱이라 밝혀진다면 총대님께 90도 인사로 죄송하다고 방사 분들과 기어님 튜훗님 꾸엠님 등등 거듭 강조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법정에서 뵙겠습니다.

이에 대해 방사 유저들은 채팅창 상황이 분명 CR에게 스트레스를 줬다는 점은 납득하면서도, 해명 방송을 중단한 CR의 판단을 비판하는 의견도 제시했다. 일부 유저는 채팅창에서 인신공격을 한 유저들 중 방사 유저가 아닌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방송을 종료했다가 다시 하거나 다른 방법도 있지 않았는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생방송 이후 트레이싱 의혹을 더 굳히는 유저들도 있었다. 이들은 방송 과정을 지켜보고 “(과거 작품과 방송의 결과물을 봤을 때) 같은 사람이 그린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CR 작가를 상대로 인신공격을 한 유저들 대부분은 방사에서 왔는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관련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자료 발표, 네이버는 삽화가 교체


‘CR’ 작가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동안, 트레이싱 논란의 관계자들이 진위를 가리기 위한 증거를 제시했다. ‘기어’ 작가는 <황태자의 애완 고양이> 대표 삽화의 남주인공 얼굴과 <엘리와 늑대의 메르헨>의 대표 삽화(‘CR’ 작가)의 남주인공 얼굴선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기어’ 작가는 본인이 같은 구도로 캐릭터를 그려도 선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 ‘기어’ 작가는 트레이싱 여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은 밝히지 않았다.

삽화가 기어가 본인의 삽화를 겹쳐 놓은 결과물. 그는 같은 작가의 그림이라도 얼굴선이 일치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튜훗’ 작가는 지난 3일 ‘CR’ 작가를 직접 만나 본인의 그림을 재현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현을 요청한 그림은 <엘리와 늑대의 메르헨> 13화, 17화 삽화, 남주인공과 여주인공 전신 삽화 등이었다.

‘튜훗’ 작가가 녹화해 공개한, ‘CR’ 작가의 그림 그리는 과정과 결과물을 확인한 방사 유저들은 의혹이 더 깊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유저는 생방송을 본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과거 작업물과 실제 작업물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5일 오후 10시 <엘리와 늑대의 메르헨>의 작가 ‘항낭’이 네이버로부터 삽화가가 교체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밝힌 이유는 삽화가 ‘CR’의 트레이싱 논란이 서비스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었다. 6일 오전 10시 네이버는 <엘리와 늑대의 메르헨> 삽화를 운영 상의 이유로 교체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오른쪽이 CR의 원본 삽화. 왼쪽이 3일 튜훗’ 작가의 요구에 따라 CR이 간단히 재현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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